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생각법 2.0 - 1등 플랫폼 기업들은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성장했는가
이승훈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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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2.0

 

궁금했었다. 무척,

 

사람들이 플랫폼, 플랫폼 하면서 앞으로 플랫폼 기업의 시대가 온다, 고 하는데

대체 플랫폼이 뭔지, 플랫폼 기업은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무척 궁금했었다.

 

지금까지 내 상식으로 플랫폼이면, 역이나 지하철에서 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닌가?

그런 의미를 가진 플랫폼이 어땟길래?

 

해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플랫폼의 생각법 2.0이다.

 

이 책은 <1등 플랫폼 기업들은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성장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제목 뒤에 2.0 이란 숫자를 붙인 것은 개정판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이승훈, <모니터그룹, 에이티커니, 마케팅랩 등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한 후 SK컴즈 싸이월드 사업본부장, 네이트닷컴 본부장, SK텔레콤 인터넷 전략본부장, 무선포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파크 총괄 사장, CJ그룹 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네모파트너즈의 대표 파트너이자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의 이력과 관련해 특이한 사항은,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실명 기반 SNS 싸이월드에서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국내 플랫폼 기업의 서막을 함께했다. 이후 SK텔레콤에서 11번가와 멜론의 탄생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모바일네이트, 인터파크 등 국내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을 이끌었다.>는 것,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의 실전 경험이 녹아 들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플랫폼이라는 단어의 뜻부터 짚고 가자.

그 말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주의해서, 몇 번이나 읽어가면서 그 개념을 파악했다.

 

플랫폼을 한 문장으로는 이렇게 정의한다.

양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21)

 

그런 말로 바로 이해가 되면? 글쎄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겠지.

해서 더 읽어 그 개념 요소들을 정리했는데, 일단 몇 개의 기업을 알아가면서, 그 기업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해해 보려고 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이런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두 개의 시장을 대상으로 하여 지식과 정보, 미디어,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하였다. (22)

 

생산자와 소비자, 이렇게 양면을 모두 포함하는 기업이 바로 플랫폼 기업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그제야 플랫폼에서는 기차와 승객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플랫폼이란 용어가 그런 용도로 전용되어 사용된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개념 정리 더 해보자.

플랫폼 기업은 양면 시장을 지향한다.

양면 시장을 지향한다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자신의 고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해서 플랫폼 운영자는 생산자나 소비자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축구에서 심판이 경기 자체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이 잘 운영되도록 원칙을 정하고 도구를 제공할 뿐 직접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는다. (26)

 

그렇게 플랫폼에 대한 정의를 이해하고 나니, 플랫폼 기업의 운영 형태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그렇게 정의를 내린 플랫폼, 플랫폼 시대가 되면, 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것, 자명하다.

 

먼저 플랫폼 기업 간의 경쟁에서, 경쟁은 그 형태가 송두리째 바뀐다.

보통의 기업 경쟁 형태는 경쟁 기업들이 그대로 경쟁 상태로 존재하거나, 과점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고, 또 독점으로 끝나기도 하는데, 플랫폼 기업간에 경쟁은 그 결과가 독점으로 이어진다.

 

또한 그런 경쟁에서 중요한 점은 규모의 경제라는 점이다. 해서 플랫폼 기업들은 스프린터처럼 달려야 하는 것이다.(45)

 

이런 경쟁을 거쳐, 최종 승자가 독식을 하게 되므로, 조금 덜 좋은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고, 오로지 가장 좋은 플랫폼 기업이 선택된다는 것이다. (47)

 

그런 기본 개념을 전제로 하여 플랫폼 시대를 살펴보고 있는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장 플랫폼의 생각법

2장 광장 플랫폼

3장 시장 플랫폼

4장 인프라 플랫폼

5장 중국 플랫폼

6장 한국의 플랫폼

7장 플랫폼의 미래

8장 구독경제와 플랫폼

 

그런데, 구독 경제는 또 무엇?

 

그렇게 읽어가다가, 문득 잘 알고 많이 들어본 단어 하나가 이상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구독이란 말이다. 그 말과 경제라는 말이 합해진 구독 경제라는 말도 보인다.

 

구독이란,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이라는 아주 평범한, 아주 흔한 말 아닌가?

 

그런데 플랫폼 기업에서는 이 구독이라는 말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구독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마지막 장인 <8장 구독경제와 플랫폼>을 먼저 읽고, 처음부터 읽으면 좋을 것이다. 나는 2장 중간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 8장으로 가서 '구독'을 이해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읽었다.

 

그렇게 하니, <서문>에서 언급한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변화가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PC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과거 소프트웨어의 제조와 판매라는 패러다임에서 구독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자신의 플랫폼으로서의 본질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다.(7)

 

그간 관심이 없어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거의 빈사상태인줄 알고 있었는데, 구독으로 훌륭하게 재기하여, 새로운 플랫폼 기업으로 보란 듯이 모범기업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425)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사용하는 구독, 이렇다.

 

오피스라는 도구를 구입이 아닌 월 단위 구독으로 전환한 것이다. (425)

온가족, 최대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버전이 연간 12만원이니 월 만원으로 정식 버전을 사용하는 것이다. 혼자만 사용한다면 그 가격은 연간 9만원으로 할인된다.

 

그전에는 높은 가격의 정식 버전을 구입해야 했기에, 불법 복제도 횡행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말이 충분히 납득이 된다.

 

다시, 이 책은?

 

이밖에도 넷플릭스라던가, 쿠팡의 로켓와우 같은 것도 구독에 해당이 된다.

그래서 이젠 플랫폼 시대가 되어, 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말할 것도 없고소비자 차원에서도 패러다임이 바뀐 것, 분명하다.

 

이 책으로 그간 놓치고 있던 시대의 흐름, 파악하게 되니, 그게 우선 반가운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IT 덕분에 생활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끼고 있긴 했는데, 그게 어떤 것인지, 그 흐름을 나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다. 그게 다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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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07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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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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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이 책은?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는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으로, 글쓰기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데, 특히 글쓰기자체에 대한 생각을 색다르게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주고 있다,

 

저자는 니콜 굴로타,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강연가, 블로거, 콘텐츠 개발자, 요리 레시피 연구가, 녹차 애호가이며, 매일매일 손수 빵을 구워 저녁 식탁을 차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때때로 우울해하는 아내이자 엄마다. 음식과 글쓰기를 융합한 첫 번째 책 이 시를 먹어라: 시에서 영감을 얻은 레시피로 차린 문학의 향연(Eat This Poem: A Literary Feast of Recipes Inspired by Poetry)을 써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의 바탕이 된 글쓰기 커뮤니티 와일드워즈(Wild Words)’를 만들어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적·외적 성장을 돕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시로 남편 앤드루(Andrew)와 아들 헨리(Henry)를 거론하고 있으니, 앤드루(Andrew)와 헨리(Henry)라는 이름은 기억해 두는 게 좋을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이미 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저자가, 다시 한번 작가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글쓰기의 전과정을 살펴보고 있기에 더더욱 많은 도움이 된다.

 

저자는 글쓰기의 과정을 열 개의 과정으로 정리하는데, ‘작가의 삶은 계절로 이루어진다며 다음의 열 개로 구분하고 있다.

 

시작의 계절 / 의심의 계절 / 기억의 계절 / 불만의 계절

돌봄의 계절 / 양육의 계절 / 문턱의 계절 / 눈뜸의 계절

피정의 계절 / 완성의 계절

 

시작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만, ‘의심의 계절부터는 글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쓰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의심이란? 그래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가? (50)

글쓰기를 내 삶의 중심에 두고 있는가? (52)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70) 등을 통해서 의심의 계절을 겪어보는 것이다.

 

불만의 계절에서는, 불만의 요소가 되는 것, 다른 말로 하자면 글쓰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에 직면해보자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건 '의식과 루틴이라는 이름의 섹션에서다.

 

왠지 가능성이 없어 보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적어놓는다.

모든 바람, 모든 아이디어, 모든 마음의 흔들림을 적어서 벽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그 벽을 지나갈 때마다 거기 붙여놓은 메모지를 본다.

오래 멈춰있지 말고 잠깐 훑어보는 식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의 준비가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107)

 

그게 걸림돌, 즉 불만의 계절을 슬기롭게 넘어가는 방법이 된다.

 

의식과 루틴이라는 이름의 섹션

 

이 책에서 저자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각 계절마다 일반적인 설명도 자세하지만 더더욱 도움이 되는 부분은 의식과 루틴이라는 부분이다.

 

위에 이미 한 개의 사례를 인용한 바 있지만, 저자는 그 란을 통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직접 해볼 것을 권면하고 있다. 그냥 책만 읽는데서 그칠 게 아니라 직접 그대로 따라 해보라는 것이다.

 

눈뜸의 계절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잠깐 소개한다.

보통 자신과 대화를 한다, 면 어떻게 하고들 있는지? 그냥 속으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는 그런 식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주 구체적이다. 이렇다.

 

질문을 예상한다.

( 혼자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대화하는 게 아니다. 미리 질문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보통의 자기와의 대화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큰 소리로 읽는다.

(속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밖으로 내어, 큰 소리로 질문을 읽어보는 것이다.)

자기 주문을 외운다.

나의 호흡을 기억한다. (229-231)

 

뭔가 다르지 않은가? 특히 이 방법은 글쓰기에서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서 자기와의 대화가 필요할 때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의 뇌는 불쾌한 정보에 민감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는 수많은 긍정적 피드백보다는 단 하나의 냉혹한 댓글을 더욱 잘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67)

 

'의심의 계절'에 나오는 말이다. 좋은 기억을 남겨야 할 이유가 바로 우리 뇌의 이런 부정편향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환경이 나를 가장 창의적인 상태로 만드는지 관찰하고 계속 그런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뿐입니다.(191)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스스로를 돌보고 계획을 세워 창작력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어떠한 형태든 글을 쓰는 일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어서, 이런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확실한 것은 글쓰기 선배들의 말은 어느 하나 버릴게 없다는 것이다. 설령 그게 당장에 쓸 수 있는 게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 읽어두고 새겨두면 도움이 된다는 것, 분명하다.

 

이 책의 가치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만들고, 글쓰기 전과정에서 무엇을 특별히 살펴봐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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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2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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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2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2권이다.

이 소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여주인공 진 패짓을 응원하면서 빠져들었다.

 

그런데 1권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이게 아니다.

주인공 소개를 너무, 너무 조촐하게 했다. 그녀의 활동상을 거의 소개하지 못한 것이다.

그 험악한 시절,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이리저리로 끌려 다니면서 겪었던 고난, 일일이 소개하지 못한 것, 너무 아쉽다.

 

해서, 이것 하나는 확실히 해두고 싶다.

그녀는 고난 중에서도 인간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했다는 것.

 

소설 줄거리 계속해보자.

포로 시절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을 호송하고 가던 일본군 병사가 열병으로 죽게 되자, 그 곳에서 특단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로 그곳에서 정착하고 지내자는 것. 그 곳 촌장의 협조를 얻어 논농사를 지으면서 버텨 나간다. 그러다가 종전, 그래서 그녀는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권의 서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그녀는 외삼촌으로부터 뜻밖의 유산을 받아 거액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런 변화가 생기게 되자, 다니던 직장- 속기사 -을 그만두고 뭔가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건?

 

그녀는 포로기간 막바지에 논농사를 지으며 버티었던 그 마을에 다시 가기로 결정한다.

그곳에 우물을 파주기로 한다.

그곳에서 지낼 때, 물을 길러 1.5 킬로를 갔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두 번 물을 길러 갔다 오면 무려 6킬로미터, 양손에 물통을 들고 다녔던 그 고생을 지금도 그 마을 여자들이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돌아가 보답하는 의미로 우물을 파주고 싶었던 것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인생은 그렇게 돌아가는가 보다

 명심보감에 있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착한 일을 하면 필시 복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녀는 말레이의 마을로 가, 인부들을 불러 모으고 드디어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이때, 우물을 파러 왔던 인부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그때 포로였던 그녀들을 도와주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사형에 처해져 죽었다고 믿었던 오스트레일리아 군인 조 하먼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뜻밖의 소식을 들은 진은, 그녀 인생을 바꾸는 또다른 결정을 내린다.

자신들 때문에 고통을 겪은 그 군인, 조 하먼을 만나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 결단을 내리고, 우물 작업이 끝난 후에 그를 만나러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한다.

 

A Town Like Alice- 앨리스 같은 도시 만들기

 

일단 그 이야기는 이정도.

오스트레일리아 윌스타운에 도착한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그를 만난다.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다.

남녀가 만나고,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후부터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보니, 그 남자 사는 곳 윌스타운이 사람 살 데가 못된다.

금광이 있어 번성했다는 도시인데,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겨우 150명 정도 살아가는 벽촌에 가까운 도시다.

 

그런 도시에 도착한 진 페짓, 과연 그녀는 어떤 일로 독자들을 감동시킬까?

 

저자, 다 계획이 있었군요.

 

진 패짓의 인생행로를 보면, 그 앞에 펼쳐지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는데, 그게 마치 처음부터 철저하게 짜놓은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일하는 마을의 아가씨 로즈는, 진의 계획을 듣고는 이렇게 말한다.

 

로즈가 진을 바라보았다.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진, 정말 수영장을 만들 생각이에요?” (240)

 

우리의 여주인공 진 패짓은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녀는 구두를 만드는 공방을 필두로 하여, 아이스크림 가게, 미용실, 수영장, 영화관, 빨래방, 여성복 매장, 청과물 가게들을 차례로 열어나가면서, 그 마을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나간다.

 

<명랑소녀, Alice 같이 살만한 도시로 만들기 프로젝트>

한 편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소설, 좋다.

읽고 나서 이렇게 기분 좋은 작품, 모처럼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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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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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이 책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소설이다.

원제는 A Town Like Alice이니 <앨리스 같은 도시>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저자는 네빌 슈트, <1899년 런던 일링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 배일리얼 칼리지에서 공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의 열정을 쫓아 항공업계에 엔지니어로 발을 들인 뒤 비행기 개발 일을 했다. 여가 시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엔지니어 경력을 보호하기 위해 네빌 슈트라는 필명으로 1926년 소설 마르잔Marazan을 출간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에 합류해 비밀 무기 개발에 힘썼다. 전쟁 뒤에는 계속 글을 썼고, 호주에 정착해 196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이 책의 내용은?

 

대개 소설은 이렇게 진행이 된다.

착한 주인공- 즉 우리 편 -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적대적 인물 - 나쁜 놈 - 이 등장해서 주인공을 넘어뜨리고 함정에 집어 던지고 하면서, 주인공을 골탕 먹이면서 한 걸음 한걸음 나가는 게 소설의 일반적인 구도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 소설은 그런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주인공들을 비롯하여 다 착하다.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그건 시대가 그런 것이지 나쁜 사람이 등장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니, 참 별일이다.

그런 소설이다.

 

그렇게 소설이 재미있고, 또한 흡인력이 있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여주인공인 진 패짓이 보여주는 매력 덕분일 것이다.

 

진 패짓을 그래서 먼저 소개한다.

아버지 아서 패짓, 어머니 진 패짓 사이에서 1921년에 태어났다. 오빠 도널드가 있다.

아버지 아서 패짓은 육군 대위로 말레이 반도에서 근무하다가 제대하고, 말레이 반도의 타이핑 근처 고무 농장에 직장을 얻어 근무하고 있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그들 가족은 말레이 반도에서 살다가 아들과 딸은 영국으로 돌아가 지냈고, 어머니 진 패짓만 말레이로 돌아가서 지내다가 남편이 죽을 당시에는 그녀 역시 영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소설의 사건은 19481월에 시작된다.

변호사인 노엘 스트래천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더글라스 맥파든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래서 유산 상속인을 찾아 상속 절차를 마무리해 달라는 편지.

 

노엘은 그의 상속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길게 이야기 할 필요없이, 바로 여주인공 진 패짓이 그의 상속인이다.

당시 어머니 진(어머니와 딸 이름이 같다)1942년에 사망했고, 오빠인 도널드 또한 말레이에서 전쟁포로로 잡혀 있다가 사망해서, 당시 런던에 살고 있는 딸 진 패짓이 상속인이 된 것이다. 더글라스 맥파든은 그녀의 외삼촌이다.

 

그렇게 해서 유산을 물려받게 된 진 패짓, 그녀의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어떤 실화에 기초를 해서 쓰여진 것인데.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실화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1942년에 말레이 반도를 점령하고 수마트라를 침공했고, 이때 네델란드 여성과 어린이 80명 정도가 포로가 되어 파당이란 곳으로 끌려갔다.

그런데 일본군은 이들을 한 구역에 포로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이리 저리 몰아대는 식으로 이들을 이동시키기만 했다. 어느 한 구역에 가면 그 지역의 책임자는 이들을 떠맡기 싫어 다른 구역으로 이동시켰고, 또 그 지역으로 가면 또 그 지역의 책임자는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는 식으로, 이들은 무려 2년 반 동안 수마트라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런 와중에 80명에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30여명에 불과했다. (6-7쪽)

 

이중에 살아남은 사람, 게이젤 부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여주인공 진 패짓의 모험을 소설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해서 소설 속에서 진 패짓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말레이에 있다가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위에 밝힌 포로의 한사람으로 말레이 전역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고, 죽음과의 직면이었다.

먹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매일 매일 걸어야 하는 이상한 포로 생활에 많은 사람이 병이 들어 죽고, 영양실조로 쓰러지게 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도 너무 지쳤기 때문에 살려고 버둥거리기도 힘들다는 듯 무기력했다. 그 무렵에는 모두 죽음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슬픔과 애도는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못했다. 죽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었지만, 막상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흔한 죽음 중 하나일 뿐이었다. (117)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있었다. 실화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30여명이 있었고, 이 소설에서도 진 패짓은 의연하게 살아남는다. 포로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그가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되고, 그 험난한 길을 추스르며 헤쳐 나간다.

 

그런 가운데, 저자는 그 다음 이야기를 위한 포석을 깔아두는데, 역시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오스트레일리아 군인 조 하먼과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조 하먼은 진 패짓 일행을 도와주다가 일본군에게 발각이 되어 그만 사형에 처해지게 되는데.......

 

다시, 이 책은?

 

소설은 누가 뭐래도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야기가 풍성하고 재미있어야 소설 읽는 맛이 난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소설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란 소설에서 앨리스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원제 A Town Like Alice에서 말하는 바를 참작한다면, 도시 이름이다.

 

현재 1권에서 저자가 앨리스에 대해 언급하며 힌트를 준 것은 이 정도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자기만의 장소가 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앨리스 스프링스 주변 지역이에요. (1, 151)

 

조 해밋의 발언이다. 즉 앨리스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도시 이름인 것이다.

 

과연 앨리스라는 도시와 주인공 진 패짓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일까?

2권에 더, , 흥미있고,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 패짓, 정말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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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윤철 지음 / 지북(g-boo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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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이 책은?

 

이 책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는 수필집이다.

저자는 윤철,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공직생활 중 전라북도 투자유치사무소장, 전라북도 국책사업단장, 전주시 2002 FIFA 월드컵추진단장,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진안군 부군수를 역임했고, 현재 전주강림교회 시무장로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다른 책,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수필은 말 그대로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다. 붓 가는 대로라는 말은 마음 가는대로 쓴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필을 읽으면 저자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길을 같이 따라 걷는 기쁨이 있다. 이 책은 더더욱 그랬다.

 

다 읽고 나니, 저자의 생각에, 그 마음에 어느덧 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글은 일단 문장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읽힌다.

문장이 좋아, 글에 빠져들어야, 그다음 내용도 눈에 들어오게 된다.

 

저자는 문장을 잘 다룬다. 글을 쓰는 게 보통이 아니다.

글을 가지고 논다, 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경우다.

 

이런 문장 읽어보자.

이슬 같이 촉촉한 새벽바람을 흠씬 마신다. 새벽엔 바람끝에도 달착지근한 향내가 있다. 풋내 풀풀한 여명이 노쇠한 모습으로 서성이는 어둠을 밀어내며 사물의 분별을 돋운다. 토함산은 수천, 수만 년의 깊이와 사유로 새벽 명상에 빠져있다. 잔잔한 표정이 뿜어내는 무르익은 침묵에 나도 스르르 스며든다. (134)

 

석굴암 가는 길, 때는 새벽이다.

그 길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감각은 어떤 게 있을까?

시각이 있고, 촉각이 있다. 후각도 나타나 새벽을 그리고 있다.

그래, 그렇다. 석굴암 가는 길은 이런 총체적 감각으로 다가가야 하는 법이다.

 

여기 놀라운 표현 몇 가지 있다.

바람끝에도 달착지근한 향내가 있다.”

 

바람끝이라니? 저자의 혜안이 그저 경탄스럽다.

바람의 도 저자의 눈에는 보이는구나, 저자는 그 바람의 끝에서 풍기는 향내를 맡을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일어난다.

 

또 있다. “무르익은 침묵”   

대체 저자가 알고 있는 침묵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무르익은 침묵이라니? 그렇다, 침묵에도 격이 있다. 저자의 삶에서 만난 침묵 - <고사포 겨울바다>의 침묵은 후술하기로 하자 - 은 한창 무르익어 온몸으로 스며들기좋은 침묵인 것이다.

 

해서 석굴암 가는 길, 저자는 그 길에 서정을 담뿍 담아 뿌리며 간다.

 

이제 고사포 겨울바다의 침묵을 이야기해보자.

고사포는 전북 변산반도에 있는 고사포 해수욕장을 말한다.

저자는 언젠가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한적한 고사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한다. (158쪽 이하)

 

거기에서 만난 침묵, 또 다른 모습의 침묵이 있다.

 

겨울바다는 유난히 깊은 적막에 빠져 지낸다. 솔밭에서 새어나온 침묵은 모래사장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멀리 하섬까지 이어진다. (159)

 

세상에! 독자들은 지금 침묵이 이동하는 현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글에서 침묵은 살아 움직이며 그 범위를, 그 세력을 바다를 건너 하섬까지넓혀간다.

그래서 그 침묵을 아는 자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이다.

그런 감성, 그런 감성을 뽑아내는 저자의 눈, ,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침묵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저자는 <새벽 산행>에서 또 몇 가지를 살려, 살아가게 한다.

 

새벽 산에는 바람이 산다. (……)

새벽 산에는 이슬도 산다. (……) 길가 풀 섶 제집을 스치는 내 다리를 내치지 않고 받아들인다. 제 몸을 던져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쉬어가기를 권하는 것이리라. (156)

(……)

새벽 산에는 편안함도 산다. (……)

 

또 있다.

 

오늘은 몰래 달아나버렸던 생각까지 되돌아와 나를 재촉한다. (157)

 

놀라운 솜씨다. 바람을 살리고, 이슬도, 편안함도 그를 만나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 된다. 마치 창조주처럼, 저자는 글로 그것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 다음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 보자.

이런 문장에 저자의 마음 담겨있다. 읽어보자.

 

<석불의 미소가 조금 더 깊어진 듯하다.> (137)

 

보통의 경우 미소와 연결되는 형용사는 어떤 것일까?

나 같은 경우, 아무리 묘안을 짜낸다 하더라도 미소깊다를 연결시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깊은 미소

저자는 석불의 얼굴에서 미소가 깊어지는 것을 본다.

이는 저자의 마음이 석불의 미소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그건 저자의 이런 생각과 연결되어 나온 말일게다.

 

천년 명상의 깨달음을 담아 석불이 미소를 짓는다. 세속의 욕망을 말끔히 씻어낸 희미한 목소리가 내게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들려준다. 내 삶은 얼마나 깊고 넓었는지 잠시 되돌아본다. 겨우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일회성 삶에 연연하며 버리지 못한 것들에 짓눌린 작은 내가 거기 있었다. 삶의 곳곳에 스몄던 얼룩들이 하나둘 들춰지며 회개의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석불의 미소가 조금 더 깊어진 듯하다.

 

돌로 만들어진 부처가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그 얼굴에 움직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 깊어보이는 미소는 순전히 저자의 느낌이리라. 바로 삶의 깊이를 성찰하는 그 마음으로 본즉, 석불의 미소가 깊어진 것이다.

그 유명한 말 있지 않은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해서 삶의 깊이를 성찰하는 저자에게 돌로 된 부처지만, 그 미소가 깊어 보이는 것이다.

혹시 저자의 얼굴에 그런 미소가, 석불의 깊은 미소가 어려있지 않을까?

 

왜 이 책이 그리 잘 읽혔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잡고는 내리 읽었다. 마침 식사 때가 아니어서 그렇지 밥이 나와도 잠시 물리고 읽었을 것이다. 그만큼 몰입도 만점인 책이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니 어느새 저자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칭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평범은 표준이 되는 평범이다.

 

그러나 내 삶이 평범하다는 건 객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아무리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이라고 해서 어찌 애환이 없었겠는가. 밋밋한 삶에도 무수히 많은 사연이 존재한다. (145)

 

그러니 저자가 살아온 삶은 평범하지만 그 평범은 누구나 겪었을 표준적인 삶이다. 해서 그의 생각과 그의 글이 잘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의 글은 바로 이 책을 읽을 수많은 의 이야기이니, 그 속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우리말 사랑

 

수필가는 물론 글쓰는 사람은 모두 다 우리말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저자의 우리말 사랑,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말을 잘 골라내어 보여주는데, 우리말 맛이, 이거 맛있다.

또한 정겨운 지방 방언도 잘 살려내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적어둔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깔끄막진 골목길을 한 사내가 걸어가고 있다.> (15)

깔끄막지다

방언 (군산, 임실) 땅바닥이 가파르게 비탈져 있다.

 

<단대목이다> (31)

단대목 (대목)

명절이나 큰일이 바싹 다가온 때.

 

<깨복쟁이 친구인 K에게는 손주가 없다.> (65)

방언 발가벗은 사람 (전남)

벌거숭이, 옷을 다 벗은 사람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 주로 '깨복쟁이 친구'로 쓰이는데, 옷을 다 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함께 자란 허물없는 친구라는 뜻이다.

 

<몇 미터 가지 않아 뒤를 돌아보며 느실거리기 일쑤다.> (77)

느실거리다

1. 느릿느릿 걷거나 움직이다.

2. 축 늘어져 너울너울 움직이다.

 

<길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와 귀찮은 일도 솔찬하다.>(77)

솔찬하다.

형용사 방언 꽤 많다. 전남 지방의 방언이다.

 

<초다짐하기에는 국수가 제격이다 싶어 국숫집 문을 열었다.> (81)

초다짐하다 (다짐하다)

정식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요기나 입가심으로 음식을 조금 먹다.

(예문) 주인어른이 일 보러 가시면서 늦거든 초다짐으로 손님에게 술 한 상 먼저 들이라고 했소.

 

이런 것 알게 되다니!

 

꽹과리를 타격하는 꽹과리채의 동그란 끝부분을 이라 하는데, 뽕을 만드는 재료로 탱자나무를 최상으로 친다.(131)    

 

탱자나무로 만든 뽕은 단단하면서도 질겨서 수명이 길고 꽹과리를 칠 때의 타격감도 부드러워 으뜸으로 친다.

이런 탱자나무의 쓸모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니, 탱자나무 이제 다르게 보인다.

 

<35천원의 체면 유지비> (152쪽 이하)

 

이런 것, 필히 기억해두자.

요즘 요상한 자리를 잠시 지나간 것만으로 호사가들의 입초시, 입길에 오르내려 본의 아닌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다고 일일이 다니면서 변명하기도 그렇고, 그런 자리,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발 없는 말은 저 혼자 몇 천리를 다니니, 참 난감한 일이다.

저자도 그런 경우를 당했다.

 

초저녁에 모텔에 갈 일이 있었다. 외지에서 친구들이 와서 묵고 있는 모텔에 잠시 들렀다 나오는 길인데, 그만 딱 아는 사람과 만나고 말았다. 그 모텔 주인 - 이 역시 알고 있는 사람 -과 마주친 것이다. ‘초저녁에 이런 모텔에 출입하는 내가 저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친다.

더군다나 당시 저자는 공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기에, 분명 이런저런 말이 돌 게 분명했다.

 

, 이 경우 저자의 행동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저자는 다시 그 사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구질구질하게 그 모텔에 왔다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맥주 다섯 병, 오징어 한 마리를 그 방으로 보내달라고 주문을 한다. 정말 솔로몬을 방불케 하는 지혜다.

이런 지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수필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품격있는 수필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이 수필집은 그런 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필집과는 맛이 다르다.

수필로서 담아야할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니, 이 책 수필의 모범을 보여준다. 더하여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서 성찰을 보여주는 인생론또한 이 책을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저자의 이런 글로 이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어떨까?

<오늘 저녁엔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러면서도 져주는 넉넉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내가 나를 위해 건배를 제의해 봐야겠다. “당신, 멋져!”> (117)

 

이 말을 약간 바꿔, 이렇게 말이다.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러면서도 져주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를 위해 건배를 제의해 봐야겠다. “당신,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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