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필요의 탄생

 

이 책은?

 

이 책 필요의 탄생<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역사 그리고 철학책이다.

 

저자는 헬렌 피빗 (Helen Peavitt)는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런던과학박물관의 소비자 가전 부문을 맡고 있는 저자가 냉장고가 인류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과정을 정리한 기술적·문화적·산업적 연구다.>

 

먼저 냉장고의 개념부터 살펴보게 된다,

이걸 어떻게 정의하나?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냉장고는 인공적으로 냉각이 가능하고 음식물을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기기 또는 구획된 공간 (7)

 

사전을 찾아보니,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식품이나 약품 따위를 차게 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저온에서 보관하기 위한 상자 모양의 장치. 저장실과 냉각 장치로 이루어지며 얼음, 전기, 가스 따위를 이용하여 냉각한다.(네이버 사전)

 

그런 냉장고, 없었던 때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 책 1장과 2장에서 그런 시대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냉장고 이전에 존재했던 식품 보관방법과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그전에 얼음이 있었다. 얼음으로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했던 것이다.

요즘에도 쓰이는 아이스박스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화처럼 들리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얼음 기근 (43)

연이은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얼음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큰 불안감이 조성된다. (43)

시카고 시의 얼음 보유량이 하루치뿐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43)

 

그런 얼음 공급사업으로 한 세기가 지나고, 그 뒤로 저온을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 기술 발전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이런 일도 있었다. 지금도 있다.

 

제빙기, 그런 것들이 자연법칙을 어기고 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19세기의 청교도주의의 영향으로 기술 발전을 두려워하고, 인위적으로 얼음을 제조하는 행위를 신을 향한 도전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63)

놀랍게도 미국에는 아직도 종교적인 이유로 최신 냉장, 냉동 기술을 거부하는 집단이 있다. 아미시 공동체다. (64)

 

이제 가정용 냉장고가 등장한다.

 

냉장고가 우리의 음식 소비 습관과 식생활, 요리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다.

 

가정용 냉장고가 탄생할 무렵에는 소비자들에게 냉장고가 단순히 욕망을 투영한 사치품이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주방 가전임을 납득시키는데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83)

 

냉장고는 나름대로 유용하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물건으로 통했으나, 나중에는 주부들의 수고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현대식 주방에 없어서는 안 될 가전제품으로 다뤄졌다. (103, 152)

 

여성들의 주방에 새로운 삶을 나타내는 두 가지 상징물이 있다. 바로 냉장고와 세탁기다. (139)

 

냉장고 사용법

 

사람들은 냉장고가 등장한 후부터 사람들의 식습관이 달라졌다는 말을 한다. 이 책에도 그런 것을 분석해 놓았다.

 

오늘날 냉장고는 먹을 것을 저장하고 요리하고 소비하는 도구로서, 계절에 따라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던 인류의 유구한 습성을 1년 내내 먹을 것을 모으고 소비하는 습성으로 바꾸어놓았다. 또한 1년에 걸친 기나긴 수확 과정을 매일, 매주 음식을 사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8)

 

오늘날 냉장고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기기이지만 여전히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다(221)는 말에 동의한다. 냉장고의 오남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냉장고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영업사원들이 가전제품 사용법을 가르쳤지만 지침을 무시하거나 잘 못 이해한 사용자가 많았고, 때로는 일부러 그와 반대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165) 는데,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런 사용법이야 다 잘 알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그 안에 넣을 것과 넣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지 않는 등의 사용법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 보관에 있어서 굳이 냉장보관하지 않아도 될 것들도 구분하지 않고 냉장고에 들여 놓는 습관이 이제 보편화되고 있다그런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훈제 생선과 피클, 체더치즈 따위를 별생각 없이 냉장고에 넣어두지만, 이런 음식은 애초에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다. (212)

 

달걀을 꼭 냉장고에 보관해애 하는가라는 문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주제다.

현재 우리는 음식물을 언제 버려야 할지 결정할 때, 촉감과 겉보기, 냄새 맛보다도 상품 포장에 적힌 유통 기한에 의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21)

 

그래서 이런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낭비가 없으면 부족한 것도 없다. (217)

사람들은 지갑이 풍족할 때면 종종 집에 있는 묵은 식재료를 내버려두고 상점에 들러 새로운 먹거리들을 사들이곤 한다. 냉장고의 식품보존 능력을 잘 못 이해하고 오용함으로써 낭비가 발생한다.

 

우리 집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도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산다. (218)

현대인은 조상들이 지켜온 음식 관련 지식과 상식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세대와 세대 간에 전수된 병조림 제조법과 각종 식품 염장법, 건조법 등은 이에 꽤 낯선 것이 되었다. (219)

 

문학, 영화에 등장하는 냉장고

 

<39 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제너럴 일렉트릭의) 모니터 톱 냉장고는 주인공인 로버트 도냇의 집에서 모습이 비친다. (129)

 

또한 이 냉장고는 1936년에 개봉한 영화 <마이 맨 갓프리>에서도 나온다. (129)

 

갤리형 주방에 있는 <닥터 후> 에 출연한 배우, 캐럴 앤 포드와 그녀의 딸.(160)

 

1940년대에 방영된 만화 <톰과 제리>에도 간간히 등장하듯이 당시 부잣집 냉장고 안에는 제리가 호시탐탐 노리는 거대한 치즈와 함께 고급스러운 젤리나 디저트 따위가 가득했다. (219)

 

<고스트 버스터즈>

시고니 위버가 악령이 깃든 냉장고에 먹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274)

<레퀴엠>, 밀실 스릴러.

냉장고가 약물 중독에 빠진 주인공 사라를 삼키려는 장면이 나온다. (275)

 

<인디아나 존스>

납판이 내장된 냉장고가 주인공인 존스 박사의 목숨을 절묘하게 살린다. (275)

 

시커먼 석판이 연상되는 미국 스타일 냉장고를 샀는데, 그 생김새가 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거대한 모노리스를 앞뒤로 두툼하게 늘려 놓은 것 같았다.(175)

 

 

다시, 이 책은?

 

이 책으로 가전제품의 하나인 냉장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냉장고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 인류 먹거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잠시 주방을 둘러본다.

역시 내가 살고 있는 집에도 냉장고가 있다. 그 안을 열어보니 음료부터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있다.

 

누군가 말했다 한다.

당신이 무얼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그처럼 냉장고를 바라보고, 들여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얼 먹고 사는지, 음식에 대한 철학은 어떤지. 또한 삶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해서 냉장고는 곧 나의 거울, 또는 내가 아닐까?

 

이 책, 그런 통찰을 하게 만드는, 역사책이자 철학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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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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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이 책은?

 

이 책 소년과 개는 소설이다. 장편 소설.

 

저자는 하세 세이슈, <대학 시절 신주쿠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하면서 작가들과 교류를 시작해 편집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가 1996불야성으로 소설가로 데뷔해 1996년 제1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제15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일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불야성2부인 진혼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부문을 수상했으며, 표류가로 제1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수상했다.>

 

저자에 관해 재미있는 것 하나, 본명은 반도 토시히토인데 펜네임은 하세 세이슈이다.

이 이름을 우리말로 읽으면 별 느낌이 오지 않는데, 한문으로 읽으면 뭔가 발견이 된다.

<馳 星 周 - , 성 주>

저자가 좋아하는 홍콩 영화스타 주성치(周星馳)의 이름을 거꾸로 읽어, 필명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작품은 2020년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작품이다.

가 주인공이 되어 모두 6개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연결이 된다.

 

남자와 개

도둑과 개

부부와 개

매춘부와 개

노인과 개

소년과 개

 

, 처음 이야기인 <남자와 개>를 살펴보자.

 

주차장 구석에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목걸이는 있는 것 같은데 목줄이 없다. 장 보러 온 주인을 기다리는 걸까. 영리해 보이는데 상당히 야위었다. (13)

 

다몬의 등장이다.

이렇게 등장한 개 다몬은 편의점에 들러 빵 등을 사기위해 주차장에 차를 세운 남자 가즈마사에게 발견이 되어, 그의 가족이 된다.

가즈마사는 배달 일을 하는, 젊은 남자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부양해야 한다. 해서 별수 없이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절도범들을 도와 그들을 수송하는 일을 맡아 해준다.

그럴 때마다 개 다몬도 동행하게 되고...

한편 범죄를 도와준 대가로 받은 돈을 가지고 어머니에게 찾아가 한 때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만 절도범들 조직간에 싸움이 붙어, 가즈마사는 죽고 만다.

 

가즈마사가 죽은 뒤, 개 다몬을 행운의 수호신으로 여긴 절도범 미겔이 데리고 도주를 한다.

미겔과 한 식구가 되어 생활하는 개 다몬의 이야기가 다음 편 이야기가 된다.

<도둑과 개>

그래서 각 이야기의 제목을 훑어보면, 개와 연관이 되는 군상(群像)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도둑인 미겔, 역시 범죄조직의 추격을 받다가 죽게 된다.

그리고 다음 편인 <부부와 개>로 이야기가 넘어가는데, 문득 이런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두 편의 이야기 - <남자와 개>, <도둑과 개> -에서 모두 개 다몬을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죽게 되는데, 그렇다면 <부부와 개>에서도 또 사람은 죽는 것일까?

 

죽는다. 그를 만난 사람은 죽는다.

부부중, 남편이 개 다몬을 데리고 산책을 하러 산에 갔다가 실족하여 죽게 된다.

, 그러면 이제 그 개 다몬의 캐릭터를 짐작하게 된다.

재수 없는 개, 사신을 몰고 다니는 개, 그 개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된다니...

 

왜 저자는 그런 개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매춘부와 개>에서도 <노인과 개>에서도 떠나질 않는다.

다몬을 만나 데리고 있게 되는 매춘부 미와도 죽고, 그 다음 순서인 노인 야이치의 경우도 그런 생각이 든다. 사냥꾼인 노인 야이치는 암환자로 얼마 후 죽게 되는 중증 환자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개 다몬은 정말 사신을 몰고 다니는 개인가?

 

아니다. 그게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 죽음을 몰고 간 게 아니라, 야이치가 말한 것처럼 죽을 운명인 그들을 돌봐주러 간 것이라는 것, 그게 저자의 의도였다.

 

다른 사냥꾼의 총을 맞아 죽게 되는 야이치, 개 다몬에게 말한다.

이제 괜찮아. 난 죽어 넌 주인을 찾으러 가.”

다몬은 움직이지 않고 야이치의 뺨을 핥다가 멈추고 가만히 야이치를 내려다본다.

그래, 네가 그래서 내 곁에 왔구나. 나를 돌봐주기 위해서였구나.” (296)

 

죽을 운명에 처할 가여운, 불쌍한 사람들을 돌봐주러 그들에게 나타났던 것이다.

 

, 이제 마지막 이야기만 남았다. <소년과 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소년과 개>에서 개 다몬은 어떤 소년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다시. 이 책은?

 

이 작품으로 저자는 2020년도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런만큼 이 마지막 이야기에서 무언가 터트리지 않을까?

뭔가 굵직한 게 한 방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만나는 비극을 연출했으니, 마지막은 그런 이야기에서 벗어나 행복한 결말?

 

그런 결말을 기대해 보는데, 과연 그럴까?

 

그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결말을 기대하면서 읽게 만드는 이 작품,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 그래서 이 작품이 그런 상을 받았구나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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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
이동륜 지음 / 씨큐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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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

 

이 책은?

 

이 책 인간교<이동륜의 SF스냅스릴러 소설집>이다.

소설집, 단편소설과 장편(掌篇)소설들이 들어있다.

 

이 책의 내용은?

 

‘SF 스냅 스릴러란 무엇인가?

 

궁금해 찾아보니, 이런 글이 보인다.

[이동륜은 <인간교>에서 .....이야기들은 장황하지 않고 남예진이 그린 소설 속에 삽화들처럼 상징적인 순간을 포착한 스냅사진처럼 날카롭고 압축적이다. <인간교>‘SF스냅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https://star.mt.co.kr/stview.php?no=2021012614084149429

 

모두 24편의 소설이 다음과 같은 분류하에 실려 있다.

1부 미래- 휴머니즘 혹은 SF

2부 현실- 호러 혹은 스릴러

 

인간들이란 무엇인가, 냉철한 묘사

 

인간들은 믿음을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종교입니다.

인간들에겐 다양한 종교가 있습니다. 몇몇 종교인들은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해 맹목적인 믿음을 만들었습니다. 그 믿음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등 악행을 일삼았죠. 이것이 인간들로 하여금 종교를 불신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교> (35)

 

시각의 독특함

 

<목격자> 같은 경우, 시각이 매우 독특하다

그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 소설은 화자가 누구인지 란 존재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그냥 무심코 읽어 가다가 나중에야 무언가 놓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이 소설은 애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에 대한 오마주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추리 소설 <Numbers> <학급 모의재판>

 

<Numbers>

이 작품은 시작이 그저 그렇다. 언뜻 보면 별 의미도 없는 듯, 시작한다.

‘1’

내 자신을 숫자로 표현한다면 이것만큼 잘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기억이  시작할 때부터 1 등을 놓친 적이 없다. 나는 흔히 말하는 영재였다. (159)

 

흔히 말하는 천재여서, 그 다음 잘 나가는 의사가 되고, 승승장구 하는 전형적인 속물을 그리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숫자가 1, 2, 3 으로 나아갈수록 스토리가 생기고, 덧붙여지며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래서 주인공이며 화자가 말한 하지만 나는 눈치 채지 못했다. 이때부터 뭔가 어긋나고 있었던 것을 ....’(161)이라는 말이 나올 때, 독자들은 이야기 전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채야 한다.

 

<학급 모의재판>

 

학급에서 모의재판이 열린다. 수행평가를 위해, 열리는 그저 평범한 시간 때우기 정도로 모의재판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내용 속에 뜻밖의 진실이 밝혀진다.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가슴아플 정도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말, 기억해 두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교는 사회와 무섭도록 닮아있다. 나는 잠시 반역을 꿈꿨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229)

 

다시, 이 책은? - 소설 읽어가는 재미

 

몇 개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슬슬 읽어가는 재미가 나기 시작한다. 저자가 무언가 작품 속에 숨겨놓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소설이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마치 소풍가서 숨겨놓은 보물 찾기 하듯이 여기 저기 저자가 교묘하게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 제법 쏠쏠하다.

 

<목격자> 에서 이런 대목이 그렇다.

조급해졌다. 그녀의 시신은 사라졌지만 바닥에 핏자국은 남아있다.

맞다. , 피를 묻혀서 가면 경찰도 움직여 줄 것이다. (149)

이게 무슨 보물인지,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소설이다.

이 책, 소설의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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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여행기 - 배낭 하나면 충분합니다
박미숙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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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여행기

 

이 책은?

 

이 책, 방구석 여행기<배낭 하나면 충분합니다 >라는 부제가 달린 여행관련 책이다.

저자는 박미숙, <현재 소망유치원 원장, 그 아이들의 행복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교육학 박사, 메타인지교육협회 선임연구원, 하브루타 부모교육 통영지부장, 부모교육 전문강사이며 유튜브에서 '프리마베라'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여행 하브루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가족과 소통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최고의 교육 여행 하브루타가 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자는 것이다.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현지에 가서 사진 찍고 먹거리 사진에 담고, 먹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고 느끼고 또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5)

 

저자가 발견한 여행의 한 가지 모습이다.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와트를 걷다 보니 서양인들이 사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서두르며 앙코르와트를 사진 속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사원 속에 자신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을 공감하는 느낌이었다. (48)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 여행인데, 여행을 가서도 시간에 쫓겨 여기저기 사진만 찍고 다녀서야 그게 어디 여행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원에 가서 책을 읽을 정도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제대로 된 여행일 것이다.

 

자유 여행과 패키지여행 - ‘가 있는 여행 만들기

 

 

자유 여행을 추천하지만, 사정상 패키지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때를 위한 저자의 어드바이스는? ‘만의 스케줄을 만들라는 것이다.

 

비록 패키지여행이지만 잠깐의 시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 여행이다. (36)

 

하와이를 여행할 때, 패키지여행으로 갔는데, 저자는 일행과는 별도로 본인만의 스케줄을 만들어 와이키키 해변을 달리고, 산책하고 또한 유명한 일본식 우동도 맛보았다는 것이다.

 

일행과 꼭 함께 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경험해 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이 같을 수는 없다. 여행은 함께 왔지만 내가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함께가 아닌 혼잣 경험해보는 시간 만들기를 추천한다. (36)

 

의미 있는 단어 잘란 잘란을 발견하다.

 

인도네시아의 말 중, 잘란 이란 단어가 있다. ‘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말을 중첩해서 잘란 잘란(jalan- jalan)’이라고 하면 걷는다’, ‘산책한다라는 뜻이 된다. (96)

 

저자는 느리게 걸으며 인도네시아를 알아보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쓰면서 서두에 그런 단어를 소개하고 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맞다, 맞아' 라는 깨달음이 왔다.

길은 걸으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길을 단순이 지나가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그건 반쪽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다.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경치도 구경하고, 또 이것저것 생각도 하는 용도로 길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 이 책에서 얻었다.

 

가이드북과 일기장을 하나로

 

저자는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현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그것을 가이드북 형태로 만들어 여행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가이드북을 두 배로 활용하는데, 가이드북을 만들고 남아 있는 공간을 일기장으로 활용한다. 일기장을 따로 준비해 다니면 일기를 쓰기가 어려워 일기장과 가이드북을 하나로 묶어 활용하면 좋다.

두 가지를 한 번에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든 일기를 쓸 수 있다. (122)

 

돌이켜 보니,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기록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편이다.

사진 적당히 찍고, 몇 자 메모를 남겨서 기록하고, 때로 일정이 여유가 생겨 시간이 날 때에 일기 식으로 한꺼번에 정리해 왔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 습관을 이 책을 보고나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가이브북 스타일로 좀 더 철저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준비해 놓고, 가이드북에 일기처럼 적을 수 있는 여백 공간을 많이 만들어 놓아, 저자가 한 것처럼 가이드북과 일기장을 하나로 해서 기록하는 방법으로, 앞으로는 그렇게 해보자, 고 다짐해 본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심리학자들은 열심히 일하다 무목적, 아무 방향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걷는 것을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과정이라고 표현했다.(75)

 

오늘 느낀 감정들을 적어 놓으면?

지나고 나서 읽어보면 그 순간이 온전히 떠오르고 다시 생각이 난다. (192)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여행 준비서다.

지금은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은 떠날 수 없지만, 앞으로 다시 여행의 문이 열릴 때를 대비하여, 지난날의 여행의 모습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또 다가올 여행을 미리 준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인데. 이 책은 바로 그런 두 가지 목적을 위하여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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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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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이 책은?

 

이 책 우주를 삼킨 소년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주인공 엘리 벨이 역경을 이기고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트렌트 돌턴,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 한 편으로 그해의 문학상과 올해의 책을 석권하며 전 세계 34개국을 사로잡은 작가. 데뷔작인 이 소설 우주를 삼킨 소년은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장편소설로,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삶 속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은 열두 살 소년 엘리 벨의 특별한 성장기다.>

 

이 책의 내용은?

 

13살 짜리 소년 엘리 벨에게 삶은 질곡의 연속이다.

어느 한 날 바람 잘 날이 없다.

 

먼저 그가 살고 있는 가정환경이 열악하다.

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뒤부터 온종일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책만 읽으면서 지내고 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떠나 남자 친구와 같이 살고 있다. 엄마의 남자친구는 마약상이다. 엄마도 같이 어울려 마약 밀매에 가담하고 있다.

형 오거스트는 언젠가부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손으로 허공에 글씨를 써서 동생인 엘리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런 엘리 벨에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구가 딱 들어맞는 말이다.

역경, 질곡의 나날을 겪어도 그는 꿋꿋하게 버티면서 살아나가,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낸다.

 

그가 겪은 일 몇 가지 소개한다.

 

마약상의 부하에게 검지 손가락이 잘린다. (213)

엄마는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217)

엄마는 교도소 출소후 다른 남자와 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엄마는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526)

 

그래도 그는 버티며 성장한다.

 

나는 속과 겉이 모두 변하고 있어요. 두 다리는 내 과거처럼 점점 길어지고 있고요, 오른쪽 겨드랑이에는 털이 스무 개 넘게 났다고요. (281)

 

어떤 마음으로 그런 역경을 이겨나가는가?

 

오거스트와 엘리, 형제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이런 말이 들어 있다.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하지 마, 엘리, 좋아질 테니까.”

뭐가 좋아진다는 거야?”

우리 인생이.” (311)

 

그러니까 내가 엄마한테 가서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줘야겠어요.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정말 다 괜찮아지거든요. (380)

 

여기서, 작가의 멋진 스토리텔링 솜씨가 드러난다.

 

이 소설 670쪽이나 된다. 그러니 이 책을 다 읽으려면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린다.

그런 책, 이야기가 지루하면 읽다가 그만 두기 딱 좋은 쪽수인데. 이 책, 몰입도가 대단하다.

그 다음 페이지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작가가 만들어 놓았다. 스토리텔링의 승리다.

 

궁금해지는 것이다.

대체 이 꼬마가 별의별 험한 일을 당하면서도 버텨내는 게, 신기하고 기특하다.

그러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엘리의 행적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읽을 때 조심할 게 있다.

이 책의 작가, 초반부터 여러 곳곳에 피스톨을 감춰놓는다.

안톤 체호프가 말한 피스톨 말이다. 1막에서 피스톨을 등장시켰다면 3막에서는 반드시 쏴야 한다는, 그 피스톨이 이 작품에서는 도처에 등장한다.

 

먼저 글쓰기 교육을 시킨다.

엘리의 멘토로 등장하는 아서 슬림 할리데이, 그는 엘리에게 글쓰기 훈련을 시킨다.

어떻게?

탈옥 경험이 있는 그는 감옥에 있는 죄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글쓰기 방법을 가르친다.

 

꼭 구체적으로 써야 된다.

상세하게, 구체적인 내용을 전부 다 집어넣어. 일상생활을 시시콜콜하게 적어주면 녀석들이 고마워해.

(어제 과자 사 먹으러 가게에 갔으면, 자전거를 타고 갔는지, 걸어서 갔는지, 가는 길에 무지개를 봤는지, 눈깔사탕을 샀는지........)

무슨 소린지 알겠지? 구체적으로 쓰란 말이다. (109)

 

, 글쓰기 피스톨은 언제 작동이 될까?

당연이 엘리는 그걸 사용하는데, 나중에 신문사의 기자 보조가 되어, 유감없이 그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또 있다. 엘리가 감옥으로 보내는 편지의 수신자가 누구인가 하면.....

. 이걸 밝히면 스포일러가 된다. 그러니 생략하자. 하여튼 뜻밖의 장소에 뜻밖의 인물이 되어 엘리 인생에 꽃이 피어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그런지 엘리가 다니는 신문사의 편집장, 앨리에게 기사를 쓰라면서 이런 당부 잊지 않는다.

이번 건 휘황찬란하게 써봐. 마구 꽃을 뿌려놔도 괜찮아.” (565)

 

제목이 우주를 삼킨 소년인 이유

 

입 속에 우주를 담은 아이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아줌마 아들이 진흙을 먹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엄마가 아들에게 달려가 입 열어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아들은 입을 열었고, 어머니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무들과 눈 쌓인 산들과 푸른 하늘과 우주의 모든 별들과 행성들과 태양이 보였다. (314)

 

이건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의 세계가 그렇다는 암시가 아닐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단어들을 안에만 품고 있는 건 별로 좋지 않다. 안에 담아두기보다는 밖으로 내보내는 편이 더 낫다. (17)

 

엿 같지 않냐?”

뭐가?”

어릴 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일 때.” (86)

 

지옥 같은 상황에서 진짜 인격이 드러난다. (124)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 그 시간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다. (128)

 

지독한 악당이 있어야 아주 멋진 영웅도 있는 법이다. (231)

 

마음을 교육하지 않고 머리만 교육하는 건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412)

 

다시, 이 책은?

 

이 소설 러브 라인도 등장한다.

멘토인 슬림 할리데이로부터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엘리, 신문기자를 꿈꾸는데, 신문사의 범죄담당 기자인 케이틀린을 흠모해서 그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기사를 써서 헤드라인을 잡으려면, 세 마디로 압축해 보라 한다.

그 때 엘리는 이렇게 답한다. 세 마디 단어로.

케이틀린 그리고 엘리.”

 

둘이 같이 하겠다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과연 엘리의 그 꿈은 이루어질까? 신문기자가 되는 꿈,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하는 꿈도?

 

이 소설, 진짜 소설다운 소설이다. 읽고 나서, ‘참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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