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너와의 낯선 기억 - Novel Engine POP
쿠도 유 지음, Tiv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친한 너와의 낯선 기억  

 

등장인물

 

나카야마 유키나리 : 유키

후쿠하라 유코

후쿠하라 쇼헤이 : 유코의 아버지

 

이야기의 줄거리

 

유키나리와 유코, 그 둘은 만난 적이 없는데, 둘 만의 공통된 기억을 갖고 있다. (131)

그 기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며 정이 들고 결국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이야기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교 시절.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서장 <세계가 꿈꾸는 하나의 꿈>은 꿈속의 이야기다.

처음 읽을 때에는 서장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그 다음 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그게 꿈속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등학교시절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이어지는데, 독자들은 주인공인 남녀 두 사람을 뒤따라 다니며 그들의 기억을 찾아가면서 이야기 조각을 맞추어 간다.

 

먼저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 이건 꿈속의 사건들이다.

유키나리와 유코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원에서 처음 만난다. 둘은 수업이 끝나면 함께 시간을 보냈고, 여름방학에는 워터파크에 놀러가기도 한다, 그런 기억들이 존재한다.

 

그 다음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제 유키나리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육상부원이다.

그런 그에게 묘한 일이 일어난다,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와 본 기억이 있다. 기시감이 든다.

어느 날, 유키나리는 유코를 만난다. 꿈 속에서 보았던 소녀다. 유코 또한 마찬가지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유키나리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그 기억들을 찾아내는 기억의 조각 모으기를 하기로 한다.

이제 대학생이 된 두 사람, 몇 번을 만나 어느덧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치고 졸업을 앞 둔 어느 날, 유코에게 사건이 일어나는데..

 

기억에 관한 통찰들

 

이 소설에는 기억을 둘러싼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래서 기억에 관한 통찰이 돋보인다.

 

예컨대, 이런 문장 읽어보자.

나에게는 분명히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의 기억이 있다.'(61)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있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일이 기억으로 남게 되다니? 말도 안된다.

물론 기시감이란 게 있긴 하지만, 같은 기억을 두 사람이 동시에 갖고 있다면?

 

그런 의문 제기에 새삼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해서 저자는 기억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람의 기억이란 (……) 그것을 떠올리려고 할 때에, 그것이 직접 있는 그대로의 형태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이미지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고정적인 것이 아닌 유동적이고 애매한 것이라 타인으로부터의 유도에 의해 왜곡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65)

 

뇌는 수면 중에 기억을 정리한다. (305)

 

지금이라는 것도 한순간 후에는 환영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 체험한 것은 실체 없는 기억이 된다. 되풀이하여 떠올리는 소중한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강화되고,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희미해져 간다. (334)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받음으로써 뇌는 활성화된다. (342)

 

SF적 요소가 있다.

 

유코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노심초사 하고 있는 유키나리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한다. 열어보니, 첫 문장이 이렇다.

<저는 당신의 세계와 지극히 가까운 평행 세계에 있는 나카야마 유키나리입니다.>(273)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메일이다. 다만 또다른 자신은 여기 세계가 아닌 평행세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 지금 시점으로는 그저 SF 적 요소라 할밖에.

 

그렇게 이 작품에서는 유코에게 벌어진 일을 두고 양자컴퓨터 공학, 그리고 평행세계 이론이 펼쳐진다. 해서 공부도 하게 되는 이점이 있는데, 그런 이론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평행세계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가설이겠지?

 

다시 이 책은?

 

책의 제목 친한 너와의 낯선 기억. 묘하지만, 잘 지었다.

말 그대로다. 내용 그대로다.

공상과학적 요소를 가미한 로맨스 소설이다.

특히나 기억에 관한 성찰이 돋보인다.

낯선 기억을 공유한 두 사람, 그로 인해 친해졌는데, 그 기억이 다시 희미해진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좀비
슌하오 리우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좀비

 

소설이다, 자전적 요소가 보이는 듯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일단 그런 자전적 사실들이 많이 보인다,

 

저자 이름이 소설 속에 등장하고, 그가 썼다는 기사도 등장한다.

저자는 이 소설 속에서 작가 겸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들 :

 

화자인 저자, 슌하오 리우.

그를 둘러싼 여인들, 루시, 샹샹, 채희.

 

그레고리 보내트 : 상이군인, 하반신을 전투에서 잃었다. 루시의 남편,

루시 : 그레고리의 부인.

샹샹 : 중국인, 밀입국자. 18(28)

채희 : 중국에서 도망쳐 온 여자. 마사지 샵 근무.

 

줄거리

 

이야기의 주축은 화자인 리우와 루시의 관계다.

두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고, 또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는 큰 줄거리가 있고, 거기에 채희가 덧붙여지고 샹샹이 존재감은 별로지만 여하튼 끼어 있다. 

 

그러니까, 결국은 뉴욕을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리우와 여성 세 명의 이야기다.

그런데 루시, 채희, 샹샹은 서로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사이인데, 관계에서 갈등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그게 소설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는데, 이게 자전적 소설이 지니는 소설로서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는,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쫄깃쫄깃한 설렘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미국의 뉴욕에서 중국 배경을 가진 한국인 리우와 채희, 중국인 샹샹, 그리고 미국인 루시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문화적 차이, 또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행동의 다름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곳곳에서 만들어진다.

 

그게 이 소설을 읽어가는 재미랄까. 아무래도 뉴욕의 냄새가 나는데 그게 흥미를 유발한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릴리스 : 아담(Adam)''릴리스(Lilith)'

이브가 생기기 전에 아담이 좋아했다는 여자. (245)

현재 기독교인이 사용하고 있는 정경서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몇몇 다른 옛날 자료들에 보면 아담에게는 릴리스(Lilith)라는 첫 부인이 있었다.

 

아담은 릴리스가 너무나 독립적이고 주장이 강해서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어서 신에게 부탁하여 이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24)

 

국어, 중국어, 영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저자의 배경이 한국, 중국 그리고 미국에 걸쳐 있기에 언어구사에서 새롭게 배우는 게 많다.

다음은 그러한 것들을 모아 보았다.

 

아닌보살 :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시치미를 떼고 모르는 척한다는 뜻. (136)

우투리 : 하반신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138)

진화타겁 (?火打劫) Loot a Burning house. (178)

불난 집에 도둑 든다.’

 

Speak of devil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136)

Knock on Wood. 행운을 빈다, 좋은 일이 계속 되기를 빈다. (162)

The sparrow near a school sings the primer.

학교 근처 참새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따라 한다.’ (213)

 

He is a fool that cannot conceal his wisdom. - 벤저민 프랭클린 (254)

자신의 영악함을 감출 수 없는 사람은 바보.’

God bless the people who suffer from the this condition. (258)

하느님은 고통 중에 있는 자를 돕는다.’

 

다시 이 책은?

 

등장인물들이 처해 있는 상황들이 예사롭지 않게 절박한데, 저자는 그 절박감을 잘 활용하여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그런 상황이라면 그 정도 행동은 이해할 수 있지 뭐, 그렇게 말이다.

 

그러니 하반신이 없는 그레고리의 부인인 루시와 리우의 성관계 장면에서는 일반적인 윤리 규범으로 판단하려는 생각이 아예 들어설 여지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아니면, 미국 땅이라서 그런가? 게다가 그들의 삶은 좀비를 닮았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이윤호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이 책의 내용은?

 

옛날 조선 시대에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람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데, 서양에서는 에펠탑을 팔아먹은 사람도 있다니, 참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에펠탑을 팔아넘긴 빅토르 뤼스티그 (본명 로버트 밀러) 는 어찌나 교묘하게 속임수를 썼는지 당한 사람은 어디에다 말도 못했다는 것이다.

 

<(사기를 당한) 푸아송은 거액을 사기 당하고도 모멸감 탓에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22)

 

이 책에 실려 있는 사건들은 그처럼 모두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이다.

 

<catch me if you can>

 

<catch me if you can> 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신출귀몰한 천재 사기꾼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자막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으로, 실제 인물은 그 후 연방정부를 위해 화폐 위조범을 식별하는 업무를 지도한다던가(?) 그런 내용이 소개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 바로 그 실제 인물을 만난다. 프랭크 애버그네일.

 

그가 비행기 조종사로, 의사로 신분을 위장해가면서 벌이는 사기 행각이 실제였다니. 실로 놀랍기만 하다. 실제 비행기 조종을 하기까지 - 물론 자동비행모드로 - 했다니 정말 간도 크다.

 

그는 체포되어 형기를 마친 후, FBI 요원들을 가르치는 유명 전문강사이자 보안 컨설팅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점도, 기록해 두고 싶은 점이다. (11)

 

폰지 사기의 원조가 된 찰스 폰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하는 사기, 그중에서도 폰지 사기.

폰지 사기의 원조는 미국의 다단계 투자 사기범 찰스 폰지. 그의 이름을 따서 그후 그런 수법의 사기를 폰지 사기라 부르는 것이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을 지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당시 찰스 폰지는 수익률을 원금의 50 %, 심지어 100% 도 지급하면서 신규 투자자를 유인하여,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아 넣었다.

 

그의 사기 행각을 이렇게 표현한다.

피터에게 이윤을 지급하기 위해 톰의 돈을 강탈하는 것뿐이다.’ (34)

 

이 책에는 그런 사기꾼들의 사기 행각을 네 가지 종류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01. 세계와 세기를 뒤흔든 사기꾼들

역사에 남을 '위대한' 거짓말쟁이들

 

02. 아름다움과 능력에 속는 인간의 한계여!

뛰어난 외모와 능력으로 사람을 홀린 사기꾼들

 

03.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이름들까지

유명인과 얽히고설킨 사기꾼들

 

04. 세상에 이런 걸로도 사기를 치다니!

독특하고 창의적인 요지경 사기꾼들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사기꾼들의 행각은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있는지, 항상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래서 그런 사기꾼들은 심심찮게 영화로 등장한다.

 

앞서 말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catch me if you can> 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또 다른 사기꾼도 영화에 등장한다.

 

저자는 그 영화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True lies>에 찌질이 사기꾼이 한 명 등장한다. 그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의 아내 역으로 나오는 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정보원인 척 접근한다. 실제 직업은? 자동차 판매원이다.

 

이 책에는 그와 똑같은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이 있다.

비밀 정보원을 사칭하고 여인들을 사로잡은 자동차 판매원 로버트 헨디 프리가드 (99)

 

다시, 이 책은?

 

알고도 당한다.”,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눈감으면 코베가는 세상이다.”, “눈뜨고도 당하는 세상이다.”

 

위의 말, 서로 모순되는 말 같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속고 속이는 세상이다.

 

이 책은 그렇게 속고 속이는 세상, 어떻게 속고 속이는 일이 벌어지는지 파헤쳐 놓았다.

이런 사기 행각을 알고, 제대로 대처해야 대낮에 번연히 눈뜨고도 당하는 일이 없게 된다.

 

정말로 속고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 빈번하게 일어나는 세상에서 경계의 눈을 번쩍 뜨고 살아가기 위하여 어떻게 사기꾼들이 치고 들어오는지 알아두자. 그런 목적으로는 이 책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물론 들지만,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니, 이 책은 재미와 의미 두 가지 모두 지닌 책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후추와 검은 욕망

 

이 책을 여는 말이 강렬하다. 모든 것은 후추때문이었다.”(8)

 

책 제목이 세계사인만큼 여기서 모든 것이라 함은, 세계사가 바꿔지게 된 모든 원인일테고, 그것이 후추 때문이라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거기에서 한 호흡 멈춘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을 읽으면, 이제 보인다.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가를.

모든 것이 후추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후추와 검은 욕망, 그렇게 이 책은 시작한다.

후추를 비롯한 13가지의 식물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결국 세계 역사를 바꿔 놓았다는 사실, 그것을 기록한 책이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저자가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생각한 13가지 식물은 무엇 무엇일까?

 

1.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감자

2.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3.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

4.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고추

5.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6.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7.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8.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목화

9.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식물 ·

10.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11.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12.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13.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알고 나면 모두가 평범한 식물들로,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탕수수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동남아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위에 땀을 흘리며 관광하다가, 길가 노점상에서 사탕수수를 짜서 만든 즙으로 잠깐이나마 갈증을 해소한 적이 있을 것이니,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기에 우리가 별 관심 없었던 식물, 13가지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식물의 원산지와 양산지

 

먼저 각 식물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그리고 전파 경로는 어땠는지, 지금은 어디에서 그 식물을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세계사의 굵은 흐름이 보인다.

 

감자 - 남미 안데스 산맥 주변 (26)

토마토 - 안데스 산맥 주변 (57)

후추 - 남인도가 원산지인 아열대 식물 (77)

양파 - 중앙아시아 건조지대(128)

- 중국 남부 (134)

사탕수수 - 동남아시아 원산지인 아열대 식물(157)

- 동남아시아 (231)

대두 -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 (148)

옥수수 - 중미 (266)

튜립 - 중근동 (아프리카 북부 지역과 서아시아) (281)

 

그런데 식물들은 원산지에서만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십자군 전쟁의 여파로, 콜럼버스 등이 신대륙의 발견하기 위하여 대항해에 나서면서, 고향을 떠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원산지에서 다른 곳으로 널리 퍼져 나간 식물들, 그런 사실이 벌써 세계사의 지형이 변한 것을 말해주고 있다. 대두 같은 경우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미국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탈립성(脫粒性)과 비탈립성(非脫粒性)

 

식물도 생존본능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리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 본능 가운데, 탈립성(脫粒性)이란 게 있다.

 

탈립성은 식물이 자신의 몸에서 씨앗을 땅에 떨어뜨림으로써 번식 가능성을 높이는 고유의 성질을 말한다. (207)

대다수 야생식물은 씨앗이 여물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씨앗이 여물대로 여물면 남김없이 땅에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식물의 번식에는 유리할지언정 인류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해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인류의 조상 중 누군가 위대한 발견을 했다. 바로 여문 후에도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208)

 

내용이 조금 길지만, 중요하니 조금 더 인용해 본다.

 

인류가 볏과 식물을 주요 식량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우연히 찾아왔다. 놀랍게도 그 해결책을 돌연변이 밀이 제공했다.

일립계 밀(Einkorn Wheat)은 석기시대 때부터 인류가 재배해온 작물로 밀의 선조 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랜 옛날 어느 날 우리의 선조 중 누군가가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바로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밑동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다. 아주 낮은 확률로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을 지닌 돌연변이가 생겨날 때가 있는데 가물에 콩 날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그 돌연변이 밑동을 인류가 운 좋게 발견한 것이다.

씨앗이 여물어도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 식물은 자연계에 자손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탈립성이 없는 특성, 즉 씨앗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 성질은 식물의 치명적 결함이며 번식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이 가진 이런 결함과 악재가 오히려 인류에게는 호재이자 축복으로 작용했다.

여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7~208 )

 

쌀과 콩, 쌀밥과 된장국

 

쌀은 탄수화물 뿐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해 영양면에서 균형잡힌 식품으로 인정받는다. (232)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대두다, 그러므로 쌀과 대두를 적절히 조합해서 먹으면 모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232, 252)

그런 의미에서 밥에 된장국을 곁들이는 상차림은 영양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바로 우리 조상들이 쌀밥에 된장국을 조합한 것인데, 뭘 알아도 제대로 알고 식단을 짠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알게 되는 영어 단어

 

영어를 공부할 때, 의아한 것이 몇 개 있었는데, 고추 후추 같은 단어를 외울 때, 왜 고추가 Hot pepper인가 하는 것이었다. 종류가 비슷해서 그런가, 식으로 추리를 해 봐도 납득이 되지 않았고, 그건 결국 미제의 의문으로 남아있었는데, 드디어 그 의문이 풀렸다.

 

고추 : Hot pepper / Red pepper

피망 : Green Pepper (11, 97)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콜럼버스의 탐험은 목적지인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를 발견하는 데서 그친다. 해서 찾으려던 후추는 찾지 못하고 대신 고추룰 발견하게 되는데, 여기 지어진 이름이 기이하다. 비록 실질적으로 후추는 아니지만, 이름에라도 후추라는 말이 들어가게 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고추가 콜럼버스에게 '어쨌든 후추여야만 했던 까닭이 콜럼버스의 항해가 후추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밖에도 ‘livestock’라는 단어는 유럽이 가축에서 얻은 고기로 식량을 삼은 데서 유래하였다. ‘살아있는 재고라는 의미로 가축을 정의하게 된 것이다. (76)

 

양파는 onion인데 이는 진주라는 뜻의 라틴어 유니오(Unio)'에서 유래한 어휘다.(128)

 

대두는 soybean 인데, soy간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soybean간장을 담그는 콩이라는 뜻이다. (247) 일본 에도 시대에 사쓰마 지방에서 유럽으로 간장을 수출했는데 당시 간장을 뜻하는 사쓰마 사투리 소이가 소이빈의 유래라고 한다. (256)

 

옥수수 수염 (Corn silk)

옥수수 수염에 해당하는 영단어가 corn silk 라니 의외다.

 

인류문명사와 작물

 

인류문명사에는 저마다 그 문명을 뒷받침한 작물이 있다.

황허 문명에는 대두가 있고

인더스 문명과 양쯔강 문명에는 벼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는 보리가 있고

남미의 잉카 문명에는 감자가 있다. (248, 268)

 

매운 맛은 왜 다른 맛과 다른가?

 

매운 맛 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110)

 

우리 몸이 캠사이신의 독성을 중화해서 배출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총동원하면 순간적으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갑작스러운 캡사이신의 침투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뇌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배출한다. 다시 말해 캡사이신으로 통각자극을 받은 뇌가 몸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해 완화하려고 앤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이다. (110)

 

다시, 이 책은? -각 식물에 얽힌 기기묘묘한 사연들

 

예컨대 감자 같은 경우, 감자가 등장한 이래 이 세계 곳곳에 끼친 영향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더하여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리 앙트아네트가 사랑한 꽃은 장미가 아니라 감자꽃이었다.

감자가 성서에 언급되지 않은 식물이라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종교재판정에 감자가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혀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으니, ‘인류 역사는 인간이 식물 재배를 시도한 그 시점부터 시작되었다’(293)는 말이 빈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감자는 물론이거니와 이 책을 통해서 각종 식물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되었는지, 또 구구절절 각기 사연을 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식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게 우리들의 밥상을 장식하는 것들이라 더 신기하고, 가깝게 여겨진다. 앞으로 밥상을 나누며 이런 식물들의 이야기로 밥상머리 대화가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고조선은 그들(?)만의 리그

 

보통 사람들은 고조선에 대해 관심이 없다. 있다고 해도, 고조선에 대해 잘 모른다.

거기에 환단고기가 등장하여, 고조선 하면 환단고기같은 엄청난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여, 아예 애초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고조선에 관한 논의, 논쟁은 학자들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아예 관심을 끊어버리게 된다.

 

여기 고조선 논의에 대하여 꼭 알아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윤내현 교수.

윤내현 교수 (1939~ )

 

단국대 사학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정년퇴임했다.

대고조선론정립한 독보적인 역사학자인데, 그의 저서 논문으로 <상주사>, <고조선의 사회 성격>,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 연구>가 있다.

윤내현의 주장중 분명히 할 것은 그가 주장하는 대고조선론환단고기를 믿는 환빠들의 주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고조선론 VS. 소고조선론

 

대고조선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윤내현, 신채호, 성삼재, 박병섭이 있는데, 그들은 고조선이 중국의 만주에 있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소고조선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이병도, 송호정, 서영수, 신석호, 이문영이 있다.

그중 송호정은 평양중심설, 서영수는 중심지 이동설을 주장하며 고조선이 요동에서 >평양으로 옮겼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이 고대사학계의 주류이며, 이들은 고조선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고조선을 말하는 진짜 이유는 한사군과 낙랑군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내현 교수의 글쓰기에 대하여.

 

<실제로 그의 학술논문들은 주류 고대사학계가 제기할 수 있는 모든 헛소리들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 심지어 그들이 지금은 안 했어도 미래에 거론할지 모르는 헛소리에 대한 대답까지 준비해 놓았다. 그의 저작을 읽다보면 독자가 의구심을 가질만한 사안은 반드시 어딘가에 설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김상태, 책보세, 337)

 

이 책, 고조선 연구

 

이런 고조선 논의에 새로운 인물 한 명을 추가할 수 있어 기쁘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유 엠 부틴이다. 우리나라 학자가 아니라 러시아 인이다. 러시아 역사학자.

 

우리나라에서도 고조선 논의가 일부 학자들만의 것으로 치부되는데, 외국인 그것도 러시아인이 고조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차를 통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윤내현 교수의 추천의 글

 

1장 영토와 인종 구성

2장 문헌 자료에 나타난 고조선

3장 남만주와 한국 북부의 초기 철기 시대

4장 사회 경제 구성

 

먼저 추천사를 쓴 사람이 윤내현 교수라는 점이 돋보인다.

윤교수는 저자는 한국 내외의 학자들이 내놓은 고조선에 관한 그간의 연구 업적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그것들을 종합하려고 노력하였다. 외국 학자가 이 정도의 책을 내 놓았다면 한국 학자들은 그것을 수정, 보완하여 더욱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8)

 

저자는 연구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고조선 문제의 주요 측면인 영토, 인종 구성, 생산력 발전 수준 그리고 한국사에서 최초 국가의 사회 체제 등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400)

 

이 책의 가치는 해제자가 밝힌 것과 같이, 이 책은 고조선에 대해 훨씬 전방위적으로 검토했으며, 고고학 유적등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414)

 

고조선 논쟁과 중국의 동북공정

 

고조선에 관한 논의는 결코 일부 학자들만의 소관사항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들 하는데, 고조선은 처음부터 잊은 부분으로 아예 제쳐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나 고조선 문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만리장성의 동단(동쪽 끝)이 어디인가에 대하여 역시 견해가 달라진다.

주류 사학계는 만리장성이 북경의 산해관이 아니라, 요하라고 하며 심지어 이병도는 황해도 수안이라고까지 한다.

그들 견해에 의하면 만리장성이 한반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까지가 중국의 역사에 포함된다는 게, 바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따라서 만리장성의 동단이 어디인가 분명해지면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는 그에 따라 윤곽이 결정되는데, 우리나라 사학계의 주류 되시는 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 반면 이 책은 어떤가?

 

2장에 보면 고조선에 관련된 각종 문헌을 통해 고조선을 증명하고 있으며, 또한 고고학 자료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출판(초판)된 것이 1983년이니, 우리나라에서 그 이후 논의된 것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저자가 특히 이병도의 여러 견해를 소개하면서 비판하고 있는 점은 돋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이런 견해, 고조선의 실재를 주장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사회 경제 구성> 의 첫부분, 문제 제기 부분이다.

<만일 우리가 고조선 사회의 지배적인 생산 도구와 생산 관계의 본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고조선 사회의 성격에 관한 해명은 불충분하게 될 것이다.>(354)

 

그래서 저자는 심지어 고조선 철제품의 화학 성분에 관한 자료(372)도 제시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의 학자적 자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고조선이란 난제를 맞이하여,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특히 이 책의 해제자인 유정희의 도움말이 많이 도움이 된다. 해제자는 <질문 & 답변> 란을 통하여 궁금한 점을 소개하고, 더하여 서평까지 제공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외국인에 의하여 증명되고 있음은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찬밥 신세인 고조선이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