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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평점 :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이 책은?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는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다.
저자는 김병두,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현직 때는 해외근무와 출장으로 일찍이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방문한 나라의 여행기를 글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이후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걸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저자가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걸었던 것을 기록한 기록문학이다.
저자가 걸었던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은 어떤 것인가?
코스트 투 코스트(CTC)는 Coast to Coast Walk 즉 영국의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까지 걷는 코스를 말하는데, 영국인 알프레드 웨인라이트(1907-1991)가 개발한 코스를 따라 걷는 것이다.
저자는 그 길을 2018년 8월 10일 영국의 서쪽 아일랜드 세인트 비스(St Bees)에서 출발하여 8월 28일 동해안인 로빈 후즈 베이(Robin Hood's Bay)에 도착했다. 19일간의 여정이다.
이 길의 의의는 다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영문학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문학의 길’>이라는 데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워즈워스부터 브론테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영문학의 작가들을 떠올리며, 문학의 아름다움과 함께 목가적인 풍경에 자연스레 젖어들 수 있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머릿말)
나 또한 저자가 걸었던 길의 의미를 영문학의 발자취를 살펴보는데 두고 읽었다.
윌리엄 워즈워스와 브론테 자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니, 문학을 책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그들의 흔적을 따라 조금더 깊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저자는 19일간의 기록을 하루하루 별도의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그 하루 동안에 걸었던 길 풍경, 먹은 것들, 그날 걸은 거리, 사용한 비용, 만난 사람들, 때로는 만난 사람과 나눈 대화 내용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영문학의 발자취
저자가 길에서 만난 영문학의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조너선 스위프트(30쪽),
윌리엄 워즈워스,
에밀리 브론테를 비롯한 브론테 자매,
토마스 드 퀸시(92쪽) - 수필가이며 비평가
퍼시 비쉬 셸리 (97쪽)
조지 고든 바이런 (98쪽)
메리 셸리 (102쪽) - 소설 『프랑켄슈타인 』
브람 스토커 (287쪽) - 소설 『드라큘라 』
윌리엄 셰익스피어 (351쪽)
도브 코티지 (92쪽)
그라스미어 (Grasmere) :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살았던 도브 코티지(Dove Cottage, 비둘기 오두막)가 있는 곳이다. (86쪽)
여기에 수필가이며 비평가인 토마스 드 퀸시가 10년간을 살았다. (92쪽)
워즈워스 박물관 (96쪽)
워즈워스와 관련된 자료와 그가 교류했던 문인들의 정보도 많이 보관되고 있다.
그중에는 당시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쉬 셸리와 그의 부인이 된 메리 고드윈 그리고 바이런의 행적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워즈워스는 이들과 관련이 없는데, 대신 워즈워스의 친구 콜리지의 시가 이 사건에 등장하니, 여기에 이들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99쪽)
브론테 자매집 (315쪽)
이 길의 마지막 행선지, 동쪽에 있는 로빈 후즈 베이(Robin Hood's Bay)에 도착한 후에 저자는 브론테 자매를 만나러 간다. 리즈 근처에 있는 하워스에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집이 있다. 지금은 브론테 박물관이 되어 있는데, 입장료가 6.5 파운드라는 것도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315쪽)
저자는 아주 꼼꼼하게 브론테 자매의 집을 돌아보고, 소개하고 있다. 입구 현관으로부터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인 브론테 목사의 서재, 식당, 부엌, 샬럿의 방, 어린이 놀이 공부방, 브론테 목사의 침실, 유일한 남자 형제인 브렌웰의 작업실, 전시실 등이 있다.
셰익스피어
영국이니 셰익스피어가 빠질 리 없다.
저자는 길을 걷는 도중에 셰익스피어 고향에서 온 부부를 만나다. 필립부부. (166쪽)
일행은 아니지만 같은 길을 가다보니 저자와 필립부부는 가는 도중 몇 번을 만나게 된다. 만나니 자연 대화가 오고 가고 하는데, 해서 은근히 기대를 하고 그들이 나눈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온 사람하고 나눌 대화에 셰익스피어가 빠질리 있겠는가, 하는 기대. 하지만 그들 대화에 셰익스피어는 없었다.
그들 대화는 브론테 자매, 그리고 저자의 관심사인 애거서 크리스티 등으로 이어지는데 안타깝게도 셰익스피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258, 262, 264 쪽)
그래도 영국이니 셰익스피어, 등장한다.
저자는 <여행을 마치며>라는 글로 책을 끝내는데, 거기에 런던을 방문한 기록을 남기며 셰익스피어를 드디어 등장시킨다.
런던의 레스터 스퀘어(Leicester Square) 광장에 있는 작은 공원에 하얀 셰익스피어 동상이 서있다. (351쪽)
흰 셰익스피어는 서서 손가락으로 종이 위에 새겨진 글을 가리키고 있다.
거기에 쓰여진 글은 “There is no darkness but ignorance.”
(세상에서 무지가 가장 짙은 암흑이다.)
오늘 날에도 옳은 말인데 『십이야』 4막 2장에 나오는 말이다.
다시, 이 책은?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마지막 의식을 거행한다고 한다.(303쪽)
바로 출발하기 전 세인트 비스의 해변에서 주운 조약돌 두 개중 하나를 마지막 코스인 로빈 후즈 베이만의 해변에 옮겨놓는 것이다.
저자도 그 의식에 동참한다. “오른 팔을 번쩍 들고 바닷물 쪽으로 힘껏 조약돌을 던졌다.”
읽는 독자들, 모두 이 장면에서 벅찬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304 Km의 길을 걸어낸 저자의 투혼과 또한 투철한 기록 정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걸은 길의 모든 것을 마치 동영상 카메라로 샅샅이 훑어가면서 중계하는 것 같이,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해서 이 책은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걸어보고 싶은 독자들에겐 아주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