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2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 현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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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옛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백가지

 

이 책 반갑다.

 

이 책 다른 데에서 한번 들었다. 해서 반갑다.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에,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한 번 들은 듯 했다. 어디에서 들었을까? 박신영의 책 <삐딱해도 괜찮아>를 읽었을 때에 이 책 이름이 언급된 것 같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있었다. 그 책의 저자 박신영은 그의 글에 녹아 들어간 책들을 소개하면서, 서정오의 이 책을 언급한다.

 

그 부분 인용해 본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우리 나라 옛날이야기가 있다면 <<우리가 알아야할 우리 옛 이야기 백가지>>(서정오 저, 현암사) 1, 2 .....> ( 삐딱해도 괜찮아, 박신영, 288)

 

그러니 그 책에 녹아 들어있는 옛날 이야기의 원전이 여기 다 들어있는 셈이다. 그 책에 보면, <아기장수 우투리, 누가 그를 지켜줘야 하나>(248)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기 장수 설화의 하나로서, 아이가 태어날 때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부모는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 아이를 죽이는 이야기. 부모마저 역적으로 몰리면 안되니까 눈물을 흘리면서 죽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안타까운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가 다 모아져 있는 책으로 이 책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낯설지 않았다.

 

당시, 그런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

 

이러한 옛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신영의 경우를 보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랜 세월 구비 전승된 옛날이야기에는 민중의 정서와 현실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역사와 같이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위의 책, 248)

 

더 읽어보자.

<한 이야기가 당시 어떤 사실과 관련해 생겼는지, 그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다보면 어느덧 우리는 역사 교과서가 다 말해주지 못한 생생한 민중의 삶과 소망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의미가 있는 옛이야기, 저자 서정오는 이런 이야기를 무려 백개나 수집하여 책으로 펼쳐냈다. 그만큼 의미있는 책이다. 그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우리 땅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다 망실되고 말았을 것인데...

 

그런 이야기가 주는 교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희망을 가져라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주인이다.

착한 일을 하면 복 받는다.

사람답게 살아라

지혜가 세상을 이긴다

힘들수록 웃어라

 

이런 교훈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옛날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어떻게 되는가?

 

고달픈 현실을 잊게 된다.

꿈을 가지게 된다.

현실의 고난을 이겨낼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효용성이 있는 이야기들이니,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민중들에게는 특별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 다시 한번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옛날 이야기가  갖는 의미.

 

또한 이런 이야기들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런 효용성을 지닌 것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그 이야기 배경이 되는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 볼 수 있다. 궁중의 안목으로 바라보는 역사가 아니라, 민중의 삶을 통하여 바라보는 생생한 역사를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무릇 이야기가 만들어지려면 시대 배경이 있어야 하며, 등장인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배경과 인물은 당시 사회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었기에, 당연히 시대상을 띄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이야기 줄거리를 끌고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현실인식을 알 수 있다. 그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에 담아 놓았던 것이다.

 

374쪽 이하에 <원인지 껍데긴지>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주인공인 농부는 신관사또가 부임하는 행차를 위하여 길을 닦게 되는데, 이런 불평을 한다.

<이 고을에 원인지 껍데긴지가 새로 갈려 온다고 이런다오. 원인지 껍데긴지 원, 오려거든 동지섣달 한가할 때나오지 왜 하필이면 이 바쁜데 온담. 원인지 껍데긴지.>(375)

 

이 말, 당시 수많은 백성들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이 책에 수록된 옛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그 이야기 속에  읽어야 할 이유가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백가지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 숨어있는 가르침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 이 책을 펴고 읽는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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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 자신도 속는 판단, 결정, 행동의 비밀
크리스 페일리 지음, 엄성수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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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먼저 이런 전제, 확실하게 해놓자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훨씬 복잡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한다.>(9)

그말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 복잡한 의사소통과정에서 길을 잃는다.

 

내가 상대방에게 가는 길도 잃거니와 내 속에 있는 의사소통을 위한 내 마음 속에서도 길을 잃는다, 헤맨다. 내 마음 속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판인데 어찌 남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그런 전제하에 이 책을 읽어가면, 구구절절이 다 무릎을 치며 읽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의 파괴력, 설득력은 대단하다.

 

이 책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먼저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장의 타이틀을 살펴보면 저자의 의도가 무언지 일단 파악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는 그 생각의 목적이 무언지를 알 수 없다.

의식이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실제로 무의식이 한다.

뇌는 외부로부터 내부로 의식을 형성해 간다,

마음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유용하다.

의식은 뇌 속 조언자중 하나지만, 영향력은 있다.

 

이런 타이틀 아래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저자는 그의 주장을 심리학 실험결과를 인용해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실험 결과들을 인용하는 이런 서술 방법은 저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 물론 각종 실험의 출처를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지만.

 

심리 실험을 인용한 이유는?

 

저자가 이 책을 구성하는데 있어 심리학의 여러 실험 결과들을 인용한 것은 왜일까?

저자는 이런 말로 그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단 하나, 실험을 해보는 것뿐이다. >(13)

 

그런 전제하에 그는 많은 실험 결과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 실험의 가치를 저자는 다음고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자기 생각을 곰곰이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을 곰곰이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13-14)

 

그래서, 그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하여 실험을 통하여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자기 생각이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줄 아주 좋은 안내자라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조용한 시간을 갖고 솔직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는 우리가 조용히 앉아 깊은 성찰을 하며 내린 결론과는 아주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 믿음과는 달리, 우리 생각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줄 좋은 안내자가 못 된다는 것이다.>(10)

 

우리 생각은 우리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안내자가 아니다. 이 얼마나 솔직한 말이며, 충격적인 발언인가? 지금껏 우리는 우리 생각이 맞다고, 우리 생각이 좋은 안내자라고 생각하며, 생각해야 한다며 열심히 그 지침을 따랐는데, 이 책 의 주장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례로 기억에 관한 저자의 발언을 들어보자,

 

<우리의 기억이란 실제 일어났다고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기억을 심어줄 수도 있다.>(37)

 

이어서 저자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기억에 관한 실험을 인용한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실험의 출처를 말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부분은 엘리자베스의 책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에서 인용된 것이다. - 서평자 주)

 

실험은 어떤 것인가? 아이에게 어릴 적 다섯 살 때에 쇼핑 몰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기억을 심어주는 실험이다. (이 책, 38.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169쪽 이하)

그런데 이런 실험을 한 결과, 피실험자는 단 5분만에 몇 가지 암시만으로 그가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런 실험의 결과, 우리 기억은 과연 진짜 기억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말들

 

이 책은 각각의 항목을 뒷받침하기 위한 많은 조각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런 조각글들이 전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역할도 하고 있지만, 각각의 글로서도 훌륭하게 역할을 하고 있으니, 부분 부분을 읽어가는 것도 - 전체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면 - 좋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그런 조각글마다 소제목을 붙여 놓았는데, 실상 그 제목은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약이기도 하다. 때문에 제목만 읽어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말들은 때로 아포리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만일 누군가 자꾸 당신을 따라 한다면, 그 사람은 천성적으로 공감을 잘 하거나 당신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그 사람 역시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15)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은 저자의 유모어로 이해 하시길..

 

<우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책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133)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비로소 그들과 잘 지낼 수 있다.> (174)

 

<우리가 완벽한 의식을 가졌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것에 대해 말 할 수는 없다.>(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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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 - 옛시의 상상력 코드를 풀다
이상국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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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읽어야 시를 제대로 읽는 것

 

이 책, <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은 옛 시를 읽는 책이다. 시를 읽되, 그 속에 숨어있는 그 무엇을 인문학적 시각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옛 시를 읽으면서 시의 행간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옛 사람들이 남긴 시를 읽다가, 그 속에 숨어있는 생생한 스토리를 발견했다. 시에는 그 삶 속에서 일어난 사실이 숨어있었고, 시인의 생각과 관점과 성찰과 반성이 들어 있었다. 또 그 시를 쓴 시대의 세상이 숨김없이 들어 있었고, 그 세상에 대한 애환과 풍자, 그 세상을 받아들이는 철학과 관조와 신념도 거침없이 펼쳐져 있었다. 시를 쓰는 이의 치열한 역발상과 관찰력, 그리고 언어 탐색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문사철(文史哲)이 어우러진 인문학 콘서트 현장이었다.>(6)

 

그러한 저자의 관찰은 시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 숨어있는 - 인문학적 읽을거리를 독자들에게 드러내 보여주는데, 그러한 읽을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옛 시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인문학적 안목을 넓히고 깊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옛 시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을 문사철의 항목에 따라 문학 역사, 철학으로 뷴류해 놓고 있다.

 

두보(杜甫)의 시, ().

 

먼저 문학으로 분류된 시 하나를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읽어보자. 86 쪽 이하에 실린 두보(杜甫)의 시다.

 

()

 

露下天高秋氣淸 노하천고추기청

空山獨夜旅魂驚 공산독야려혼경

疎燈自照孤帆宿 소등자조고범숙

新月猶懸雙杵鳴 신월유현쌍저명

 

이슬 지는 하늘 높이 가을기운 맑아서

빈 산에 홀로 있는 밤나그네 마음이 놀라네

외로운 등 하나가 비추는 외로운 돛배는 잠들고

새로 달이 걸리니 쌍절구 소리가 우네

 

이 시를 읽으면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어내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이슬이 내리는 것을 느낀 두보(이 시의 작자),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으리라. 참 하늘이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넓은 허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맑은 가을 기운을 호흡한다. 그러니까 고개를 들고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호흡하는 어떤 사람이 露下天高秋氣淸 (노하천고추기청)의 숨은 주어이다. 두보는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할 때, 유독 아름답고 맑고 고운 풍경들을 데려온다. 슬픔과 외로움이 지독해지는 것은, 저 아름답고 맑고 고운 것들의 대비 속에서이다.> (87)

 

저자는 이 시에서 숨은 주어를 찾아낸다. 그래서 두보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다음 연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를 통하여 그리움을 그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저자는 두보의 시를 조곤조곤하게 읽어가면서, 두보의 속마음을 찾아내고, 그려낸다.

 

맹호연의 시, 낙양방원습유불우(洛陽訪袁拾遺不遇)

 

또 다른 시를 읽어보자. 이번에는 95쪽 이하에 실린 맹호연의 시다.

 

낙양방원습유불우(洛陽訪袁拾遺不遇)-

낙양에서 원 습유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함-맹호연(孟浩然)

 

洛陽訪才子(낙양방재자)

江嶺作流人(강령작유인)

聞說梅花早(문설매화조)

何如此地春(하여차지춘)

 

낙양으로 재기 넘치는 그를 만나러 갔더니

강령에 유배간 죄인이 되었다 하네

듣자니 매화가 일찍 피는 곳이라던데

어떤가, 이곳 낙양의 봄은 

 

친구가 보고 싶어서 천리길를 멀다 않고 찾아갔는데, 그 친구가 귀양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어떨까? 먼 길을 간 그 수고가 도로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그 친구가 귀양건 것, 그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맹호연은 그런 심사를 이 시에 옮겨 놓고 있다.

 

<맹호연은 허망한 마음으 달래며 이 시를 썼다. 유배 간 그 곳은 매화가 일찍 핀다하니, 친구는 꽃을 즐기고 있는가. 사실은 이 친구가 세상의 매화가 아니던가. 그대가 거기로 갔으니, 그 곳에 매화가 일찍 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로군.>(96-97)

 

사실은 이 친구가 세상의 매화가 아니던가. 그대가 거기로 갔으니, 그 곳에 매화가 일찍 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로군이라는 저자의 해설을 읽기 전에는 聞說梅花早(문설매화조)”라는 구절을 단순히 그 친구가 유배 간 그 곳이 매화가 일찍 피는 곳이로구나, 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저자의 해설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구절을 통해 맹호연이 그 친구를 얼마나 아끼는지, 사랑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 다음 이어진 구절 역시 쓰여진 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何如此地春(하여차지춘)” “어떤가, 이곳 낙양의 봄은

 

저자가 찾아 낸 맹호연의 심사를 깨닫지 못했다면, 이 구절 역시 기껏해야 중립적으로 읽혔을 것인데, 속 뜻을 알고 나니, ‘이 곳 낙양의 봄은 봄이 왔으나 봄은 아닌 것이다로 읽힌다.

 

<맹호연은 문득 낙양의 봄을 돌아본다. 매화를 귀향보낸 이 곳은 어떤가. 봄이 왔으되 이게 어디 봄인가.>(97)

 

이렇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게 이 책의 의미이다. 행간 속에 숨어있는 뜻을 헤아려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 시를 그냥 거기에 그치면 안된다. 그저 하나의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한 시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여기엔 그런 조처를 한 군주와 권간(權奸)들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얼핏 깔려있다. 맹호연의 표현들이 워낙 조심스럽긴 하지만 매화조(梅花早)는 당시의 정치적 봄날을 심문하는 날렵한 풍자가 아닐까 한다.>(97)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시 속에 감추어진 역사, 그리고 철학을 짚어가면서 읽어가는 재미, 인문학적으로 읽어가는 것. 그게 진짜 시를 읽는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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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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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주고 싶은 저자의 숨쉬기

 

 

나는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

 

책이 좋은가 어떤가는 책중에 등장하는 인물- 주인공 또는 저자 - 에게 얼마만큼 감정이입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감정이입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책에 대한 몰입도는 높아지고, 책에 대한 애착이 높아진다. 그러면 책 중의 주인공과 공감하며 그와 같이 책 속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가 아프면 나도 아픈 것 같고, 그가 힘들면 가서 도와주고 싶고, 그가 환호하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 그런 현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타났으니, 이 책은 그래서 일단 합격점이었다.

 

그 정도는 책 중반을 넘어서자, 임계점에 달했다.

그래서 156쪽의 불쾌한 요가학원에 이르러서는, 뭐 이런 학원이 다 있어? 하면서 저자와 같이 그 학원을 같이 빠져나오는 기분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저자의 태도가 바뀌고, 그 학원에서 드디어 숨쉬기를 시작했을 때에는 나도 그 학원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드디어 저자가 숨쉬기 -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를 시작했을 때 나의 가슴을 꽉 막고 있던 - 저자의 풀리지 않는 상황처럼 - 가슴이 뻥 뚫리고, 그의 상쾌함에 나도 동참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주제 - 요가 -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읽으면서도 그런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읽혀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저자의 글솜씨 - 그래서 소설가?- 도 물론 한 몫을 하지만 그것보다는 저자의 솔직성과 젠 체 하지 않는 성격 덕분이라도 하는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요가의 효과, 두 가지만

 

요가에 대해 문외한이라 이 책에 주요 주제로 등장하는 요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저자를 따라가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요가의 효과가 대단한데 다음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이것은 저자의 깨알같은 유모어 구사 덕분에 주차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요가의 효과이니, 특별한 기록이 필요할 듯 해서, 기록에 남기고 싶은 것이다.,

 

마트나 백화점에 차를 주차해 놓고는 어디에 세워 뒀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는 등 건망증이 무척 심했던 분이 요가를 하면서부터 건망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217)

 

주차된 차량을 몸으로 밀어 옮길 때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서 항상 남편의 도움을 받던 분이 어느 날부터인가는 자기 혼자 힘으로 충분히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217)

 

드디어 숨을 쉬다.

 

숨을 쉬었다. 저자가. 이렇게 기쁠 수가!1

뭐 막혔던 숨을 쉬었다는 것이 아니다. 요가에서 말하는 숨을 제대로 쉬었다는 말이다.

 

나도 이 부분, 저자가 숨쉬는 것에 대하여 요가강사 - 남자, 새로 등록한 학원의 남자 강사- 로부터 숨쉬기에 대해 질책을 받으면서 애닳아 하는 것을 읽으면서, 뭐 그리 유난을떨까, 하면서 나도 저자와 같이 덩달아 떨더름해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강사의 말을 하나 둘씩 듣다 보니점점 납득이 되는 것이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자.

 

<여러분이 살아있는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죠. 숨이 멈추면 생명도 더 이상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을 쉬고 있다는 증거이고요. 그런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와 화 때문에 숨을 잘 쉬지 못합니다.>(200)

 

듣고 보니 백번 맞는 말이었다. 숨쉬기, 누가 제대로 한번 살펴본 적이 있던가? 그냥 숨이 붙어있으면 쉬는게 숨이지, 뭐 별 다른 방법으로 숨을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 버린 숨쉬기.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느낌, 가능한 일인가?

<내가 움직여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숨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이 순간. 마침내 숨이 가득차 오르다가 저절로 멈추는 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더 이상 를 가두는 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200)

 

이 글을 읽는 동안에, 저자의 길을 따라 같이 왔기에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비록 내 몸은 그렇게 못할지라도 충분히 글의 내용이 이해되었다. 그렇겠다. 맞겠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의 간난고초(艱難苦楚) 극복에 박수를

 

이 책은 저자가 치열하게 해온 구도의 궤적을 기록한 책이다.

대개의 경우 구도의 궤적을 기록한 책들은 너무 주관에 치우쳐, 독자들의 지지를 - 매니아를 제외하고 - 받기 어려운 법이다. 이 책 역시 요가를 주제로 한 저자의 체험을 기록하고 있기에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여겨질 것이다. 하여 요가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거나, 요가를 잘 아는 독자들은 호감을 가지고 대할 것이나, 요가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는 문외한 중의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은 선뜻 손에 잡기가 어려운 책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각오를 하고 읽기 시작한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요가의 자세 - 책 중에 삽입되어 있는 요가의 자세설명 - 나 심심풀이조로 읽어본다, 셈치자.

 

그런데 그런 생각은 1, 청춘, 뚱뚱한 몸, 고단한 마음에서 깨져 나갔다.

이건 단순한 요가 책이 아니구나,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청춘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청춘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왔다. 요즈음 별 볼 일 없는 청춘이 얼마나 많은가, 그중에서도 뚱보라면 그래서 외모부터 비호감이라고 여겨진다면, 그 인생은 청춘은 청춘이로되, 이미 한 물간 인생 취급받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이 아니고 요즘 세상인심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시작하더니,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저자는 인생살이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간난고초(艱難苦楚)를 극복했노라고 기록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어떠한 우연이나, 요행수 하나없이 그저 순수하게 저자의 그 치열함으로! 그러니, 이 책이 맘에 드는 것이다. 저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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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치유력 셰익스피어 인문학 - 셰익스피어, 삶의 무대에서 치유의 깃발을 올리다
최용훈 지음 / 페르소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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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에게 인생의 길을 묻다.

 

이 책의 가치는 두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인생의 길을 보여주는 인문학

 

첫번 째는 저자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함으로서 뽑아낸 우리 인간의 모습, 그리고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들 수 있겠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왜 세익스피어를 읽는가?

그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추구해 온 영원한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j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 해답이 든 상자를 열 열쇠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그 해답이 든 상자를 열 열쇠,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 열쇠를 손에 쥔 기분이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 속에는 이미 모든 것은 빠져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희망만이니, 그 희망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그 상자를 마져 열어보는 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그렇게 이 책은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세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찾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자는 그런 것을 샅샅이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으니, 저자의 안목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저자는 연이어 말한다.

<우리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현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의 영역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은 그가 우리의 열망, 결함, 희망, 사랑, 동경을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머리말 중에서)

 

저자는 세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그가 뽑아낸 것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그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 우리의 내면을 탐색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세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과 현대성에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인간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10)

 

결국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하여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인문학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으니, 저자는 인문학적으로 세익스피어를 훌륭하게 분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길을 보여주는 세익스피어

 

그런 성찰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 책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의 두 번째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20개를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1. 시놉시스 : 작품 줄거리와 주요 포인트 해설

2. 리뷰: 작품배경, 주제설명, 인간과 세상에 관한 세익스피어의 철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분석해 놓음

3. 쿼테이션 : 명대사 인용문

- 작품속 명대사에 따른 주된 관점 재조명

- 내용별 주제에 따른 관련 대사 해설.

 

이런 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이런 소개글을 통하여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개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다면, 세익스피어에 대하여 상식적 수준의 지식만 가진 독자들일지라도 세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저자의 의도를 따라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그 작품 속에서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은 인문학적 성찰을 하고 있는 자기를 발견하게 되며,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익스피어가 말한다 -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또한 여기에서 우리가 지금껏 금언 정도로 들어 알고 있던 훌륭한 발언들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 햄릿이 그의 어머니에게 한 말. (16)

 

은혜를 모르는 자식을 두는 것은 독사의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 아프다!”

- 리어왕의 독백 (38)

 

내가 누구인지 말 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 리어왕의 독백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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