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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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은 뒀다 어디에 쓸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개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나만 안전하기를 바라는 일과 같다. ....

그러니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이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352)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심정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쓴 것이리라. 안전하지 않은, 즉 나라없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을 보는 그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소설은 그런 저자의 심성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그 당시 역사의 현장으로 인도하여 우가 미처 깨닫지 못하던 역사의 구석구석을 당시의 언어로 보여준다.

그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나라없는 나라의 모습

 

<-왜놈이 궁을 터는 일에 편역을 드니 개화당이로구만.

대오의 뒤편에서 비아냥대는 소리가 날아왔다.

-말이 과하다. 나는 어명을 따를 뿐이다. 어명을 거역할 셈인가

잠시 말이 끊기고 추녀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병사 하나가 일어나 들고 있던 소총을 바닥에 내리쳐 두 쪽을 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총을 동강 낸 것으로도 모자라 그자는 입고 있던 군복을 갈기갈기 찢었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195)

 

조선병사의 입으로 말한, ‘나라 없는 나라가 당시 조선의 모습이었다. 나라라는 이름은 있으나, 나라가 아닌 나라.

나라라 함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나라에 속한 백성들 먹이고 입히고 지켜 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 것 하나 해주지 못하는 나라라면 임금이 있다한들 그게 나라인가?

그 병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시에만 맞는 말이 아니라. 누천년을 두고 두고 해당되는 말이기에 이 책에서 외치는 가장 큰 함성이며, 고함이다. 우리 모두가 외어야 할 금과옥조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동학군, 장팔의 최후

<- 불을 질러라. 음험한 것들이다.

어찌 그러십니까?

얼굴은 깨끗할지 몰라도 옷을 보지 못하였느냐? 동학당이 아니라도 같은 부류들이다. 질러라.

사람들이 횃불을 만들어 집 안 곳곳에 던져 넣었다. 분명 부시 치는 소리가 들렸을 터인데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이 다 탈 때까지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332)

 

백성은 나라없는 나라에서 백성은 그렇게 죽어간다.

 

<강직한 것이 병이라면 말세로세> (142)

나라없는 나라에서, 강직한 성품 가진 백성은 죽기 딱 좋다. 제명에 못 산다.

 

이런 나라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살아남아라.”.

 

전봉준이 딸 갑례에게 한 말이다. 그런 나라에서도 모진 목숨 살아야 한다. 아니 마지 못헤 사는 삶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나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내야 한다.

 

다시 돌아가서는 안되는 나라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냐?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고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을개의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이제는 그렇게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는 못 산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301)

 

<비록 적도를 소탕하더라도 예전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리란 예감에 백낙완은 전율했다.> (294)

 

동학군을 치기 위해 싸웠던 조선군 백낙완의 생각이다. 그의 생각에도 이제 조선은 그 예전의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다시 양반인 호정의 소리로 그것을 확인해 보자.

<농군이 쫒겨간 후에야 민보군이란 것을 만들어 양반들은 복수를 하는 눈치였으나 세상은 어느덧 돌이켜질 일로 보이지 않았다.>(334)

 

그렇게 세상은 바뀐 것이다. 그래서 그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백성의 소리를 들어보라

 

<우리 일을 우리가 결정하고 득 되는 일을 허는디 신이 안나? 그렁게 이놈들이 지금까지 지들만 해먹었등개벼.> (282)

 

이제 그런 세상을 어제의 일로 만들고 보니, 신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 들린다. 수탈에서 벗어나, 이제 그들은 백성의 힘이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 알기 시작한다. 그래서 목소리에 신바람이 들어가는 것이다.

 

역사가 기억한다. 아니, 기록한다.

 

<지난봄부터 죽어간 사람들은 죄다 누군가의 동무였다. 누ᅟᅮᆫ가의 아들이며 지아비였다. 아비였다.

그가 말끝을 떨었다.

대체 그 사람들은 누가 알아준답니까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을개는 그 말이 야속하여 대꾸도 못하고 눈두덩만 훔쳤다. 바람이 찢듯 옷섶을 헤쳤다 전봉준의 다음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후세가 기억할 것이다. 다음 세상의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다. >(290)

 

지금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죽음이 무엇 때문이며, 무엇을 위해서인지. 그래서 이런 기록이 고맙다. 우리의 천박한 기억을 되살려줄 수 있기에.

 

이제 하늘의 소리를 들어라

 

<대원군은 원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역을 포함하여 세 사람의 일본인을 둘러보던 그가 말하였다.

참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여 말과 힘으로도 어쩔 수 없을 때 조선인들이 하는 말이 있소. 무엇인지 아시오?

세 사람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원군이 외쳤다,

천벌을 받을 것이다, 너희는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276)

 

그렇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우리 사정을 알아주는 하늘이 있다. 그래서 우리 맺힌 한을 풀어주는 벼락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벼락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저자에게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대원군의 그 말을 가슴에 담으려는데, 나도 모르게 내 입을 열고 나온 말이 있다.

벼락은 뒀다 어디에 쓸꼬?”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그렇게 전봉준의 싸움을 통하여 저자는 나라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어왔던가? 그래도 가끔씩은 역사가 회오리 바람처럼 돌고 돌아 당시로 회귀하는 모습 보이니, 가슴이 막막하지 아니한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대미를 이렇게 장식한다.

<- 선생님, 저 재를 넘으면 무엇이 있습니까요?

몰라서 묻는 게냐? 우리는 이미 재를 넘었느니라. 게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이 재 너머에 있던 것들이다.

그럼 이제 끝난 것입니까?

아니다. 재는 또 있다.

그럼 그건 어쩝니까요?

그냥 두어도 좋다. 뒷날의 사람들이 다시 넘을 것이다.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가자꾸나.> (346) 

정말, 그렇다. 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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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불꽃
닉 클라우드 지음 / 밥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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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독(誤讀) 가능성을 전제로 하여

 

다음의 글은 오독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쓰는 글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이 책이 어렵다.

 

이 책, 먼저 불친절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닉 클라우드라는 것은 나타나 있는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다. 역자가 누구인지를 밝혀 놓지 않았다.

번역을 누가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번역자가 궁금한 이유는? 글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그렇다. 원래의 글이 그랬을 수도 있겠으나,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당부분의 책임이 번역에 있다 하겠다.

 

몇 가지 예만 들어보자.

 

<동시에 브림이 강한 턱도 내려갔다 한껏 올라가 있었습니다.> (48)

브림은 무엇인지? brim 같은데, 그 말을 번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것에 대한 망각을 일깨우는 트리거 라포.>(335)

트리거 라포가 무엇인지? trigger rapport 인가?

그 말을 우리말로 번역할 수는 없었는지?

 

<수많은 아치형의 리브를 날아다니던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291)

리브는 무엇인지?

 

<자신보다 더욱 수척해 보이는 그녀에게서 차마 걱정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98)

지을 수가 아니라 혹시 지울 수’?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런 번역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이 소설에 대한 해설 정도는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울러 내용 중에 외래어를 발음 그대로 옮겨놓은 용어들에 대해 해설 정도는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과한가?

 

읽으면서 ?’를 찾으려 애썼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책의 줄거리가 이해하기 심히 어렵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정말 처음이다.

읽다가 접고 다시 읽다가 접고 한 책은 처음이다.

읽다가 접고 접고 한 이유는 책을 읽다가 무언가 빠트린 줄 알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내가 빠트린 것이 있기에 이야기가 이렇게 되는 것이지, 정상적 책이라면 도저히 이러지 않을건데, 하는 생각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뒤로 가고 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

 

주인공들의 정체를 알아야, 그들의 행동이 이해된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에 ?’라는 질문을 했을 때에 그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주인공인 마리 뜨에르라는 여자와 야쿠보쿠라는 남자가 하는 행동들에 대하여 어떤 개연성을 찾기 어려웠다.

 

<야쿠보쿠는 그 날 저녁 내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결코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오직 그녀만이 그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을 맞았고, 또 다음 날 아침을 맞았습니다.>(97)

 

야쿠보쿠의 행동 물론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숙소 그것도 호텔 에 갔다가 다시 오면 될 터인데 굳이 그 자리에서 며칠을 지낸다는 것이, 글쎄, 저자의 또 다른 뜻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들이 계속하여 등장하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주인공들에게 정이 가지를 않는다.

대체 어디서 온 인물인지? 별세계에서 온 사람들인가?

 

마리 뜨에르라는 여자와 야쿠보쿠라는 남자. 대체 정체가 뭐냐, 하는 질문을 하고, 하고, 했다.

여자는 본인 입으로 말하듯이 불쑥불쑥 사라지는 막무가내의 여자”(99)이다. 남자는 노숙자? 국적은?

 

그들의 정체는 드디어 109쪽에 가서야 알 수 있다.

그러니 무려 100여 쪽을 그런 의구심을 가진 채, 책을 펴고 접고 했던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박물관 안에 있는 그들을 보고 다가온 경비원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넬 때, 그녀의 정체가 조금 드러난다. 

 

<“오랜만에 오셨군요라고 인사한 경비원은 어찌된 일인지 마리를 보고는 정중하게 고개까지 숙였습니다.>(109)

 

나중에 그렇게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우린 그녀를 파리의 미망인으로 부른답니다. 그분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이 도시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전하신 분이죠.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316)

루브르 박물관의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여주인공 마리 뜨에르는 1412212일 태어나 19741231일 저녁 12에 죽은(311) 사람이다. 그러니 그녀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남주인공인 야쿠보쿠는 요정이다

 

이런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니, 이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러니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비로소 이 소설이 이해가 된다. 주인공들의 행동이 그렇게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것은 판타지 소설이니까. 그래도 된다.

 

그렇게 이 소설을 판타지로 알고 읽으니, 그제야 조금씩 소설이 다가온다.

그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몇 가지 번역자에게 당부한다.

 

다음 몇가지를 번역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다음에 다른 책을 번역할 때 참고하시라고.

 

를 구분하지 않는 글쓰기.

 

<그렇게 영화 토요일 밤열기에 나왔던 음악이 ......>(327)

부라유 넌 꼭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난 누구보다 아름다운 너그 마음을 믿어.”(334)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럴 수 없어. 그가 그토록 원하는 나입술 마지막 향기가 되어 그 들판에 퍼지고 싶다. 그래 그를 사랑하기에 영원히 그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이름으로 물들고 싶으니까.”(342-343)

 

오탈자가 많이 보인다.

 

<그것에 또다시 그녀의 얼굴이 덥히고 덥히어 그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98)

덥히다덥다의 사역형이다. 이 경우, ‘덥히고라는 말 대신에 덮히고가 바른 말이다.

 

<부드러운 눈빛과 미소는 적의를 들어낸 맹수의 으르렁거림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128)

들어나다드러나다의 차이를 아시는지?

 

문장인 듯 문장 아닌 듯한 문장이 보인다.

 

<퉁퉁 부은 두 눈으로 자신 앞에 떨어진 몇 개의 동전만이 바보 같은 자신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319)

 

편집의 실수?

 

한글로 문장을 이어가다가 느닷없이 중간에 이런 글이 보인다.

(Reality, Richard Sanderson) (325)

(Wildflower, Color Me Badd)(344)

(Rainbow Bridge, Steve Barakatt)(368)

그리고 368쪽에는 그 정체모를 글로 끝난 듯 한데, 그 밑에, 한참 밑에 이런 글이 또 보인다.

(Night Birds, Shakatak)

 

시를 인용했다는 것인지, 가사를 인용했다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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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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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질문들  - 질문은 힘이 세다. 

 

이 책의 취지

 

이 책의 제목은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바꾼 질문들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질문들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 차이, ‘사람질문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그 질문이 없었다면, 그 사람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질문이 그 사람을 이끌어가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이 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질문이 사람을 만들고, 그 질문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저자가 피력한 이 책의 집필 의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에 관해 책을 쓴다는 것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고, 이 책에 실린 인물들에 대한 훌륭한 책들도 이미 많다. 그렇다면 굳이 이 책을 왜 써야 되고 왜 봐야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 답은 역시 기획 의도에 있다. 우리가 어떤 인물에 대해 알고자 할 때는 주로 그 사람의 성공과 업적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게 된다. 상대적으로 그 인물의 업적이 왜, 어떤 계기로, 혹은 어떠한 생각의 단초에서 나왔는가에 대한 의문은 그 사람의 일생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생각의 단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7, 머리말 중에서)

 

그 생각의 단초가 바로 그들을 변화의 동력으로 이끌고 간 질문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세상을 바꾼 질문, 어떤 게 있나?

 

그렇게 질문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었는데, 그런 질문들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질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 잠깐 살펴보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 왜 인체 해부학 연구는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걸까?

니콜로 마키아벨리 - 군주는 반드시 선하고 도덕적이어야만 하는가?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 혁명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 딸은 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을까?

루트비히 반 베토벤 - 귀가 들리지 않으면 작곡을 할 수 없는 걸까?

찰스 다윈 - 인간은 정말 신이 창조했을까?

하인리히 슐리만 - 트로이 전쟁은 정말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이사도라 던컨 - 왜 불편한 신발을 신고 틀에 박힌 동작으로만 춤을 춰야 할까?

코코 샤넬 - 왜 여자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치마를 땅에 끌고 다녀야만 할까?

애거사 크리스티 - 공포와 스릴을 일상에서 즐길 수는 없을까?

프란츠 파농 - 왜 피부색으로 차별당해야 하는가?

마거릿 미드 - 사회적 통념은 전부 맞는 것일까?

에드워드 사이드 -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크레이그 벤터 -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일론 머스크 - 인간이 화성에 살 수는 없을까?

 

이 책에 수록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참으로 다행하게도,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책으로 그들의 생애를 접한 사람들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는 내가 그들을 질문의 차원애서 읽었던가 하는 반성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읽으면서는 그간 모르던 인물을 새로 만나는 신선한 기분을 맛보며 읽을 수 있었다.

 

해부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딸에게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졌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자들의 코르셋에 질문을 던졌던 코코 샤넬, 생명의 기원에 대해 고민했던 크레이그 벤터, 화성을 보고 질문했던 일론 머스크가 바로 그들이다.

 

질문이 곧 삶 자체

 

그렇게 15인의 삶을 살펴보면서, 그들을 질문이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꾼 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 과연 질문은 힘이 있었다. 세상을 바꾸어 놓았으니, 그 질문은 세상을 바꾸는 역사를 이룬 셈이니, 그 힘의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었다.

 

그 들의 삶에는 실상 그 자체로 질문과 해답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실제적, 문자 그대로 그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그들은 삶에서 그런 질문을 받았고, 그 해답을 치열하게 찾아내어, 결국 그들의 삶 전체로 질문과 해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질문이 힘이 세다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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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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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 우리말로 바꾸면 아동법정도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아동법에 관련된 사건이다.

관련되는 법령을 이 책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안을 판결할 때..

법정은 아동의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법 제 1a.>

 

이 법을 둘러싸고, 주인공인 판사 피오나 메이의 힘겨운 싸움을 그린 것이 이 소설의 기본 얼개가 되겠다.

 

이 소설은 그런 판사인 피오나의 환경이 어떤지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로 남편과의 갈등이다. 남편 잭이 개방결혼의 형태로 가정을 이끌어가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 말은 결혼을 유지하면서 다른 여인과 자유로운 형태의 관계를 허용해 달라는 것.

그런 제안에 피오나는 혼란을 겪으면서, 가정은 갈등에 휩싸인다.

 

그런 피오나에게 법정은 계속 그녀에게 판결해야 할 사건들을 배당한다.

그런 사건 중에 이 소설의 줄기가 되는 사건 하나가 등장한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이(애덤)가 백혈병에 걸려 수혈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데 그 가족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여, 자칫하면 그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 측은 수혈을 하려고 한다. 결국 아이에게 수혈을 해야 한다는 병원측과 하면 안된다는 가족간에 다툼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피오나 메이에게 배당이 된다.

 

이 사건을 결론짓기 위하여 피오나는 법정에서, 또한 애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그녀는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판결을 내리기 위해 피오나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바로 아동법에서 규정한 바 아동의 복지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피오나가 내린 판결문 몇 군데를 살펴보자.

 

<아이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이에 근접해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다는 사실은 그 믿음이 얼마나 심오한지 증명합니다. 또한 그의 부모가 끔찍이 사랑하는 자식을 신앙을 위해 희생시킬 각오를 한다는 사실은 여호와의 증인이 고수하는 힘을 보여줍니다.> (168)

 

그러한 점을 피오나는 다 인정한다. 그만큼 판결을 내리는 자로서 고민이 깊다는 것이다. 

 

그 다음, 피오나는 몇 가지를 덧붙인다.

이 점이 이 소설에서 가장 귀한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여호와 증인 신도들의 수혈 거부 사건이 가끔씩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는데, 그런 경우의 판결문은 읽지 못했고, 또 어떤 결론으로 끝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판결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이 힘 때문에 저는 멈춰 서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17세가 되도록 종교적, 철학적 사고라는 격변하는 영역에서 다른 표본을 접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독교 종파는 신자들 간의 열린 논쟁이나 반대의견을 장려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 아이는 아동기 내내 강력한 하나의 세계관에 단색으로, 중단없이 노출된 채 살아왔고, 그런 배경이 삶의 조건을 좌우하지 않았을 수는 없습니다.>(168)

 

정상적인 판단력이 채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사상 하나에만 계속해서 노출되어 있다는 것, 그것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피오나는 어떤 것이 칠드런 액트(아동법)가 도모하고 있는 아동의 복지에 부합한 것인가를 판시한다.

 

고통스럽고 불필요한 죽음을 감수하는 것, 그리하여 신앙을 위해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이의 복지를 도모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피오나는 그 아이에게 수혈할 것을 최종 결론으로 내린다.

이렇게 그 아이에게 수혈을 받도록 하고, 생명을 살리게 되는데, 이 책의 백미는 바로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판사인 피오나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결론에 이르게 되는가 하는가에 있다.

 

후반부에 가서는 소설 자체는 급격히 몰입도가 줄어든다.

사건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옮긴이는 책의 뒷부분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이 그를 살리는 판결을 내린 후 문제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소설은 그 뒤의 연쇄적 결과를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293)고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그 뒤에 일어나는 사건, 즉 애덤이 피오나를 찾아오고, 피오나가 애덤에게 느꼈던 이상한 감정 등은 군더더기에 불과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남편과의 화해도, 어떤 계기가 없이 그냥 어물쩡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그러니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개운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애덤의 죽음까지!

 

그러나, 이 책은 피오나가 애덤에게 수혈을 하도록 판결을 내리기까지, 그녀가 고심하는 그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사건의 흥미진진한 전개보다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고려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 흔치 않은데, 바로 이 소설이 그러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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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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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원숭이는 되지 말아야

 

왜 해리 후디니를?

 

이 책,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런 가치가 있다. 이 책, 그런데 해리 후디니의 이야기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왜 저자는 마술사 해리 후디니를 거론하는 것일까?

해리 후디니는 세기의 마술사라 불리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마술이 모두 속임수라는 것을 강조한 독특한 마술사였다.

당시 심령술사들은 일반인들을 현혹하고 돈을 뜯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후디니는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하여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미국전역을 돌면서 그들의 속임수를 밝혀내기 위해 애를 썼다.

 

이 책의 저자가 그런 후디니의 일화로 책을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고, 현상을 똑바로 보라는 것이다.

 

다루고 있는 내용들

 

저자는 올해의 보도기자상을 수상한 KBS 베테랑 경제부 기자다. 그래서 여느 학자처럼 이론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경제를 실물경제의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양한데, 우선 그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 한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 경제를 전반적으로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 정부는 왜 눈앞에 닥친 위기도 못 보는가?

기업 - 1등만 살아남은 경제는 왜 위험한가?

부동산 - , 살 때인가? 팔 때인가?

세금 - 세금은 군대보다 더 무서운 무기다

- 이미 당신에게는 2000만 원의 빚이 있다

빈부 격차 -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복지 - 복지는 분배가 아닌, 성장의 열쇠다

인구 - 인구 감소가 가져온 최악의 경제 불황

청년 - 21세기 가장 소중하고 강력한 자원, 청년

 

이러한 항목을 통하여 독자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인구의 감소는 어떤가? 저자는 우리 나라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에 대하여 한국 경제를 노리는 침묵의 살인자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청년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는데,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리고 강조한다. ‘청년을 버린 나라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항목에서, ‘기업하기 좋은환경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국가가 청년들의 문제를 정책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대대적인 청년투자에 나서야 한다(297)고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원숭이는 되지 말아야

 

 

 

그래도, 저자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중산층을 강화하고 미래 세대와 청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302)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조삼모사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원숭이들이 생각이 난다.

주인이 '아침에는 도토리를 3, 저녁에는 4개를 주겠다'고 말을 하자 원숭이들은 아침에 도토리가 3개밖에 안되면 배가 고프지 않겠냐며 반발했다. 이를 들은 주인은 '그럼 아침에 4, 저녁에 3'라고 원숭이들을 달래자 원숭이들은 아침에 한 개를 더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며 좋아했다고 하는 고사, 조삼모사 이야기다.

 

원숭이들은 주인의 말에 감춰진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얄팍한 술수에 넘어갔다.

그렇게 원숭이들이 그런 말에 넘어갔는데, 그렇다면 우리들은?

 

우리들이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눈에 보이는 팩트 이면에 숨겨진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는데, 이 책 그런 혜안을 가지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족 하나

 

사족, 혹시 지금 집을 사기 위하여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정부 시책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예측 기사를 읽는 대신에 이 책의 제 3, <, 살 때인가? 팔 때인가>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 책의 값보다 더 큰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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