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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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지도자, 어디 없소?

 

<누가 지도자인가?>

이 책의 저자, 박영선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제목이다.

 

리더십, 리더십 요즈음 부쩍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가진 자 찾아볼 수 없으니, 저자의 안타까움이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저자는 정치인이 아닌가?

 

정치가의 가장 큰 임무가 진정한 리더십을 행사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인데, 그런 리더십을 제댜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에, 어떤 마음이 들까?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대해 나 자신부터 한번 깊이 생각해보고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하여 쓰기 시작했다.>(5)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

 

그것에 대하여 저자는 기자로 일했던 20, 또한 정치가로 살았던 10년 동안 만났던 세칭 지도자에 대하여 보냈던 시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자의 눈과 정치인의 눈이 합쳐진 박영선의 시선’>(7)

 

그런 시선으로 저자는 국내 지도자 9, 외국의 지도자 5명을 소개하고 있다.

 

14명의 지도자에 대한 글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기자로서의 인연을 말한다. 기자 시절에 인터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만났던 이야기를 한 다음에 다시 정치인으로서 만났던 이야기, 그러니까, 각 인물마다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명박의 경우, 기자로 도쿄에서 정주영을 취재하러 만났을 때에 그 옆에 있던 이명박을 보았던 일화로부터, 2000LKe 뱅크 대표이사 이명박을 인터뷰했고, 그 뒤로는 정치인으로 이명박을 대했던 이야기. 그래서 기자로서 또한 정치인으로서 그 인연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실은 이명박이란 인물을 다각도로 볼 수 있다는 반증이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도자

 

여기 실린 인물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시대를 만들어 간 사람들이 분명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인물들을 살펴보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긍정적인 인물로서 리더십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또한 그렇지 못한 인물들에게서는 반면교사로서의 리더십 모습을 뽑아 볼 수 있으니, 이러한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다시는 그러한 지도자가 나타나지 못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도 무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지금 갈망하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

 

다른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지금 갈망하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의 진솔함과 격정에 김대중과 같은 유연함과 포용력,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국민의 가슴을 뛰게 하고 뇌명처럼 시대를 울리는 그런 감동있는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6)

 

<시대를 뚫고 나가는 창조적 상상력과 통합적 타협의 자질이 요구되는 정치인 문재인에게는 ......>(88)

 

<“TV 프로그램 중 동물의 왕국과 ,........을 즐겨본다고 했다. ‘왜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세요라고 재차 질문하자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답변했다.>(93)

 

지도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알면 그의 관심사와 인생관을 알 수 있다. 이것 역시 지도자의 자질을 알아볼 때에 필요할 것이다.

 

<이들이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를 꿰뜷어보는 인물들인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110)

 

<위기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앞장서 위기를 돌파하는 지도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인간적 감성을 가진 지도자를 그리는 국민들은....>(127)

 

<낡은 수구와 무능 좌파의 질곡을 깨고 과연 손학규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그 중심에 설 수 있을까?>(159)

 

이런 말은 특히 꼭 기억해두었으면 좋겠다.

<그 폐해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 금융자본들이 버린 자원외교의 투기장에 때늦게 쫓아 들어가 40조원의 국고를 탕진했다. 국가 지도자의 시대를 보는 안목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 국민이 40조원의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생생히 체험하고 있다,>(218)

 

제대로 된 지도자, 어디 없소?

 

저자 박영선은 이런 질문으로 글을 맺는다.

 

왜 우리 정치인 가운데는 만델라처럼 분노를 용서로 승화시키고 은은한 미소로 국민을 편하게 해주는 지도자는 없을까?”(399)

 

이 책,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지도자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데 아주 적절한 책이라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지도자를 투표장에서 선별할 수 있도록, 모든 유권자들이 일독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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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문예 세계문학선 118 문예 세계문학선 118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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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구체적으로 그리다

 

톨스토이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사랑의 관념에 투철한 기독교 정신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그 고뇌의 산물이 바로 이 작품집에 실려있는 작품들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이런 작품들을 몇 번 씩 번역판을 바꿔가며 읽어왔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이번에는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그런 작품들을 마치 처음 읽는 기분으로 읽어보았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작품에는 제목으로 삼은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하여 다른 두 개의 질문도 들어있다.

 

묵직한 질문, 우선 세가지

 

그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그러한 질문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많은 것들이 들어있겠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낯선 젊은이, 그 젊은이를 웃게 만든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 또한 마땅히 모든 사람에게 들어있어야만 하는 -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남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다.(41)

 

실상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하는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 그것은 자신이 타인에게 향하는 사랑일 수도 있고, 타인이 자기를 향한 사랑, 모두다 마찬가지이다 ,그런 사랑으로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이 작품은 먼저 그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머지 두 개의 질문은 이 사랑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다. 사랑이 없이는 나머지 두 가지 질문은 할 필요조차 없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 작품에서는 일년 내애 신어도 헤지지 않는 장화를 주문한 신사가 바로 그 예이다.(27) 그는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몰랐던 것이다. 장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 신길 슬리퍼가 필요했는데, 그것을 몰랐으니, 사람은 정작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앞의 두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이 세 번 째 질문은 저절로 알 수 있다.

바로 사랑이다.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갑작기 고아가 되어버린 두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바로 어느 한 여인의 마음에 사랑이 있어 그 아이들을 가엾게 여겼기 때문이었다.(43)

 

결론적으로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염려하고 돌봄으로서 살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직 사랑으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사랑으로 사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사는 것이며,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살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43)

 

사랑을 구체적으로 그리다

 

실상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한일서 48)라는 말은 성경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명제이다. 그러나 그러한 명제가 말씀으로만 인식이 된다면, 듣는 사람들 마음에 그것을 추상화된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구호로만 존재하는 성경말씀은 처음 들을 때에는 어느 정도 신선함을 가지고 있지만, 더 자주 들으면 들을수록, 그 말씀은 말의 성찬으로 끝날 우려가 다분해진다. 그래서 결국 입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말로만 자비를 베풀고, 말로만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이 현재 기독교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의 말씀들이 너무 추상적으로만 들려 올 때에, 그래서 성경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회의가 들 때에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무엇이 사랑이며,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보여 줄 것이다. 그러한 점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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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프에서 리더의 언어를 배웠다
김미성 지음 / 알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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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스피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골프와 스피치의 융합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우리말 속담에 있는 말이다.

그 말의 유래야 차치하고,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두 가지 이득을 얻는다는 말이다.

그 속담이 적용되는 사례는 어디 있을까?

 

여러 군데에서 그 속담이 적용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골프를 하면서 리더의 언어도 배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몸으로 익힌 말하기의 성공법칙을 골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9)고 한다. 왜냐면, 처음 골프 라운딩에 나서던 날, 골프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의 승부는 티 오프(tee off) 전에 끝납니다.”(8)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직업과 골프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후 말하기의 성공법칙을 골프에 적용하려고 노력했고, 반대로 골프를 좋아하면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골프를 빗대어 스피치 코칭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한 분야에서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이미 익숙해져 있는 분야를 꺼내어서 예로 들어가면서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쉬운 것이니까. 그런 이치를 저자는 골프와 스피치에 적용한 셈이다.

 

골프와 스피치의 융합이라고나 할까?

 

골프장 그늘처럼 말하기에도 포즈가 필요하다

 

그런 이해를 하고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생각은 의외로 적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골프장 그늘처럼 말하기에도 포즈가 필요하다’(153쪽 이하)는 항목을 살펴보자.

 

골프라운딩을 하다 보면 홀과 홀 사이에 그늘 집이 있다. 골퍼들이 라운딩 중간에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시설을 해 놓고 음료수등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이니 잠시 쉬면서 그 날의 골프를 복기하기도 하고, 또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도 해보는 그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저자는 이 그늘 집의 쓰임새를 스피치에서 적용하고 있다.

즉 말하기에서도 일시 정지 즉, 포즈 pause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을 하다가 잠깐 멈춰서 어절과 어절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여백을 주라는 것이다.

 

그런 포즈의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첫 번째는 말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청중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한편으로 청중 측에서는 강사가 말하는 동안, 청중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강사의 말과 일치하는 정보를 연결시킬 것이다. 강사가 던진 메시지가 심오하다면, 자기 만의 언어로 바꾸어 그 말을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애를 쓸 것이다.”(156)

 

청중의 이런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쉼표, 그 것이 바로 포즈다.“

 

이렇게 골프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스피치에 적용해 보니, 의외로 이해가 쉽고 또 적용하는데에도 연결이 잘 되는 듯 하다.

 

실전경험이 만든 노하우

 

그렇게 이 책을 읽은 동안에 이러한 내용들이 바로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솔직하게 자기의 경험을 말해준다.

신용정보 회사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실수한 이야기(24), 강원도 홍천군청에 특강을 하러가서, 홍천군과 서울시의 면적 비교를 통해 청중들을 사로잡은 이야기(162) 등등.

 

그렇게 강사로서의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스피치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까 하는 고뇌하고 애쓴 흔적이 바로 이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그러니 내용 중에 뜬 구름 잡는 듯한 억지궤변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골프와 스피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혹시 골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으로 골프를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골프를 하긴 했지만, 그 골프에서 이루어지는 룰이라던가 하는 것들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공만 쳐대는 식으로 골프를 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스피치와 연결하여 골프를 설명하는 것을 역지사지로 생각해 본다면, 골프의 진면목을 새삼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골프와 스피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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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3 - 연산군에서 선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3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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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불급(不及)이면 난() 이러시다

 

이 책은 <역사 저널 그날> 세 번째 책이다. 다룬 시기는 조선 시대 연산군부터 선조까지인데, 특기할만한 것은 끝에 승정원일기에 대하여 첨부해 놓았다. 20019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의 기록이다.

 

이 책은 책의 제목 그대로, ‘그날을 조명해 보는 책이다. 우리 역사에서 그날이 가지는 의미를 천착해서 독자로 하여금 역사의 진실과 만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교과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사로, 우리가 만일 그 당시 그날을 살았더라면 충분히 경험했을만한 경지로 독자들을 안내해 주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그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두 가지 갈래로 찾아 읽었다.

하나는, 지금껏 읽어왔던 역사서에서 언급되지 않아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으며 두 번째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역사의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미처 모르고 있다가 이 책에서 그 의미를 깨달아 안 것들. 그렇게 두 갈래로 읽었다.

 

정철(鄭澈),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이 책은 정철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정철은 여러 분야에서 우뚝 선 인물이었다. 그는 문학사가 기록하는 뛰어난 문인이었고 좌의정까지 오른 저명한 정치가였다. 그러나 이런 두 광채는 서로 충돌하면서 정철의 삶에 더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116)

 

정철을 가사, 사미인곡 등 문학쪽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의 폭로(?)는 뜻밖이었다. 그런 감수성 짙은 노래를 지은 사람이, 그래서 당연히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도 남을 사람이 어찌 그런 무자비한 학살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인지......

 

그래서 이 책, 해당부분을 몇 번씩 곱씹어가면서 읽었다. 전후 사정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혹시 정철에게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후세의 기록자들이 무언가 오해하지 않았던가...등등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 그대로 안광이 지배를 철할 때까지 몇 번을 읽었다.

 

이 책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결론을 짓는다.

<정여립이 실제로 모반을 추진했는지는 지금까지 논란에 싸여있다. 다시 말해서 정철은 좀 더 신중하게 수사했어야 할 사건을 가혹하게 처벌한 것이다.>(117)

<최근에는 이 사건에 선조가 가장 크게 개입했다는 견해가 많다.>(117)

 

정여립 모반사건을 다룬 기축옥사에 표면적으로는 정철이 주관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적으로 선조가 개입하여 일을 그렇게 끌고 갔다면, 그래서 정철은 그냥 꼭두각시 노릇을 한 것이라면?

 

참으로 역사란 그래서 엄중한 것이다. 한 사람의 명망이 이렇게 해석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니! 그래서 역사 앞에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 것일까?

 

정철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기억해 두는 것도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 할 때에 소신과 명분을 이야기하잖아요. 소신과 명분이 아무리 중요해도 소통과 관용이 없으면 불구가 되거든요. 어느 하나만 가지고는 정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거죠.>(138)

 

그래서 정철에게는 이런 평가를 내린다.

<정철이 바로 그 경우예요. 소신과 원칙, 그리고 당파적 이익에 너무나 충실하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할 틈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1,000명 이상이 피를 흘리게 하는 무리한 옥사를 벌이게 된거죠.>(139)

 

기축옥사가 우리 역사에서 갖는 의의

 

기축옥사로 인해 정여립처럼 진보적인 지식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 (139)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이순신 장군이 적의 흉탄에 맞은 후 했다는 말,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공식적으로 어디에 기록이 되어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들 그 말이 난중일기에 기록되었거니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일기란 살아있을 때 쓰는 것인데, 죽어가면서 어떻게 그 말을 일기에 기록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이 책에서 확실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발언은 승정원일기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

 

<‘승정원일기를 보면 이원익이라는 분이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예를 왕에게 추천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죽음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와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면모를 강조하면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 이렇게 이야기한 거죠. >(233)

 

번역이 불급(不及)이면 난() 이러시다

 

논어 향당편에 이런 구절이 보인다.

 

유주무량(唯酒無量) 하시되, 불급란(不及亂) 이러시다.

 

해석하자면, “술을 마실 때에 정해놓은 주량은 없지만 그것이 심기를 어지럽히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자를 읽으면서 띄어읽기를 잘 못 할 경우 우스운 번역이 나올 수 있다.

유주무량(唯酒無量) 하시되, 불급(不及)이면 난() 이러시다.

이말 번역하면, “주량에 차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250)

 

, 먹고 싶은 주량에 차지 않게 되면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이니, 원래의 뜻과는 천지 차이가 된다.

 

이 이야기는 승정원일기를 번역하고 있는데 그 번역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말이다. 그만큼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문제라는 것. 그러니 불급(不及)이면 난()이러시다는 것!

 

그러니, 역사를 읽고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엄중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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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여, 춤추지 말라 - 해학과 풍자의 인문학
이인환 지음 / 도어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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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아, 칭찬에 춤추지 말라

 

그리고 책 제목은 <고래여, 춤추지 말라> 인데, 물론 고래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고래를 춤추게 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 고래를 춤추게 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일까?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

아시는 독자도 있겠지만, 처세술이 자기계발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든 후에 별별 희한한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 고래를 춤추게 할 수 있다는 책들이 등장한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바로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칭찬해주면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그런 풍조를 한바탕 웃어주는 글이 있다. 이 책의 첫 글은 그래서 <고래여, 춤추지 말라>이다.

 

고래여, 춤추지 말라

 

왜 그럴까? 왜 고래에게 춤추지 말라는 것일까?

저자는 고래의 모습을 수족관에서 찾지 않는다. 고래를 <장자>로부터 끌어낸다. 바로 그게 시점의 변화이다. 고래,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조관에서 하는 고래 쇼지만, 고래의 위치를 거기에서 찾는 게 아니라, 장자가 말한 북명(北溟)에서 찾는다. 수족관과 북명! 장자가 말한 북명은 곧 상상속의 큰 바다를 말하는 것이니, 수족관을 생각하는 보통의 생각과는 처음부터 차원이 다른 것이다.

 

먼저 바다가 얼마나 큰가를 장자의 북명에서 찾은 저자는 그래서 그렇게 큰 바다에 살아야 할 고래를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준다. 수족관의 고래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북명 같은 넓은 바다에서 살아가야 할 고래를 수족관에 가둬놓고, 칭찬이라는 인위적 방법으로 춤추게 하면? 무엇이 그리 좋을까?

 

지금까지 사람들은 그렇게 춤추는 고래를 보면서 좋아했었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 육아의 영역에서부터 처세술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써먹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물론 그것도 가능은 하겠지, 칭찬의 약발이 먹히기도 하겠지. 그러나 저자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래를 가두어 놓고 춤을 추게 하는 목적은 훈육이나 교육과는 크게 다르다. 고래가 아니라 그 춤을 구경하는 사람이 중심이다. (중략) 고래에게 고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춤을 추게 하는 것이 칭찬이라면, 그리하여 그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칭찬은 범죄에 해당하는 사기에 다름 아니다.>( 22-23)

 

사람들아, 칭찬에 춤추지 말라

 

그러니, 고래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저자의 말은 실상 고래에게 들으라는 말이 아니다. 칭찬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 또 인정욕구를 이용하여 자기 계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말에 혹하여 자기 계발에 목매고 있는 이 땅의 불쌍한 사람들에게,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그래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거든, 이런 말은 어떤가?

 

<고래가 춤을 춤으로써 입는 피해는, 육체적으로는 등지느러미가 굽는 장애를 얻고 정신적으로는 대양을 잃고 속박과 억압에 시달린다. 이에 반해 얻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먹이인 비린내 나는 고기 몇 마리에 불과하다.> (23)

 

속이 시원한 말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도처에 해학과 풍자가 넘쳐난다.

비린내 나는 생선 몇 조각을 먹기 위하여 입에 발린 칭찬에 목을 매고 있는 이 현실을 파헤치는 글인 것이다

 

더하여

 

더하여 그의 글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의 생각이 흐르는 데로 흘러간다.

<부끄러움을 가르쳐 드립니다>라는 글에서는 사하라 사막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생택쥐베리로, 어린왕자로 그리고는 맹자로 튀어간다. 그리고는 술로.......

 

그러니, 그의 글은 예측불허다. 글의 제목만 보고 아, 이런 말이겠구나, 하는 식으로 지레짐작하면 글 읽는 재미를 망친다. 그러니 문자 그대로 좌충우돌하면서 길을 떠나는 그의 글을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읽어보는 재미가 넘치는 독서, 이 책이면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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