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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6년 3월
평점 :
음식이
정치다
이제 지겹다 못해 짜증이
난다.
TV를
켜면 여기저기 앞치마 두른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겹치기 출연이다.
아직도
먹는 것에 그리 미련이 남아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배가 부르니,
더
이상 먹지는 못하고 남들이 대신 먹는 것을 보자는 심산인가?
그런데 그런
먹방(‘먹는
방송’의
준말)을
보고 있으면 시청자의 식욕을 자극하고 결국은 시간에 관계없이 따라 먹게 되고,
하여
건강에 좋지 않은 비만으로 이어진다는데,
방송은
전 국민을 그렇게 병자로 만들어갈 작정인가 보다.
그렇게 먹는 것에 대하여 아직도
우리 민족이 미련이 남아 있는가보다.
그렇다면,
입으로
먹는 먹방 대신에 머리과 가슴으로 먹어야 하는 이런 책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바로
이 책 <음식이
정치다>라는
책이다.
음식을
보더라도,
음식을
먹더라도 이런 내용을 알고 먹으면 그 사람은 훨씬 정치적인 사람이 될 듯하다.
음식은 정치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어찌해서 음식이 정치와
관련이 있다 하는 것일까?
억지로 가져다 붙이는 견강부회가
결코 아니다.
우선 본질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음식의 본질은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있다.
정치와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 또한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만드는 데 있다.
그러니
저자의 견해는 음식이 정치고,
정치가
바로 음식인 것이다.
(6쪽)
그런 전제하에 저자는 정치와 관련된
음식 이야기들을 우리 역사에서,
또는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장에서 찾아내 밥상을 차려내고 있다.
역사에서 찾아낸 음식들
이 책은 네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음식의
정치,
정치의
음식,
배반의
음식,
화합의
음식.
그중에서 몇 개만 골라내
먹어본다.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
잉?
알겄냐?“
이 말 들으면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명박 전 대통령.(35쪽)
2002년
당시 대통령후보로 나선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
시장에서
시민 행보를 하던 그는 “제대로
씻지 않아서 흙이 묻은 오이를 덥석 물더니 와작 씹어 먹었다.”(42쪽)
그리고 한나라당 캠프에서는 이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김현미
부대변인은 그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진짜
서민들은 씻어서 먹는 오이를,
시장에서
씻지 않고 먹는 데 무슨 대단한 서민행보인양 선전을 하는데,
진짜
서민들은 오이를 씻어서 먹는다.”(43쪽)
재미있는
일화들,
다른 데에선 볼 수
없다.
1996년
3월
11일
오전,
전직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가 동시에 재판정에 섰다.
재판정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전
대통령.
나란히 법정에 서 있자니 좀
뻘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붙임성이
그중 좀 나은 전두환이 노태우의 귀에 대고 이렇게 물었다.
“자네
구치소에서는 계란 후라이 주나?”
노태우가
대답한다,
“아니,
안주던데?”
“이쪽하고
똑 같구만.
우리도
안주더라구...”
(192쪽)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얻어
들었을까?
물론
저자는 이 글의 소스를 덧붙인다.
“물론
이건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이야기다.”
‘소스’라는
말이 재미있다.
우리말이
아니라 영어인데,
‘소스’로
발음되는 영어 단어가 두 개다.
하나는
소스(sauce)
[명사]
서양
요리에,
맛을
돋우기 위하여 넣어 먹는 걸쭉한 액체.
다른 하나는
소스(source) [명사]
정보
따위의 출처.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자료.
‘저자가
소스를 밝혔다’고
말할 때의 ‘소스’는
당연히 (source)인데,
이
책이 음식이 소재인만큼 소스를 (sauce)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마치
음식에 소스를 쳐서 맛을 돋구어주는 것처럼 이야기에 소스를 쳐서 재미를 있게 해주니 말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과거의 정치적 사건을 가려서 캐거나 따다가 다듬고 조리해서 상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8쪽)고
이 책의 의미를 밝힌다.
저자가 그 말 한 다음에 그런
노력한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책에 차려 놓은 음식들이 한결같이 다 정말 맛있다.
음식에
정치를 버무려 내 놓은 밥상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마침
4월
정치의 계절도 돌아오는데,
이런
책 읽었으니,
이제
백성들의 배를 불리고 밥맛나게 만드는 정지,
정치인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