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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여기
뉴욕
이
책은?
이 책은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로 유명한 E.
B. 화이트가
뉴욕에 가서 묵으면서 뉴욕에 대해
쓴
책이다.
그러니 일종의
여행기,
아니
뉴욕에 관한 감상을 적은 에세이라 부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E. B.
화이트가
우리에게 생소한 작가가 되어서,
잘
모르는 작가이니 우선 그의 프로필부터 확인하고 가자.
E. B.
White라고
알려져 있는 작가.
이니셜로
되어 있는 이름을 다 풀어본다면 ‘엘윈
브룩스 화이트’이다.
보통 다른 외국인 같으면
‘엘윈
B.
화이트’
라던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라고
이름을 부를만도 한데,
왜
이 작가는 ‘E.
B. White’라고
앞의 두 이름을 이니셜로 부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혹시
작가가 그런 식으로 자기를 불러주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그는 미국의
작가이며,
시인이며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그의
활동은 아주 다양한데,
그가
쓴 어린이 소설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이 있다.
그가
쓴 어린이 책 중에서 ‘스튜어트
리틀',
'샬롯의
거미줄'은
영화화가 되었는데,
모두
본 적이 있다.
그런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음에도,
그
영화의 원작자가 누구인지 정작 모르고 있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제
이 책으로 그를 세 번째 접하게 되는 셈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1948년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70년
전의 일이다.
1948년에
저자는 살고 있던 메인 주의 노스브루클린에서 잠시 벗어나 뉴욕에 머물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가 뉴욕을 떠났고,
이
책을 쓰기 위해 다시 뉴욕에 온 것이다.(16쪽)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살면서
추억이 많이 깃든 뉴욕에 와서 그 추억을 되살리면서 이곳 저곳을 방문하고 그 느낌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그러니 이 책은
70년
전의 뉴욕의 모습을 기록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뉴욕은
지금의 뉴욕과는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책의 제목은 현재형인 것처럼 들리나,
책의
내용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간은 무척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 당시 뉴욕에 살았던 사람이나,
현재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구미에 맞는 글일 것이다.
저자가
걸었던 거리,
들렀던
곳을 실제 살아가면서 만나면 얼마나 그 감회가 새로울 것인가!
그런데 우리 같은
(외국)
사람들에게
1948년
당시의 뉴욕을 기록한 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가 추억을 되살리는 장면을
읽으면서,
우리도
각자 살고 있는 도시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잠시 생각해 보는 것,
그런
의미정도나마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가 뉴욕에서
이 책은 그러니 온전히
‘엘윈
브룩스 화이트’가
뉴욕에 머무르면서 느낀 소회를 기록한 것이다.
<일곱시여서,
나는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이스트 53번
스트리트의 옛 무허가 술집을 다시 찾아간다>
(42쪽)
저녁이 되어 엘윈 화이트는
저녁먹으러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그가 예전에 다니던 술집이다.
난,
이
문장을 읽고,
잠깐
멈추었다.
정확하게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다녔다는 그 술집은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일까?
과연
그 술집은 그대로 있었을까?
혹시
그 술집이 무허가였다니,
이제
영업을 그만 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술집은 있었다.
그
때 엘윈 화이트가 간 그 술집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사람은
별로 없었다.”로
시작된 엘윈 화이트의 회상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다시
선풍기가 실내를 장악하면서 더위와 느긋한 분위기와,
그
많은 그럴싸한 불법 업소들에서 함께했던 그 많은 근사한 저녁 식사의 추억을 불러온다,>(43쪽)
그렇게 저자는 뉴욕의 추억을
되살려간다,
저자의
생각은 “또
다른 뜨거운 여름밤”(44쪽)
으로
추억을 찾아가며 이어진다.
“여름에는
주말이면 도시가 텅 빈다.”(45쪽)
이렇게 저자의 생각을 따라 책을
읽다보니,
맨
처음에 ‘뉴욕에
관한 이런 책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하며
냉랭하던 마음이 슬그머니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새
저자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뉴욕을 같이 걸어가게 된 것이다.
그게 바로 공감
나와는 시간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게
살았던 저자,
그의
작품도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래서
낯선 인물이지만,
이 책 한권으로 단박에
그의 발걸음 닿는 곳을 같이 따라가게 되다니!
같이
다니며 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니!
바로
이게 글의 힘이고 공감의 힘이 아닌가.
그래서 혹시 다음에 뉴욕을 가 볼
기회가 생기면,
이
책을 들고 엘윈 화이트와 같이 뉴욕을 걸어볼 생각도 갖게 되었다.
아,
참,
저자는
그 옛날 다녔다는 그 술집 위치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뉴욕에 가면 찾을 수 있겠지.
서울에서
김서방도 찾아 간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