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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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클리어런스 플랜거들고 싶었다.

 

등장인물에게 큰 응원을 보낸다.

 

이 사건, 신문지상을 통하여 흔하게 접하는 가정폭력의 하나라는 점, 경각심을 주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런 가정폭력을 어떻게 해결하나?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상대방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제거, 죽이는 방법이다.

 

이 소설에서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죽이는 방법으로 그 현상을 타개하는데, 이 경우 사람을 죽이다니,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은 애초부터 들지 않았다. 물론 죽어도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카나코가 남편 핫토리 다쓰로에게 맞고 사는 것에 어떤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기에, 그렇다면 그 방법만이 최선의 길이었다는 판단은 친구인 나오미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때에 이미 내렸다.

 

<다음날부터 나오미의 머릿속은 어떻게 다쓰로를 사라지게 만들까 하는 공상이 지배하게 됐다.>(125)

 

어떻게 제거하지? 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있나? 죽이는 것 밖에!’

나오미는 그런 나의 바람을 충실히 따라주었다.

 

<설령 경찰이나 재판소같은 공적인 압력을 이용하여 이혼한다 해도 다쓰로가 살아있는 한가나코는 계속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녀의 편안한 일상을 되찾아주기 위해서는 다쓰로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25)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일에, 주인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발, 일이 성사되기를, 그리고 그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빌면서 책을 읽었다.

 

빈틈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전반부인 <나오미 이야기>를 읽으면서 약간의 빈틈을 보았다. 나오미와 가나코가 세운 클리어런스 플랜, 말이다.

아니,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거야? 뭔가 빈틈이 있는데 나중에 어쩌려고?’

 

그런데 바로 그게 저자가 노린 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후반부인 <가나코 이야기>를 읽으면서였다. 내가 생각한 그 빈틈이 하나하나 나오미와 가나코의 발목을 잡는 것이 되며, 아울러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치가 되고 있었다.

 

다쓰로의 시신을 싣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장면에서는 분명 폐쇄회로(CC)TV가 어디쯤 있을 것인데하는 안타까움, 시신을 담은 가방을 들고 아파트에서 나오는 장면에서는 ? 아파트 엘리베이터 그리고 현관에 분명 CCTV가 있을 것인데하는 안타까움은 <가나코 이야기>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그런 빈틈을 파고드는 틈새공격이 연속해서 주인공 둘을 코너로 몰아댄다. 이 장면에서 나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렸다. 이렇게 막바지로 몰리다가 끝에는 그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의 변화를 주목하며

 

이 소설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주인공 둘의 성격이다. 특히 가나코의 변화는 이 소설을 극적으로 끌고 가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맞기만 하던 그 성격이 일을 저지른 다음부터 - 아니 일을 저지르는 그 순간부터 - 확연하게 변한다. 적극적이고 끈질기게 싸우는 모습이 된 것이다.

 

그런 성격의 변화가 이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며, 결국 방해하는 자들광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그런 것들이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요코와의 질긴 싸움,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에 끌려가서도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 등은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장면들로 만들어간다.

 

독자들은 그런 장면마다 가나코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버텨주기를, 좀 더 악착스럽게 버텨서 그 곤경의 자리를 빠져나오기를 고대한다.

 

안도의 큰 숨을 내쉬며

 

<그 때 눈앞의 부스에 다른 직원이 나타났다. 중년남자였다. 문을 열고 여직원과 뭐라고 대화를 나눈다. 가나코는 정지선에 선 채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487)

 

이 장면, 눈에 떠오른다. 이제 게이트 개찰구, 비행기까지 몇 미터, 문 하나를 앞에 두고 그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일까? 저 남자, 혹시 무슨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닐까? ‘승객중에 가나코씨 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방송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지금까지 애써 도망친 그 수고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데.....

 

그 다음 장면을 읽어본다.

<여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부스에서 나온다. 대신 남자가 앉았다. 단순한 교대였다. 그럴 게 뻔했다.>

 

, 그거구나......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장면, 게이트 직원들이 업무 교대를 하는 단순한 장면.

그러나 작가가 이 시점에서 집어넣은 이 단순한 장면 하나는 모든 독자들의 침샘을 마르게 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한다.

 

그 부분을 읽고나니, 비로소 안심이 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긴장감.

그 긴장감은 <직원이 스탬프를 손에 쥐었다. , 하고 소리내어 여권에 도장을 찍었다. 항공권을 사이에 낀 후 표지를 덮고 말없이 카운터 위로 돌려 놓는다>에서 비로소 풀린다.

 

긴장감이 풀리며, 내 다리에 힘도 풀린다.

책을 읽으며, 긴장감과 함께 다리에 힘을 준 것은 이 책이 아마 처음인 듯하다.

나오미와 가나코가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요코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그 때 내 다리에 힘을 너무 주었나 보다.

 

작가가 내린 결말, 아주 좋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결말을 어떻게 할지 작가도 마지막까지 망설인 소설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주인공들과 함께 조마조마,두근두근, 즐겨주세요.>

 

작가가 망설이다 내 놓은 결말에 박수를 보낸다. <델마와 루이스>같은 결말이었으면,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몇 마디 투덜거렸을 것이다.

엔딩신이 그런대로 멋있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너무 불쌍하잖아

그런 소리 않게 해주어서,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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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기술 - 글쓰기, 누구나 잘할 수 있다!, 개정증보판 기자처럼 글 잘쓰기 1
배상복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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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쓴 글을 점검해 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서평 쓰려면 먼저 책을 잘 읽어야 한다. 그 다음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 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써야 한다.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 것, 그게 부러워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나도 어떻게 하면 글 잘 쓸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서평 쓸 때만이라도 글을 제대로 잘 쓰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내가 지금껏 의식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써오던 글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말과 글을 재미있게 풀어 씀으로써 일반인들이 우리말과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중앙일보 어문 연구소 부소장인 배상복 기자가 우리 말 글쓰기를 잘쓰는 방법에 대하여 쓴 책이다.

 

내가 쓴 글을 점검해보다

 

위의 글을 써놓고, 새삼 책 속의 내용 하나를 떠올려 본다.

<문장은 짧게>라는 항목에 나오는 말이다.

 

<한 문장은 딱히 몇 자가 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30-50자가 적당하다. 길어도 60자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 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35)

 

그 가르침에 비추어, 내가 쓴 위의 글을 한번 따져 보았다.

첫째, 문장이 길다. 저자가 말한 바, 한 문장에 들어간 글자 수가 60자를 훨씬 넘는 것이다.

둘째, 한 문장 안에 두 가지의 내용이 들어있다.

하나는 이 책은 배상복 기자가 썼다는 것을 말하는 내용이고, 또 다른 것은 배기자가 받고 있는 평판을 인용해 놓았다. 그 두 가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연결하여 만든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가르침에 비춰 보았을 때에 어색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 ‘~을 부인할 수 없다란 말을 써놓고 보니, 이것도 역시 마음에 걸린다. 영어식 구문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그렇게 나의 글쓰기를 되새겨 보게 만드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문장의 십계명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글쓰기를 할 때에 필히 참고해야하는 사항들로 엮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문장의 십계명으로 제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중복을 피하라

호응이 중요하다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알라

 

몇 가지 의아한 항목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잘 못 배운 탓으로, 글을 쓸 때에 잘 못 쓰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듣고도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여기 적어둔다.

 

<군더더기 없애기> 항목에서

 

이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등장한다.

 

먼저 이런 문장을 제시한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래서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24)

 

그런 문장이 왜 잘 못된 것인가를 다음과 같이 해설해 놓고 있다.

 

<접속사 그래서’‘그러나가 문장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지게 만든다. 접속사를 자제해야 깔끔한 문장이 된다. 특히 일이 순서대로 진행될 때에는 접속사가 글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므로 없애는 게 낫다. 진정한 목수는 못을 박지 않는다.>

 

그렇게 해설한 다음에 수정된 문장을 제시한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처음 제시된 문장에서 접속사 그래서그러나'를  빼버린 것이다.

그런데 (, 나의 이 버릇. 접속사를 사용하려는 이 본능적인 행동!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할 때에 쓰는 말, ‘그런데 말입니다를 떠올려 보면, 내가 그런데라는 접속사를 사용한 것을 이해해주실 것이다.) 저자가 잘 된 문장으로 제시한 글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문장을 연결시키는 기능을 하는 접속사를 단지 문장이 늘어진다고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의아하다.

 

저자가 제시한 문장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부드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무언가 그 문장에서 빠진 기분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게 무얼까? 바로 접속사이다. 접속사가 빠져 있으니 앞 뒤 문장이 - 물론 그 의미는 이해되지만 -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언가 더 있다. 저자는 이런 말도 하고 있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 그렇다고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단조로우므로 길이에 적당히 변화를 주면서 리듬감 있게 써야 한다.> (35)

 

그렇다. 리듬감! (물론 이 말이 정확한 우리말인지 모르겠다, ‘리듬이란 외래어와 ()’이라는 한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말, 리듬감, 이게 괜찮은 말인지?)

저자가 위에서 제시한 문장을 읽어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접속사를 그런 식으로 배제하기 보다는 적당히 살려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저자가 제시한 글)

 

(내가 생각해 본 문장들)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는데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글쎄, 내가 저자가 말한 잘쓰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의미 중복>

 

이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가 제시한 잘 못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저자는 이 문장이 잘 못되었다며 그 이유를 밝힌다.

<‘정도는 같은 뜻으로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57)

 

그런 설명 뒤에, 잘 된 문장으로 다음 두 문장을 제시해 놓고 있다.

 

1.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약 한 시간 걸린다.

2.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정도를 같은 뜻으로 볼 수 있을까?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 낸 두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

[관형사] ‘대강2’, ‘대략의 뜻으로, 그 수량에 가까운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

유의어 : 1

 

정도 (程度) [명사]

1. 사물의 성질이나 가치를 양부(良否), 우열 따위에서 본 분량이나 수준.

2. 알맞은 한도.

3. 그만큼가량의 분량.

유의어 : 가량5, 4, 분량

 

사전적 의미에서는 두 단어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니 원래의 문장은 잘못된 문장이 아니지 않을까?

 

2부의 <우리말 칼럼>중에서, 너무 예쁘다(?)

 

이책이 인쇄된 것은 112015525일이다. 그러니 약간의 시차를 두고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이 책에서 잘 못 쓰는 사례로 든 사항이 바뀐 것이 있다.

 

바로 너무 예쁘다(?)’란 항목. ‘너무란 말은 그 뒤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 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너무 예쁘다라는 말은 잘 못 쓰여진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종전까지 유지해오던 그런 견해를 바꿨다,

 

다음은 관련기사 중 일부이다.

 

<그동안 부정적인 표현에만 사용 가능하던 부사 너무를 이제는 긍정적인 표현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틀린표현으로 교열 대상이던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는 말도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5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변경했다.>

 

지난 15일이라 함은 2015515일을 말한다. 그러니 이책을 읽는 분들은 이 부분 고쳐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다양한 문장 사례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문장이 어때야 잘써진 글인지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1부의 문장의 십계명에서는 구체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2부의 우리말 칼럼에서는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던 단어, 용법들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내 글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여, 결국 글을 잘 쓰게 지도해주는 교사의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 거기에 이 책의 가치가 있는 점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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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불타는 반도 1~5 세트 - 전5권
윤규창 지음 / 밥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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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렇게도 공부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이점

 

저자는 누구인가?

 

현재 구미에서 영어 학원 원장인 저자 윤규창은 "코끼리 쌤" 으로 불린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언어(러시아어)를 전공한 교사가 지은 것이다.

 

이 책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다.

 

그러니 이런 궁금증이 든다. 왜 학원 원장이 이런 역사 소설을 썼을까?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 우리 역사를 바로 알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역사 소설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단편적인 역사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저자는 소설 형식을 빌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교과서적인 전개를 넘어서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치를 해 놓고 있다.

 

소설적 장치, 이야기를 맛있게 만들다

 

이야기의 전개와 서술 방식

 

이 소설의 주제가 되는 이야기는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다. 임오군란, 동학 혁명, 명성황후 시해 사건들.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줄거리의 전개를 날짜별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기대어 소설가가 창조한 인물을 역사적 사건에 진입시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역사적 사건의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직접 뛰어 들어가 체험하고 같이 일들을 겪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글이 더 사실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는 독자라면, 마치 역사적 사건의 한 복판에 들어서서 몸소 그 사건을 겪고 있는 듯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

 

저자는 이 소설에서 비단 사람들만 주인공으로 역할하도록 하는게 아니라, 개를 등장시킨다.

그런데 그 개에게 부여한 재능이 특이하다, 그 개 - 진스칸- 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글을 읽을 줄 알며, 또한 육체적 능력도 탁월하다. 지구력은 물론이고, 태견과 유도를 응용한 기술도 습득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연장도 사용한다. 그러니까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재능을 가진 개 진스칸은 이 소설에서 아주 유용하게, 즉 이야기에 재미와 호기심을 자아내고,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의 활약도 볼만하게 펼치고 있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자료 제시

 

<1894년에 비단 한 필은 쌀 한 가마와 바꿀 정도로 비싼 것이었습니다.>(1126)

 

동학 농민군과 정규 군사들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실제 사망, 부상자 수 까지도 자세히 서술하였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 사실감을 부여하여 전투장면을 자세하게 그려놓고 있다.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 4천명도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사망자가 50명 부상자가 180명이나 되었고 이 방언이 이끄는 농민부대에서는 사망자가 90명 부상자가 280명이 되었습니다.> (1132)

 

줄거리 한번 살펴보자

 

구 한말, 이야기는 임오군란에서 시작된다. 역사 교과서에서 임오군란 이란 항목에서 배운 내용들이 주인공 이장식의 입장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임오군란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동학혁명으로 이야기를 옮겨간다. 그 후 명성황후 시해 사건도 등장하고,

이러한 사건의 와중에서 주인공 이장식은 결국 전사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그의 딸인 서희가 진스칸과의 재회, 그리고 이장식의 제사에 가족이 모이고,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의 가치

 

이렇게 구한말의 주요 사건들이 이 소설에 소재가 되는데, 이를 - 앞서 말했지만 - 일자를 제시하면서 기록하고 있으니 마치 넌픽션같은 기록성이 느껴지기도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넌픽션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역사 교과서에서 몇 줄로 설명이 되는 사건들을 드라마처럼 연결된 구체적인 장면 장면들로 바꾸어 볼 수 있게 되어, 역사적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역사의 앞 뒤를 꿸 수 있는 이점도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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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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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찌질함도 위대함의 일부인가?

 

어쩔 수 없는 모순적 존재, 인간

 

저자는 보잘 것 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을 가진 표준어 지질하다를 발음대로 표기한 찌질함과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위인전의 결합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라 말한다.(5) 맞다. 찌질함과 위인전이라는 말은 같이 사용할 수 없이 모순적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인간치고 모순 없는 존재가 어디 있던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순의 존재이고, 따라서 이 책 그런 모순을 찾아내어 위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목적을 지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위인 11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처음 각인되었던 처음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니 위인의 위인다운 모습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그러한 위인들의 이면을 만나게 되는 재미, 그게 이 책을 접했을 때 처음 갖게 되는 생경함이요, 신선함이다.

 

위인의 찌질함을 보는 두가지 방법

 

그러면 저자는 어떤 측면에서 위인들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가?

저자는 위인을 우리 보통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자리에 놓고, 마치 하늘의 별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위인을 다시 보자는 주장을 한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첫째로, 위인에게서 우리가 듣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낸다. 지금껏 듣지 못했던 그 사람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그들을 인간답게바라보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예로는 김수영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저자는 김수영이 아내를 구타한 사건을 보여준다. 왜 김수영은 길에서 아이들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는 곳에서 아내를 구타했는가? 그리고 거기에 얽힌 사연은 무엇인가? 등등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껏 몰랐던 김수영의 모습을 보게 된다.

 

둘째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느냐,하는 점이다.

예로는 간디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저자는 간디에게서 한계적 인간의 전형을 찾아낸다.

 

<간디의 한계는 그가 카스트 제도의 철폐까지는 주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0쪽)

 

<간디는 기존의 틀 자체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201쪽)

 

<20세기 이후 세계 역사에 있어서 간디만큼이나 정치적, 종교적 색채가 혼재되어 있는 인물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어떤 관점을 갖고 간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한다.>(218)

 

여기서 찾아낸 새로운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알게 되는 위인들의 찌질함은 실상은 위대함의 일부이다. 결코 그것이 분리되거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들은 위인의 그러한 면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러한 찌질함을 읽게 되어, 결국은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헤밍웨이의 경우, 찌질함 자체

 

헤밍웨이의 경우는 처음부터 위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품은 어쩔지 모르겠으나, 그 작품 몇 편만으로 그를 위인의 대열에 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의 판단이 이 책을 읽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위인이라는 분류에는 처음부터 들어갈 사람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여기 소개된 일화들, 사건들을 통해 판단해 보건대, 찌질함 그 자체가 아닐까 판단된다.

 

찌질함에서 벗어나는 철학

 

저자가 찌질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진짜 찌질한 것은 무엇이든 그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내 목숨이 영원할 것 같고, 내가 가진 권력이나 돈이 영원히 나에게 머물 것 같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대한 찌질함의 가능성이 열린다. 때문에, 불안이 반드시 영혼을 잠식하는 것도 아니고, 불안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도 아니며, 반드시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는 더 찌질해질 수도, 덜 찌질해질 수도 있다.>(249)

 

그들의 찌질한 면들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찌질함이 결코 위인의 모습을 허물거나 가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찌질한 면모를 지닌 그들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사람인 이상 모순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찌질함이 결코 그들의 위인됨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의 위대한 업적에 가려진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하여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찌질한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니,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거기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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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람을 모방하라 : 마키아벨리처럼 - 위기를 창조적 도약으로 바꾸는 자기혁신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3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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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처럼 탁월한 사람을 모방해서 정치하라

 

이 책의 장점, 저자 그 자체

 

저자 신동준은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찾아낼 수 있는 리더십의 요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저자의 탁월한 경력에 기인한다.

그는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한 사람이다.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필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펴낸 책을 살펴보면,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그의 능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은 <탁월한 사람을 모방하라, 마키아벨리처럼>인데, 단순히 마키아벨리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그저 사변적인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왜 타당한지,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내어 놓는 점이다.

 

게다가 그 실례는 어느 한 곳이나 한 시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동서양을 넘어서, 또한 시대를 넘어서 풍부한 사례들을 끌어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별히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이 책의 주재료로 삼으면서 <한비자>를 곁에 놓는다.

 

천년을 두고 내려온 동서양의 고전, <군주론>과 <한비자>를 같이 엮어 놓았는데, 어찌 그뿐이랴, 해박한 저자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그 두 고전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가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은 생동감으로 넘친다. 그래서 이 책은 먼 옛날의 고전이 현대에 살아나 팔짝 팔짝 뛰는 형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 간언을 둘 수 있는 좋은 참모를 두라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런 식이다.

 

<마키아벨리의 시각에서는 군주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은 산하들에게 얕보여 경멸을 당하고, 나아가 탐욕스런 모습으로 인해 백성의 증오 대상이 되는 경우다.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넘어 경멸을 받고, 비나의 차원을 넘어 증오의 대상이 되면 군주는 보위을 유지할 길이 없게 된다. 권신에 의한 시군찬위(弑君簒位)가 빚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조가 뒤집히고 정권이 뒤바뀌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68)

 

이렇게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설명한 다음에 저자는 바로 이어서 한비자를 들어 그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한비자도 마찬가지다,. 한비자가 간겁시신(姦劫弑臣)에서 이를 집중 거론한 것이 그 증거다. ....한비자는 간신과 겁신 및 시신에게 휘둘리는 군주를 문둥병자만도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68)

 

그럼 저자는 이런 주장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들어 이해를 촉구한 다음에 어떻게 글을 마무리하는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는 요즘의 나라나 회사에 대입해도 똑같다. 복잡한 세상에서 대통령이나 CEO는 모든 것을 다 알고 판단할 수는 없다. 믿을만하고 유능한 참모를 곁에 두어 그들의 의견을 듣고, 깊이 생각하여 자신만의 판단을 하고, 일단 정해진 결론은 인내를 갖고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나라나 회사는 풍전등화 앞에 있는 것이며, 자리를 보전하기도 쉽지 않다. >(69)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책 <군주론>에서 찾아낼 수 있는 리더십 관련 항목을 36가지 추출해 낸다.

 

<군주론>의 요체

 

36개 항목을 대분류한 내용을 보면 저자가 어떤 모습으로 리더십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하는 리더십

끊임없이 새로운 성공을 이루는 리더십

너그러우면서도 두려운 지도자가 되는 리더십

원할 때 들을 수 있는 조언자를 두는 리더십

사자의 위엄과 여우의 지혜를 동시에 가지는 리더십

탁월한 사람을 창조적으로 모방하는 리더십

 

이렇게 리더십으로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요체에 접근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삶과 사상에 관하여>라는 항목으로 마키아벨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하여 친절한 안내를 해주고 있다.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잘하는 게, 정치가

 

이 책을 읽고 난 서평의 마무리는 이런 말을 인용하면 어떨까?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정치를 윤리,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을 거부했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현실이고, 이는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390)

 

정치는 그런 것이라는 것을 특히 우리나라 정치가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굳이 다른 말로 말하자면 마키아벨리처럼 탁월한 사람을 모방해서 정치하라는 말이다. 물론 국민들은 이것을 명심해서 현실에서 선택을 잘 하는 정치가에게 투표하는 것을 두말할 나위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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