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히말라야
이
책은?
히말라야,
가본 적이
없다.
나의 생활 패턴으로 볼 때,
아무리 해도 히말라야 가볼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이 책은 가보지
않은,
가볼 수 없는 곳을 가보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선 점수를 줄만하다
그만큼 신나는 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 『함께,
히말라야』는 설악아씨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문승영의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을 기록한 것이다.
히말라야 하면 ‘히말라야 등반’이란 말이 떠올리게 되어,
‘등반’과 ‘트레킹’의 차이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았다.
트레킹이란 <심신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
여행.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하루에 15~20킬로미터 정도 걸으며 야영 생활을
한다.>
그러니 산을 올라 정상을 정복하는 등반(登攀),
등정(登頂)과는 다른 개념인 것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트레킹,
등반,
등정을 구분해
놓았다.
예컨대,
2009년 동남아시아 키나발루 4,101 m
등정
2012년 네팔 메라피크 6,676 m
등반.
2015년 뉴질랜드 밀포드 &
루트번 트레킹)
이런 발언도 등반과 트레킹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해준다.
<그는 등반보다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낭만적인
사람이다.>(261쪽)
저자 설악아씨가 남편이 될 -
이제 된 -
타오에 대해 한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은 기록하는 존재,
맞다.
저자는 히말라야를 트레킹으로 횡단하면서,
그 과정을 날짜별로 기록을 해
놓았다,
글과
사진으로.
참,
이 책을 읽기 전에 히말라야 관련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그 책들이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저자의 길을 따라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바로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과 박범신의
『촐라체』
그 두 책의 성격을 말하자면,
정유정의 책은
트레킹,
정유정 작가가 실제 체험한
기록이다.
박범신의 책은 소설로서,
그 안의 내용은 촐라체 북벽을
등반한 기록이다.
따라서 그 내용은 다르나,
그 두 책은 나에게 히말라야가
어떤 곳이고,
고산병이 어떤
병인지도,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것,
트레킹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저자는 히말라야에 관해 베테랑이니,
등반하는데 필요한 용어 구사를
능숙하게 하는데,
일반 독자야,
뒷산 몇 번 올라갔을 일반 독자는
그 세세한 내막과 용어를 알 리 없으니,
먼저 읽은 두 권의 책은 이 책을
읽는데 아주 좋은 가이드,
포터도
되어주었다.
가이드와 관련,
이런 글이
생각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성공의 관건은 가이드에 달려있다고
했다.
까칠한
남자거나,
돈을
밝히거나,
초보자인 경우 골 아픈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은행나무,
18쪽)
그런 가이드,
이 책을 속속들이
이해하며,
분위기까지 새겨가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먼저 읽은 두 책이 가이드가 되어준 덕택이라고 본다.
또한 저자 설악아씨도,
정유정도 가이드 복이
있다.
그들이 경험한 가이드
복,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조하시라.
트레킹의
시작은?
설악아씨는 2014년 3월 16일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내렸다.(27쪽)
시골의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키는 열악한
시설,,,,,
그곳에 2013년 9월 2일에 내린 정유정은 이렇게 묘사한다.
<카트만두 공항은 광주공항만큼이나
아담했다.>
(위의 책,
26쪽)
광주 공항도,
또한 시골 터미널
-
어디나 시골은 같을
테니까-
도 가본 적이
있어서,
다행히도 카트만두 공항 모습이
어떤지 머릿속으로 상상이 된다.
박범신도 그의 책에서 <10월 하순인데도 카트만두는 무더웠다>
한다.
(촐라체,
20쪽)
자,
이제 카트만두에서 시작된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닷새 후 나는 포카라로 날아갔다.>
(박범신)
정유정의 코스는 원래 포카라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가이드의 의견에 따라 버스로
베시사하르로 이동하여 코스 시작하고,
돌아오는 길에 포카라를 거치기로
한다.
그렇다면 설악아씨는?
안나프르나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른 경로다.
바로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이다.
해서 그 시작은 (네팔의 지도를 펴고 살펴보면)
맨 오른편에서부터
시작한다.
수케타르 공항을 거쳐,
타플레중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박범신과 정유정,
그리고 설악아씨는 도착한 곳은
카트만드 공항으로 똑 같지만,
그 후는 다 각각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된다. 마치
인생길처럼.
설악아씨는 타플레중에서 일주간을 걸어 드디어 칸첸중가와
마주한다.(115쪽)
그렇게 시작된 트레킹은 무려 40일간,
히말라야를 횡단하는 대단한
일정이다.
맨 앞에 있는 네팔의 히말라야 지도를
들여다보면,
그 일정이 어떤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40일간 생사를 넘나드는 트레킹이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하루 하루치 일정을 따라가다보면,
기록이 정말 치밀하고 세밀해서
마치 그 뒤-
아니 그들과 함께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읽게 된다.
환상
방황
그럼 설악아씨가 겪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순간이동해보자.
환상방황이다.
정유정은 책 제목을 아예 ‘환상방황’으로 잡았다.
트레킹 중에 환상방황을 경험한
탓이다.
이런 때는 ‘탓’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정유정은 환상방황을 이렇게 묘사해
놓았다.
<진땀이 돋았다.
머리가 뒤죽박죽으로
헝클어졌다.
지금껏 돌아다닌 길을 복기해
보려고 했으나 아무 그림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방 골목과 나무 대문 사이에
괴상한 미로가 설치된 것 같았다.
나는 안나푸르나 산골마을에서
주문에 걸린 쥐처럼 환상방황을 하고 있는 것이고.
별 생각 없이 나온 차라 주머니엔
휴대전화도 여권도 돈도 없었다.……>(위의 책,
125쪽)
정유정은 로지 근처의 마을을 보러 나갔다가 마을 골목을 빙빙 도는 방황을
경험한다.
그에 대해 설악아씨가 겪은 환상방황은
어떨까?
<난감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던 그
순간,
짙은 공포가 덮치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분명 쭈레가 일러주는 대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참 전에 지나온 곳에 다시 서 있었다.
링반데룽(Ringwandering)이다!
‘환상방황’으로 불리는 링반데룽은 악천후 속에 방향감각을 잃고 계속
같은 지점을 맴도는 것이다.>
(288쪽)
절제절명의 순간이다.
그 다음 상황은
어떤가?
<두 시간 가까이 어둠 속을 헤맨 쭈레의 모습은 모골이
송연하다.
눈 속에 주저앉은 그는 탈진
직전이고,
정신이 반쯤 나간 것처럼
보인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막막한
상황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쭈레에게 바룬체 베이스캠프의 방향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힘겹게 손을 들어
어둠 속을 가리킨다.
그가 가리킨 곳은 사방이
크레바스로 둘러싸인 빙하 끝 낭떠러지였다.>
(288쪽)
낭떠러지가 바로 지척인데,
방황하고
있다? 설악아씨는
그런 환상방황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을까?
히말라야,
한 번 구경도 해
봅시다.
이왕 나선 김이니,
설악아씨가 보여주는 히말라야
경치도 구경해보자.
트레킹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어,
글과 함께 경치도 구경할 수
있으니,
안가본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호사라
할 수 있다.
그 사진들에는 일부러 가서 찍으려해도 담지 못할 현지의 생생한 느낌이 그대로 담겨
있으니,
제대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눈이 호사한다는 기분에,
기분 좋은
느낌,
장담한다.
스태프,
포터에 대한 헌사
이 책,
거의 앞장에 등장인물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언뜻 보면 무슨 영화 소개할 때,
등장인물 배우이름과 역할 이름인줄
착각할 정도다.
그게 다 저자의 배려라는 것을 책 중간중간에 느끼게
된다.
이런 소개.
마카르 :
베테랑
요리사.
아버지처럼 자상하지만 가이드
쭈레와는 앙숙이다.
크리슈나 :
보조 가이드.
책임감이 강하지만 설악아씨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함께 걷는 사람들>을 모두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7쪽)
그러면,
크리슈나가 설악아씨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는데,
그게 궁금하지
않은가?
그 궁금증은 205쪽에서 풀린다.
나도 처음에는 무척
궁금했었다.
트레킹 도중에 무슨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히말라야 산에서
음모,
배신 등등이 숨겨진 드라마가 한
편?
물론 그런 일은 없다.
그러니 안심하고 마음 놓고 읽어도
좋다.
설악아씨의 마음 씀씀이가 담뿍 풍겨나는 일정에서 추리영화의 배신때리기 그런 것은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
아니 그 반대다.
설악아씨가 책 앞에 스태프 얼굴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소개한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이 그들 아니었으면 안 되었을
것이기에,
그들에게 바친 헌사라는
것이다.
“대견하고도 자랑스러운 스태프들의 모습을 한 사람씩
카메라에 담았다.”(334쪽)
그 말 다음에 일일이 한 명씩 거론하면서,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이런 데서 설악아씨의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백 번 천 번 알 수
있다.
여기 다 기록은 못하지만,
설악아씨가 트레킹 도중에 그들에게
베풀어준 ‘배려’,
내가 다
고맙다.
이런 모습 때문에 그 추운
히말라야가 좀더 훈훈해지지 않았을까.
이런 것 알아두자
그런데 히말라야 관련 책을 몇 권 읽고
비교해보니,
필요한 정보,
유익한 정보가
보인다.
정유정은 바뀐 환경 때문에 며칠 동안 변비로
고생하는데,
설악아씨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나도 트레킹을 오면 식습관이 바뀌어 종종 변비에 시달리곤
하는데 뚱바를 마신 다음날에는 그 덕을 톡톡히 본다.>
(63쪽)
뚱바는,
고산족의
민족주로,
우리나라 기장과 비슷한 꼬도를
발효시켜 만든다.
(혹시 앞으로 히말라야 등반을 가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가이드 포터가 받는 금액은?
<그들(포터)의 하루 일당은 1,500루피로 여행사에 수수료를 주고 밥값을 제외하면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000
루피가 채 되지도
않는다.>
(118쪽)
<가이드 비용은 하루1,400
루피,
포터는 1,000루피,
트레킹이 끝난 후에 일괄
지급한다,
그들의 숙소와 식사비용은 일당에
포함되어 있다.>
(정유정,
위의 책,
32쪽)
참고로, 1
루피는 우리돈
10원 정도.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고 나니 히말라야가 도처에 보이기
시작한다.
히말라야 관련 책이 자주 눈에 뜨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책 읽어도 말이지,
거기 가자는 마음은 제발 먹지
말자.
히말라야는 뒷산이
아니라니까.
대신,
설악아씨는 그 뒤로도 부지런히
히말라야를 다닌 모양이니,
그에 대한 책이 또
나오거든,
바지런을 떨어 그 책을 읽도록
하자.
2011년 12월에 지나가다 만났던 소녀 소남
엥지,
지금은 다 컸을 소녀와 관련된
이야기(330쪽),
그 뒤로도 인연을
이어간다는데,
그 이야기도
궁금하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가이드 쭈레와 요리사
마카르,
다시는 같이 다니지 않겠다던
둘,
그 다음 등반에서도 설악아씨와 또
같이 다녔다는데(307쪽)
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궁금한 게 어디 한 두 개가 아니니,
꼭 다음 권
써주시라,
궁금해서 미칠지도 모르니
말이다.
참,
이것 하나
더.
세상에,
그 히말라야 산에서 타오는
설악아씨에게 프로포즈를 했단다.
그 기록은 178쪽에 있는데,
펼쳐든 프래카드에 이렇게
써있다.
<나와 결혼해줄래?
...... ♥ ※
^
ㅠ
^
>
이승기가
부른 연가, '결혼해줄래'가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설악아씨는 '!'
였지,
뭐. 아니, '!!!!' 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