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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그래서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게
되는구나
이 책을
읽다가,
어느
부분에선가,
무릎을
쳤다.
책을
읽으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
좋은
내용이 있으면 그저 밑줄 긋고 기억해 두어야지,
하는
정도였는데,
저자의
책 읽는 방법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많았다.
책을 철저하게 내 것으로
만든다.
저자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기화(自己化)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대상 작품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이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
어느
날 강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소설의
내용은 어느 날 하루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것이 전부이다.
그런
하루,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그저 지루한 하루,
저자는
거기에서 ‘나의
일상’을
떠올린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수용소의
삶이나 나의 삶이나 대단한 것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뻔한
일상에 갇혀 있는 나의 삶이 과연 교도소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그야말로
도진개진이다.”(124쪽)
“감옥
밖에서의 경쟁에 질 수는 없고,
그러려면
뇌물이나 비리에 합류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잘 할 자신은 없고.....이것은
나의 두려움이기도 했다.”
(125쪽)
“그리고
그 질문은 나에게 돌아왔다.”
(127쪽)
“나에게
주어진 불행과 삶의 모순들이 다른 장소,
다르게
살고 있는 소설 속 누군가의 삶애서 반복되는 것을 보았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을 고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순과 문제들의 해결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고,
나의
하루에 일희일비하는 작은 순간들도 삶의 중요한 내용들임을 말해 주었다,”(128-129쪽)
그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에 도달한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가...........<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내가 찾은 답은 삶에 대한 서툰 기대나 어설픈 희망 따위를 버릴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129쪽)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그래서
나는 실체없는 바깥세상의 자유보다는 지금 내 삶 안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의미들에 집중하기로 했다.”(132쪽)
그렇게 저자가 책에서 읽은 것을
자기화 하는 것을 보면서,
책은
그냥 어설픈 교훈이나 얻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삶에,
자기
삶에서 붙잡고 갈 그 무엇을 뽑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은 더 이상
교양이나,
지식의
충전 방편이 아니라,
생을
움직이게 하는 깨달음을 얻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게
되는구나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바로
‘나의
언어’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책이 보여주는대로,
그것도
내 인생이 아닌 남 -
책
속의 주인공-
의
인생만 보고 있었는데,
이제
그 시선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것을 통찰력이라
한다.
덧붙여 말하기를 통찰력이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의 주변을 재배열하는 힘’이라
말한다.(9쪽)
그런 통찰력이 생기게
되면,
이제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보게 되고,
읽게
되는 것이다.
다시 니체를 읽으며
저자가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읽고 전해준 말이 있다.
바로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나누는
이야기이다.
거기에서 가장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면,
‘관찰한
것을 모두 체험하고 체득한 뒤,
집에
돌아와서 곧장 그것을 다시 여러 가지 행위와 일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휘하며 나가는 사람들’(234쪽)
이라
한다.
나는,
그
최상의 여행자처럼,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것들을 ‘집에
돌아가서 곧장 여러 행위와 일 속에서 발휘할 수’
있을까?
이
책,
그런
질문 정도 할 수 있게 만든다.
더하여
‘할
수 있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