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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평점 :
천장화의 비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위를 올려다볼까’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 말, 철학적이다,
왜 우리는 실외, 밖에서는 멀리 그리고 위를 향하여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그리고 또한 실내에서도 벽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위를 쳐다본다.
더군다나 그 실내가 큰, 아주 큰 곳이라면 우리는 저절로 위를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은 아마 우리 인간들을 그렇게 하도록 하는 어떤 DNA 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 평소에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위를 쳐다보는 이유를 네 가지로 풀어내고 있다.
종교, 문화, 권력, 그리고 정치, 이렇게 네 가지로 생각한다.
먼저,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말한 바, 왜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지에 관해 정리하고 넘어가자.
우리는 왜 하늘을 올려다볼까.
우리는 위계질서를 중요시하고 높은 곳에 있을수록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무언가를 욕망하는 경향이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넘어서는 초월에의 갈망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종교와 사회, 문화에서 비롯한 신념과 철학을 하늘에 투영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물의 ‘천장’을 장식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건물의 천장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통제하며, 심지어 소유할 수 있는 하늘이기 때문이다. (7쪽)
하늘 대신 천장을 장식하다.
바로 이것이다, 웅대한 건물의 천장은 곧 하늘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을 장식하는 것처럼 건물의 천장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천장에 장식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분야를 종교, 문화, 권력, 그리고 정치, 이렇게 네 가지로 살펴보고 있다.
종교, 당연히 예배당이다,
권력의 경우는 궁전이다.
정치, 또한 궁전이나 의사당 같이 정치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티칸으로 가보자. 여기에는 바티칸 궁전이 있다.
이 책에서는 궁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예배당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시스티나 예배당이 있으니, 궁전보다는 예배당이라는 표현이 좋을 듯하다.
바로 거기, 시스티나 예배당에 르네상스 시기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있다.
아마 천장화라고 하면 대뜸 이곳의 그림 <천지창조>를 떠올릴 것이다.
해서 이 곳의 그림은 더더욱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가보자.
거기에는 두칼레 궁전이 있다. 막상 베네치아에 실제 갔을 때에는 가보지 못한 곳이다.
워낙 일정이 짧았던지라, 이 궁전은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해서 이 책으로 실컷 구경했다. 이런 곳이었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천장화가 있는데......하는 아쉬움을 느끼고 느끼면서 말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중국 궁전’이 있다.
맨처음 이 책 목차를 읽으면서 중국 궁전이라고 하기에 위치가 중국 베이징 정도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이곳에 있는 중국 궁전은 예카테리나 2세가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국가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나갔는데, 그 중에 하나 지어진 것이 중국 궁전이다.(191쪽)
문화는 박물관, 극장의 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는 부르크 극장에 가보자.
부르크 극장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데, 여기에는 그 유명한 클림트의 그림이 있다,
클림트는 오른쪽 계단에 그려진 다섯 점의 그림 중 세 점을 맡아 그렸다.
<디오니소스의 제단>,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테스피스의 수레>
이 책에 거론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 들어있다. (81- 87쪽)
클림트가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
클림트는 부르크 극장에 천장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렸는데, 거기에 자기의 얼굴도 집어넣었다.
왜 내가 부르크 극장에 가보고 싶었는가 하면, 바로 거기에서 글루크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초연되었기 때문이다.
그 오페라의 라니에리데 칼자비지가 작성하였는데 이 작품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초연은 1762년 10월 5일,
프란시스 1세의 탄생 축연일에 오스트리아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막이 올려졌다.
오페라의 역사에서 이 극장의 이름과 상연된 오페라를 알게 되었지만, 그 극장의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어, 여기 거론된 프란시스 1세가 과연 누군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서양사를 찾아보면 같은 이름, 또는 비슷한 이름의 왕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가 누군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부르크 극장은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그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궁전 가까이에 세워진 극장이었다. 따라서 프란시스 1세는 다름 아니라 마리아 테레지아의 남편인 것이다, 그렇게 부르크 극장과 오페라의 역사는 맞물려 이해가 된다. 이 책에서 얻게 된 정보 덕분이다,
다시, 이 책은?
일단 하늘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건물로 그림으로 남아있는데, 그런 것을 감상하려면 세계 여러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한다. 그런데 그 많은 것들을 다 보려면 한 두 곳도 아니니 여행이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해서 이 책은 그렇게 다니지 못하는 아쉬움을 지면으로 달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자세한 해설 또한 붙어있으니, 어지간한 큐레이터는 저리 가라다.
더하여 혹시 가본 곳의 궁전, 박물관이라면 당시를 추억하면서 다시 한번 그림들을 감상할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책의 종이도 그런 아름다운 천장화를 담기에 좋은 재질로 되어 있어 그림 보는 기쁨을 더하게 하니, 더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