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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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의 기본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 책은?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문학론이다.

 

여기서 시학(詩學)’에서의 란 지금의 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비극희극서사시서정시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저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B.C. 384~322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가 다룬 분야들은 논리학형이상학인식론심리학윤리학정치학수사학미학동물학식물학자연학철학사정치사 등으로 아주 폭이 넓었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이 책 시학을 비롯하여 니코마코스 윤리학형이상학자연학정치학범주론명제론수사학』 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도살아있다!

 

드라마 구성과 전개플롯 구성의 방법이 담겨 있는 이 책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다해서 책놀라움의 해부(베라 토빈)에서 다음과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

 

도로시 세이어즈 -  탐정소설가 는 1935년 한 강연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비극의 풀롯 구성 원칙중 다수가 자신이 주로 쓰는 장르인 탐정소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대로 된 비극이라면 사건들이 점점 더 복잡하게 중첩되어야 하며예측 가능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뒤죽박죽이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사건들이 예기치 않게그러나 인과관계에 따라일어나고(1452a 2-4), 급전에서 절정을 이루며이상적으로라면 이와 동시에 무지에서 앎으로의 이행이 일어나고그에 이어지는 설명에 의해 앞에서 얽혔던 문제가 모두 풀리거나 소멸되면서 종결되어야 그 비극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219)

 

위의 책에 언급된 시학』 (1452a 2-4)는 어떤 내용일까?

 

시인은 완결된 사건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도 모방한다그러한 행위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인과관계로 인해 일어난다면그 효과는 극대화된다.(이 책, 38)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이런 사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상호간의 인과관계에서 일어날 때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 (시학천병희 역, 374)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비극의 플롯 구성 원칙>이 지금도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시학』 은 그래서 극작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금도 영감과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그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학몇가지 정리해 본다.

 

플롯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 플롯은?

오디세이아

이중적 플롯을 전개해 나가다가고귀한 인물과 악한 인물이 서로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다. (49)

 

연민과 공포

 

연민은 사람이 부당하게 대접받는 모습을 볼 때 생기는 감정.

공포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과 관련이 있다. (46)

 

미덕과 정의가 남달리 뛰어나지는 않지만악덕이나 악행이 아니라어떤 실수나 결함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어야 한다.

훌륭한 플롯은 결말이 단일해야지이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47)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이것이 비극이라는 모방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사람이 행복했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그런 일은 공포나 연민이 아니라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악인이 불행을 겪다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그런 것은 비극적인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고비극의 효과를 조금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사람들이 수긍할 수도 없고연민이나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 (45)

 

성격 ;

성격 -  선함적합성유사성일관성

 

반전 :

상황이 앞에서 일어난 것과 정반대로 변하는 것이다. (40)

이것도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일어나야 한다.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코린토에서 사자가 와서 오이디푸스를 기쁘게 해주고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지만정작 오이디푸스의 정체가 드러나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40)

 

인지 전에 모르던 일이 갑자기 드러나는 것으로 특히 어떤 일이 나타나면서 대단원이나 결말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61)

 

이때 등장인물은 극에서 설정한 행운이나 불운에 따라 친국 혹은 원수가 된다.

이런 일이 반전과 동시에 일어날 때 최고의 인지가 된다. (41)

가장 훌륭한 예가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다.

 

이 책그리스 비극 공부에 도움이 된다.

 

비극의 발전과정을 알게 된다.

 

아이스킬로스는 처음으로 배우의 수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렸고합창을 줄이고 극이 대화 위주로 진행되게도 했다.

소포클레스는 배우의 수를 세 명으로 늘렸고무대에 배경 그림을 도입했다. (21)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 분석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극작 이론을 설명하는 가운데호메로스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실제 작품을 예로 들어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제시하고 있다.

 

아이스킬로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64

필록테테스』 89, 95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40, 41, 46, 50, 59,65, 100,115

안티고네』 53,

부상당한 오디세우스』 52,

테레우스』 63,

엘렉트라』 100

 

에우리피데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42, 63, 64, 65, 67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58

메데이아』 52, 58, 112

크레스폰데스』 54,

오레스테스』 57, 112

트로이의 여자들, 95

 

호메로스에 대하여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남긴 호메로스에 대하여도역시 분석을 하고 있다.

 

반면에 호메로스는 다른 점에서도 뛰어나지만배워서 익힌 것이든 타고난 것이든 이 점을 잘 알았던 것 같다오디세이아를 쓸 때 호메로스는 주인공에게 일어난 일을 다 다루지는 않았다예컨대 주인공이 파르낫소스 산에서 다친 일이나출전하지 않으려고 미친 척한 일 같은 것은 다루지 않았다이 두 사건은 개연성이나 필연성 측면에서 주인공에게 일어난 다른 일과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었다도리어 호메로스는 앞에서 말한 하나의 통일된 행위를 중심으로 오디세이아를 구성했고일리아스도 마찬가지였다. (34)

 

다시이 책은?

 

시학에는 비극편만 들어있다희극편은 없다.

학자들은 원래 시학에는 희극편도 들어있었는데 중간에 망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런 사실을 근거로 하여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이란 걸작을 썼다.

그러니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아있는 비극편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없어진 부분으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이 책 시학』 대단한 책이라는 것다시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문학을 논할 수 없다는 점강조하고 싶다해서 이 책은 모든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기본 텍스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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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거울 -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
유성애 지음 / 미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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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철학자의 거울

 

이 책은?

 

이 책 철학자의 거울은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을 매개로 하여 엮어내는 철학책이다.

 

저자는 유성애,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학했다문신저술상한국조각평론상 등을 수상했다주요 관심사는 예술과 정치철학이다관심 분야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모색 중이다. 15년째 공부모임을 이어오며 예술 관련 주제를 공부 중이다대학시절 미술가의 꿈을 품었으나지금은 읽고 쓰는 사람으로 예술과 함께한다예술의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허상을 뛰어넘어현실과 연계된 예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최근에는 예술과 감정정치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철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근대 이후의 철학자들은 사진이란 문명의 이기 덕분에 그 얼굴을 알고 있지만예컨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 얼굴 어디 생각할 수나 있었나헌데 이 책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화가들이 그려 놓은 덕분이다.

 

데모크리토스헤라클레이토스디오게네스(41), 아리스토텔레스 (37),

소크라테스 (95), 아스파시아(226), 플라톤 (325)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을 그린 화가들은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기록플루타르코스호라티우스의 역사서 등을 참고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223)

 

디오니게스는 특히 많은 화가들이 즐겨 선택한 철학자다.

디오니게스는 여러 명의 화가들이 그렸는데다음과 같은 작품들이다.

 

<디오니게스가 있는 풍경> 41

<컵을 버리는 디오니게스> 46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90

<정직한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95

<참된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281

 

17세기 바로크 시대

 

이 책을 관통하는 시대는 바로크 시대다. 17세기의 예술인 바로크.

 

바로크 작품 속 철학자는 자기 반성적 인간을 상징한다특히 거울을 든 철학자 이미지는 17세기 철학자 그림의 핵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거울은 철학자의 도구자기 발견의 매개다

거울은 내면을 비추는 은유다. (323)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철학자의 거울인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 속의 철학자는가난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철학자는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선택하지만가난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진정한 목적은 자유다자기를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려 한다소유는 언제나 타인과 연관되어 있다더 많이 가지려면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거나반대로 그를 제압해야 한다. (61)

 

철학과 철학자저자는 철학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철학자들이 추구한 철학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고 한다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은 철학의 모습들이다.

 

철학자의 진리는 타인을 항상 필요로 한다타인은 새로운 가능성의 원천인 동시에 취약점이다. (76)

 

질문과 의심은 철학자의 주요 무기다철학자가 던지는 질문은 소통의 도구다. (98)

 

과거 없이 미래를 모색할 수 없다고대 그리스인은 시간을 뛰어넘어 기억되는 불멸을 꿈꿨다철학자의 지혜는 자기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다시대마다 재해석되어 기억된다. (162)

 

그림 몇 개 살펴보자.

 

<호메로스 두상을 보는 아리스토텔레스> (74)

 

네델란드 화가 렘브란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렸다호메로스의 두상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한다.

작품 속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유한 귀족 같다매끈한 원단에 풍성하게 주름 잡힌 우아한 옷과 화려한 장신구가 돋보인다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남자의 표정을 읽기 어렵다좋은 추억에 젖은 듯 미소 지은 얼굴에는 문즉 회한이 스친다.

장막 뒤 가득 쌓여 있는 책이 눈에 띈다책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글쓴이는 죽어서도 현재의 독자와 함께 살 수 있다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라는 과거에 빚을 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두른 금빛 사슬은 그저 장식 요소가 아니다일리아스의 황금 밧줄 이야기를 암시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금빛 사슬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고양의 가능성을 상징한다호메로스의 유산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

 

18세기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살펴보자.

 

먼저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소크라테스가 있다그는 작품의 중앙에 침대에 앉아왼손을 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의 왼쪽에 서 있는 사람손에 잔을 들고 있다소크라테스가 마셔야 할 독이 든 잔이다그는 소크라테스를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그저 잔만 건네고 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무릎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은?

크리톤이다.

플라톤이 저술한 크리톤의 실제 인물이다그는 소크라테스에게 탈옥과 망명을 권유한 사람이다그 과정이 크리톤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 그가 이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현장에 같이 있는 것이다.

 

그밖의 인물은?

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그의 추종자 또는 제자로 짐작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그림에서 이상한 모습이 하나 포착이 된다이런 장면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그림의 가장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이며왜 그렇게 현장과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가 그 답을 찾았다여기 소개한다.

 

작품에서 플라톤의 배치가 특이하다등을 돌린 플라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등 뒤의 소란과 아무 상관없다는 듯그는 다른 인물과 전혀 섞이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왜곡된 묘사다.

소크라테스의 형 집행 당시, 20대 청년이던 플라톤은 현장에 없었다.

다비드는 왜 부재했던 플라톤의 자리를 만들고 그를 중년으로 묘사했을까?

플라톤 밑에 놓인 종이와 잉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다중의 시간과 해석이 겹쳐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후 시간에 있다그는 스승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플라톤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의 머릿속에서 재현된 과거이다.

그는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글로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실화를 바탕으로 플라톤이 구성하고 의미 부여한 이야기다플라톤이 아니었다면 소크라테스의 사유와 선택은 지금처럼 이해되지 못했을 것이다.

(152)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운명의 세 여신 >The Three Fates

 

헤시오도스가 쓴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운명의 여신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밤은 또 운명의 여신들과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죽음의 여신들을 낳으니,

이 여신들은 인간들과 신들의 범법을 추척하되

죄지은 자들을 응징하기 전에는 무서운 노여움을

결코 풀지 않는다.

 

운명의 여신이란,

[인간들이 태어날 때 그들에게 행운과 불행을 정해주는

클로토와 라케시스와 아트로포스를말한다.

(신들의 계보헤시오도스천병희 역, 47)

 

이에 대하여 역자는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아놓았다.

 

운명의 여신들(Morai / Fata 또는 Parcae) 은 각자가 맡은 몫이란 뜻의 morai(Moirai의 단수형)가 신격화된 것으로호메로스 이후에는 클로토(Klotho, 실 잣는 여자), 라케시스(Lachesis, 할당하는 여자), 아트로포스(Atropos, 되돌릴 수 없는 여자가차없는 여자세 자매인데한 명이 실을 자으면다른 한 명은 이를 감고나머지 한 명은 명()이 다하면 이를 끊음으로써 각자의 수명을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 세 여신을 이미지로 살펴보자.

 

17세기 회화에서 운은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운의 여신 형상을 활용해서 그려진다운의 여신이라고 다 같지 않다운명 (fate)과 운(fortune)은 구분된다.

운명의 여신은 인생 행로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작품 속 세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모이라이(Moirai).

이들의 상징은 실타래다바구니에 실타래가 가득하다실은 인생을 뜻한다.

왼편에서 실을 뽑는 여인은 클로토(Clotho), 옆의 백발 여인은 라케시스(Lachesis), 실을 자르려는 노파는 아트로포스(Atropos).

이들은 각각 인간의 시간을 대표하기도 한다실을 뽑는 클로토는 생이 진행되는 현재실의 길이를 재고 있는 라케시스는 과거생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아트로포스는 미래를 가리킨다.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조합이다.

 

라케시스의 역할이 특히 눈에 띈다실의 재료인 솜뭉치가 라케시스의 머리에 닿아서마치 클로토의 왼손이 라케시스의 머리카락 끝을 쥐고 있는 듯하다.

한편 라케시스는 아트로포스의 뒤에 있어라케시스가 이미 골라낸 실은 아트로포스의 가위가 닿지 않는다.

세 여인의 위치와 행동은 인간 시간의 독특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는 과거가 녹아들어 있다과거는 미래와 그리 멀지 않지만서로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모든 실의 시작과 끝은 세 여신의 손에 달려 있다.

(18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조르다노가 그린 플라톤은 자기와 투쟁하는 인간이다.

작은 탁자에는 법률의 한 구절이 적혀 있다.

최고의 승리는 자기 자신에게 이기는 것.” (325)

 

자기 자신에게 이겨야 한다는 말의 원조가 바로 플라톤이라는 것이제 알게 된다.

 

다시이 책은?

 

저자는 왜 철학자를 17세기를 나타내는 인물들로 뽑은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철학자는 17 세기 화가들이 세운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다그는 일상인도그렇다고 영웅도 아니다인간 능력의 한도 내에서 자기 삶을 의미 짓고 책임지려는 사람이다. (219)

 

그래서 자기 삶을 책임 지고의미를 부여하려는 철학자그들은 비록 누더기를 걸쳤다 하더라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인간 삶을 의미 지우는 가치다거지 철학자의 누더기는 언제 보아도 예쁘다고 할 수 없다그러나 성실한 믿음으로 고통과 시련을 인내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은 부정될 수 없다. (73)

 

철학은 반드시 철학자만 하는 게 아니다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은 철학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 보여주는 초상화를 자기 자신의 얼굴로 대신해보면어떨까?

자화상이 철학하는 자로 보인다면내면도 외면을 따라 철학자가 될지 모른다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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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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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이 책 문화란 무엇인가은 문화 비평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테리 이글턴 (Terry Eagleton),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이자 문학평론가. 1943년 영국 샐퍼드의 아일랜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영국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옥스퍼드대학교와 맨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랭커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세기 이후 영미문학을 주로 연구했으며문학사상론포스트모더니즘정치이념종교 등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저술활동과 사회참여를 병형해왔다.> 

많은 저서가 있는데그 중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다면적인 의미가 있는 문화에 대하여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문화와 문명의 차이점그 다음에 문화주의의 원칙들 - 다양성복수성혼종성포용성 - 을 살펴본다.

문화의 개념을 에드먼드 버크와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의 견해를 중심으로 논한 다음에

그 다음으로는 T.S 엘리엇과 레이먼드 윌리엄스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의 생각을 살펴본다.

 

특이한 점은 이런 저자의 발언에서 나타난다.

 

명민한 독자들은 스위프트버크와일드에서 아일랜드의 반식민주의 정치에 이르기까지아일랜드의 모티브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9)

 

그러고 보니여기 등장하는 인문들의 대다수가 아일랜드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저자 또한 <영국 샐퍼드의 아일랜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해서 책을 읽다보면중간 중간에 아일랜드의 식민지와 독립에 대한 언급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문화란다음 네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들 전체

둘째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

셋째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관습신념상징적 실천들

넷째총체적 삶의 방식 (13)

 

문화와 문명의 관계 

 

이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데그중 몇 개 발언 기록해 둔다.

 

문화라는 단어는 애초에는 문명과 동의어였고한동안은 그렇게 사용되었다. (32)

 

일상의 경험이 삭막하고 빈곤해질수록그와 대조적인 방식으로 문화는 이상적인 것으로 홍보되었다문명이 더 지독스럽게 물질적으로 변해갈수록문화는 더 고귀하고 현실 초월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

 

문명은 사실의 문제가 된 반면문화는 가치의 문제가 된 것이다. (23)

 

문명은 문화의 전제조건이다. (25)

 

문화는 자신이 일정한 정신적 기반을 대여해주려 애쓰는 바로 그 문명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25)

 

에드먼드 버크와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등

 

이 책에서 문화를 논의하기 위해 동원된 학자들은 다음과 같다.

 

에드먼드 버크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프리드리히 실러, T. S. 엘리엇레이먼드 윌리엄스오스카 와일드 등 시대를 대표한 사상가들이 총동원된다.

 

이 책을 통하여 그들의 생각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문화그 필요를 논하지 마라.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거너릴 제 말 똑똑히 들으세요.

한 집에서 시중 들 종자가 별도로 25, 10, 5명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그 두배의 하인들이 아버지의 시중을 들려고 대기중인 마당에

리건 한 명은 무슨 필요가 있어요?

리어 필요를 따지지 말아라(reason not the need). 우리 중에 가장 비천한 거지들도 가장 가난한 그들의 소유 가운데 잉여를 가지고 있다. (2막 4)

 

딸들에게 나라 전부를 주고 난 다음에 마음 편하게 여생을 보내려 한 리어왕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한다나라를 받아 챙긴 딸들이 아버지의 시종 수가 많다며 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때 리어왕이 한 말, “필요를 따지지 말아라는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말을 다음과 같이 반추하고 있다. 

장식이란 단순한 필요를 채운 후에 남은 것이라는 의미로우리가 문화에 부여하는 의미 중 하나다. ( …… )

과잉의 필요가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이에 대한 가장 면밀한 탐구는 리어왕이다가령 농담이나 녹색의 술 사르트뢰즈처럼 유용성을 뛰어넘어 실용적 면이 전혀 없는 것들에 기뻐하는 것도 우리의 본성이다. ‘남아돈다는 것이 반드시 무가치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9-40)

 

문화가 물질적 필요를 넘어서는 일은리어왕이 인식하고 있듯우리의 본성이다. (144)

 

저자는 리어왕의 발언을 매개로 하여 잉여와 필요를 문화에 대입하여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욕망의 선한 쓰임새

 

욕망은 결핍으로 존재를 뒤덮고주어진 것을 넘어 손아귀를 벗어나는 모든 것을 향하도록 우리에게 박차를 가하면서인간을 구멍 난 존재로 만든다이런 의미에서 욕망은 문명화된 존재를 움직이는 원동력 자체라고 할 수 있다. (41)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본 문화

 

18세기 후반 산업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문화는 유명해졌지만한편으로 혁명 개념에 대한 질책이기도 했다거의 같은 시기에 문화는 낭만적 민족주의 언어에서 핵심 개념이 되었다.

 

19세기가 시작되자 문화 개념은 식민주의와 인류학에 대한 논의에 휘말려들었으나 또한 시들어가고 있던 종교적 가치의 대체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문화는 주요 산업의 하나로 성장해서 전례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의 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20세기 중반문화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갈등에 있어 핵심 요소즉 다문화주의와 정체성 정치라는 모습으로 현재 우리 시대에 불쑥 등장한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147)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가 향상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 자신 내부에 창조적 힘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우리가 스스로 향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그보다는 덜 낙관적인 이야기를 함축한다.

그리고 결코 본성에 양육이 담기지 못하는 이들이 언제나 존재하는데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자비로운 인물 프로스페로는 추악하고 무도한 칼리반을 그런 사람이라고 보았다. (44-45)

 

다시이 책은?

 

이 책의 결론은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결코 핵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데저자의 마지막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문화를 말하는 이들이 문화 개념을 과장되게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핵심으로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면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낫다. (203)

 

그런 결론이지만이 책을 통해 얻는 수확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 수 없다는 점밝혀둔다 

문화라는 개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문화의 기능에 대한 논의 또한 살펴볼 만하다는 것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점점 문화에 대한 생각이 넓고 깊어진다는 것역시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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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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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예루살렘 해변

 

이 책은?

 

소설을 읽었다정말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읽다가 새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새겨보게 되는그런 소설을 읽었다.

 

흔히들 소설에서 반전을 이야기 하는데그래서 이 책 역시 책 뒤표지에 <독특한 문체탁월한 상상력놀라운 반전>이라고 써 놓았는데이 소설은 반전 차원을 넘어선다소설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기분이런 기분 느낀 책처음이다.

 

이 책 예루살렘 해변은 이스라엘 작가 이도 게펜의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저자 이도 게펜은 <199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텔아비브에 거주하고 있다그는 사골 뇌 연구소Sagol Brain Institute, 소라 스키 의학센터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다그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스토리텔링과 증강 현실을 이용해 파킨슨병의 양상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을 읽다가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저자의 경력을 훑어보곤 했다.

대체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소설을 쓰지하는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작가이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그거다그래서 작품 하나 하나를 읽어갈 때마다새록새록 스토리텔링의 그 깊숙한 의미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표제작인 <예루살렘 해변>을 비롯하여 모두 14편인데, 14편 모두가 새겨볼 만하다그러나 그중에서 한 편을 꼽으라면단연 <파리와 고슴도치>.

 

여기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은 소설이다쪽수로 겨우 5쪽에 불과한데그리고 시작도 뭔가 엉성한데 읽다가 그만 울컥해지는그래서 작가의 솜씨에 감탄경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시작은 이렇다첫문단이다.

 

요나단 형이 입대한 날부터 나는 시간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말 그대로 붙잡으려고 양손을 뻗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주먹을 재빨리 쥐고 최대한 많은 덩어리를 잡으려 했다처음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시간을 잡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이었으니까어찌 되었든 난 어설픈 파리 한 마리조차 잡아 본 적이 없다. (383)

 

이게 뭔소리시간을 손으로 잡다니그야말로 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어 하나 '파리'손으로 파리조차 못 잡는데보이는 파리조차 못잡는데보이지 않고 형체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여기서등장하는 파리가 제목의 파리이고그 파리가 가지게 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것저자에게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그건 오산이었다처음에 그런 생각에 빠져 그 뒤 글들을 허투루 읽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 장면형이 군대에서 휴가를 왔는지집에 다니러 온 형이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군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준다거긴 안전하다면서 가족을 안심시키는 말도 하면서.

 

형은 계속 말했다전초 기지에서 아무일도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믿을 수 없다고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북쪽에 있는 그곳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383)

 

휴가 나온 형을 동생은 졸졸 따라다닌다면도하는 형의 모습이렇다.

 

그날 저녁 늦게 형은 집안을 서성거렸고 나는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다형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면도를 했지만실은 고슴도치 쓰다듬는 느낌을 싫어하는 메이탈을 위한 거였다. (384)

 

10살짜리 동생이 군대에 가서 휴가 나온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그려지지 않는가? 게가다 형이 면도하는 모습도 어린 동생에게는 멋지게 보일 것이다.

 

여기서 고슴도치가 등장한다제목에 등장하는 고슴도치다.

 

그리고 형은 화자인 동생에게 말한다.

 

형은 2주 안에 한창 분쟁중인 가자 지구로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거였다어머니와 아버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384)

 

그리고 형은 어린 동생에게 시간을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시간을 잡아 병에 집어넣는 방법을이게 동생이 형을 기억하는 방법이 된다.

 

군대에 가서 죽은 형을 기억하는 방법!

그런데도 거기까지 읽으면서도 전혀 바로 다음 문장에 나올 사건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채집이라는 황당함에 주의를 뺏긴 탓이었을까?

 

이런 것역시 눈치 채지 못하고 읽었다.

 

나는 형이 내게 들려주었던 모든 이야기의 시간을 끌어모아 계속 병을 채웠다. (386)

 

이윽고 등장하는 문장, “모두들 조의를 표하러 왔다.” (386)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면서뒷통수를 한 대 세게 맞았다.

 

지금 10살짜리 사내아이인 화자는 형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다.

형의 시간형과 같이 한 시간가족이 형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모아 모아병속에 담아두고 싶어하는 그 절절한 마음을저자는 두 손으로 잡아 이 작품 속에 담아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나는 그것을 느꼈다거의 보이지 않았고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사라질 뻔 했지만내 손에 쥐어진 것이 시간 덩어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385)

 

나는 이 집 전체를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내 평생 갈 만큼. (387)

 

다시이 책은?

 

이 책에 모두 14편의 소설이 실려있다그 중 어느 한 작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여기 모두 분석해서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저자는 주제를 잡아내어그걸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으로 녹아낼 것인지 치밀한 연구 끝에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다음에 우리에게 내어 놓는다그러니 작품 속에 주제가 살고이야기가 살아 움직인다소설 속 이야기에 들어있는 인물들도 그래서 모두 진짜 살아 움직인다.

 

이게 소설이다진짜 소설이다.

그러니 이 소설집을 읽을 때는한 문장한 글자도 허투루 읽지 말고모두다 가슴에심장에 새긴다는 각오로 읽어라. 그게 이 소설집을 대하는 독자의 태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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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역사 -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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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역사를 찾아가는 지적 모험 지능의 역사

 

이 책은?

 

이 책 지능의 역사는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작가교육자이다마드리드 콤플루텐세 국립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에드문트 후설 현상학을 공부했다그는 지능과 예술과학이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깊이 연구했으며 신경학에서 출발하여 윤리로 마무리되는 지능 이론을 개발했다창조와 감정의지언어윤리에 관한 다양한 책을 썼으며열정적인 강연자이자 교육 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주제는 인간 지능이다.

인간 지능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제목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 지능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인간의 다른 분야는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겠지만인간 지능의 역사를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그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스백이란 존재를 설정한다.

우스백은 미래에서 온 존재다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기에그래서 익숙해진 현상을 인식하지 못하기에저자는 우스백이란 미래에서 온 존재를 내세워우리의 지능을 낯설게 보기’ 방법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우스백과 함께라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역사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11)는 기대를 가지고저자는 지능의 역사를 찾아간다.

 

해서 이 책은 인류의 지능을 찾아 나서는 지적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지적 모험’, 그게 펼쳐진다 

우선 목차를 살펴보자우리에게 뭔가 실마리를 주는 개념들이 보인다.

 

프롤로그인류의 수수께끼 

1현재의 계보

2영적 동물의 출현

3기계 속 유령

4새로운 진화력

5공진화

6사냥꾼시민이 되다

7위대한 영적 혁명

8피조물에서 창조자로 

에필로그 네 번째 축의 시대

 

끝에서부터 읽어보면, ‘이 가장 결론이 되는 개념이다.

그 다음피조물과 창조자의 관계도 거론이 될 것이고또 영적 혁명과 영적 동물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을 재정의할 것도 같다그러한 개념들이 계속해서 인간의 지능과 연결되어설명하기 위해 살펴보아야 할 개념들이다.

 

일종의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이론을 적용하여.

 

정리해보자,

우리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 인간을 전혀 모르는 다른 외계인이 우리를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시점의 우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과거 즉 처음부터 훑어봐야 제대로 볼 수 잇을 것이다.

 

인간 세계를 현재의 모습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이유동기과정들을 이해하려면 인간 세계의 기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23)

그래서 이 책은 현재에서 시작하여 역사의 거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일종의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 지능은 역사적으로 검토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은 설명하는 존재

 

인간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저자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매우 통찰력이 돋보이는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뇌가 이야기 구조로 짜여있다.

장 마르탱 샤르코가 관찰한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최면상태에 빠진 채 방안에서 우산을 펴라는 다소 황당한 명령에 복종했던 환자들이 최면에서 깨어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상황에 대해 해명을 늘어놓았다는 이야기다.

 

모든 문화에 신화적 설명이 존재한다.

사피엔스는 그들을 둘러싼 것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는 대부분 이러한 가상의 이야기들을 과학 이론으로 대체해 가는 과정이었다.

신화에서 과학으로상상에서 이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인간 지능을 길들이는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해하고 설명을 구했던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근원적 동력이 아니었겠는가. (38- 39)

 

인류의 문화 불의 사용후부터

 

인류 즉 사피엔스를 이해하려면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인류의 문화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문화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의 사용도 문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에게서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문화의 기원을 찾는 관점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동인도의 한 섬에서 고립되어 살았던 안다만 부족에게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

신화는 선조들의 기억을 유지하려는 후대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뉴질랜드부터 그리스까지 자신의 기원을 말하는 신화에는 하늘과 땅의 분리와 함께 불의 출현을 묘사하는 신화들이 많이 있다.

(……)

새로운 기술은 빠르게 확산됐을 것이다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모방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62)

 

경이로운 루프

 

인류의 특징 중 이런 게 있다.

지능 발달의 방법이 루프처럼 한번 그 안에 올라가면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점증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그것을 저자는 경이로운 루프라 부르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인간의 지능은 변화하면서 발전한다.

 

지능은 언어를 발명하고 언어는 지능을 재설계한다지능은 문자를 발명해 내고문자는 다시지능을 재설계한다. (23)

 

사피엔스의 지능은 지능으로 되돌아가고지능을 변화시키는 무언가를 창조한다그것이 학습이 하는 일이다. (130)

 

축의 시대

 

우스백이 인간에게서 발견한 것중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라고 할 수 있다.

 

축은 변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

축이란 수레 또는 자동차 바퀴를 굴러가도록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인데 이 개념을 사용하여 인류 지능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첫 번째 축의 시대약 1만년전 유목생활을 하던 사피엔스는 더 잘 살고자 하는 욕망안락함에 대한 욕망행복에 대한 욕망으로 한 곳에 정착하며 땅을 경작하기 시작했는데 (191), 이는 인간의 모험사에 매우 중요한 변화로 이를 첫 번째 축의 시대라 부른다.

 

두 번째 축의 시대에서는 종교정치경제 영역에서 자성에 관한 관심이 일어났다그리고 자성에 관한 도구가 발명된다. (217)

 

종교적 축의 시대라는 개념은 칼 야스퍼스가 제창한 것으로기원전 750년부터 기원전 350년대에 시작되는데야스퍼스는 사피엔스의 역사상 가장 심도있는 변화 즉 인간다워진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218)

 

그 뒤로 세 번째 와 네 번째 축의 시대가 이어지는데,

첫 번째 축의 시대는 인류는 확장된 사회로 전환을두 번째 축의 시대에는 종교를 통해 내면성을세 번째 축의 시대에는 인간의 시각으로 본 과학과 기술의 승리를 이룬 시기다.

그리고 우스백은 영구히 개선된 인류의 시대가 되기를 열망하는 바람으로 네 번째 축의 시대를 기대한다. (280)

 

다시이 책은?

 

저자는 우스백이 사고하는 방식을 먼저 소개한다.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이라는 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구사한다.

이는 말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이미지를 활용하는 기법이다.

해서 개념지도그래프그림 등을 사용하여지능의 역사를 파헤치고 있다.

 

해서 이 책을 읽을 때우선 문자로 서술된 부분을 다 읽고나면그림과 도표 등 이미지를 활용한 페이지가 등장하여우리가 생각을 정리할 여지를 제공한다들었던 설명이 시각적으로 정리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글과 시각 또는 자연의 관계에 대하여기억해두고 싶은 문장 하나 있어 옮겨본다.

 

해 질 무렵에 바닷가를 거닐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가문학과 예술이 다 망쳐놓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토록 찬란한 자연 경관을 자연 속에서 경험하기보다 그림이나 시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우리는 석양을 보면 문학작품에서 경험한 석양을 떠올리게 된다바다와 해걸음은 이제 책에서 얻는 경험이 되었으며그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일종의 내적 수치를 느끼게 한다두 번째 자연이어야 할 문화는 그렇게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우리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글과 시를 만들었지만 그런 우리는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떠올리고 있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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