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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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역사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평면의 역사

언뜻 들으면 납득이 되지 않는 제목이다. 평면도 역사가 있나?

평면에 대한 어떤 역사? 인식의 역사? 평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그리고 그 후의 역사? 그런 역사도 가능한가?

 

그런 여러 의문이 들게 만드는 제목이다.

제목 곁의 부제는 책 이해에 조금 도움이 될까?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원제는 그저 <Flatness>이다.

 

이 책의 저자는 B.W. 힉맨,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의 역사학과와 서인도대학교의 명예교수><음식의 역사에 관심이 깊었던 그는 2008년에 자메이카 음식 : 역사, 생물학, 문화(Jamaican Food: History, Biology, Culture)를 출간했고 이후에는 노예의 역사를 다룬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이 책과 관련된 부분은 저자 소개에서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이 주는 답답함을 풀기위해서,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들을 살펴보자.

 

1장 당연한 듯 특별한 평평함의 세계

2장 평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3장 지구는 정말로 둥글까?

4장 매우 평평한 그곳에 서면

5장 왜 평평하게 만들어야 할까?

6장 평평한 운동장이 낳은 것들

7장 평평한 물질들

8장 그림은 평면화를 넘어설 수 없을까?

9장 다가올 평면성의 명암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2-4장에서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평면을 인식하게 된 방식을 살펴보고, 5-7장에서는 평면을 창조하게 된 방식, 8장에서는 평면이 재현되는 방식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내용, 평면에 대한 접근 방식이 무엇보다도 신기했다.

지금껏 내가 딛고 다니는, 차를 몰고 다니는 그런 땅, 평면이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평면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자, 이런 말들이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밟는 모든 평평한 표면은 자연 그대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표면은 모두 계획되거나 설계된 것이다.> (8)

 

이 책은 서문이나 서장이 없이 바로 1장으로 시작되는데, 그중에 한 구절이다.

그 말을 찬찬히 읽어가다가, 그 말이 사실인 것을, 말이 맞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 말, '즉 현대사회에서 모든 일상 경험의 중심에는 만들어지거나 인위적인 평면이 존재한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 주변의 평면이 그제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평면의 개념 분화

 

5-8 장에서는 평면이 단순히 도형으로서의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개념이 확대되고, 생각의 차원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우리의 시각을 땅위에서 하늘로, 우리의 생각을 현재에서 미래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읽을 가치가 있다.

 

비행기(aeroplane, airplane)라는 말, 이름 자체가 공중을 보통 수평면으로 날 수 있는 능력에서 유래했다. (232)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을 펴냈는데, ‘세상의 평평화는 텔레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아웃소싱과 오프쇼링, 노동의 상품화, 화물의 컨테이너 수송, 그리고 급격하게 감소된 운송비로 세계가 상호 연결됨을 의미한다. (273)

 

역사, 평면의 역사

 

정말 책의 제목처럼, 여기 평면에 관한 역사도 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의하면 평면성15세기에 처음으로 영어에 등장했고, 납작한 또는 평평한 성질을 지칭했다.(13)

 

최초로 가장 평평한 대륙이라는 문구를 정확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예는 1954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전용 용수 부족 문제를 논의할 때였다. (123)

 

이밖에도 평면과 관련된 여러 가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평면의 역사, 맨 처음 읽기 시작할 때에는 무슨 내용일까, 무척 궁금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는데, 이 책이 제시하는 평면이란 개념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니, 평면이 차지하는 위치, 평면이 역할을 하는 분야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다시 앞으로 돌아와, 결론을 낸다.

당연한 듯 특별한 평평함의 세계

 

1장의 타이틀이다. 그렇게 평평함, 평면은 우리에게 당연하지만, 특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또는 당연하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평면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이 책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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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 데카르트 역에서 들뢰즈 역까지
황진규 지음 / 달의뒤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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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이 책은?

 

철학은 언제 해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새잡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책을 읽으면서 두 손을 벌리고 힘껏 붙잡으려고 하지만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책을 읽으면, 읽을 때는 손에 가득한 것처럼 여겨지다가 곧바로 손가락 사이로 줄줄 새버리는 철학, 철학, 철학.....

 

이 책,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도 그중에 하나가 아닐지, 기대반 우려반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의 장점

 

일단 읽고, 내 손안에 가득히 담았다. 비록 나중에는 다 사라져버릴지라도.

해서 우선 이 책의 장점을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쪽수, 페이지가 많지 않다. 혹여 이런 것도 장점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페이지 수가 많으면 읽기 전에 질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게 철학 아닌가? 철학이란 말만으로도 이미 한수 접고 들어가는데, 양까지 많으면 더욱 질리게 되고, 책 펴기를 망설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다230여 쪽으로 아주 적당하다

 

둘째,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가 20명이다. 20명뿐이다.

이것 역시 많지 않아서 좋은 것이다.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은, 우리가 알아야할 철학자는 몇 명 정도면 된다.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20명 정도면 철학의 흐름을 잡는데도 충분하다.

 

셋째, 시작을 데카르트부터 한다. 이것 역시 시간 경제적인 면에서, 읽기가 좋다.

어떤 책들은 철학 하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고대, 중세 등을 거쳐와야 되는 줄 알고, 철학자 리스트를 길게 잡아 늘이는데, 데카르드 정도면 철학을 제대로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아주 적당한 출발선이다. 인간이 제대로 생각이란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기 시작한 철학자가 데카르트니까.

 

넷째, 지하철이란 말을 이용한 철학 여행, 신선하다.

이 책은 데카르트로 시작하여, 지하철 노선도의 역처럼 20개의 역을 지나, 마지막 종착역인 질 들뢰즈에 도착하게 된다. 저자는 20명의 철학자를 4 개의 파트로 구분해 놓았는데,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가면서 위치를 파악하듯이, 철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섯째, 개념 정리가 명확하다.

흔히들 말한다. 말을 길게 하는 건,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자기 자신이 잘 모르니, 모르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말 저말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임은 분명하다. 이 책, 그 말에 비추어보면 저자는 확실히 안다. 그 어려운 철학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딱부러지게 짚어주고, 맥을 잡아주고 있으니 말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앙리 베르그송 - “있음보다 하나가 더 많다.”

공간 중심으로 보면, “있음은 없음보다 하나가 더 많다고 말해야 옳다. 하지만 시간 중심으로 보면 분명 없음은 있음보다 하나가 더 많다”.

방에 사과가 없음을 인식하려면 먼저 사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사과가 없다는 인식도 없으니까 말이다. (124)

 

자크 라캉의 욕망의 환유연쇄’ (137-138)

라캉은 욕망의 연쇄가 환유적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어떤 단어를 통해 그에 인접해 있는 다른 단어를 떠올리듯이 욕망이 환유적으로 이어지고 확장된다는 것이다.

 

자크 라캉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144)

라캉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욕망할 때, 그것을 내 의식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이미 내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타자의 욕망이 발현된 것일뿐이다.

 

장 폴 사르트르 존재, 실존, 탈존”(158-160)

실존이 본질에 앞서게 되는 어떤 한 존재, 그 어떤 개념으로도 정의되기 이전에 실존하는 어떤 한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존재가 인간이다.”

 

다시, 이 책은?

 

다시 말하거니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개념 정리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철학이라면 흔히 가지게 되는 선입견, ‘길고 복잡해,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밤나무에서 밤을 땄는데 껍질까지 다 벗겨지고 알밤만 손에 들어왔다고 표현하면 어떨지?

 

철학이 그래서 조금은 손에 잡히는 느낌, 이번엔 다르다.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 여기 저자가 살펴보고 있는 철학자 20명을 소개한다.

 

첫째 주

근대철학의 아버지_르네 데카르트 / 인간의 맨얼굴을 폭로한 철학자_블레이즈 파스칼

신을 너무 사랑해, 무신론자가 된 철학자_베네딕투스 스피노자

의심과 경험의 철학자_데이비드 흄 / 서양철학의 저수지_임마누엘 칸트

 

둘째 주

기억의 관념론자_요한 고틀리프 피히테 /

변증법의 철학자_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자본주의를 엑스레이로 찍은 철학자_칼 마르크스/ 초인을 꿈꾼 철학자_프리드리히 니체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새_페르디낭 드 소쉬르

 

셋째 주

마음을 분석하는 철학자_지그문트 프로이트/ 시간의 철학자_앙리 베르그송

프로이트의 계승자_자크 라캉 / 마르크스를 다시 살려낸 철학자_루이 알튀세르

행동하는 실존주의 철학자_장 폴 사르트르

 

넷째 주

원주민을 사랑한 철학자_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천재 중의 천재 철학자_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패러다임의 철학자_토마스 쿤 / 도서관의 고고학자_미셸 푸코

서양철학의 끝판대장_질 들뢰즈

 

이 정도 소개면, 각각의 철학자들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적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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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 괴짜 물리학자의 재미있는 핵물리학 강의
다다 쇼 지음, 이지호 옮김, 정완상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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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이 책은?

 

원자가 원자로로, 다시 원자탄으로 변화되는 과정과 그 원리 알고 싶었다.

또한 그것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개념들도 알아두고 싶었다. 국제 정세의 한 축이 원자로, 원자 폭탄을 중심으로 하여 움직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알아야 하니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부제는 <괴짜 물리학자의 재미있는 핵물리학 강의>인데 강의하는 식으로 글을 써놓아서,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괴짜 물리학자라 불리는 다다 쇼는 교토대학 화학연구소 비상근 강사를 거쳐 현재는 준교수로서,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소립자원자핵연구소에 몸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153월에 도쿄 컬처에서 실시한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가필,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목차를 통하여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을 살펴보자.

 

1장 원자핵

2장 핵융합과 핵분열

3장 연쇄 반응

4장 핵연료

5장 핵무기

 

그런 대분류 아래, 핵과 관련된 것들이 총망라되고 있다.

 

나로서는 원자핵부터 시작했다.

원자핵은?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 이렇게 두 종류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30)

양성자는 플러스 전기를 갖고 있고, 중성자는 전기를 갖고 있지 않다.

 

핵융합은 원자핵과 원자핵이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61)

핵분열을 천천히 일으키는 것이 원자로이고, 일순간에 급격하게 일으키는 것이 핵무기다. (101)

 

핵분열 물질 우라늄 - 235 에 중성자가 흡수되면 핵분열이 일어난다. 처음에 이니시에이터를 통해서 중성자를 조사하면 그 뒤에는 계속해서 반응이 지속되니, 이를 연쇄반응이라 한다. (102)

 

핵분열로 생긴 중성자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므로 이 중성자를 감속시켜 원자핵에 흡수되기 쉬운 열중성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물질, 그러니까 감속재를 핵연료와 함께 원자로의 노심에 넣어둔다. 이 감속재 덕분에 효율적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103)

 

그렇게 하나하나, 개념 정리를 하면서 읽어가노라니,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인 원자탄에 이어,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 즉 수소폭탄까지 알게 되었다.(227쪽)

 

핵융합에서는 원자 표면의 전자가 1차적인 문제가 되는데, 중성자는 전자의 벽에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안쪽의 원자핵에 도달한다. 그래서 핵연료를 전리시킬 필요조차 없다. 이 때문에 핵분열을 이용한 것 즉, 원자폭탄이 핵융합을 이용한 수소폭탄보다 일찍 실용화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76)

 

다시 이 책은? - 이런 신문기사, 읽어도?

 

<이란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핵합의 축소 3단계> 라는 제목의 201997일자 기사를 비롯하여, 국제 정세를 크게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가 핵물질이다. 원자로, 원자 폭탄 등등.

그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원자에 대한 상식부족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하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을 시작했다고 7(현지시간) 밝혔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행을 축소하는 3단계 조치로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가동시켰다고 발표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장치다.>

 

신문기사, 분명히 한글로 되어 있는데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란이란 나라 이름 빼고 완전히 까막눈 수준이다. 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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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맹가노니 - 이야기의 탄생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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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랏말싸미 맹가노니

 

이 책은 한마디로 "<나랏말싸미> 각본가 시나리오에 토 달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영화 <나라말싸미>를 쓴 시니리오 작가 이송원이 시나리오에 하나하나 토를 달아놓은 것이다.

몇 편의 시나리오 읽어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시나리오에 토를 달아놓은 것은 처음 접한다.

 

스토리텔링 실전 사례

    

 

이 책을 통하여 먼저 스토리텔링 이론과 실제를 공부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발언과 해당되는 시나리오를 동시에 접하니, 스토리텔링 실제 공부가 된다.  

 

도저히 풀리지 않을 듯한 딜레마가 없으면 이야기의 긴장과 재미도 떨어진다. (38)

 

하나의 매듭이 매듭으로만 그치고 또다시 원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만담이다. 이야기 한 마디의 매듭이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고 그 힘으로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냥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폭이 확장되고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물길이 흘러야 긴장과 흥미가 유지된다. (91)

 

예측불허의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답시고 꽁꽁 숨기기만 해서는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없다. (92)

 

어떤 경우엔 예상을 넘어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어떤 경우엔 예상에 못미치는 지점에서 멈추는 방식으로 관객과 밀당을 하는 것이다. 가끔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긴장이 유지된다. (92)

 

아이러니와 딜레마가 크고 깊을수록 드라마는 더 힘차게 전진한다. (103)

 

한글 창제의 주역은 누구인가?

 

먼저 이런 진술 들어보자.

 

<많은 학자들이 훈민정음 창제는 비밀리에 수행된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신하의 반대를 피하느라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추측한다. 어떤 이는 언어학의 천재인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세종의 딸 정의공주가 변음토착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 모두 1443년의 마지막 날, 임금이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실록 기사가 난데 없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문자 창제에 관한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158)

 

그래서 이러한 역사적 기록의 공백에 드라마를 짜는데 상상력이 작동하게 된다.

그래도 무한의 상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만 한다.

 

저자가 이 영화에서 상상력을 발휘, 불교의 신미가 한글 창제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줄거리를 끌고 간다. 그러면 그런 주장의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조선의 유생들이 그토록 증오하던 불승들이 언문제작에 참여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까? (213)

 

한글 반포 이후 새 문자로 번역된 책의 대부분을 불경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231)

 

구결 (230)을 토대로 한글 만드는 작업을 한다.

구결이란, 한문(漢文)에 토()를 넣어 읽는 한국적 한문독법(漢文讀法) 내지는 그 읽은 내용까지를 통틀어서 이르는 말.

 

훈민정음에 깃든 동아시아 표음문자들의 자취를 확인할수록 창제과정에 참여한 불승들의 존재가 실감으로 다가온다. (247)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하여, 상상력을 발휘 역사 기록의 빈 공간을 채우려 하는 것, 이런 정도는 용인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시험 대비를 위한 역사 강의록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들이대는 역사기록의 엄정함이라니? 영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이에 대해서, 이런 말 들어보자.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반영하지만 그와 구별되는 하나의 가능한 세계. 남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쉬운 문자를 만들려는 분투 끝에 위대함의 반열로 진입하는 인간 이도(세종의 본명)의 험난한 여정을 우리는 그리고자 했다. 그 길의 동반자로 신미(信眉)라는 실존인물에 주목했으며, 세종과 맞서고 협력하고 격돌하는 영화적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신미 캐릭터는 세종의 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분리하여 인격화한 또 다른 자아(alter ego)’. 세종의 마음속에서 벌어졌을 치열한 싸움을 외면화한 상대역으로 신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14431230일자 실록기사 이전의 역사공백을 개연성 있는 허구로 재구성한 작업의 요체다.>(10)

 

이런 부분, 의미 있게 들린다.

신미를 불교의 실제 인물로 보지 않고, 세종 안의 또 다른 생각으로 보면, 세종의 내부에서 한글 창제를 가지고 치열한 생각들이 오고갔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인문학적 사고가 아닌가?

 

이런 것, 새롭다.

 

산스크리토로,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데 쓰는 장작을 의미하는 단어가 걱정을 의미하는 단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전자는 죽은 사람을, 후자는 살아있는 사람을 태운다. (225)

 

언문은 얕잡아 부르는 명칭인가?

그게 아니라는 여러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32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저수지의 물은 구체적인 용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냥 물일뿐이다. (81)

 

분석심리학자 칼 융에 따르면, 우리는 자기 내면의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인 그림자를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 그를 증오하고 경멸한다. (168)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305)

因地而倒者 因地而起 (인지이도자 인지이기)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 되고 인연이 반복되면 운명이 된다. (337)

 

, 책들

 

남자들은 자꾸 가르치려 한다, 레베카 솔닛 (38)

멀고도 가까운

세종은 왜 불교 책을 읽었을까, 오윤희 (84)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지프 캠벨 (127)

문자와 국가가라타니 고진 (243)

후흑학(279)

군주론(280)

한비자

파랑새의 밤마루야마 겐지 (316)

문명의 불만프로이트 (397)

 

다시 이 책은?

 

책을 읽다가 , 이거 웬 떡이냐하면서 기대가 급상승, 흥분을 넘어 감격지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단적으로 말해 별 기대 안했는데, 거의 횡재 수준의 책을 만났다는 얘기다. 이 책, 나랏말싸미 맹가노니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치열함이 필요한가?

스토리텔링의 세밀한 적용 방법들.

역사와 허구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조선 초기, 임금과 신하의 권력관계는 어떠했는가?

한글은 창제된 후, 어떻게 확산이 되었나?

다양한 책 소개는 덤이다.

 

그리고 영화는 무엇인가? 까지. 생각해 본 것들, 얻은 것들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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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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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이 책은?

 

영화 <킹콩>의 원작자인 에드거 월리스, 그는 영국의 소설가다 겸 극작가인데, 그가 쓴 소설, 공포의 천사(The Angel of Terror)을 읽었다. 미스터리 소설이다.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소설 네 명의 의인을 읽었고, 이 책이 두 번째 소설이다.

 

저자 에드거 월리스는 <이코노미스트>로부터 20 세기 스릴러물 작가 중 가장 다작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등장인물들

 

제임스 메레디스

잭 글로버 : 변호사

진 브리거랜드 : 제임스 메레디스의 약혼자

리디아 베일 (리디아 메레디스)

 

줄거리는?

 

제임스 메레디스라는 인물이 있다. 앞부분에서 잠깐 나왔다가 죽는 인물인데, TV 드라마로 치면 유명배우가 초반에 깜짝 출연하고 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나 맡은 역할은 중요해서, 그 뒤 스토리의 기본을 깔아놓고 가는 인물이다.

 

그는 살인죄로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변호사인 잭 글로버는 무언가 의문을 가지고 이 사건을 대한다. 메레디스의 약혼자이자 천사 같은 미모를 지닌 브리거랜드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메레디스는 서른 살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여동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메레디스의 전 재산은 진 브리거랜드 앞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 메레디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잭 글로버는 리디아 베일을 찾아가 메레디스와 결혼을 제안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리디아는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 후 메레디스는 살해되고.........

 

독자인 나는 이렇게 당했다. - 숨겨놓은 장치

 

추리소설의 묘미는 작가와 독자가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는데 있다.

저자는 요소요소에 힌트를 숨겨놓고 독자들은 그런 힌트를 찾아가면서 작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 그게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숨겨 놓은 것으로 여겨지는 힌트가 보이질 않는다.

서술이 3인칭으로 전지적 서술로 일관되니, 독자는 서술자의 해설을 듣는데 사건일지를 읽는 기분이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소설의 전개가 무미건조하다 싶었는데, 언젠가부터 무엇을 하나 놓친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런 식으로 소설이 끝나버리면, 추리소설로 낙제인데,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내가 속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독자인 작가에게 하나 완벽하게 속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바로 재그스라는 인물의 정체.

 

나중에 밝혀지고 나서야, , 하면서 그전에 작가가 무수히 뿌려놓은 밑밥, 힌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이름이다. ‘재그스

변호사 잭 글로버가 리디아의 신변 경호를 위해 집으로 보낸 경호원이 재그스인데, 그 이름에 주목을 하지 않은 것이다.

 

재그스가 처음으로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

 

<갑자기 잭이 안색이 밝아지며 환하게 웃었다.

재그스!” 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재그스?” 레넷이 어리둥절해하며 따라 말했다.> (60)

 

레넷은 잭 글로버가 일하는 법률회사에서 잭의 상급자다.

지금 대화를 하면서 잭은 재그스라는 인물을 거론하는데, 상급자인 레넷은 그게 누구인지 처음 듣는 듯하다. 이게 힌트였는데, 나는 그냥 넘어갔다 보기 좋게 저자에게 당한 것이다. 가공의 인물이다.

 

재그스라는 이름은 아마도 Jags 일 것이다.

그 이름은 주인공 잭 글로버 (Jack Glover) 이름에서 <Ja- G>를 따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재그스는 잭 글로버가 가공으로 만들어 낸 인물이다.

일인이역으로 잭 글로버와 재그스는 동일인물인 것이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나는 이런 대목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 밖에.  

<리디아가 불평하면 잭이 좀 더 자주 찾아와 재그스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설득할 법도 했는데, 웬일인지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25)

 

잭과 재그스는 동일인물이니, 함께 리디아 앞에 나타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잭은 재그스가 되어 리디아를 지근거리에서 보호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런 것 모르고 읽었다. 그래서 추리소설로서 격이 떨어진다 생각했던 나의 성급한 판단, 잘 못이라는 점 말해 두고 싶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포일러가 되니 말하지 못하겠다.

실상 재그스와 잭이 동일인물이라는 정보도 말하면 안되는데........

 

이것,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 관자놀이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관자놀이’, 그건 얼굴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새삼 살펴보게 되었다.

 

관자놀이는 양쪽 눈의 바깥에서 귀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을 말한다.

눈의 바깥쪽에서 귀 사이에 위치하며, 광대뼈가 귀 쪽으로 길게 연결된 광대활의 윗부분이다.

따라서 왼쪽, 오른쪽으로 구분될 수 있다.

 

<총알은 왼쪽 관자놀이 바로 아래에 박혀있었고 얼굴에는 화약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46)

 

<지미는 오른손에 권총을 움켜쥔 채 죽어있었소. 총상은 왼쪽 관자놀이에 있는데 말이지. 어떻게 하면 오른손에 총을 쥐고 왼쪽 관자놀이를 명중시켜 자살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면 자살이라는 당신의 이론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49- 50)

 

관자놀이가 정확히 어디인지를 모르면, 위와 같은 문장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3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건이 그저 진행이 되는듯한 구조다. 사건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절로 해결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사건 해결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애를 쓰는데, 그것이 애쓰고 수고하는 과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이야기가 너무 드라이하다. 촉촉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감정이입을 할 만한 등장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게 드라이하게 느끼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잭 글로버와 리디아 베일의 러브 라인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두 사람에게 같이 있는 시간을 적게 허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잭이 리디아 옆에 있긴 했지만 재그스라는 나이가 많기 하지만 힘도 무척 센’(77) 경호원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그게 어떤 한계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두 사람의 러브 라인 형성에 한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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