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빼앗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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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형태의 디스토피아
원숭이의 꽃신
이 책을 읽으니,
<원숭이의
꽃신>
이란 동화가
떠오른다.
맨발로 다니던 원숭이,
어느 날 여우가 가져다 준 꽃신을
신어보고 그 푹신한 느낌에 혹해 꽃신을 신기 시작했다.
처음 꽃신을 권할 때 여우는 그저
공짜로 신어보라더니 신던 꽃신이 헤져 다시 꽃신을 신겠다 하자,
이번에는 값을 달라고
하고,
또 그 다음에는 점차로 값을
올린다는 이야기.
맨발로 걷던 원숭이 발은 이제
꽃신 없이는 한 걸음도 걷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우리가 그런 원숭이 신세가 된 것 아닌가.
이제 핸드폰 없이는 전화 한 통도 못한다.
전화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으니!
그전에는 전화번호 수십개는 쉽게 외우던 머리가 이젠 자기 전화번호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게 다 테크기업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어느 사이에,
나도 모르게!
맨발로 걷던 원숭이,
꽃신을 신고 다니니 발은 부드럽게
편해졌는지 몰라도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많다.
여우 손에 꽉 잡혀 지내야
한다.
그것처럼 테크기업 덕분(?)에 우리 일상은 너무나 편리해졌다.
그런데 그 편해진만큼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
그래서 결론을 미리 말하면,
저자는 이들의 독점이 빚어낸
결과를 꼼꼼히 따져보고 우리 역할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글 읽어보자.
충격이다.
<우리는 이미 일정부분 사이보그가
되었다.
우리의 폰은 기억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고,
기초적인 두뇌활동을 알고리즘에
위탁했으며,
자신만의 비밀을 외부 서버에
저장해서 컴퓨터로 정보를 캐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20쪽)
우리는 알게 모르게,
테크기업의 손 안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저자가 갈파한 것처럼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가 되어서,
원격조정을 받고 사는
것이다.
무엇을 먹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테크기업에서 우리의 식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우리의 거처도 알고
있으니,
근처 마트로 가서 이러저러한
식품을 사라고 문자를 보내준다.
마트에서 보내주는 할인행사
안내문도 수시로 받아본다.
그런 문자에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겨 정신차리고 보니,
이게 웬일?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항상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가 단순히 기계와 한 몸이
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기계를 운영하는 기업들과 한
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고(思考)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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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에 맡겨버린
결정과정
(역자는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를 ‘알고리듬’으로 번역하여 놓았지만,
요즈음 거의 모든 용례가
‘알고리즘’이라 하기에 여기서도 ‘알고리즘’이라 표기하였음.)
<알고리즘은 사고를 자동화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인간의 손에서
내려놓기 위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88쪽)
것이다.
그렇게 개발된 알고리즘을,
아무 생각없이 정확하게 단계를
따르다보면 실패없이 매번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기에,
이제 모든 의사 결정과정에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그 알고리즘은 누군가 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기기에 장착해 놓은 사람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에,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누군가의
손에 자기 의사결정권을 맡겨 놓은 셈이 되었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고를 기계에
아웃소싱하면,
사실은 그 기계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아웃소싱하는 거라는 점이다.>
(98쪽)
사고의 외주화,
흔히 매스컴에서 듣는
'사고(事故)의 외주화'가 아니라,
'사고(思考)의 외주화'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내가 삽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그 삽을 동시에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지식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113쪽)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117쪽)
(
이
부분은 우리가 인터넷 서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기에 길더라도
인용해 둔다.)
공짜 콘텐츠의 범람은 새로운 형태의 결핍을 낳았다.
읽고 보고 들을 것이
넘쳐나고,
링크를 따라가다보면 끝도 없이
사이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디언스의 주의를 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를 ‘총체적인 소음’이라 한다.
총체적인 소음 속에서 우리는
집중력이 떨어진 채로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
따라서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
다시 이
책은? -
우리 곁에 와있는 테크
기업
데이터를 축적하면 당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그들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38쪽)
직설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파괴해서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했다.
(240쪽)
괄호 안에 ‘그들을,
그들만의’를 집어넣은 것은 이 책의 결론을 말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미 그들이 만든 제국의 백성이 되었다.
세상 편해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태평성대를
구가한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를,
우리의 손발은 어느새 그들의
포로가 되어 있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끝낸다.
(
………………………
),
우리 자신에 대한 주체성을
장악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사색하는 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98쪽)
(
………………………
)은 일부러 비워놓았다.
저자가 말한 것도
좋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사색하는 생활이 가능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