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은 영화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하다.
모두
다 아는 것처럼 그 영화는 소설 <쥬라기 공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공룡을 우리
눈앞에 현실감 있게 살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영화가 된다.
각
장면 장면이 한 컷씩 이미지로 변환되어,
머릿속에서 활동사진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활동사진은 음향효과도 제대로요,
컬러도
총천연색.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일단 영화로 만들어지니,
글로 읽을 때조차 영화처럼 읽히는
것이다.
그의
유작인 『드래곤 티스』라는 소설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에 인쇄된 글자는 어찌된
셈인지, 살아 움직이는 듯,
영화로
읽혀진다.
먼저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주인공으로 윌리엄 존슨,
예일 대학교
학생이다.
그리고
오스왈드 찰스 마시 교수,
예일 대학교 교수로
고고학자,
애드워드 드링커 코프 교수,
펜실베니아 대학교 교수로 역시
고고학자.
방학을
맞이하여 떠나는 마시 교수의 서부탐사대에 윌리엄 존슨이 참가하여 서부로 떠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부에 가서 공룡의 화석을
찾아오는 것이 탐사의 목적이다.
이야기는 마시 교수의 라이벌인
코프 교수가 펜실베니아 대학생들을 이끌고 역시 같은 지역으로 같은 목적으로 나타나는 데서 꼬이게 된다.
윌리엄이 마시 교수,
코프 교수 사이에서 물고 물리는
소동을 겪으며 발굴된 공룡 뼈를 무사히 가지고 오는 것,
그것을 주제로 하여 한 바탕
활극이 벌어진다.
시간은
미국에서 ‘서부’라는 지역에 아직 무법자들이 출몰하는 시대로,
1875년과 1876년이 시대 배경이다.
그런 활극을 먼저 서부극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광활한
서부를 배경으로 인디언과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화살이 주인공 다리를 관통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총잡이들이 등장하여 마을 공터에서
쏘고 죽이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니
서부극이다.
등장인물로 와이어트 어프가 등장하는
것도 서부극 냄새를 물씬 풍기게 한다.
어프가
보안관 자리를 목표로 하여 데드우드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이 소설은 또한 심리극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사건을 이끌어가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장면들을 배치해 두고 있는데,
이런 장면들은 영화화 되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할 게 분명하다.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하여,
인디언의 추격을
따돌린다.
“눈 좋다.
눈 내리면 수 족 전사들 우리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생각한다.
아침에 한두 시간 불 옆에서 몸
녹이며 기다린다.”
“그 사이 우리는 죽어라 달아나는
거군요.”(244쪽)
와이어트 어프가 윌리엄에게 뭔가 암시를 하는데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눈치 채지 못하는
읠리엄에게 에밀리가 넌지시 귀띔해주는 장면도 압권이다.
(와이어트 어프가 마시 교수와 공룡뼈 거래를 두고 길고 긴
상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와이어트 씨는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거래를 끝낼 수도 있답니다.”
윌리엄은 그녀를 뻔히 보았다.
“그 말은 …….”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이 와이어트씨는 자기가 마시 교수를 붙잡아두고
있는데 당신이 여기 앉아 있어서 답답해 하고 있을 거예요.”(379쪽)
그제서야 윌리엄은 와이어트가 자기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상담을 길게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공룡뼈
반절(와이어프에게 주기로 한)을 가짜로 바꿔치는 것이다.
그후 바꿔친 가짜 뼈를 와이어프가
마시 교수에게 넘기는 장면,
통쾌한
복수다.
셰익스피어의 그림자도 보인다.
루시엔과 한 번 만난 윌리엄은
젊음의 피가 용솟음치는지라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윌리엄은 다음날 떠나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둘의
대화,
들어보자.
루시엔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꿨다.
“샤이엔에는 얼마나 있을건가요?”
“안타깝게도 하룻밤만요.
내일 더 먼 서부로
떠납니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달콤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루시엔은 서운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전 한 시간 뒤에 또 무대에 서야
해요.
그 후 한 시간 동안은 손님들과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그 다음엔
한가해요.”
“기다릴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밤새도록
기다릴게요.”
루시엔은 몸을 기울여 윌리엄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79쪽)
윌리엄의 가슴에 밀려든 ‘달콤한 고통’!
잠시동안의 헤어짐도 청춘남녀에게는
고통이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만난다는
희망이 있기에 그 고통은 달콤하다.
이런
경지는 이미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묘사한 바가 있다.
그
유명한 발코니 장면에서 둘이 헤어지는 순간,
로미오가 이렇게
말한다.
“잘 자요,
잘 자!
이별은 달콤한
슬픔.”
(『로미오와 줄리엣』,
2막 2장)
'달콤한 고통'과 '달콤한 슬픔',
굳이 비교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또
하나,
인디언 리틀 윈드는 추격전에서
총을 맞고 결국 죽게 된다.
그
시신을 마을의 공동묘지에 묻으려 하는 윌리엄,
그에게 이런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공동묘지에는 그 어떤 인디언도 묻을 수
없다네.”
“왜 안 되는데요?‘
그런
윌리엄의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인디언은 이교도니까.”
(151쪽)
이
장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오버랩된다.
오필리어가 죽어 장사 지낼 때,
묘를 파는 인부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
자살 했으니 기독교식 장례는 안
된다는 발언이 떠오른다.
(『햄릿』,
5막 1장)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윌리엄 존슨은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가공의 인물이고,
마시 교수와 코프 교수는
실존인물이다.
실제 그 두 교수는 라이벌이었다는
것,
그게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래서
미국의 서부에 인디언이 창과 화살을 쏘며 달리고 기병대가 나팔을 불며 나타나던 시대에,
공룡뼈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이런 사실은
팩트다.
그런
과학적 탐험 이야기를 재미있게 또한 의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역시 스토리는 힘이 있다.
그것도 크라이튼이
만들었으니,
이야기의 힘,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