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 논어 속 네 글자의 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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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이 책은?

 

이 책은 저자 신정근이 2011년에 펴낸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후속편이다. 이 책은 전작과는 달리 논어속 네 글자에 주목했다. 논어의 구절에서 그 뜻이 농축된 네 글자를 뽑아내어 논어의 핵심을 살펴보는 가운데, 논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논어를 새롭게 보다.

 

지금껏 논어를 읽어오고 있었다. 번역본도 몇 개 다른 것으로, 또한 논어를 기초로 하여 쓴 해설서와 다른 저작물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16 17쪽을 읽다가 논어의 새로운 경지를 발견했다.

 

<첫 장 구절과 마지막 장 마지막 구절을 살피면 논어를 읽을 수 있는 지도를 갖춘 셈이라고 할 수 있다.> (16)

 

그러고보니, 지금껏 논어를 공자의 다양한 행적과 어록이 편집된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안에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그 어떤 것그러니까 요약해서 말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 이 들어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신정근은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첫 장 첫 구절이다.

學而時習知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의 마지막 장 끝 구절은 不知命 無以爲君子也(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이다.

 

그래서 이 두 구절이 논어를 싸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논어』의 모든 구절들은 다음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해가 되어야 한다. 

 

<첫 구절은 사람에게 지금의 나와 다른 나를 꿈꾸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길을 찾으려는 격려를 하고 있고, 마지막 장 마지막 구절은 지금의 나와 다른 미래의 나를 어디까지 추구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다.>(18 )

 

이렇게 저자의 인도를 따라 논어를 읽으니, 문자의 그 속내가 이해가 되고, 따라서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구절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논어를 대하는 자세

 

이 책을 읽으면서 논어』를 읽어오면서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읽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읽었는가? 그저 고전중의 하나니까, 논어를 알아야 다른 고전들도 이해가 될 듯 하니까. 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읽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것들이 새삼 나의 그런 자세를 가다듬게 해 주었다. 이런 말들이 그런 말이다. 

 

<글자를 보면 싸우려 하지 않고 공자에게 대들지 않고 그와 이야기 나누면서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11)

 

바로 싸우려 하지 않고, 대들지 않고 마치 공자와 이야기 나누는 그런 자세가 지향해야 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수정해야 할 부분들

 

<훗날 맹자는 .....역성혁명을 주장했다. 이 주장은 정몽주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활용하기도 했다.> (53)

 

이 문장에서 정몽주를 거론한 것은 잘 못되었다. ‘정도전이 아닐까?

 

다시 이 책은?

 

논어를 다룬 책들은 무수히 많고 많지만, 이 책처럼 편안하게 논어를 읽고, 공자의 생각을 차분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은 드물지 않나 싶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논어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것뿐만 아니라, 논어속을 차분하게 거닐면서 생각도 하게 만들어주니, 그게 바로 學而時習知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의 경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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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
스콧 라이트 지음, 옥타비오 듀란 사진, 김근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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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스카 로메로  

 

이 책은?

 

희망의 예언자라 불렸던 오스카 로메로 신부(주교, 대주교)의 일생을 다룬 책이다. 그는 남미의 엘살바도르 태생이다. 그 나라는 로메로 주교가 활동하던 당시에 극심한 군사독재 국가였다. 군사독재 정권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다스렸고, 결국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다. 로메로 주교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는 미사를 집전하는 도중에 군사정권에 의해 암살되었다.

 

회개한 성직자, 로메로 신부

 

역자인 김근수는 그를 회개한 성직자라 불렀다. (13)

그 사연을 역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주교라면 응당 회개한 사람이 아닌가, 회개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주교가 된다는 말인가 하고 의아하게 여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로메로 대주교가 회개에 이르는 과정이었다.>(13-14)

 

실상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대목에서 나도 의아해 했었다.

신부가 되기 전에 이미 하나님 앞에 회개 했을 것이고, 그 뒤로도 로메로 신부는 가난한 자들 편에 섰던 분이니까, 굳이 또 다른 의미의 회개가 필요 없었을 것인데 역자는 왜 이런 말을 할까, 하고 의아해 했었다.

 

내 기억 로메로 신부를 다룬 영화를 본 기억- 에 의하면 그 분은 처음부터 가난한 자의 편에 섰던 분이었는데, 왜 다시 회개를?

 

그러나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로메로 신부는 로마로 가는 길에, 같이 가던 세사르 헤레스 신부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아시다시피 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저 역시 배고픈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마 신학교 시절부터 저는 제 출신을 망각하기 시작했습니다.>(130)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그대로 두지 않으셨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산티아고 데 마리아로 보내졌습니다, 지독한 가난을 다시 마주한 것이지요. 마시는 물 때문에 죽어가는 어린아이들과 수확기에 죽도록 일해야 하는 농장 노동자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란데 신부에게 일어난 일도요.....>(131)

 

그를 가난한 자들과 다시 만나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사역을 재확인하게 하신 것이다.

그란데 신부에게 일어난 일이란 것은 그란데 신부가 군부에 의해 사살당한 것을 말한다. (113)

 

로메로 신부의 회개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더욱 많은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그의 회개가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기가 되기 때문이리라.

 

<과두정부와 관료들로 이루어진 권력자들을 상대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왔습니다. ...로메로 대주교에게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무엇이든 이에 따르기로 굳게 결심한 것 같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127)

 

그런 회개를 케빈 버크 신부는 이렇게 정의한다.

회개의 의미는 부활의 체험부활한 사람으로 살기. (128)

 

결국 가난한 사람을 다시 보고 로메로 신부는 진정한 회개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나님을 보고 회개했고, 다음에는 가난한 사람을 보고 회개한 것이다.

 

회개한 로메로 신부는 결국 회개해서 암살당했다. 회개하지 못한 군부정권에 의해서.

그러니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모든 부패한 정권이 회개해야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 제목 중 희망의 예언자라는 말은 '회개로 인하여 생기는 희망' 일 것이다.

로메로 주교는 그러한 희망을 보여주고 이 땅을 떠났다.

 

밑 줄 긋고 명심해야 할 말들

 

<엘살바도르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법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무질서와 불평등 위에 세워진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복음 선포는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여겨집니다.> (110)

- 군부에 의해 암살된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의 강론 중에서

 

<우리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정치 조직과 결합하면 안 되지만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위한 공익 추구와 관련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108)

-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주자 그들은 나를 성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들이 왜 가난한지 묻자 그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불렀다.>

 

다시 이 책은?

 

역자는 가난한 사람들과 얼마나 가까이 지냈느냐에 사제 생활의 성패가 좌우된다”(14)고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가난한 사람과 가까이 있어서 성공한 로메로 신부의 일대기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는 철저히 회개하고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섰기 때문에 암살된 사건의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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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홀릭 - 인터넷오페라로 경험한 천 개의 세상
이보경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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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홀릭

 

얼마 전 KBS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인 <1100>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출제되었다.

<다음 오페라의 주인공이 남자인 경우는?>

 

그 문제에 객관식으로 3 개의 선택지가 제시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돈 조반니>였다.

출연자가 박나래였는데, 결국은 맞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퀴즈프로를 본 다음날인가 이 책이 도착했다.

그래서 얼른 <돈 조반니> 관련 부분을 먼저 펼쳐 확인해 본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음악에는 여러 파트가 있는데, 이 책은 그 중 오페라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이보경은 MBC 기자다. 책의 저자 소개에는 현재 경인지사 부장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직위인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하여 이보영 기자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 본 결과, 이 책은 저자의 역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저자, 이보경은 누구인가?

 

인터넷 검색하니 이런 기사가 뜬다. 기자의 면모를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소개한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비키니 시위에 참여했던 MBC 이보경 기자가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한 매체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이날 보도국장으로부터 7일까지 경위서를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또한 향후 비키니 사진 건과 관련해 외부 인터뷰나 기고를 하지 말 것을 요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는 지난 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도 나와라 정봉주 하고 있습니다라며 마침 직장이 파업중이라 한가해졌어요. 그래서 노구를 이끌고서리라는 글과 함께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을 공개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스포츠 동아, 2012-02-07)

 

저자는 어떻게 오페라를 만나게 되었는가?

 

또 다른 기사에서 저자가 오페라를 만나게 된 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때는 2012년 봄. 이 기자가 한창 MBC의 공정방송을 외치며 파업에 참가하던 시기였다. 곧 끝날 것 같았지만 쉬이 끝나지 않았던 파업, 어느 날 그는 이채훈 당시 MBC PD의 초청으로 모차르트 강연을 듣게 됐고 강연 내용을 검색하던 도중 연관 자료로 붙어 있던 오페라 아리아를 듣게 됐다. 아리아를 듣는 순간 힐링을 경험했던 그가 이후 오페라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오페라를 통해 위로받고 심신의 치유를 경험하는 4년여의 시간이 시작됐다.> (기자협회보, 2015.12.16.)

 

그러니 이 책은 그저 어느 호사가가 취미로 쓴 글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었던 4년여의 시간 동안 오페라를 통하여 위로받고 치유를 경험한 실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과정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오페라 한곡 한 곡에 저자의 그러한 신산의 경험이 녹아 있는 것이라 생각되어,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서두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언급하면서 이 책 중에서 가장 먼저 <돈 조반니> 부분을 찾아 읽었다고 했는데, 저자 역시 <돈 조반나>에 대해 특별한 마음이 있다 한다.

 

<그 중에서 이 기자가 가장 좋아했던 공연은 돈 조반니였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3시간동안의 모든 곡이 하나같이 멋지고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이 기자는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가수로 돈 조반니 주인공 역을 많이 맡은 스웨덴 출신 성악가 페테르 마테이를, 좋아하는 작곡가로 돈 조반니를 작곡한 모차르트를 선택했다.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모차르트 강연이라 그런지 모차르트의 작품들을 좋아해요. 돈 조반니만 20번은 본 것 같아요.”> (, 기자협회보 기사 중에서)

 

이 책에는 그런 <돈 조반니>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오페라가 수록되어 있다.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겠지만, 오페라 중 어느 하나를 거론하면, 그 곡은 반드시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오페라를 쉽게 감상해 보자.

 

저자는 특히 오페라를 감상하기 위하여 공연장에 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지 배려를 해 놓고 있는데, 바로 인터넷으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해마다 이곳저곳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를 찾아다닐 수 있는 집단은 복되도다. 그러나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착한 대안이 바로 인터넷이다라고 하면서, 자자는 그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놓고 있다.

 

심지어 오페라의 대부분이 우리말로 공연되지 않기에 저자는 우리말 자막이 있는 것을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다. 그 자료는 201511월 현재 자료니까, 아주 따끈따끈한 정보다. 어디 그뿐인가, 저자는 자막이 있는데 공연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공연은 마음에 드는데 자막이 없는 경우 어떻게 그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재미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창을 두 개 열어 포개 감상한다. , 자막본을 화면 줄임과 무음으로 처리해 일단 밑에 깔고 보고 들으려는 위쪽의 창은 크기를 줄인다. 아래로 자막이 보이도록 하는 조치다.>(108)

 

그 정도면 저자가 얼마나 실제적으로 오페라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오페라에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더

 

이 책 중 특별히 바그너의 생애는 관심있게 읽었다. 니체에 관심이 있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니체는 바그너를 숭배한다고 할 정도로 깊이 교제하고 있었는데, 어느 한 순간 그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음악과 오페라에 대하여 문외한인 탓도 있지만, 여기 수록된 내용 모두다 새롭고 신기한 것뿐이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 책 제목이 오페라홀릭인데, 이러다가 나도 오페라홀릭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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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도 흔들리는 땅 - 조선시대 지진과 재난 이야기
최범영 지음 / 소명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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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도 흔들리는 땅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땅이고, 부제는 <소설로 읽는 조선시대 역사지진>이다.

부제를 통하여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소설이다. 저자는 이 책을 자전소설이라 한다. (4)

저자가 <책머리에>서 말한 바를 미루어 본다면, 저자가 공부한 것 지진- 을 설명하기 위하여 부득이 소설의 형태를 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소설이라 이름하지만 소설의 구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기가 연구하는 것을 시간을 따라 정리하는 수준으로 보며 될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소설이란 형식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는 지진에 관한 학문적 성과를 대중에게 접근해서 알려주기에는 이 형식이 적당하다는 점이다. 이것을 논문이나 학술지에 발표한다면, 과연 대중에게 어느 정도 알릴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대중들의 눈에 띄지 않고 묻혀버렸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소설이란 형태를 빌려서, 학자로서의 저자가 겪었던 고뇌를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한 어려움을 드러내기에는 소설의 형식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것이 중요한 것인데, 소설의 형태로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전혀 무관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경고의 메시지를 소설의 형태로 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내용은?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주인공이 역사지진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부분은 소설의 형식을 띈 것으로, 저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조선시대의 역사적 기록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해괴제등록의 기록을 살펴보면서 지진이나 화산활동, 해일 등에 관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

 

후반부는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재해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지진, 화산, 해일기록을 제시했다. 이 부분에는 자료인 <조선 시대 지진 화산 해일 기록>과 역시 자료인 <지진사건별 진앙지진도 지진규모 최대지반가속도>를 수록해 놓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사건들

 

1906년 양력 424조선왕조실록기사는 고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사실을 기록해 놓고 있다. (91)

 

그런데 실제 지진이 발생한 날은 418일이었다. 그러니 미국에서 지진이 일어난 엿새 후에 한국의 조정에서 그 일을 언급하고 있었다는 것이 첫 번째 놀라운 일이었다. 두 번째 놀라운 일은 그 지진에 한국인 피해자가 있음을 알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하고 있는 점,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 역사는 되풀이 된다.

 

왜 저자는 그렇게 소설의 형태를 빌리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역사지진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는가?

 

그것은 우리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먼저 있다. 마치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인 것처럼, 지진에 전혀 무방비 상태, 아니 무개념인 현재 상황을 역사에서 찾아낸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가 그렇게 지진에 관해 태평하지만 않았던 사실을 상기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는 곳들도 과거에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하나, 재난 컨트롤타워에 대한 지적이다.

저자는 곁가지로 등장시킨 것처럼 보였던 도서관 근무 직원 김영욱의 입을 통하여 재난에 대한 뼈아픈 충고를 쏟아 놓는다.

 

이미 재난은 정치적 요소가 되었다는 것. 집권자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거나 구출하는 문제보다는 그런 문제로부터 정권의 안보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 이러한 시스템이 재난으로부터 희생자를 최대한 줄일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는 것. (236)

 

그러한 것을 김영욱의 입으로 웅변하게 한다. 그래서 지젝의 말을 빌려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기억하라.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237)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지진이나 쓰나미, 전염병 등은 국가 시스템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요. 국가 외에는 전국의 행정망과 보건소를 통괄하는 네트워크가 없으니까요. 그 시스템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재난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일테죠?> (239)

 

그렇게 이 책은 역사지진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그 점,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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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품은 집 문학의 즐거움 53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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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품은 집

 

이 책은?

 

이 책은 동화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책이다.

시대 배경은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니, 고려시대이다.

 

그러니까 역사 동화라고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동화인만큼, 당시 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다.

 

또한 한 소녀 소화 - 가 성장하는 것을 그려내고 있으니, ‘성장 동화라고 블러도 좋을 듯하다.

 

또한 소화가 아버지를 잃고 난 후에 집을 짓는 일에 참여하면서 그 상처를 극복하게 되는데, 그러한 점에서 생각하면 이 책은 치유 동화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제목, 바람을 품은 집이 의미하는 것은 팔만대장경과 함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경판전을 말한다.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집이다.

 

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그 집은 특수한 장치를 해야 되는데,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바람의 드나듦을 조절해서 자연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게 맞춰지도록 설계를 해야만 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총지휘하고 있는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 나선 주인공 소화의 눈을 통해 그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가 매품을 팔다가 잘 못되어 죽게 되자, 소화는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한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어느 새 목수의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소화를 저자는 잔잔하게 그려 내고 있다. 아이의 시선으로 당시 어렵고 힘들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모습을 힘차게 그려내고 있다.

 

, '바람'은 집에 드나드는 바람만이 아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앞으로 돌아와 작가의 말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처음 읽을 때에는 눈에 띄지 않은 다음과 같은 말이 보이는 게 아닌가?

 

<이 책의 제목, 바람을 품은 집은 장경판전을 가리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집이지요. ‘바람은 자연의 바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크고 작은 소망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말 한마디. ‘바람은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크고 작은 소망을 뜻하기도 한다는 그 말,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정말 시원한 바람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바람을 품은 집을 내 가슴에도 하나쯤은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모쪼록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이 이 부분도 놓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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