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 臣下
류기성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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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 臣下

 

이 책은?

 

이 소설 신하 (臣下)』는 조선 세조부터 시작하여 중종까지 무려 5명의 왕을 섬긴 류자광의 신원(伸寃 - 원한을 풀어 버림)을 위한 호소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류기성, 역사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역사에 관한 저서를 몇 권 발표한 바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조선 시대 역사를 읽으면서, 류자광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평소 여러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그를 간신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찌 그런 간신이 중중반정을 도모한 자들의 명부에 들어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중중반정에 기여한 공로로 상훈도 받았는지, 의아했었다.

 

일단 그런 의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가 처세술에 능한 자, 시류(時流)를 잘 파악하는 자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서 여기에 붙고, 내일 또 시류가 변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자리를 잡는 전형적인 간신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은 바로 다음과 같은 의문에 부딪힌다.

그럼, 중종반정을 모의하던 대신들은 간신 - 내 생각에, 여기 저기로 옮겨 다니는 지조 없는 -인 류자광을 반정에 끌어들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는 말인가?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 바로 류자광이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이런 말로 류자광에 대한 평가를 개괄하고 있다.

<연려실 기술><어우야담>에는 상반된 기록이 있다. (후기)

<연려실 기술>에는 류자광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기록을 해 놓았고, 어우야담에는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 먼저 알고 읽어보자.

 

먼저 이런 것 생각해 보자. 우리들이 류자광이 간신이라고 인식한 것,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보통의 사람들은 학창시절에 배운 국사 교과서에서 류자광에 대한 이런 기록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김일손이 사초에 기록한 <조의제문>을 빌미 삼아 무오사화를 일으켜 무고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간신, 그리고 연산군의 폭정에 일조를 한 사람. 따라서 그는 희대의 간신이다.

 

과연 그는 그렇게 몇 자로 정리가 되는 인물, 간신인가?

저자는 류자광이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는데 공을 세워 세조에 의해 발탁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중종반정에 기여하고, 드디어 대간들의 탄핵을 받아 유배형을 받는 데까지 시간별로, 그에게 일어난 일들과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 원인까지 자세하게 분석해 놓고 있다.

 

5명의 임금들에 의하여 등용되어, 벼슬길에 나설 때마다 대간들은 불가하다고 상소를 올린다. 임금들이 그런 상소에 귀기울이지 않자, 계속해서,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는데 어찌할 수 없었던지 그를 지방직으로 돌리거나, ‘특진관으로 일하도록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진관이란, 왕의 곁에서 정치적 자문을 하며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종 1품의 재상반열 관직을 말하며 지금으로 치자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생각할 수 있다.

 

류자광에 대하여 대간들의 불가상소가 이어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저자는 그의 신분이 서자라는 점을 들고 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 조선 시대에 서얼인 그가 종 1품 관직을 맡을 수 없었기에, 대관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흔히, 야사에서는 간신으로 묘사되고 있고, 방송의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는 간신의 표본 같이 묘사되고 있으나 실제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간신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사림세력들로부터 미움과 배척을 받는 천한 서출 신분의 신하로 묘사가 되고 있어 상당한 차이를 느낍니다.>

(책 말미의 <작가생각>중에서 - 어찌된 셈인지, <작가생각><후기>에는 페이지 숫자를 매겨 놓지 않았다.)

 

저자는 이렇게 그의 생을 구분한다.

무오사회 이전과 이후.

무오사화 이전에는 비록 천한 신분이었지만 왕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해준 면이 없지 않으나, 무오사화 이후에는 김종직을 추종하는 사림세력으로부터 무조건적인 비난과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서 나쁘게 평가된 면이 없지 않다. (작가 생각 중에서)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류자광에 대하여 조금더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sillok.history.go.kr)를 찾아 들어가 수시로 그에 관한 기록을 찾아 대조하면서 살펴보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류자광에 관한 기록이

<세조실록 42, 세조 13614일 정미 1번째 기사 1467년 명 성화(成化) 3년 이시애의 난 평정에 관한 갑사 유자광의 상서> 로 세조와의 인연이 시작되고, <순종실록 2, 순종 179일 양력 2번째 기사 1908년 대한 융희(隆熙) 2년 유자광 등의 죄명을 벗겨주다> 까지 모두 전체 878 - 국역 기준- 이 보인다.

 

역사책이나 소설등에서 몇 줄 정도로 묘사되면서 간신으로 각인된 류자광, 그의 다른 면을 알게 된 것이 기쁘다. 그래서 역사는 항상 새롭게 읽어야 한다는 것, 인물도 다른 각도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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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허린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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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이 책은?

 

이 책 인터넷의 숨겨진 얼굴<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디지털 환경 보안관리 전문가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읽기 전에도 인터넷의 문제점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 알고 있었다.

지인이 당한 케이스다.

어느날 갑자기 컴퓨터에 저장한 문서들을 열 수 없게 되었다.

바로 랜섬웨어에 당한 것이다.

랜섬웨어란 악성 소트프웨어의 일종으로 공격자는 타인의 컴퓨터에 랜섬웨어를 설치한 후에 열쇠로 잠그고컴퓨터 내 데이터를 암호화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랜섬웨어 공격자는 암호를 푸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67)

 

거기에 당하니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본인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자료들을 자기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원격으로 가능하게 된 현실, 이게 바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 지금 인터넷 -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가? 인터넷이 없던 시대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 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없으면 ......?

아마 무인도에서 사는 기분일 것이다.

당장 메일을 보낼 수가 없다. 메일이라는 말, 이것도 요즘 mail이 전자 우편을 의미하지,결코 일반 우편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또 메일 이외에도 S N S를 확인하는 등의 살아가는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도 없다.

또한 이런 글쓰기도 불가능해진다. 자료 조사는 물론이고, 블로그 같은 매체에 글을 올릴 수도 없다. 그러니 인터넷 없이는 이제 (거의) 생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한 시대인터넷은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그림자: “네가 인터넷에서 뭘 하는지 다 알아

 

이 말 결코 빈 말이 아니다. 각종 구매 사이트 - 물론 전자 서점을 포함해서 - 에 들어가 보면, 내 구매 실적을 감안해서, 경향을 파악하고,  나에게 필요한 물품 품목이 올라온다, 추천이란 이름하에.

 

신문도 마찬가지다. 내가 클릭해서 본 기사의 경향을 파악한 빅브라더는 내가 관심 있을만한 기사를 추천해주고 있다.

내가 뒷조사 당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클릭한 것들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상에서 활동하는 경우로 바꿔본다면 내가 다닌 곳들이 다 기록........ 당하는 셈이다.

 

해커의 세 얼굴: 좋은 놈, 나쁜 놈, 어나니머스

 

또 언젠가는 메일을 여니, 이런 메시지가 떴다.

'어디어디에서 귀하의 메일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또 메일을 다른 컴퓨터에서 열어봐도, 메시지가 뜬다.

'어디어디에서 귀하의 이메일에 접속했습니다. 귀하가 한 것이 맞습니까?'

 

이런 일은 개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기관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일이 분명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이 책에서는 어나니머스를 자세하게 추적하여 그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크웹: 어둠의 경로를 따라서

 

이 책에서 다크웹이란 용어를 알게 되었는데, 그 용어를 알게 되자, 이게 신문지상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용어라는 것, 그것을 이제 알게 된다.

 

인터넷 검색 - 보라, 이렇게 인터넷이 편하게 해준다. 그게 없었더라면 도서관에 달려가서 열심히 관련되는 책을 찾아야 하는데 -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일반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검색되지 않고, 특정 환경의 인터넷 브라우저에서만 접속되는 웹사이트. 다크 웹은 심층 웹(deep web)보다 접근이 더 어렵다. 다크 웹에서는 비트코인 불법 거래, 랜섬웨어를 이용한 돈 요구 등 사이버 범죄가 발생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벼라별 사건들이 일어나는데미국의 하바드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시험공부가 하기 싫어 폭발물 설치되었다고 허위신고를 한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한국계 미국인 엘도 김은 예정되어 있던 시험을 보지 않기 위하여, 거짓 내용을 포함한 메일을 행정처로 보낸다. 익명으로. 그러나 FBI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그를 체포한다.

이런 사건들이 인테넷의 어두운 면을 여과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들이다.

 

다시, 이 책은?

 

우리가 - 아니, 우리가 아니라, ‘-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기술은 저만치 가고 있고 마치 마술사처럼 이러저러한 조화를 다 부리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서두에 말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고 있으니, 나 자신도 결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인터텟이 주는 편리함은 반길만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 만만치 않으니, 이제라도 그 실상을 확실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나 스스로는 그런 어두운 면을 파악할 재주가 없으니, 이런 책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의 그 거친 바다를 헤쳐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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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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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김원중 역

 

이 책은?

 

공자의 제자들이 편찬한 논어, 논어를 김원중 교수가 번역해 출판한 책이다.

이번 출판은 2017년에 번역 출판한 것을 개정하여 내놓은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논어 번역본이 몇 종이나 출판되었는지?

굳이 헤아려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읽은 것만 해도, 거의 열 종류가 넘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이 어떤지 알려면, 이 책과 다른 번역본과의 차이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번역본은 우선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직역과 의역.

어느 것이 좋은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게 또한 문제다.

그러나, 직역을 하되, 중간중간에 해설을 첨가하여 의역을 하는 것도 그 방법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구분은?

편집의 문제다. 한 쪽 페이지에 원문을 싣고, 그 맞은 편 페이지에 해석을 싣는 방법이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김학주 역본이 그런 경우다.

이에 반하여 원문과 번역문을 같은 면에 - , 원문을 싣고 이어서 번역문을 싣는 식으로 편집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번역본으로 주희가 집주한 것을 번역해 놓은 책 (주희가 집주한 논어, 정후수 역, 장락) 도 있고, 논어의 해석과 주석을 집중 분석해 놓은 책(논어의 주석과 해석학, 김영호, 문사철)도 있다.

 

그러니 논어에 관한 번역과 해석은 그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 책은 수많은 논어번역 책들 가운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먼저 편집을 살펴보자.

<해제>에 이어 <본문>을 설명하고 있는데, <본문> 해설에 다른 번역본과 다른 점이 보인다.

 

먼저, 논어에는 모두 20편이 있다. 각 편마다 제목이 붙어있는데, 그 제목은 각 편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예컨대, 1<학이(學而)>는 본문에 이렇게 시작한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 불역군자호.

 

제 1편은 ‘학이시습지학이를 제목으로 삼았는데, 그 의미는 실상 없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20편 마다 제목이 달렸는데, 대부분의 번역본은 '학이', '위정', 그런 식으로만 기록해 놓았을 뿐, 별다른 설명이 없는데, 이 책은 그 제목에 소제목을 덧붙였다.

이런 식이다.

 

1편 학이學而 - 배움의 즐거움과 수신의 기본들

2편 위정爲政 - 형과 벌보다 덕과 예로 다스려라

3편 팔일八佾 - 예와 악의 실현이 이상적인 정치다

4편 이인里仁 - 이 먼저이고, 예와 악이 나중이다

5편 공야장公冶長 - 공자의 제자들과 역사 인물에 대한 평

6편 옹야雍也 - 한결 부드러워진 공자의 인물평과 속내

 

그러니, 이 책에서는 제목과 소제목을 통하여 각 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각 편의 소항목에도 역시 설명을 붙여 놓았다.

 

삶의 즐거움 1.1

입신의 근본 1.2

교언영색 1.3 ......

 

다른 번역본은?

그저 1,2, 3 이런 식으로 번호만 부여해 놓았다.

 

두 번째 특징은, 각 편의 개요를 소개해 놓았다는 점이다.

번역본 중에 편별로 편의 내용을 한 페이지 정도로 요약하면서 각 편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는 책은 아마 이것이 유일하고 처음일 것이다.

 

그럼 본문 해석은 어떤가?

먼저 주석은 어디에 있는가? 각주인가, 미주인가?

각주는 페이지 하단에 주석을 달아 놓은 것이고, 미주는 책의 끝부분에 주석을 달아놓은 것인데, 미주는 참으로 참고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주석 번호가 등장할 때마다 읽던 페이지에서 잠시 벗어나 책의 뒷부분으로 눈을 옮긴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게 귀찮아서 아예 미주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건 내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만 독자들은 백이면 백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일단 주석이 각주로 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기분 좋게 각주다.

 

또 원문과 번역의 배치는?

번역문에 이어 원문이 배치되고, 해석에 대한 추가 설명을 각주로 처리해 놓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책 말미에 <찾아보기>가 있는데, 그건 논어번역본에서는 기본이라는 것.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정도로, 편집 측면에서만 살펴보았다.

번역의 내용으로는? 굳이 말할 필요 없겠다.

번역자인 김원중 교수가 어떤 분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다시, 이 책은?

 

논어, 고전중의 고전인 논어.

고전은 언제 읽어도 항상 새로운 법인데, 논어역시 그렇다.

 

그런데 그런 새로움을 더 느끼려면?

이왕이면, 다양한 번역으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번역으로 새롭게 읽어보는 것이다.

 

기존의 많은 번역본을 다 감안한, 참조하기도 한, 그래서 이왕이면 더욱 읽기 편하고, 내용도 좋게 만든 이 책으로 논어의 깊은 맛을 새롭게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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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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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이 책은?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은 남태평양의 환상적인 섬 보라보라에서 살던 저자 김태연이 그 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한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은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보라보라 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이 책 소개를 읽으면서 책 제목이 농담이라서 그런지 보라보라라는 섬 이름이 장난인 줄 알았다. 보라, 보아라, 봐라 .....그렇게 '보라, 보라'를 두번 이어 그냥 만들어본 이름이거니. 그래서 보라보라 섬은 상상의 공간, 환상 공간을 일컫는 말로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실제로 실재하는 섬이었다.

 

남태평양의 외로운 섬 보라보라(Bora - Bora).

<타히티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2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라보라는 소시에테제도의 리워드 섬에 속하며, 전형적인 환초 섬으로 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투명한 라군이 매우 아름답다.> 는 소개글도 보인다.

 

그러한 섬에 살면서 낚아 올린 이야기가 이 책에 들어 있다.

그래서 에세이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붓 가는대로 생각나는 대로쓰는 게 에세이라 하지만, 독자들의 궁금증을 야기하는 이야기가 에세이 속에 있으면 훨씬 잘 읽힌다는 점, 먼저 말해두고 싶다.

 

해서 저자가 보여주는 보라보라 섬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그런 궁금증 때문에 책이 술술 읽혀진다. 여행자도 아니고 현지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의 생활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라보라 섬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로 답하고 있다.

 

<도시에 살 때는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85)

길가의 가로수나 군데군데 지나가다 만나는 나무들, 그 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 글 읽고 나무들도 자라는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전이 찾아온 밤에는 별이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109)

요즘 정전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전이 된 밤하늘, 바라본 적이 없으니 이런 글 읽으면 그야말로 별 하나 내 마음에 선명하게 켜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병원에 오가는 비행깃값은 무료인 것 알죠?” (114)

저자가 모기에 물려 본의 아니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을 때, 보라보라섬에서 타히티까지 비행기로 후송이 되었다. 퇴원하고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을 때 들은 말이다. 이런 일, 보라보라 섬 말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서는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본다.> (132)

어느 한 순간 가만히 앉아 그림자를 바라본 적도, 더군다나 그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으니, 이런 글 읽으면 가슴이 아련해진다.

 

<너무 소소해서 시시하기까지 한 일들에 대해 들으며 나는 조금씩 용기가 났다.> (151)

 

이건 분명 저자가 한 말이지만, 어찌 내 말인 것도 같다.

 

이런 글, 읽으면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내가 아는 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드문 세상에서도, 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꽤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45)

 

<그보다는 그저 가족끼리 이렇게 시시한 얘기나 할 수 있을 때가 좋은 때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의 시시함이 아주 감사하다.> (55)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은 자식의 마음과 부모의 체력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일일지도 몰랐다.> (187)

 

다시. 이 책은?

 

에세이니까 이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서 읽어도 좋다.

펼쳐든 바로 그 페이지에서 남태평양이라는 먼 곳 바닷가, 거기에서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들리고, 냄새조차 맡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책 들고 한 한달 쯤 거기 가서 살다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약한(?) 책이라는 것,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에 농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하나 더 읽었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과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 이어 이 책 우리만 아는 농담.

저자는 농담이라는 낱말과 관련하여, 디에고의 뜨거운 물에 손 넣기라는 일화(205)를 연결시키고 한 걸음 더 나가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260)자 말한다.

 

이 책이 우리만 아는책이 아니라, 모두 다 읽고 아는, 그래서 나중 나중에 오래된 책으로 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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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이 책은?

 

제목은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부제가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라고 해서, 행려병자 시신이 어떻게 처리되는가 정도, 그런 사항을 사건별로 관련자가 쓴 르뽀 형식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장편소설이라는 것, 그걸 알고 솔직히 놀랐다. 

그러니 확실히 알아두자. 이 책은 소설이라는 것을.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김미조,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출판사에서 인문학 책을 기획, 집필하고 있>으며, <쓴 책으로는 천국의 우편배달부, 엄마의 비밀정원, 피노키오가 묻는 말등이 있>으니,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은 ?

 

김사장 (김영필) : 헌책방 을 운영한다.

화자인 ’(황익주) : 대필 작가, 냉장고에 ......

08 ; 옥탑방에서 죽은 사나이.

31 :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의 저자. 살해되어 산 속에 버려진다.

17 : 등단한 작가(136),

시요 (인숙) : 김사장 집안일을 돌봐주는 파출부의 딸, 17의 딸, 김사장과 의 여자.

13 : 차에 치여 죽고, 시신은 호수에 버려지는 여자.

 

여기 등장하는 책이 있다.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라는 책.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자기 계발서)

<여행의 희망> (102, 153 )

<도깨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190)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237)  

 

그들의 시신을 보러가는 임무를 맡은 뒤치다꺼리인 는 그들과 관련된 을 먹는다. 그들의 생각과 삶을 그렇게 하면 읽을 수 있다. 종이로 된 책을 먹어야 하는 는 염소가 되어 그들과 동행, 시신을 보러 간다

 

과연 누구도 돌보지 않는 죽음은, 그 후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예컨데 홀로 옥탑방에서 죽어간  허 08의 시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몸을 떠난 영혼이 된 허 08 은 자기 시신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 해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생각들에 대한 답을 형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날카로운 세태 풍자가 보인다.

 

여기 자기계발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있다.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은 철저한 자기계발서다.

등장인물 허 08은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읽고 그대로 실천한다. 그 책은 그에게 감동을 주고, 나름의 희망을 품게 해준다.(57)

 

그 책에 담겨 있는 내용 살펴보자. (39, 57 )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적이다.

바라는 만큼 이루어진다.

환경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라.

일찍 일어난 새가 많은 먹이를 먹는다.

 

그 책을 읽고 허 08은 다음과 같은 실행계획을 세운다.

잘 살펴보자, 우리들 모습이 그 안에 보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두 번째로, 어떠한 일에서든 남들보다 수십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세 번째로, 끊임없는 공부로 창의력을 키우고

네 번째로, 세상일에 관심을 기울여 동시대의 흐름을 읽고

다섯 번째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물론이거니와 자신과의 약속도 무조건 지켜 신뢰받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탓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상, 열거한 사항을 담은 자기계발서, 지금도 서점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고, 그 책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 살던,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08은 어떻게 되었나?

 

답은?

그 책을 쓴 저자에게 '사기꾼'이라 외친다. 왜일까?

 

밑줄 긋고 새겨야 할 말들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11)

 

<희망은 의지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105)

 

<이 세상의 시간은 정지하는 법을 모른다.> (127)

 

다시, 이 책은?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 <호텔 델루나> 라는 TV 드라마 - 죽음 후에 혼이 일시적으로 묵어가는 호텔이 있다는 설정 - 를 보면서,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상상력에선 그 드라마에 못지않다.

 

이 작품에서 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위에 열거한 책은 등장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책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감정은 한 권의 책으로 남게 된다.

('오로지 푸 13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236)

 

해서, 이 책은 죽음 후에 벌어지는 일들 - 물론 상상의 산물이지만 -을 통해 우리 삶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즐거운 상상이지만, 방송에서 희한한 상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이 책 조만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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