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지음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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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그녀의 시간’ VS. 다가올 그녀의 시간

 

이 책은 내가 읽었던 <모든 순간의 인문학>의 저자인 한귀은 교수가 쓴 새로운 책이다. 그 책에서 롤랑 바르트의 스투디움푼크툼에 대해 처음 들었기 때문에 기억이 남았었는데, 그래서 저자의 책이 나온다는 말에 서슴없이 망설이지 않고 읽기로 했다.

 

바람없이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이란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을 바람없이, 그러나 비가 내리지 않는 토요일 오후에 받아서, 읽었다. 읽기 시작한 것이 오후 3시경, 다 읽은 것은 저녁 7시 조금 넘어. 다 읽고 tv를 켜니 <불후의 명곡>, 김수철이 레전드로 나와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약 네 시간 동안 나는 7편의 그녀의 시간을 읽은 셈이다. 일곱 명의 시간이니까. ‘그녀들의 시간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헌팅을 망봐주는 마음 VS. ‘헌팅을 지지하는 마음

 

먼저 첫 번째 이야기, 헌팅을 읽었다.

백화점에 물건을 헌팅하러 간 여자, 명은의 이야기다. 백화점으로 헌팅을 하러가니, 물건을 사냥하러 간다는 것이다, 타겟이 되는 물건은 주로 옷가지. 기간제 교사인 명은이 옷 때문에 겪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옷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백화점으로 가서 헌팅하는 것이다.

 

나는 헌팅이란 말을 생각하기를, 물건을 사러가는 것을, 머리 속에 생각한 것을 목표로 하여 구입하는 것이니 헌팅이라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언제까지?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 화자가 명은의 친구인 지수를 언급하면서, 지수가 백화점에서 저렇게 옷이 많은데, 우리가 저것들 중에 하나쯤 그냥 가져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데까지 그렇게 평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수의 말을 옮긴 그 말이 그냥 한 말이 아닐텐데, 아니나 다를까, 그 뒤로부터 전개된 상황은 백화점에서 헌팅한다는 말은 옷을 훔쳐 온다는 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녀를 따라가면서, 제발 이 어찌 보면 철없는 여인의 행동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그래서 비록 옷을 훔치더라도 그냥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백화점을 빠져나가기를 소망하며 읽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저자는 명은을 기어코 점원의 촉수에 걸리게끔 하고 말았다.

옷을 한 벌 훔쳐 백에 집어넣고 나오는 명은을 점원이 불러 세운다.

손님, 혹시 스커트 두장 들고 피팅룸에 들어가지 않으셨어요?”(39)

 

그런 시간, 그녀의 시간은 얼마만큼의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을까?

내가 그 부분을 읽고 넘어가는 그 시간보다는 분명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입술은 빠짝 말라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다행히도 무사히 흘러가 명은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니,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게 된다.

 

거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옷을 훔쳐 넣은 가방에 들어 있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

그래서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지키지 못한 것은 지갑만이 아니었다. 명은은 이미 자기 자신을 내던졌는지도 모른다. 차창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유령같은 자신의 모습이 얼룩져 있었다, 명은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었다,>(43-44)

 

이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커멘트가 에필로그에 나와 있는데, 명은의 헌팅을 우리가 망봐주고 있었다는 사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명은의 이야기를 필두로 하여 그녀의 시간들은 이어진다.

 

그림은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런데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붙여 놓았다. 그림은 왜 삽입했을까? 물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그림을 곁들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다.

 

<글을 쓰면서 인문학자로서 그녀들의 삶에 덧붙이고 싶은 조언이 있었다. 그것을 그림과 그림에 대한 주석으로 담았다.>(9)

 

그렇게 프롤로그에서 그림을 곁들이는 저자의 의도를 분명 알고 시작헀는데, 128쪽까지는 글을 읽고, 또 거기에 곁들인 그림들, 그에 대한 해석들을 읽어가면서도 그 그림과 그런 주석들의 의미가 와 닿지 않았었다.

 

세 번째 이야기 <지금은 별거중>가 끝나는 지점에, 예의 그림이 한점 실려 있었다. 헨리 워카가 그린 <윌리엄 에반스 부인과 그의 아들>.

 

저자는 그 그림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붙여 놓았다. 일부만 소개한다.

<그러니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엄마 스스로가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숙씨는 언젠가 그 성장의 힘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날 것이다. 진숙씨의 삶은 유예된 모라토리움이 아니다, 아이와의 진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주석을 읽고나서야, 그 말이 단순히 그림을 해석하는데서 벗어나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지숙씨에 대한 코멘트인 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것이 그제야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인문학자로서 그녀들의 삶에 덧붙이고 싶은 조언’, 그것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비록 이야기 -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 거기에 덧붙여서 그녀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까지 지만,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살이 있는 삶의 궤적으로,  구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밑줄 긋고 싶은 아포리즘

 

<우울증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다. 세상을 향한 분노가 자기 자신을 향하는 이유는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오직 자기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18)

 

<뭐든 묵직하게 잡았던 것을 놓치면 마음이 서늘해지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것이 오랜 사랑이건, 지겨운 관계건.>(56)

 

<모녀가 슬픔을 함께 한다는 것은 각자의 삶이 아니라 하나의 삶을 같이 산다는 의미다>(66)

 

<사랑이 지속되는 이유는 사랑 자체가 지속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가 늘 자신을 지켜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73)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나현실의 나사이의 소통이 끊어지면서 생긴다.>(93)

 

<정말 예쁜 여자들은 다 조금씩 죄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들을 유혹하고, 남자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그 남자의 여자를 우울하게 만들고.>(252)

 

<‘성공이 아니라 성장하려면 자신을 풀어주어야 한다.>(281)

 

다가올 그녀의 시간에는

 

이렇게 아포리즘이 될만한 문장들에 밑줄을 긋다보니, 그 대부분이 마음의 상처와 관련된 것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는 그녀의 시간’들에 상처가 가득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가슴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커멘트인 그림들은 저자의 마음을, 그렇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그녀의 시간은 상처받은 시간이라는 것, 그 상처를 이겨내기 위하여 애쓰고 애쓴 시간이라는 것. 그래서 이제 그녀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 상처가 아물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평온한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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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아키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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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기쁨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문장을 찾았다. 249쪽이다

네기시가 말한다, 아키코가 저녁 식사 자리에 어떤 옷을 입고 갈 것이냐고 물으니 대답한 말이다.

그냥 보통으로 입고 와

그 말에 아키코가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보통으로?’

이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게 가장 어렵다고요.“

 

보통인 듯 아닌 듯, 하지만 보통을 넘어서는 책

 

그 말을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 책이 바로 이 책 이츠키 히로유키의 소설, <사계 아키코>이다.이 책 문자 그대로 보통이다. 그러나 보통으로 자리매김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속에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겉으로는 마치 뭐가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 것처럼 치장하는게 세상살이의 지혜인데, 이 책은 전혀 그게 아니다. 그러니 이게 보통이고, 더 나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 역시 그렇다. 그게 가장 어려운 것이다.

 

아 책에는 주인공 아키코와 더불어 그의 자매 3, 그러니까 네 자매가 등장한다.

네 자매의 이름에 대하여는 일본어의 사계(四季) - (하루) 여름(나츠) 가을(아키) 겨울(후유)- 에 각각 자()를 붙여서, 하루코, 나츠코, 아키꼬, 후유코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잠깐 살펴보자. 스포일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해당출판사의 책 소개에 삽입된 줄거리를 잠시 인용해 본다.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걸 좋아해서 노상 책만 들여다보았던 아키코. 그녀는 몇십 대 일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립대학 의학부에 입학하지만, 학내 개혁운동을 하다가 공무집행 방해죄로 교도소에 들어간다. 결국 의학부를 그만두고 환경보호 운동에 종사하며 작은 잡지를 발행했지만 혼자 감당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투쟁의 동지이자 옛 연인이기도 한 료스케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료스케는 그녀의 제의를 거절하고 현실을 바꾸려면 큰 힘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그녀는 료스케의 소개로 환경운동가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공격하는 보수 진영의 네기시 의원을 만나 그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 세계에 뛰어들고 혹독한 현실과 맞서며 고뇌한다.

 

곧게 뻗은 붓꽃의 꽃대를 바라보면, 올곧은 성품을 가진 아키코가 떠오른다. 성공보다는 꿈, 이익보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 세계로 발을 들이는 아키코. 그녀는 과연 무소속 시민연합의 추천으로 입후보하게 된 후쿠오카의 중의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인간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아.

 

네 자매의 인생이 이처럼 재미있게 그려줄 줄이야? 네 자매는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면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도와주면서 인생의 길을 걸어간다. 그런데 그 살아가는 방식이 다 같지 않다. 그러니 작품 속의 이 말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설인 것이다.

 

<인간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아.>(376)

 

정곡을 찌르는 말의 힘

 

이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는 것이지만, 글에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사람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문명이니 역사라는 말을 언급할 때, 거기에는 뭔가 겉도는 듯한 빤한 느낌이 따라붙는다.>(297)

 

이 말이 누구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읽는 동안 신선한 충격을 맛보았다.

(‘신선한 충격’. 이런 말, 뭔가 겉도는 듯한 기분! 그런 것을 깨닫게 되다니! 그래서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조금 더 인용해보자.

<하루 하루 우리가 먹는 것이며 입는 것, 삶의 디테일, 그런 것을 이야기할 때는 모두들 한결같이 현실감이 있지만, 관념적인 말이 대화에 섞이면 그 즉시 얄팍한 겉핥기 식의 말을 하는게 보통사람들이다.>(297)

 

아키코에게, 그녀의 결정에 뜨거운 박수를!

 

사계(四季)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제목이 아키코인만큼 아키코가 주인공이겠다 싶었는데 실상은 네 자매가 모두 주인공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의 제목의 주인공인 아키코에 유독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질 때에는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이 장면, 네기시 바사후미가 아키코가 저녁을 먹으면서 아키코에게 의원 출마를 다짐하는 장면. 의원출마를 권하는 그 장면에서 과연 그녀의 대답은 무엇일까, 숨죽이며 그녀의 반응을 읽어나갔다. 출마에 대하여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의 생각을 잠시 들어보자.

<이상이나 꿈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덥지 않고 덧없는 것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 때부터 나름대로 정치운동에 참여해 온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러다가 기성세대가 되면 정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동료들에게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 질 수가 없더군요. 오히려 나는 학생 때보다 이상이나 꿈에 한층 더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계는 그런 것이 용납될 만한 무대가 아니예요.>(309)

 

여기까지 읽다가 숨을 훅 들이켰다, 아키코가 진흙탕에 뛰어들려는가 보다, 하는 안타까움으로. 그러나 그녀의 말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키코는 한 마디 한 마디 곱씹듯이 말을 이었다.

그야말로 유치한 이상에 젖은 젊은이라고 비웃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제 2 인생을 철처히 유치하게 공상적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309)

 

이 부분에서 나는 보이지 않을 손을 들어 들리지 않을 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이런 그녀의 말을 들은 네기시 바사후미가 말한 것이 바로 내가 할 말이었다.

<학생 때보다 더 어린아이 같은 이상과 꿈을 좇으려고 하는 사람을 자네가 처음이야.> (310)

 

살아있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기쁨

 

나츠코에게 후유코가 보낸 편지의 일부에서 작가가 이 책을 통하여 말하려는 것을 발견했다.

<나츠코 언니 나는 지금 정말 살아있기를 잘했다고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어. 이렇게 영원의 시간과 무한한 공간이 교차하는 세계적인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소녀시절부터 동경해왔던 보스호라스 해협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283-284)

 

살아있다는 것. 사람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다 살아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살아있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일생에 걸쳐 몇 번이나 되겠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하여 살아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후유코는 그 것을 느끼게 된 것, 얼마나 귀한 일인가? 다른 세 자매 역시 각자의 삶 속에서 그런 순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같은 순간을 느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후유코의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소설이 끝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있어, 라고 후유코는 생각했다.>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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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와의 대화 - 하버드 의대교수 앨런 로퍼의
앨런 로퍼 & 브라이언 버렐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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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있나?”

 

이 책, <두뇌와의 대화>는 하바드 의과대학 교수이면서 보스톤에 위치한 브리검 여성병원의 신경과학부 임상의인 앨런 로피와 저술가인 브라이언 버렐이 쓴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주로 앨런 로피의 임상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신경관련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토끼굴에서 꺼내오기

 

이 책의 원제는 <Reaching down the rabbit hole>인데,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첫 장의 소제목이 'Down the rabbit hole'인데 이 책의 저자는 그 말을 차용하여 이 책의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그럼 이 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이 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굴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관련성은 저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환자들 각각은 모두 사실상 구멍에 빠졌고, 그들을 다시 꺼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33)

 

조금 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 굴로 뛰어들어 모든 것이 겉보기와 다르고 모든 것이 바깥 세상과는 관련이 없는 이상한 영역으로 들어간다>

 

바로 그 이상한 영역이 위에서 말한 토끼 굴이다.

 

<그 곳은,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하듯이, 아침 식사 전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고 각오를 하면 도움이 되는 곳이다.>

 

그러니 저자가 마주칠 환자들은 모두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에 들어간 것처럼 그러한 곳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저자는 앨리스에게 말한 붉은 여왕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각오를 비치고 있다.

 

<여왕과 달리 나는 아침 식사 전에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도 각오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이든 점심 식사 전에 최소한 여섯 가지 믿기 힘든 일과 마주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33)

 

이미 그런 일을 많이 보기 때문에 굳이 각오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대처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저자만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의 환자들 - 토끼 굴을 들여다 보니

 

이제 그 각각 사례별로 대응하는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야구선수, 빈센트 탈마.

갑자기 정신병자가 된 대학생, 신디 송. 이 케이스는 그녀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많은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어떻게 그런 증상에 대처하는가?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픈 뇌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환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례별로 대응하는 것이다.'(15쪽)

 

신디 송의 경우만 살펴보자.

그녀는 환시를 보고, 이에 대응하는 것처럼 몸부림치기 시작했으며 길길이 뛰는 증세를 보여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 환자를 보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레지던트에게 질문한다.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침을 흘리고 있나요?”

답은 이렇다. “, 마치 개처럼요

 

그런 대답을 듣고 저자는 난소성 기형종인 것으로 판단하고 난소를 제거한다.

그로부터 며칠 안에 그녀의 병은 치유되었다. (41)

 

질서를 잃은 뇌를 다시 질서의 세계로

 

질서를 잃은 뇌’(374)라고 그는 증상들을 표현한다. 그는 그러한 무질서의 세계로 편입된 많은 환자들의 뇌를 다시 질서의 세계로 이동시키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그런 결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어떻게 끝나는가?’

 

그 말은 자기의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자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듣는 - 실제로 독자들은 이 질문을 읽는다’ - 독자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의사로서 어느 만큼의 일을 해 왔으니, 중간 결산 정도는 하겠거니, 그래서 거기에다가 어떤 다짐도 덧붙일만도 한데, 그렇게 하는 대신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끝나지 않는다.”(23)

 

그의 일은 끊임이 없이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토끼 굴에 빠질 것이니 그의 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앞에 오는 환자들을 그는 이렇게 진단할 것이다. 연이어서!

 

당신의 뇌에 종양이 있어요.”

당신은 운동 뉴런증이예요.”

당신은 파킨슨 병이예요.”

당신은 방금 회복될 수 없는 뇌졸중을 일으켰습니다.”

 

우리 문외한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진단이 되는 신경 관련 병들이 무섭고 힘들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그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말이 될 것이다.

 

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있나?”

 

그 말 속에는 환자들의 가장 깊은 걱정을 보살펴주는 그의 든든한 손(374)길이 들어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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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려면 원칙을 비틀어라
제이크 브리든 지음, 김태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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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소(), 잘 다루기

 

이 책의 제목은 <성과를 내려면 원칙을 비틀어라>이지만 원제는 <Tipping sacred cows>이다. 번역하자면 신성한 소()를 넘어뜨리기정도가 되겠다. 또는 이렇게도 말 할 수 있겠다. '신성한 소를 잘 다루는 정보(또는 귀뜸)'.

 '신성한 소'는 여기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니 그것을 그대로 방치해 두지 말고 넘어뜨려라, 또는 그것을 잘 다루어야 한다, 그런 뜻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말 제목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는, '원칙, 그것을 비틀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왜 원칙을 비틀어야 할까? 왜 신성한 소를 넘어뜨려야 할까? 아니 그전에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신성한 소란 말의 개념을 먼저 알고 가도록 하자.

 

신성한 소는 무엇인가?

 

신성한 소(sacred cow)라는 개념은 저자인 제이크 브라운이 인도의 휴양도시인 고야에서 체류했던 기억에서 비롯한다. 그는 리더십 강사로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리더를 교육하고 있는데, 강연이 없는 동안에 고야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는 소를 보고 그 개념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본다.

 

<‘고아라는 지명은 소의 땅을 뜻한다. 그러니 그 휴양도시에 소가 그토록 많다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 이 소들은 말 그대로 독실한 숭배를 받는 대상이다. ‘신성한 소라는 표현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숭배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든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관념이나 관습, 제도를 가리킨다.>( 13-14)

 

저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

<직장에도 여러 신성한 소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가져오는 위험은 몹시 주의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잘 못 되었더라도 거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미덕은 여전히 미덕으로 추앙되어 갈수록 더 큰 위험을 가져온다.>(14)

 

그러므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직장 안에 마치 신성한 소처럼 군림하며 - 또는 방치되어 있는 - 잘못된 미덕들을 뒤집고 살펴서 제대로 보존하자는 것”(18)이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회사에서 미덕으로 간주되는 몇 개의 덕목을 살펴보고, 그것이 마치 신성한 소처럼 취급받으며 걸리적 거리는존재가 되어 일련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회사 내 신성한 소는 무엇일까?

 

저자는 회사의 일을 의도치 않은 결과로 몰고 가는 덕목들을 다음과 같이 예시한다.

<균형, 협력, 창의성, 탁월성, 공정성, 열정, 준비성.>

 

그러한 덕목들은 세상의 모든 직장, 모든 산업, 모든 직급에서 등장하며 신성한 소로서 절대적으로 숭배되고 있다그런 미덕들은 조직원에게 갖추어야 할 것으로 신성시 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7 가지 덕목을 예시하고, 그 각각의 항목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세세하게 검토하면서, 그것들이 얼마나 허울 좋은 것’(26)인가를 파헤쳐 나간다.

 

그중의 하나 - 균형

 

균형, 참 좋은 덕목이다. 그러나 그 균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려 할 때, 뜻밖의 결과에 봉착하게 된다. 앤의 경우가 그렇다.

 

앤은 대형 은행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무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균형이라는 덕목을 실천하기 위하여 모든 고객들에게 균등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상대하였다. 그런데 다른 직원인 대런은 일률적으로 균형있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에 따라 차등을 두고 상대한다. 앤과 대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균형이라는 덕목을 추구한 앤에게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그녀는 균형이라는 덕목을 추구했고, 그 반면 대런은 그렇지 않았는데 결과는 대런이 승진한 것이다. 대런의 실적이 더 좋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추구했던 균형이라는 가치와 결과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균형이라는 미덕이 얼마나 허울 좋은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런 사례를 제시하면서,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즉 신성한 소를 치우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균형도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면서, 이를 밋밋한 균형과감한 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밋밋한 균형은 선택이 두려워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타협과 혼란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결과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감한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7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과감한 균형을 취하는 일곱 가지 단계에 관해서는 37- 53쪽 참조)

 

이 책의 또다른 가치

 

이 책은 그런 '신성한 소'처럼 조직 내에 군림하면서 오히려 역기능을 일으키는 덕목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것들을 비틀어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각종의 덕목들 - 신성한 소로 여겨지고 있는 -에 대하여 하나하나 각개 격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 책의 또다른 가치는 조직내에 근무하는 독자들에게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한 조직 내에 있으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다른 사람들의 시각과 비슷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런 의심없이 조직내에서 신성한 소로 인정받고 있는 덕목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기회,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그 상황에 매몰되어서 전혀 깨달음이 없는 자에게 내려치는 죽비와도 같이 꾸짖음이다. 새로운 눈을 떠서 그 신성한 소가 더 이상 어슬렁거리며 다니면서 조직을 망쳐놓는 일이 없도록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비단 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서, 누구나 다하는 행동과 생각을 가지고 똑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것들을 신성한 소처럼 여겨, 금과옥조처럼 따라가기만 하는 수많은 원칙들을 한번쯤 비틀어 보라는 것이다. 여기 이 책의 더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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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효리 누나는 왜 아직까지 보이질 않는걸까?

 

사람이 사람과 만나 인연(因

 

사람이 모인 곳에 일단 이야기가 있다. 생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因緣)이 만들어지니, 사연(事緣)이 있게 되고, 그 사연은 이야기의 모습을 하고 드러난다. 그러나 사람이 산다고 해서 모두다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이에 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람이 수십 명 있다고 해서, 그 자리에 이야기가 생길 리 없기에 그렇다. 그런 곳은 어디 있을까? 편의점은 어떨까?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진열해 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 편의점이다. 그래서 일견 그 곳은 사람과 물건과의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인연은 당최 맺어질 것 같지 않다. 해서 이야기가 나와봤자, 별 이야기 같지 않은 것만 나올 것 같은데, 여기 이야기가 풍성한 곳이 있다.

 

현대판 만물상’(31)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편의점에 사람과 물건 대신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솟아나는 이야기가 풍성한 곳이 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편의점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거기, 그렇게 이야기가 풍성한 편의점에서 알바로 근무하는 청년, 차영민의 체험기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연(事緣) 

 

알바 체험기? 아니, 그런 표현보다는 편의점을 무대로 사람들과의 인연 맺기를 기록한 것이라 하는데 더 좋겠다. 그런 편의점에는 기기묘묘한 괴인들이 출몰한다. (39)

 

앞 뒤 다 자르고 그것 좀 줘라고 말하는 손님(30)

취객들, 표준형 취객들(102), 비표준형 취객들.

자신과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다, 사라진 촉촉하게 비가 내리면 열입곱살의 소녀로 변하는사나이(60).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어떤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모 종교 열혈 신자들) (255)

 

 

 

 

 

자신의 자전거를 어떻게든 팔아넘기려는 화가(73)도 등장한다.

 

 

 

그와 대화 중에서.

<“전시회 마치면 이 그림을 자네에게 주겠네.”

그동안 공들여 완성한 그림을 주겠다니. 그가 다시 선생님처럼 보이고, 존경과 감동이 마음 속에서 보따리를 풀고 자리 잡으려고 할 때, ‘싸게란 말이 내 귀를 강타했다.> (77)

 

담배, 술은 목숨보다 힘이 세다

제주도에 태풍 볼라벤이 들이 닥쳤을 때,< 비바람에 발라당 뒤집어져 거의 곤죽이 된 우산을 들고 나타나서 담배를 사간 사람, 비옷이건 우산이건 다 던져버리고 비 사이로 무조건 돌진해 소주 몇 병을 사간 사람 등. 몇 몇 사람이 목숨을 걸고 매일 습관처럼 마시거나 피우던 것을 사갔다.> (95)

 

편의점, 이런 곳이었구나!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는 건 관련 법규상 금지다.(42)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은 근무자가 먹거나 버리고, 각 점포 경영주가 그 원가를 부담한다.(62)

 

자정이 되기 10분 전에는 폐기될 음식을 확인하고 야식을 먹는다.(151)

 

 

 

편의점엔 한 달에 한 번 암행어사처럼 모니터링 요원이 등장한다.(114)

 

본사 규정상 슬리퍼 착용은 금지라....(117)

 

정전되었을 때에

절대 아이스크림 있는 냉동실 문을 열면 안됩니다! 아이스크림은 소중하니까요!”(97)

 

편의점은 매일매일 매출액을 본사로 송금해야 하는 시스템 (137)

 

편의점은 각종 서비스 상품들이 많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는 교통카드 충전이다.(260)

 

이렇게 편의점에 대하여 몇 가지 발췌하여 적어 놓은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지금까지 편의점을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사람 일을 아는가? 혹시 앞으로 사용할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니 그 때를 대비해서 알아두자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잘 알아두시라!

 

, 또 하나 있다. 나 지금껏 문화상품권을 사본 적이 없는데, 실상은 어디에서 파는지를 몰라서 사질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문화상품권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단다. (227)

 

겸하여 제주도 풍습도 하나

 

제주도 결혼 문화는 신랑이나 신부에게 직접 축의금을 준다. (251)

 

효리 누나는 왜 아직까지

 

아시는 분이 있겠지만 가수 이효리는 지금 제주도 산다. 그것도 제주도 애월읍이니, 행정구역상으로는 이 책에 등장하는 편의점과 같은 지역이다. 그래서 저자는 효리 누나를 보러 온 다른 연예인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효리 누나는 아직 오지 않아서, 그래서 책 제목이 <효리 누나, 혼저 옵서예>이다. 그러니 언제 한번 효리 누나가 그 편의점에 이 책 한 권 들고 가면 좋겠다. 사인도 받고, 뭐 하나 껌이라도 사러. 저자 친필 받고 좋아하는 효리 누나! 이런 제목으로 사진도 한 장 찍고. 아니 효리 누나도 사인 해주어야겠지. 그래서 이왕이면 그 편의점에 코팅해서 벽에 붙여놓던지, 아니면 밖에 붙여놓던지!

 

거기에 '사람'이 일하고 있다.

 

알바라고 해서- 아니 이것을 모든 가계의 직원, 점원에게 해당되는 것 -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일까, 짚고 넘어가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것이 그렇게 지키기 어려운 일인가?

여기 편의점에서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줘야 할 돈을 툭 던지고 가는 사람들, 막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그 손님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듣는 일이 내겐 과도한 사치였을까? ....> (164)

저자의 푸념 아닌 푸념 뒤에 나온 이 말은 나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몸이 고단하면 하룻밤만 푹 자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치면 치유까지 얼마나 걸릴지....>(165)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던져 놓은 다음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겠지!

 

<.....(김사장은) 물론 월급은 단 한번도 밀린 적이 없고, 근무시간에 나를 굶게 놔둔 적도 없었다. 요즘은 당연한 것들이 무시되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고 알고 있다.> (196)

 

저자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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