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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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날려버리고 걸어나오다

 

이 책은 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매를 길들이는 내용으로 책 한권이 되다니? 이게 동물기 같은 성격인가 싶기도 하지만, 읽다보니 매는 물론이고 인간사, 세상사를 다 아우르는 마법같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 헬렌 맥도날드의 개인적인 회고록이다. 정말 회고록일 수밖에 없는 게 매를 다루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어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록들이 많아서, 본인 밖에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것은 자기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책 제목에 대하여

 

책 제목 <메이블 이야기>는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인 참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주인공 헬렌은 주인공이자 저자이기도 하다 참매를 한 마리 기르는데 그 매의 이름이 메이블이다.

그러니 책 제목만 가지고는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바로 감이 오지 않는다.

 

원제는 <H is for Hawk>인데, 나는 맨처음 '매를 위한 H'로 해석하고는 H가 누군인지 궁금해 했었다. 그러다가 저자 이름이 Helen 인 것을 알고, , '매를 위한 H, 즉 헬렌'이라 지레짐작하고 저자가 매에게 바친 시간, 정성 등 그런 것을 의미하는 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역자는 설명을 해 놓기를, ‘H is for Hawk’라는 말의 의미는 ‘Hawk 할 때의 H’라는 것이다. (9) 그렇다면 H는 저자인 헬렌이 아니니 매를 전면에 내세운 제목 <메이블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겠다.

 

저자는 매를 위하고, 매는 저자를 위하고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와 매인 메이블과는 어떤 관계가 있길래, 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을까?

 

저자의 아버지는 어느 날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러자, 저자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받는 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어려서부터 기르고 싶었던 참매를 키워보기로 한다. 그래서 결국은 참매를 한 마리 사서 훈련시키게 되는데, 그때부터 참매와 저자와의 관계가 시작된다.

 

이 책은 그래서 메이블이라 이름붙인 참매를 훈련시키면서 저자가 슬픔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상실의 슬픔을 견디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잔잔한 문체로 담아놓았다.

 

참고로 메이블이란 말의 의미는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이다.(148)

 

슬픔을 날려버리고 걸어나오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드디어 슬픔에서 빠져 나온다.

그것을 저자는 이런 말로 표현한다.

 

<존 뮤어(산림 보호를 처음으로 주장한 환경운동가, 작가)는 이렇게 썼다. “푸르고 고요한 숲 속에서 자연은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 달래 준다. 땅에는 땅이 치유 못 하는 슬픔이 없다.”

이제 나는 이 말의 본질을 알았다. 이것은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거짓말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것이 내게 필요한 치료법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에 화가 났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손은 매의 횃대 노릇만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생은 인간 영혼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342 343)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이 참매로 상징되는 자연으로의 도피로부터 다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 즉 슬픔이 없어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다시 그 말을 사용한다.

<인간의 손은 다른 인간의 손을 잡으라고 존재한다. 인간의 팔은 다른 인간을 꼭 안으라고 존재한다.> (348 349)

 

결국 그 말은 이런 말로 결론이 난다.

<나는 매가 되기 위해 도망쳤지만, 괴로움 속에서 내가 한 일은 매를 내 거울로 만든 것밖에 없었다.>(343)

 

끝 마무리는 그래서 감동적으로 끝이 난다.

나는 매를 혼자 두고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 나온다. ”(437)

 

참매, 메이블을 슬픔과 함께 떠나보낸 것이다.

 

사족 - 특이한 서술구조

 

저자는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을 촘촘하게 기록하는데, 특이한 점이 있다.

다름 아니라, 자기의 기록과 더불어 20세기 초반의 소설가 T H 화이트가 쓴 조련서 <참매>를 군데군데 삽입하는 것이다.

 

마치 옆에 그 사람이 있는 듯, 아니면 옆동네 사는 화이트씨는 이랬다더라 하는 식으로 화이트의 매 훈련 과정을 병행하여 기록하기 때문에, 읽는데 때로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시대를 달리하는 사람이지만, 저자는 자기의 참매 길들이는 모습을 화이트의 경우와 대비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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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가지 마음의 색깔 -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요! 42가지 마음의 색깔 1
크리스티나 누녜스 페레이라 & 라파엘 R. 발카르셀 지음, 남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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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른도 읽자

 

일단, 이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다.

 

저자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라고 당부를 하고 있으니, 일차적으로는 아이들이 이 책의 대상인 셈이다.

 

당부의 내용은 느낀 대로 말해 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요점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의 상태가 무엇이지를 정확히 알고, 그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심리학자 로사는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아이가 감정에 관한 지혜를 키우게 해 달라.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건강한 정신을 키우게 하라고 말이다. (8-9)

 

감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러고보니, 어릴 적에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감정에 관한 교육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이 책을 읽어보니, 감정이 어떻게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연결이 되는지, 즉 어떻게 감정이 바뀌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예컨대, 미움이란 감정을 살펴보자,

일단 이 책에서 미움은 사랑의 반대되는 감정으로 표현된다.(12)

그렇다면 미움은 어떻게 해서 발생할까?

 

저자는 미움은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고 거슬릴 때에 드는 마음이라 한다.

예를 들기를,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친구가 장난감을 망가뜨렸다면? 아껴 뒀다 먹으려던 간식을 동생이 먹어버렸다면? 친구도 동생도 밉다는 생각이 들거라 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그런 미움이 다른 감정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경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미움이 행동으로 표현된다면, 아마 그건 화일거야

 

정확하다. '화'는 미움을 밖으로 표출 될 때에 나타나는 감정이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의 발현과 그 상태,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감정까지 설명해주니, 저자의 의도대로 자기에게 나타나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어, 그것을 느낀 대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 감정의 모습들

 

감정은 변한다, 그 변하는 모습을 저자가 생각한 순서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게 바로 그게 이 책의 목차순이기도 하다.

 

포근함 사랑 미움 짜증 긴장 안심 차분함 행복 기쁨 슬픔 측은함 후회 뉘우침 부끄러움 불안 소심함 당황 두려움 놀람 역겨움 반감 너그러움 몰이해 외로움 고독 그리움 우울함 따분함 희망 열정 신남 포기 실망 좌절 감탄 바람 만족 자랑 즐거움 감사

 

그렇게 살펴보니, 저자가 아이들에게 당부하면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감정에서 시작해서 마음껏 다른 단어로 뛰어다녀도 돼라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된다.

 

이 책, 어른도 읽자

 

이 책, 언뜻 보면 아동용 같다. 그림도 또한 그림의 색칠도 아동용 도서같으나, 실제로는 어른도 읽어야 할 책이다.

?

우리 사람들 감정이 42가지나 된다는 것, 제대로 알고 있었나?

 

그런 간단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어른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른도 읽어야 한다.

어른이 읽어서 감정의 모습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의도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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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드는 것들
한수희 지음 / 웅진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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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반짝이는 속편을 빨리 써주세

 

 

이 책, 내 나름대로 구분해보니

 

책을 읽고 나서 거기에 들인 시간이 아까웠다고 생각되는 책과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책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럼, 그 기준에 따르면 이 책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지 않았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까지 드는 책이다.

 

또 책을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읽고 나서 다시 펼쳐보니 온통 문장마다 밑줄이 그어있는 책과 밑줄 하나 보이지 않는 책.

이 책은?

문장마다 모두 다 밑줄을 긋고 싶은 책이다. 실제로 밑줄을 긋지 않고 넘어간 페이지가 없는 책이다. 그만큼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엄기호의 <단속사회>에서 인용한 말이다.

<만남이란 끊임없는 의 확장을 의미한다.>(162)

 

그 말에 의지하여 책을 또 이렇게 구분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 독자를 확장하는 책과 그러지 못한 책.

이 책은?

읽으면서 그러니까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어가는 동안 내내 - ‘를 확장시켜 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만나는 문장마다 나를 대입하여 생각하면서 무언가 더 생각하고 싶어지는 강한 충동을 느끼곤 했다. 저자의 글은 생각을 뻗어나게 해주는 생각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었다.

 

이런 글이 있다,

영화 괴물을 찍은 봉준호 감독이 한 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다니 나는 분명 지옥게 갈 거다.” (176)

 

그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 나는? 나도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지는 많았지만 식구들을 고생시켰으니 분명 지옥에 갈거다.

 

또 이런 말도 있다.

<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돈도 안 되는 일을 대단히 열심히 한다는 것은 제 정신으로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180)

 

그렇다면 나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 맞다.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말자, 다짐은 했지만

 

실현가능한 생각은 물론 아니지만,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 말아야겠다.

페이지 건너 페이지마다 읽어야 할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들을 등장시키니, 그 다짐이 주는 부담감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 부담감에 심장병 걸릴 정도니, 이런 책 계속 읽다보면 제명에 못 죽을 거 같아서, 어찌 살겠나?

책을 이렇게 마구 마구 읽게 만들어 놓는 이 책,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저자가 이 책에 등장시키는 책들, 영화들 리스트를 만들어,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차근차근 보고 읽고 싶어진다. 다행하게도, 저자는 친절하게 부록에 그 리스트를 만들어 놓았다. 물론 거기에는 책 중에 언급된 것 중에 빠트린 것도 있기는 하지만.

 

저자를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남아있는 책의 쪽수를 가늠해보니, 얼추 반절!

아니? 이렇게 책이 얇았던가, 하는 의구심에 바짝 긴장감이 몰려왔다.

아니 이렇게 다 읽어버리면 안되는데, 한창 재미있는 판에 문득 이야기가 그치는 그런 형국이 아닌가?

그 정도로 책을 읽다가 책의 부피가 늘어나기를 바란 것은 아마 처음일 듯하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이제 이 책의 속편이 기다려진다.

 

어디 그뿐인가, 저자가 무척 궁금해진다. 맘먹고 언제 하루쯤 시간 내어 저자가 운영한다는 카페 <책과 빵>에 들러 반짝이는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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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비, 광고가 과학이라고? - 창의력도 과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알고 있니?, 광고인 내가 꿈꾸는 사람 14
김병희 지음 / 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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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선전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이 책 제목에 우선 끌린다. <오길비, 광고가 과학이라고?>

 

요즈음 과학이 대세다. 아니 과학이라는 말이 대세다. 특히나 선전하는 데에는 과학이라는 말이 주는 신뢰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침대도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선전하지 않는가?

 

그렇게 선전하는 데에는 분명 근거가 있을 것이다. 광고계에 있는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려구! 그렇게 과학을 강조하는 그 풍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궁금했었다. 특히나 요즈음에는 그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지 않는가?

 

그런 생각하던 차에 바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에 의하면 오길비라는 광고쟁이가 광고를 과학에 바탕을 두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 오길비는 어디에서 착안해서 광고에 과학을 끌어들였을까?

오길비는 과학이란 말을 차용한 것이 아니다. ‘과학적을 광고에 도입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그것을 설명한다.

<갤럽에서 그는 영화 산업의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을 했어요. 입사 후 3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와 프린스턴 사무실을 오가며 467건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광고 조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구조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하게 되었어요.

당시 조지 갤럽은 광고회사 영 앤 루비컴의 조사 책임자를 겸직했는데, 오길비는 갤럽에게서 실사·분석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어요. 스스로도 조사에 무척 흥미를 느꼈고요. 오길비는 자신의 직관이나 감이 아닌 철저한 자료와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과학적 분석을 한 다음에 광고 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비록 쥐꼬리만한 주급을 받고 일했지만, 갤럽에서의 경험은 그의 광고 인생과 광고 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46-47)

 

과학적 분석이란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냥 적당히 카피 문구나 멋들어지게 물론 그런 것이 하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들어 굉고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료조사를 하고 시장조사를 마친 다음에 비로소 광고를 하는 그런 과정, 그게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오길비의 일생을 조명하면서일생을 바쳐 광고에 헌신한 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중에 이런 대목을 만났다.

<오길비는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페티스 칼리지에서 읽고 쓰기에 대한 기본기를 철저히 배웠죠. 영어 문법은 물론, 명문가 출신이라면 당연히 배워야 하는 라틴어도 공부했고, 그리스어 문법과 읽기 쓰기까지 철저히 교육받았어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광고 카피라이터라면 꼭 갖추어야 하는데, 그 기초를 이때 다진 거예요.> (30쪽)

 

그러니 오길비의 과학적 광고에 대한 개념이 단순히 어느 날 갤럽에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시장조사 기법을 배웠다고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 그런 과학적 기법이 그의 머리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만인가, 그의 생을 읽어보니, 그가 광고계에 종사하기 전에 다양한 직업을 거친 것을 알게 되었다.

요리사, 방문 판매원, 갤럽 조사원, 농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요리사로 일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아가 쿠커 (AGA Cooker) 세일즈맨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음식에 사용되는 쿠커를 요리사 경력을 바탕으로 하여 어떤 점이 좋은가를 설명할 수 있었으니 잘 팔 수 있었던 것.

 

그러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한 것이 바탕이 되어 광고계의 전설이 되게 만든 것이리라.

그러니 광고에 과학적인 것을 도입한 것은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과학적으로 하자라고 구호를 부르짖어서 된 것은 분명 아니다. 그의 인생 전부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광고는 과학이다, 라는 말해도, 말이 통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오길비니까, 그 말이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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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 지음, 문희경 옮김 / 테오리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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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 이름은 제이, 그가 죽었다. 그의 죽음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어찌 보면 어느 가족에게나 흔히 있는 일이다. 가족 중 누군가는 언젠가 죽게 마련이니까, 일반적으로 보면 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한 가정에게 그 일은 특별한 일이다.

특히 가장인 아버지의 죽음은 가정의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에이지는 그 의미를 끈질기게 파고든다.

왜 그랬을까?

이 소설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 바로 거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가 겪었던 아버지의 죽음, 그 의미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 그 의미를 천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집으로 가는 길

 

이 책 말미에 실린 <작품 소개>를 보니, 이 책은 저자인 제임스 에이지의 유작인데 출판 이듬해인 1958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집으로 가는 길 All the Way Home>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와 연극으로도 각색되어 무대와 스크린에 올려지기도 하였다.(441)

 

이 책이 영화로 되어서 <집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하니, 중국 영화 <집으로 가는 길 The Road Home>이 떠올랐다. 장쯔이 주연의 영화.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집으로 향하는 주인공. 그 장례과정에서 아버지를 회상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장쯔이의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다뤄지고 있다.

 

그 영화에서 이란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고, 그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표현한 공간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또한 중국 전통장례에서의 길은 '죽은 자가 집으로 오는 길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의미라고 한다장쯔지 주연의 영화에서 길은 그런 의미인데, 이 책 <가족의 죽음>을 영화화하면서 왜 을 운운했을까?

 

이 책 1장에서 주인공인 루퍼스와 아빠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 ‘날이 완전히 저물었으나 시간은 아직 일렀다’(13)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술집에 들른다. 그리고 다시 거기에서 나와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아주 서정적으로 묘사된다.

 

이 책의 저자는 왜 그 장면을 맨 처음 도입부에 배치하였을까?

그날, 그렇게 같이 돌아온 바로 그날, 아버지는 잠자는 아들을 두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아버지가 보이지않는 다음날 아침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튿날 아침에 엄마가 아침 식사 자리에 아빠가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줄 즈음에는 간밤의 말소리와 소음은 까맣게 잊은 터라, 긴 세월이 흐른 뒤 그 소리가 기억났을 때에는 자기가 지어낸 게 아니라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았다.”(23)

 

그 소리란, 아빠가 잰 걸음으로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 아빠는 그 소리를 뒤로한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아빠랑 같이 집에 오는 길, 아마 그게 아빠와의 마지막 걸음이었는지라, 영화의 제목을 <집으로 가는 길>로 했을 것 같다.

 

그러니 장쯔지 주연의 영화와는 같은 제목에 다른 내용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이 모티브가 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그(아버지)의 죽음을 듣고 모여든 가족들.

고모인 한나, 어머니 메리, 그리고 아이들 루퍼스, 캐서린은 각각의 모습으로 아버지, 남편의 죽음을 맞이한다.

 

어머니인 메리는 독실한 기독교인,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 죽음이 뭔지 아직 모르는 아이 캐서린은 아빠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저자의 분신인 루퍼스는 아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 아픔을 묘사하기 위해 소설 첫머리에 아빠와 함께 돌아오던 그 날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이 소설은 실상 351쪽에서 끝난다. 그 이후는 이전의 이야기로 가외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삼촌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이 소설의 실질적인 끝 장면인데, 그 장면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삼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 후 이제 집에 갈 시간이구나라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둘 다 말이 없었다,>(351)

 

그런데 실상 이 장면은 삼촌 대신 그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그 의 반복이다. 따라서 저자는 다시 한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통해 아버지를 추억하는 것이다.

 

아버지 생전에 함께 돌아오던 장면, 그 장면에서 저자는 아버지와의 시간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둘은 같이 일어섰다. 그 뒤로 집으로 가는 내내 둘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모자도 쓰지 않았다.>(23)

 

그러니 삼촌과 집에 돌아오면서도, 실상은 아버지를 추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버지의 죽음은 저자에게 '늘'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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