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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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게 불안을 즐겨라

 

이 책, ,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의 방대함은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다룬 내용도 불안에 대해 안다룬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는데는 다음의 말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

뉴욕 데일리 뉴스에 실린 셰릴 코널리의 평이다.

<어릴 때부터 극심한 불안과 공포증에 시달려 온 저자는 유머와 통찰,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미국인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이 시달린다는 병을 살핀다. 스토셀은 흥미진진한 일화를 곁들여 역사적 개관에서 최신 치료법까지 훑으며 이 병에 대한 진짜배기 식견을 보여준다.> (9)

 

코널리가 말한 이 병이란 바로 불안이다.

불안, 그 병에 대한 저자 스토셀의 최종 결론은 선물일 수도 있다”(421)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선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할지라도, 마음 편하게 내린 결론은 아니다. 그가 불안과 함께 살아온 그 역정(歷程)을 살펴보노라면, 그가 겪은 간난고초가 떠오른다.

 

결혼식장 불안 습격사건

 

저자가 묘사한 결혼식 장면을 읽어보고, 저자의 형편이 어떠했는지를 상상해 본다면, 그가 어떠한 고생을 했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죽을 것 같이 몸이 아프다.

욕지기가 치솟고 몸이 떨린다.

땀이 줄줄 흐른다.

나는 세 가지 적과 싸운다. 떨리는 팔다리, 토하고 싶은 충동, 무의식. 머릿 속에는 이 생각뿐이다.(18-19)

 

이런 상태로 결혼식장에서 식을 겨우 마친 그 이유는 바로 불안 때문이다.

그의 결혼식은 어떤 장면으로 끝을 맺었을까?

 

<다행이도 예식이 끝난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나는 신부에게 매달려 통로를 따라 나온다.>(20)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식이 끝나고 교회당 밖으로 나오자, 그 증상이 가라앉았다는 사실. 그게 바로 불안의 증상이다.

 

그렇게 불안에 고통받고 있는 저자가 전방위적으로 불안에 대해, 살펴본 모든 것들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불안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렇게 사람을 옥죄이는 불안, 그 불안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그런 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마침 보스톤 대학교의 대이비드 발로도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이 없다면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덧붙여 말한다.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인, 예술가, 학생들의 성취도가 낮아질 것이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아예 씨앗조차 뿌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대신 우리는 정신없이 바쁜 사회에서 늘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상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빈들거리는 삶에 도달할 것이다.>(38)

 

어떤가? 그런 장면이 상상이 되는가?

아무런 걱정, 불안이 없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빈들거리는 삶!

그러나 그런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을 이렇게 맺는다.

“(불안이 없다는 것은) 인류에게 핵전쟁만큼이나 치명적인 일이다.”

 

불안을 적당히 즐겨라

 

그러니 불안은 있어도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지만, 없어도 문제가 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M. 여키스와 존 딜링엄 도슨이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적당한 정도의 불안이 사람과 동물의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물론 너무 불안이 크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불안이 너무 없어도 마찬가지로 성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37)

 

다윈은 말한다.

옳은 두려움을 갖는 종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37)

 

또한 키르케고르가 말했다.

따라서 적당히 불안해 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셈이다. (53, 80)

 

그러니 불안은 없어도, 있어도 괴로운 일이니까 적당히불안해 하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로 했을 것이다.

 

그러한 저자의 고백이 실상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형편과 하등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모습은 다름아니라,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불안을 좀 더 알고, 함께 살아가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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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지름길이 없다 - 하버드대 성공학 명강의
스웨이 지음, 김정자 옯김 / 정민미디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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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정말 지름길이 없다.

 

첫 째, 우선 책의 성격을 확실하게 짚고 싶은데, ...

이 책이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하버드데 성공학 명강의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 우선 궁금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이 책의 내용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성공학이란 과목으로 강의한 것이라는 것인데, 이 책이 그러한 강의내용을 기록한 책인지?

이 책의 저자 스웨이의 약력을 살펴보니,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분이라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10 여 년 동안 시간관리학, 하버드 대학 교육학 이론 등을 연구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그 내용 또한 성공학이란 과목으로 강의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둘 째, 책의 내용 중에 이 책이 하버드 대학교의 성공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

 

관련이 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두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윌리엄 제임스 교수의 말을 인용해 놓은 것이다.

 

우리는 현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항상 바쁘게 움직이면서 외부 세계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찾고 나만의 정원을 돌아볼 만한 여유는 없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글을 마무리 한 다음에 'lesson point'와 '하버드 심리학 수업'이라는 항목을 마련하여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이고 있다.

 

하나 예를 들어본다면, <고통은 서서히 삭이고 즐거움은 천천히 즐겨라>라는 항목에서, 본문의 끝에 하버드 심리학 수업이란 항목으로 다음의 글을 덧붙이고 있다,

 

<느리게 생각하기는 심리학의 기대효과와 유사하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가 태도나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기대효과라고 한다. 관리자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임무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심리를 유발하여 업무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낸다.>(25)

 

그런데 이상한 일은 하버드 심리학 수업의 결론으로 직원 즉 조직에서 조직의 구성원인 직원 들의 업무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인데, 과연 그 말을 덧붙인 본문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아해진다.

 

본문에는 결코 그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문의 결론은 이렇다.

<결국 어떤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행복한 순간도 시간과 함께 지나가기 마련이며, 억지로 애쓴다고 잡을 수 있는게 아니다. 풍경을 감상하듯이 고통은 서서히 삭이고, 즐거움은 천천히 즐길 수 있을 때 인생은 우리로 말미암아 영원해 질 수 있다.>(25)

 

생각해보라. 이러한 말로 결론을 맺은 글에 덧붙여 <느리게 생각하기는 심리학의 기대효과와 유사하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가 태도나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기대효과라고 한다. 관리자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임무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심리를 유발하여 업무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낸다.> 라고 말한다면, 이야말로 사족이 아니겠는가? 사족도 제대로 달린 게 아니라, 몸통은 동쪽으로 가는데 다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사족!

 

이러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책의 내용 하나하나는 음미해 볼만하다.

내용을 음미하다 보면, 이 책이 하버드 어쩌고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하버드란 말을 붙이지 않았으면 사람들 눈에 덜 띄었을 것은 확실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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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반짝였던 - 자신이 기대했던 흐름에서 벗어난 모든 이에게
김상용 지음 / 하양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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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결로 이 땅 공기가 정화되리라는 거룩한 착각을

 

이 책은 초반부터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예수회 사제이다. 신부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신부의 글은 몇 읽지 않은 것 같다. 읽었어도 기억에 없는 것 보니, 나에게 충격(?)은 없었던 듯싶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충격을 준 첫 번째 신부의 글로 기록될 것이다.

 

어떤 충격인가?

이 책은 잔잔한 충격으로 시작되었다.

잔잔한 충격을 준 것은 저자가 머리말에 인용한 하이데거의 말이다.

인간은 거주함(dwelling)으로 존재하며, 이 거주함은 바로 집을 짓는 행위(building)로 인해 공간이라는 장소에 새겨진다. 아울러 인간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신 밖의 세계에 조응하며 관계하다가 마침내 사유(thinking)한다.”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신 밖의 세계에 조응하며 관계하다가 마침내 사유(thinking)기록이다.

 

잘 먹어라, 그래서 힘내라. 세상은 전쟁이다.

 

저자가 조응하며 관계한 자신 밖의 세계는 어떠한 모습일까?

저자는 38쪽에서 어느 부녀의 대화를 소개하고 싶다.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어느 아빠와 그의 딸이 나누는 대화가 등장한다. 저자가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들른 다음, 귀가하는 길에 만난 푸드 트럭이다. 거기에서 저자는 만두를 시켜먹고 있다가 그 대화를 듣게 된다.

 

교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단발머리의 딸아이가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아빠,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이 나라는, 왜 이리 힘들어?”

그런 질문에 아빠는 그저 입가에 미소만 띨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딸아이가 말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전쟁처럼 살아내야지만 얻을 수 있는 나라야! 이 나라는......”

아빠는 딸아이의 푸념치고는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이 10대 소녀의 통찰에는 아랑곳 않는 듯이 갓 쪄낸 물기가 자르르 흐르는 만두 한 접시를 아이 앞에 내 놓았다.

먹어야 전쟁한다.” (37-38)

 

그런 대화는 저자로 하여금 잔인한 세태를 실감케 하며, 그 잔인함은 그로 하여금 수도자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우리 사회가 10대들에게 평범하게 사는 일상의 삶이 곧 전쟁을 치르듯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로 비추어지는 시류의 지표를 그야말로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이 잔인한 시류의 징표 앞에서 수도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38)

 

그가 꿈꾸었던 수도자의 모습

 

그런 세상에서 그가 꿈꾸었던 수도자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저자가 이 책에서 몇 번이나 반복하여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의 공기가 너로 인해서, 그리고 네가 앞으로 수도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삶을 통해서, 조금만 더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로 변해가도록 노력해다오. 친구야.” (39)

 

저자가 입회 직전, 수련원으로 향하고 있던 차 안에서 받은 죽마고우의 전화 한통.

그 전화에서 친구가 한 말이다. 이 삶의 공기가 조금만 더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되도록 해달라는 부탁, 그 말은 두고두고 그의 가슴에 살아 움직인다.

 

그 말은 저자가 그의 은사에게 헌정한 첫 번 째 시집에 썼던 말 속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세상의 언어는 시인으로부터 아룸다워지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의 공기는 구도자의 숨결로 정화된다는 선생님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821.’(93)

 

<나는 아마도 오늘 이렇게 스승의 서재에서 나가는 즉시 나의 숨결로 이 세상의 공기를 정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룩한 착각에 휩싸여, 이 미소로부터 벗어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95)

 

나는 이 글에서 거룩한 착각에 밑줄을 그었다.

 

우리 모두, 거룩한 착각을

 

그렇다. 설령 그것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착각에 그치고 말지라도, 나의 숨결이 이세상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하면서 살면 아무리 이 땅이 전쟁터 같을지라도 조금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여기서 니체를 만날 줄이야!

 

188913,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한 마부가 말을 때리고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그것을 본 니체는 맨 발로 뛰어나가 말을 껴안는다.

 

, 그 때 니체의 생각이 무척 궁금했었다. 과연 니체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말을 껴안았을까?

그 때 니체의 온몸을 휘감았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니체는 그 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생각을 기록해 놓지 못했다,

그는 말을 안고난 다음에 바로 졸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때 니체를 사로잡았던 그 생각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그 생각, 편린이나마 이 책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순간 말을 안아보고 싶어졌다. 얼굴을 맞대고 내 얼굴의 세 배는 족히 될 것 같은 그 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간을 도우러 오신 그 분의 노고가 감히 기억되어서 일까. 나는 두려움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로사리아 아가씨가 탄 준마를 온몸으로 껴안았다.

그러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지친 말은 그냥 내 품에 안겨 가만히 숨만 쉬고 있을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143-144)

 

이 책의 저자는 말을 안으면서, 인간을 도우러 오신 예수를 떠올렸다는데, 니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저자의 생각과 똑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그 무엇? 그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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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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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군상(群像)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이 있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듯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곧 마음속에 의심이 생기면 갖가지 무서운 망상이 잇따라 일어나 사람은 불안해진다. 그리고 선입관은 판단을 빗나가게 한다.

 

* 열자(列子)》〈설부편(說符篇)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 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 중에서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의 걸음걸이를 보아도 그렇고, 안색을 보아도 그렇고, 말투 또한 영락없는 도끼 도둑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밭두렁에서 도끼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아이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그의 거동이 조금도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이 책,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사소한 거짓말 하나가 일파만파 커져나기 결국은 비극적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는 거야...그리고 이제 다른 부모들이 그렇게 믿게 된다는 것도. 사실 나도 지기가 정말로 그런게 아닌지 모르겠어.>(393)

지기의 할머니, 즉 제인의 엄마가 한 말이다.

 

<하기야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지기가 했을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의심했던 게 분명하다.> (503)

제인의 생각.

 

문제의 거짓말은? 작가의 트릭 하나

 

제목이 거짓말이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사건의 발단이 되는 사소한 거짓말이 어떤 것인지 불을 켜고 찾게 된다. 내가 그랬다.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33쪽이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완전한 거짓말은......>

 

이 문장에 자연히 시선이 가게 된다, 이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가?

 

또 거짓말이 등장한다. 37쪽이다.

거짓말을 하면 복잡해져, 엄마., 이렇게 말하는 게 대화를 끝내는 법이야.”

 

거짓말을 하면 복잡해진다니, 그렇다면 분명 이 거짓말이 문제의 거짓말이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문제의 거짓말은 거짓말이란 단어의 힘을 입지 않고 등장하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

 

<“쟤가 그랬어요.”

아마벨라는 작은 갱스터 아이를 가리켰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제인은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선생님이 지기의 어깨를 짚었고, 아마벨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지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 안 그랬어요.”

아니야. 네가 그랬어.”

작은 여자아이가 말했다. >(66)

 

거기, 그 장면에서 문제의 거짓말은 시작된다.

 

직소 퍼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이 소설에서는 유난이 직소 퍼즐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직소 퍼즐(jigsaw-puzzle)은 여러가지 작고, 보통 이상하게 생긴, 서로 연결 가능한 여러 조각들로 조립한 것으로 각 조각들은 대개 어떤 그림의 부분을 나타낸다. 그래서 완성 후에 직소 퍼즐은 전체 그림을 나타낸다. 어떤 종류는 퍼즐이 완성되면 원형의 구조를 가지게 되며, 광학적인 환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완성한 퍼즐은 창작품들처럼 벽에 장식하기도 한다.>

 

제인의 부모 집에서는 아예 식탁위에 직소퍼즐이 항상 놓여있을 정도다.

왜 이 소설의 작가는 직소퍼즐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일까?

 

이 소설 자체가 직소 퍼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에 등장하는 사소한 것(직소퍼즐의 조각) 그 어느 것 하나, 뒤에 가서 나타나는 사건(전체 그림)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퍼즐 조각 하나가 없으면 퍼즐 전체를 마출 수 없듯이 조각 하나 하나를 작가는 섬세하게 배치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11장에 등장하는 페리와 아이들간의 대화에서 어떤 힌트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이 비행기처럼 높이 날 수 있어?”

그런 질문에 페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안돼. 아빠가 한 말 기억 안 나? 나는 레이더 탐지기를 피하려고 아주 낮게만 난단 말이야.”

 

이런 대화가 그저 아빠와 아이들간의 가정적이고 화목한 대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대화는 뒤에 벌어질 사건을 치밀하게 뒷받침해주는 아주 중요한 대화다. 605쪽의 대화와 연결된다. ( 더 이상의 인용은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기를!)

 

작가의 트릭, 둘

 

작가는 앞부분에서 지기를 폭력을 사용하는 아이로 의심받게 설정해 놓은 다음에 독자의 주의를 자꾸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언가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지기가 그런 아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옆머리로 제인의 코를 세차게 들이받았고, 제인의 고개가 베개위로 벌렁 나자빠졌고, 제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88)

 

어디 그런 말뿐인가?

작가는 다시 이런 평을 덧붙인다.

<테아 : 난 항상 그 아이에겐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지기라는 아이 말예요. 눈빛이 좀 수상하잖아요.> (89)

 

<자기는 소리쳤고, 지기의 발이 제인의 배를 강타했고, 제인은 뒤로 휘청 넘어질 뻔했다.>(256)

 

, 지기가 이런 폭력적 경향이 있는 아니구나. 지금 어머니인 제인은 그것을 모르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그런 것을 비쳐주는 것을 보니, 나중에 분명 지기가 그런 아이로 드러나겠구만’, 이런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상처받은 군상들

 

<페리는 어렸을 때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폭력에 과도할 정도로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였다.>(110)

 

<페리가 분노하는 건 병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이다. 페리가 자제하려고 한다는 것, 폭발하려는 감정에 저항하려 한다는 건 셀레스트도 알았다.> (197)

 

<보니는 아버지가 폭력을 썼어요.>

<정말 폭력적이었어요. 보니 아버지가 한 일은 .......보니 어머니에게 그랬죠. 하지만 보니와 처제는 그것을 지켜봐야 했어요.> (600)

 

그 밖에도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하나씩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인물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작은 동네에서 아이가 무심코 한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그러한 상처들을 드러나게 하고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아니 그러한 상처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가니 끝은 해피엔딩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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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콘텐츠 인문학 - 신데렐라부터 건담까지, 콘텐츠 속에 감춰진 시대의 욕망 읽기
박규상 지음 / 팜파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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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걸이에서 해방되기

 

이런 발칙한 놈 같으니라고, 여봐라~~ 이 놈을 매우 쳐라!”

 

동헌 마루에 올라앉은 사또의 서슬 시퍼런 호령 속에 동헌 마당은 살기등등한 분위기로 삽시간에 바뀐다는 것, 우리들이 사극을 통하여 흔히 보는 장면이다.

그래서 발칙이란 말은 이런 대사와 연결되는 단어일뿐, ‘콘텐츠 인문학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발칙한 콘텐츠 인문학>

 

여기에서 발칙한이란 단어는 콘텐츠를 수식함은 물론이요, ‘인문학도 수식하는 것이 분명하다. 책 내용이 그러니까. 그렇다.

 

발칙하다의 개념 재정립

 

발칙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미안하다, 나는 이 책의 서론격인 발칙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를 건너 뛴 채, 본론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흥미있겠다 싶어 바로 본론부터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에 괘씸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발칙한과는 거리가 있다 생각했던 것이다. )

 

여기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발칙한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움의 제시’(7),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정신’(8)이라는 의미로, 그 말은 괘씸하다는 느낌보다는 통통 튀고, 신선하고, 가식이 없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신비함까지 듬뿍 담긴 말이 되었다.(8)

 

그렇게 저자는 먼저 발칙하다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그렇게 재정의된 발칙함을 들고 책을 읽어보니, 그제야 내용들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공자가 말씀하기를,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의 제자 자로가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에게 정치를 맡기고자 한다면 먼저 무엇부터 할 것이냐고 묻자, 공자는 가장 먼저 이름을 바로 잡겠다(必也正名乎)”고 대답한다.

공자는 그 이유로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백성들이 몸 둘 곳조차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

 

여기서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말이 개념 정의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발칙한 책 = 개 목걸이에서 해방되기

 

발칙하다의 의미를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내용들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움의 제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정신으로 읽는 순간 책의 내용들이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발칙함의 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발칙한 의문, 발칙한 시선, 발칙한 욕망, 발칙한 상상.

 

그러니 발칙함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이 된다.

먼저 앞에 보이는 현상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이던 사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각이 발칙하게 바뀌면, 현상을 타개할만한 욕망이 생긴다. 그렇게 욕망이 생기고 나면,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발칙한 상상력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이 목적하는 궁극적인 위치는 어디인가?

규격화된 사회에서 벗어나자는 것, 한쪽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탈피하자는 것. 조금더 쉽게 말하면, 모난 돌이 정맞는다, 라는 말이 그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모든 것을 획일화되어야 안심하는 그 누구에게 이 누군가는 당신의 가정에도, 회사에도, 나라에도 있다, 심지어 당신 마음 속에도 있지 않은가? - 그런 통제를 그만 두고 사람들이 이제는 발칙하게 살아가도록 그 끈 구속하고 있는 , 개 목걸이 을 풀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바로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묶어놓고 있는 그 줄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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