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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우주를 삼킨 소년
이 책은?
이 책 『우주를 삼킨 소년』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주인공 엘리 벨이 역경을 이기고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트렌트 돌턴, <오스트레일리아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 한 편으로 그해의 문학상과 올해의 책을 석권하며 전 세계 34개국을 사로잡은 작가. 데뷔작인 이 소설 『우주를 삼킨 소년』은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장편소설로,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삶 속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은 열두 살 소년 엘리 벨의 특별한 성장기다.>
이 책의 내용은?
13살 짜리 소년 엘리 벨에게 삶은 질곡의 연속이다.
어느 한 날 바람 잘 날이 없다.
먼저 그가 살고 있는 가정환경이 열악하다.
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뒤부터 온종일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책만 읽으면서 지내고 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떠나 남자 친구와 같이 살고 있다. 엄마의 남자친구는 마약상이다. 엄마도 같이 어울려 마약 밀매에 가담하고 있다.
형 오거스트는 언젠가부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손으로 허공에 글씨를 써서 동생인 엘리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런 엘리 벨에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구가 딱 들어맞는 말이다.
역경, 질곡의 나날을 겪어도 그는 꿋꿋하게 버티면서 살아나가,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낸다.
그가 겪은 일 몇 가지 소개한다.
마약상의 부하에게 검지 손가락이 잘린다. (213쪽)
엄마는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217쪽)
엄마는 교도소 출소후 다른 남자와 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엄마는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526쪽)
그래도 그는 버티며 성장한다.
나는 속과 겉이 모두 변하고 있어요. 두 다리는 내 과거처럼 점점 길어지고 있고요, 오른쪽 겨드랑이에는 털이 스무 개 넘게 났다고요. (281쪽)
어떤 마음으로 그런 역경을 이겨나가는가?
오거스트와 엘리, 형제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이런 말이 들어 있다.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하지 마, 엘리, 좋아질 테니까.”
“뭐가 좋아진다는 거야?”
“우리 인생이.” (311쪽)
그러니까 내가 엄마한테 가서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줘야겠어요.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정말 다 괜찮아지거든요. (380쪽)
여기서, 작가의 멋진 스토리텔링 솜씨가 드러난다.
이 소설 670쪽이나 된다. 그러니 이 책을 다 읽으려면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린다.
그런 책, 이야기가 지루하면 읽다가 그만 두기 딱 좋은 쪽수인데. 이 책, 몰입도가 대단하다.
그 다음 페이지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작가가 만들어 놓았다. 스토리텔링의 승리다.
궁금해지는 것이다.
대체 이 꼬마가 별의별 험한 일을 당하면서도 버텨내는 게, 신기하고 기특하다.
그러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엘리의 행적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읽을 때 조심할 게 있다.
이 책의 작가, 초반부터 여러 곳곳에 ‘피스톨’을 감춰놓는다.
안톤 체호프가 말한 피스톨 말이다. 1막에서 피스톨을 등장시켰다면 3막에서는 반드시 쏴야 한다는, 그 피스톨이 이 작품에서는 도처에 등장한다.
먼저 글쓰기 교육을 시킨다.
엘리의 멘토로 등장하는 아서 슬림 할리데이, 그는 엘리에게 글쓰기 훈련을 시킨다.
어떻게?
탈옥 경험이 있는 그는 감옥에 있는 죄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글쓰기 방법을 가르친다.
꼭 구체적으로 써야 된다.
상세하게, 구체적인 내용을 전부 다 집어넣어. 일상생활을 시시콜콜하게 적어주면 녀석들이 고마워해.
(어제 과자 사 먹으러 가게에 갔으면, 자전거를 타고 갔는지, 걸어서 갔는지, 가는 길에 무지개를 봤는지, 눈깔사탕을 샀는지........)
무슨 소린지 알겠지? 구체적으로 쓰란 말이다. (109쪽)
자, 글쓰기 피스톨은 언제 작동이 될까?
당연이 엘리는 그걸 사용하는데, 나중에 신문사의 기자 보조가 되어, 유감없이 그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또 있다. 엘리가 감옥으로 보내는 편지의 수신자가 누구인가 하면.....
아. 이걸 밝히면 스포일러가 된다. 그러니 생략하자. 하여튼 뜻밖의 장소에 뜻밖의 인물이 되어 엘리 인생에 꽃이 피어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그런지 엘리가 다니는 신문사의 편집장, 앨리에게 기사를 쓰라면서 이런 당부 잊지 않는다.
“이번 건 휘황찬란하게 써봐. 마구 꽃을 뿌려놔도 괜찮아.” (565쪽)
제목이 『우주를 삼킨 소년』인 이유
입 속에 우주를 담은 아이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아줌마 아들이 진흙을 먹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엄마가 아들에게 달려가 “입 열어”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아들은 입을 열었고, 어머니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무들과 눈 쌓인 산들과 푸른 하늘과 우주의 모든 별들과 행성들과 태양이 보였다. (314쪽)
이건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의 세계가 그렇다는 암시가 아닐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단어들을 안에만 품고 있는 건 별로 좋지 않다. 안에 담아두기보다는 밖으로 내보내는 편이 더 낫다. (17쪽)
“엿 같지 않냐?”
“뭐가?”
“어릴 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일 때.” (86쪽)
지옥 같은 상황에서 진짜 인격이 드러난다. (124쪽)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 그 시간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다. (128쪽)
지독한 악당이 있어야 아주 멋진 영웅도 있는 법이다. (231쪽)
마음을 교육하지 않고 머리만 교육하는 건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412쪽)
다시, 이 책은?
이 소설 러브 라인도 등장한다.
멘토인 슬림 할리데이로부터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엘리, 신문기자를 꿈꾸는데, 신문사의 범죄담당 기자인 케이틀린을 흠모해서 그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기사를 써서 헤드라인을 잡으려면, 세 마디로 압축해 보라 한다.
그 때 엘리는 이렇게 답한다. 세 마디 단어로.
“케이틀린 그리고 엘리.”
둘이 같이 하겠다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과연 엘리의 그 꿈은 이루어질까? 신문기자가 되는 꿈,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하는 꿈도?
이 소설, 진짜 ‘소설다운 소설’이다. 읽고 나서, ‘참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