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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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 · 금병매 · 홍루몽 편

 

이 책은?

 

이 책 <중국 5대 소설>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에서 3-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이나미 리쓰코가 중국 고전 소설 세 편을 해설하고 있다.

주인공, 내용, 그리로 소설의 전개를 분석하면서, 소설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이렇게 세 편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 수호전금병매는 읽었지만, 홍루몽은 읽지 못했다. 그러니 이 책으로 홍루몽의 내용을 먼저 접한다.

 

저자가 분석의 대상으로 하는 판본은 원래 중국에서 발표될 때의 <장회소설>이다.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장회소설(章回小說)’이란 개념부터 알고가자.

저자는 장회소설을 ‘1회씩 구분되어 연쇄적으로 회를 거듭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소설’(4)이라 소개한다. 요즘 말로 하면 연재소설인데, 일간 소설은 너무 내용이 짧으니 잡지, 주간지 정도에 연재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세 작품의 개요

 

반가운 인물들이 많이 보인다.

수호전에서는 송강, 무송, 노지심을, 금병매에서는 무송, 무대 형제와 반금련, 서문경을 만난다. 그러나 홍루몽은 읽지 않았으니그 주인공인 가보옥과 임대옥을 여기서 처음 만난다.

 

수호전

 

수호전은 양산박에 모여든 중국 호걸 108명의 기구한 역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들의 의협 정신을 잘 포착하여 서사 세계를 그려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금병매

 

금병매는 그 수호전의 한 에피소드(무대, 무송 형제와 반금련)에서 이야기를 가져와, 중국 최초 근대적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찬사까지 받는 작품이다. 금병매야말로 중국 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획기적인 위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단독 저자가 구상해 창작한 작품이다.(207)

 

방향성을 잃어버린 욕망의 폭발이 가져다주는 공허함을 파헤치고 나아가서는 명나라 말기라는 시대를 감싸고 있던 기묘한 활기가 넘치는 깊은 어둠 속을 섬광처럼 날카롭게 갈라서 보여주고 있다. (298)

 

여성을 신비적으로 미화하는 베일을 인정사정없이 벗겨서, 그녀들의 날것 그대로의 원형질을 보여주려고 하였다.(302)

 

금병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금은 반금련의 ’, 병은 이병아의 ’(249), 매는 반금련의 하녀인 춘매의 ’(236)를 의미한다. 그렇게 제목에 주인공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다 붙였을 정도니까, 그만큼 그 인물 세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반금련이란 이름에서 금련(金蓮)’의 의미는?

원래는 전족을 한 작은 발이란 의미다. (280)

반금련의 발은 세치(三寸)가 되지 않아 말 그대로 삼촌금련(三寸金蓮)’이며, 이게 그녀의 매력이었다.(286)

삼촌(三寸)이면 현재의 치수로 약 10cm 정도이니, 그 발 크기가 어떠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홍루몽

 

홍루몽은 중심인물 묘사 방법에서 금병매가 남겼던 과제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며 중국 문학사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홍루몽』을 요약하자면 대귀족의 저택을 무대로 그 집안의 적손인 미소년 가보옥과 불행하고 선병질적인 미소녀 임대옥이 펼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식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런 피상적인 요약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길이 없는 가공할 정도의 깊이와 두께, 그리고 복잡함과 섬세함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임을 비로소 알 수 있다. (399 )

 

저자는 누구인지?

 

앞의 두 편은 저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반면, 홍루몽18세기 중엽 청나라의 조설근이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387) 이 경우에도 전체 120회중 조설근이 80회까지 쓴 다음에 사망하여 그 후 40회분은 다른 사람이 썼다고 한다.

 

각 작품의 서사 구조 (379, 380)

 

저자는 각 소설의 구조에 유난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작품의 서사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각 작품을 종적으로 살펴보기도 하고 횡적으로 살펴보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가운데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다음은 그 중에 몇 개를 소개한다.

 

수호전서유기와 마찬가지로 108명의 호걸들을 차례차례 염주 알처럼 한 줄로 늘어 세워 등장시킨다. 그렇게 서사 구조를 만들어 간다.

서유기가 기본적으로 1회로 스토리를 연결해가는 데 반해 수호전은 어떤 인물의 스토리가 다른 인물의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단서가 되는 방식으로 이야기와 이야기가 지극히 유기적으로 연관이 된다.

 

반면 금병매의 서사 구조는 이와 같은 염주 알처럼 한 줄로 늘어세우는 단선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저자는 이 책에서 3개의 작품을 각각 분석,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 작품, 때로는 삼국지연의, 서유기까지 포함하여 다섯 작품을 서로 비교하면서 중국의 5대 소설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금병매의 문장은 홍루몽에 비하면 백화표현으로서 정비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고 상당히 읽기 어려운 편이다. (209)

 

금병매수호전이 철저히 배제하였던 온갖 욕망을 바로 정면에서 포착한 작품이다. (224)

 

전족과 관련해서도, 이런 비교를 하고 있다.

명나라 말기에 써진 금병매에서는 전족과 관련된 의 페티시즘이 숱하게 묘사되고 있는 반면에 청나라 중기에 써진 홍루몽에는 이러한 화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289)

 

기타 흥미로운 것들

 

고양이가 살인 도구로 :

금병매에서 반금련은 고양이를 훈련시켜 살인도구로 사용한다. (325)

 

파우스트의 시간아 멈춰라

홍루몽에서 <가보옥의 시간아 멈추어라라는 바람도 헛되이 (……)>라는 부분(510)에, 역자는 각주로 파우스트의 내가 순간을 향해, 시간아 멈춰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를 소개하고 있다. 해서 추후에 홍루몽의 해당부분을 확인하려 한다. 조설근과 괴테가 생각하고, 표현한 것이 유사하니, 그게 우연인지, 아니면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저작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각 작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이야기 되는 설화로부터 창작되는 서사물로 이행하였고, ‘재미있는 이야기로부터 정치(精緻)한 소설로 정밀도를 높여갔던 중국 소설사의 흐름을 다시금 파악해보려 했던 작업의 소산물이다.(527, 저자 후기)

 

해서 저자는 <중국의 5대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종으로, 횡으로 분석하면서, 그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 소설에 관해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5개 소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전체 얼개를 그려주면서, 또한 세부내용도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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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영어 고급지문 1 타미샘 원서 독해 시리즈 1
김정호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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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영어 고급 지문   

 

내가 이 책에 반한 이유,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반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길지만 요령껏 요약해본다.

 

주제는 존재하는 영문의 한국판 번역서들이 가진 맹점이 여러분을 오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저자는 먼저 영어, 즉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불가피하게 생기는 문제점 하나를 지적한다.

 

영어 문장을 우리말에 익숙한 말로, 우리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번역자의 임무는 끝나는 것일까? 그러 의문에 대하여 저자는 “Even Homer sometimes nods.” 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저자의 말을 듣기 전에, 일단 naver 사전을 살펴보자.

Even Homer sometimes nods.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이 번역을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읽었다면, 이런 생각 할 것이다.

, Homer원숭이, nods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구나.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영어 문장을 의역한 결과 그렇게 번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번역문도 등장한다.

[속담] Even Homer sometimes nods.

(위대한 시인) 호머도 (자기 실수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서양속담, 실패속담)

 

저자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번역은 만인이 보아도 동일하게 이해되도록 의미를 객관화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의역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Even Homer sometimes nods.” 라는 글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누군가는 때때로 호머도 조느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어 사용자 만인이 동일한 이해의 정도와 속도를 갖게 되는 번역이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번역자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 라고 의역을 한다면 아마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런 말끝에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후자가 이상적인 번역일까요?>

 

더 읽어보자.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권에 따른 배경지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최종적인 의도만을 전달하려 한다면 후자의 번역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의역으로만 글을 읽은 사람은 영어에서 Homer 와 관련된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떠먹여 주는 밥을 먹었을 뿐입니다.

 

호머(Homer)가 누구인가? 원숭이? 물론 아니다.

굳이 여기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두 문학작품, 일리아스(Ilias)와 오딧세이아(Odysseia)의 저자로 추정되는 그리스 인물이다.

 

따라서 “Even Homer sometimes nods.”라는 문장을 다짜고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로 의역해서 번역해 버리면, Homer라는 인물이 주는 후광효과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이런 안을 내놓는다.

심지어 호머같은 위대한 학자시인도 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존다라고 번역하고 그 아래 호머에 대한 역주를 달았으면, 그것이 이상적인 번역문들 중 하나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저자의 말을 차분하게 읽고, 읽어본 결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호머는 졸려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린 채로,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말 그대로 설득된 것이다.

 

그럼 이 책엔 어떤 내용이?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는 단순한 번역서를 읽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서, 영어의 각 문장들이 한국어의 어떤 내용과 구조로 이해되는 것이 가장 합당한가에 대한 비교분석을 하고 그 결과로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이상의 소득을 얻기 바랍니다. 번역은 객관화의 과정이지만 해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 경험입니다. 그 경계선인 의역과 직역의 접합점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어휘와, 지식, 그리고 표현 능력을 모두 고도로 요구하는 과업입니다.

 

무조건 번역에 의존해 버리면, 자칫하면 우리 머리속에 호머 대신에 원숭이가 뛰어다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번역문대신 우리가 직접 영어 문장을 보면서, 번역하는 훈련을 해보자는 취지다.

 

해서 이 책은 독자들이 직접 해석해 보도록 100개의 지문을 제시해놓고 있다.

 

내용 분석을 해보자.

 

100개의 영어지문,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살펴보자.

 

014. 비밀번호를 따로 관리하세요 | I forgot my password

 

각 지문마다 타이틀과 그 지문의 출처를 저자와 함께 밝혀놓고 있다.

14번 지문은 그 출처가 <Thirty days to a more powerful memory.>라는 글이고, 필자는 Gini G. Scott.

 

이 지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패턴과 어휘>, <번역문>, <구조 해설>이라는 항목을 덧붙여 놓았다.

 

내용은 우리가 은행계좌 비밀번호부터 여러 가지 필요한 계정에 비밀번호가 요구되는데, 각 계정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그걸 한가지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럴 때 어떻게 비밀번호를 기억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지문을 살펴보니, 그리 어려운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평이한 문장이지만, 영어로 된 문장을 모처럼 보는지라, 해석을 시작하면서 약간 주저하게 된다.

 

089. 생각이냐, 느낌이냐 | When it feels good or when I think it is good

 

이 지문에 대하여도 역시 <패턴과 어휘>, <번역문>, <구조 해설>이라는 항목을 덧붙여 놓아 번역을 직접 해보고, 저자가 해 놓은 번역과 대조해 보도록 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하여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 둘 다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각의 두 기능에 의존하는 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는 의미!

 

다시, 이 책은?

 

모처럼 읽게 되는 영어 지문이다.

그러기에 내 스스로 번역하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옆에 있는 번역문으로 눈이 먼저 간다.

해서 번역문을 다른 페이지로 옮겨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저자가 말한 호머와 원숭이가 자꾸 떠올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문장과 다르게 튀어 나온 것은 없는지, 그래서 본래의 의미를 저버리고 원숭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애써보는, 그렇게 노력하게 만드는 고급 영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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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사색노트 - 날마다 새로운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종옥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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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사색 노트 

 

이 책은?

 

이 책 톨스토이 사색노트는 러시아의 유명한 소설가인 레프 톨스토이가 편집한, 사색을 위한 명언 모음집이다.

 

이런 스타일의 책을 대할 때마다, 약간의 주저함이 앞선다.

과연 이런 모습 - 명언을 모아 놓는 식 - 의 책이 과연 저자라 이름 붙인 사람이 직접 고르고, 편집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건 그전에 속아봐서 그렇다. 그럴사한 저자 이름을 앞세워 놓고, 속 내용은 전혀 제목과 들어맞지 않는 날림으로 만든 책들 덕분(?)이다. 그래서 자연 이 책을 들고, 앞뒤는 물론 속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이 책의 내용은?

 

꼼꼼히 읽어보니. 먼저 톨스토이의 독서,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인용된 책, 인물 면면을 보니, 확실히 많이 읽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가 보다.

 

에머슨, 아우렐리우스, 파스칼, 쇼펜하우어, 세네카, 붓다, 스펜서, 러스킨, 노자, 괴테, 공자, 에픽테토스, 탈무드, 중국 격언, 중국 잠언, 동양 잠언, 등등.

 

동서양을 넘나들며, 시대 또한 고대를 비롯하여 당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읽은 모양이다.

 

그중에 몇 개 읽어보자.

 

<인생은 행진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행복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어떤 방향인 것이다. 에머슨.> (144)

 

, 뜻밖의 수확이다.

에머슨 책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런 말을 발견하다니!

인생은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말 자체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에머슨이 앞부분을 채워주니, 말에 생기가 돈다. 문장이 순서를 맞춰 제대로 줄이 세워진 기분이다. ‘인생이란 행진이기에방향이 중요하다는 것, 톨스토이가 에머슨을 찾아서 알려주니, 고마운 일이다.

 

또 읽어보자.

 

<빈곤이 곧 불행의 원인은 아니다.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의 것을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행한 것이다. 세네카>(188)

 

이말, 굳이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해서 읽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상한 곳도 있다.

 

이런 글 읽어보자.

<회교도나 청교도처럼 만족과 휴식을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휴식은 노동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이다. 끊임없이 노동을 할 수 없다. 꼭 필요할 때의 휴식은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만족이다.> (100)

 

그런데 그 말의 출처가 세네카다. 세네카.

세네카라면 활동시대가 1세기인 인물이다. 로마의 네로 황제 당시에 활동했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의 발언 중에 '회교도'니 '청교도'니 하는 단어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말은 톨스토이가 세네카의 어떤 발언을 토대로 말을 가감한 것으로 보인다.

해서 어느 말이 세네카가 한 것이고, 어느 부분이 톨스토이가 한 말인지, 아리송해진다.

 

다시, 이 책은?

 

앞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인생독본으로 널리 알려진 톨스토이의 독서의 주기에서 주옥같은 글을 가려 뽑고 독자들이 글을 읽은 감상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도록 편집하여,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독자들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책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니, 이 책은 톨스토이의 독서의 주기(우리나라에는 인생독본으로 알려진)에서 골라 뽑은 것을 편집해 놓은 것이니, 글의 출처는 이제 확인되었다. 그러니 안심하고 읽어도 되겠다.

 

더하여 이 책은 그저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읽고나서 그 옆에 자기의 생각을 적어 놓아, 그 말을 음미하도록 되어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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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동기
매튜 홀.제프 헌 지음, 조은경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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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이 책의 내용은?

 

매스컴에서 자주 듣게 되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인터넷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인터넷에 업로드된 디지털 기록은 영구적이다. 그 기록은 추억의 순간을 상기하고 싶을 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불러낼 수 있는 축복이 되는가 하면, 우리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어떤 사악한 주체에 의해 소환될 때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바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에서부터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되돌리고 싶은 행동이 담긴 자료의 유포를 통제하는 일이 디지털 시대에는 흔한 일이 되었다.> (18)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 한 걸음 더 '리벤지 포르노'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리벤지 포르노가 문제가 되는가?

바로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리벤지 포르노라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자료가 일단 업로드되면 그 자료는 순식간에 세상 속으로(world wide) 끝을 모르고 전파가 된다.

 

순식간에 세상 전체에 퍼지게 되는 인터넷을 타고 퍼져가는 리벤지 포르노, 먼저 그 개념부터 확실하게 해두자. 저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음을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동의 없이 공개적으로 유포된 포르노그래피, 또는 상대가 동의하지 않은 포르노그래피를 복수할 목적으로 유포하는 행위.>(46)

 

조금 더 상세하게 정의한다면, <동의하지 않고 어떤 사람이 진짜 또는 가짜 성적 노출 이미지를 그 사람의 이전 파트너, 현재 파트너, 타인, 또는 해커들이 복수하기 위하여, 재미삼아 또는 정치적 동기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올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256)

 

이런 리벤지 포르노는 상대파트너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마이엑스닷컴에 올라온 리벤지 포르노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85 %, 여성이 15%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92)

 

리벤지 포르노의 동기는?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하는 행위에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다. 상업적 이득, 또래 집단내에서의 지위 상승, 복수, 재미 삼아, 등등 리벤지 포르노에는 동기가 작동한다. 저자는 그런 동기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추려내 논의하고 있다,

 

먼저, 복수다. 리벤지(revenge)라는 말 속에 벌써 복수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복수는 다음 몇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복수는 종종 트라우마와 상실에 대한 반응이고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환상이다. 둘째, 복수는 상처 입거나 모욕당하는 행위를 동반하는 자기 파괴적 충동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표면화시켜 상처 입고 손상된 내면의 자존심과 정의가 복구되는 느낌을 받도록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102)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해서는 첫 번째 사항이 특히 관련이 되는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통제권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리벤지 포르노는 폭력과 학대의 형태로 볼 수 있다.

폭력과 학대는 육체적, 정신적, 성적인 형태로 발생할 수 있는데, 리벤지 포르노도 그 중의 한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법률적 조치는?

 

무엇보다 리벤지 포르노는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범죄다.

다만 그 행위가 범죄요건을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는 입법과 관련이 있다.

 

피해가 있어도 입법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고, 처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2<대응책>이란 항목에서 영국, 미국등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리벤지 포르노를 불법으로 처벌하려고 하는 현황을 소개한다. 리벤지 포르노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지 다양한 입법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외국인이어서 당연히 우리나라의 제도는 소개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여기 소개되고 있는 외국의 입법 사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법률로 대처할 시에 참고로 삼으면 될 것이다.

 

리벤지 포르노를 없애기 위하여

 

리벤지 포르노를 없애기 위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10<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을 참조하시라.) (274쪽 이하)

 

첫째, 입법조치.

둘째, 교육과 인식 높이기.

셋째, 피해자 지원.

넷째, 가해자 재교육.

다섯째, 정치적 발언하기, 그리고 행동하기. 

 

다시, 이 책은?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담론, 이렇게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알게 해 준 책이다.

리벤지 포르노 속에 들어있는 사회적, 개인적 의미들을 치열하게 꺼집어내어, 그것에 대항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담론으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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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 안드레아 왕자, 몬테카를로, 지중해의 햇살을 품은 꼭 가고싶은 나라
유은유.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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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제목이 이 책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모나코 왕국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에 대하여, 둘째는 그녀가 결혼한 나라 모나코가 어떤 나라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 유은우(유정희)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라는 책을 통해 만난 적이 있다. 그 책의 해제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유은우다.

 

해서 다시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다양한 책을 저술, 번역한 분이다.

<저서 및 번역·감수서監修書로는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하왕조, 신화의 장막을 걷고 역사의 무대로,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본 조선왕조등이 있>으니, 저자의 관심 영역이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도 그런 저자의 다양한 관심 덕분에 빛을 보게 된 것이리라.

 

이 책의 내용은?

 

모나코, 하면 아직까지도 아프리카 어디쯤으로 생각이 되는 것은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몇 번을 새기고 새겨도 아직도 혼동이 되는 것, 어쩔 수 없는데, 이 책으로 다시 한번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 모나코는 유럽에, 모로코는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을.

 

 

모나코,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레이스 켈리라는 배우를 떠올릴 것이다.

이게 비단 나나 우리나라 사람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의 국왕 레니에 3세와 결혼한 이후, 모나코왕국의 인지도가 무척 높아졌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그레이스 켈리를 도입부로 하여, 모나코라는 나라의 지리와 역사를 살피고, 지금의 모습까지 잘 안내해 주고 있다.

 

먼저 그레이스 켈리에 대한 부분.

이 책은 그레이스 켈리라는 영화배우 자체보다 모나코 왕국에 관련하여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레니에 3세와 결혼한 후, 모나코 왕국의 왕비로 활동한 기록과 프랑스로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죽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또한 책의 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모나코 왕국의 역사는 짚어볼 대목이 많이 보인다.

인근의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까지, 그 역사에서 개입 또는 관련되는 나라가 한 두나라가 아니니 자연 유럽의 역사와 지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리적으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과 인접해 있는데, 그중 프랑스와는 아주 지척이다. 바로 옆나라다. 그러니 프랑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중의 하나, 모나코 왕들은 프랑스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그 우의를 다졌는데, 실례로 그레이스 켈리의 남편이 되는 레니에 3세는 왕세손 시절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자 자유 프랑스 편이 되어 직접 전투에 참가한 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모나코를 전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레이스 켈리가 국왕과 결혼하고 나서 모나코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레니에 3세에 대하여

 

그레이스 켈리라는 배우는 그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남편 레니에 3세에 대하여는 알고 있던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 책으로 그의 참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가 국가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가?

몇 가지 기록할 게 있다.

첫 번째는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었을 때, 그가 취한 결단이다.

프랑스가 나치에 점령당하자. 모나코도 나치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전후 연합군이 승리하면 모나코의 장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자유 프랑스 군으로 출전하여 공을 세우기까지 하면서 결국 전후에 모나코의 존립을 승인 받게 한다.

 

두 번째는 그리스 선박왕인 오나시스가 모나코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손을 내밀자, 별 수 없이 그걸 받아들여 나라를 경제적으로 안정케 하지만, 오나시스가 점점 그 지분을 늘려가면서 거의 횡포수준으로 권한을 행사하려 하자, 결국은 그를 배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의 결단의 돋보인다.

 

그래서 그가 재위할 때에 옛날의 영광을 되찾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모나코, 그냥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유럽의 왕, 나라일에는 관심없고 정치는 각료들에게 맡겨놓고 본인은 플레이보이처럼 여배우 뒤나 쫓아다니는 그런 왕이 아니었다는 것, 이제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 그래서 모나코의 벨 에포크에 관심이 간다.

 

모나코 역사를 살펴보니, 모나코는 19세기 유럽의 화려한 시절’(벨 에포크)을 대표하는 보석으로 떠올랐다(175)는 기록이 보인다.

 

몬테카를로에 관한 기록이다.

<이들 건물들은 모두 19세기 말 화려한 시절벨 에포크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미학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아름다운 건축 예술 작품이다. 이런 벨 에포크의 유산을 앞세운 몬테카를로의 위락 시설이 벌어들이는 부는 엄청났다.> (195)

 

그렇게 해서 융성했던 모나코, 현재는 어떤가?

 

<모나코의 경제개발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어 모나코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대열에 합류했다.

모나코 발전에 가장 큰 원동력은 레니에 3세의 탁월한 지도력이었지만,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정치적 조력도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230)

 

이 책, 우리가 그저 아프리카의 한 구석에 있는 나라, 겨우 카지노로 돈 벌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 유럽에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지만 강성한 나라, 모나코가 어떤 나라인지, 그런 나라에서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어떤 배우였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 그레이스 켈리에 대한 추억을 지니고 있는 독자들은 이 책 에필로그에 소개하고 있는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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