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복
리샤르 콜라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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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이 책은 소설이다.

마치 실제 인물의 전기 같은, 아니 그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할, 그런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해서 읽어가면서 내내 실존인물인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지만, 아직까지?

 

주인공 이름은 에밀 몽루아, 진짜 이름은 볼프강 모리스 폰 슈페너.

아버지는 독일인,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다.

 

그가 경험한 세상의 역사 경험은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같은 상황이라 표현하면 어떨까?)

독일에서 영국의 폭격을 경험하고, 다시 베를린에 진주한 소련군을 만나고, 프랑스로 도망쳐 잠입, 신분을 프랑스인으로 바꾸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종군기자의 신분으로 한국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그러니까 세계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을 한꺼번에 겪은 유일무이(?) 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소설 속 장치가 너무나 정교하게 되어있어, 마치 실제 그런 인물이 실제 활동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니. 그게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싶다.

 

독일과 프랑스의 혼혈로 태어난 그는 독일에서 살아가면서 전쟁의 와중에 휩쓸려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런 인연들은 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며, 그의 운명을 바꾸며 주인공을 주인공다운 인간으로 성장시켜간다.

 

작가가 마련하여 그에게 선사한 사람들 귀한 인연들

 

아버지 : 의사, 나치 독일의 군인이기도 하다. 아우슈비츠에서 인간실험을 한다.

어머니 : 프랑스인, 피아니스트.

프랑스인 에밀 : 유대인 수용소에서 데려온 아이

일본인 겐소쿠 : 아버지의 의과 대학 동기, 일본에서 마루타 실험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프랑스인 클레베, 앙주 : 베를린에서 탈출할 당시 만난 프랑스인.

일본인 기자 J.T : 종군기자. 한때 731부대에서 마루타 관리 담당 (소위)

한국인 선희 : 마루타 출신, 주인공의 아내가 된다.

 

이런 인연들이 얽히면서 주인공을 인물로 만들어가는데, 주인공의 이런 회고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살다보면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만남이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인생에 영향을 준 만남은 .......(314)

그에게 그런 안 좋은 만남도 있지만 좋은 만남이 더 많았다. 그게 이 소설을 어찌보면 흐믓한 심정으로 읽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만나는 사람은 또 어떻게 우리 주인공을 도와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만들어준다.

 

이런 것 알게 된다.

 

냉전이란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조지 오웰 (295)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가 떨 것이다. 누가 한 말일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한 말이다. (318)

 

유럽은 도시를 재탈환하는 전투를 할 때 대성당이나 역사 유적지를 파괴하는 것이 싫어서 무의미한 시가전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반면 미국은 아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서 적군을 전부 쓸어버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322)

 

과연 이게 사실일까, 궁금해진다.

 

전쟁 상황에서 이런 모습도

 

베를린 사람들은 평소처럼 규칙을 따르며 생활했고 타고난 담담함과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베를린은 공습으로 끔찍하게 파괴되었지만 공공 서비스는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독일 제국 라디오 방송도 평소처럼 클래식 음악 공연 실황을 방송했고, 뉴스와 일기 예보를 내보냈다. (177)

 

공습을 피해 지하실로 들어가 몸을 숨기는 장면에서...

소련군이 어디까지 진격해 올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라디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187)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총사령관으로 여러 전쟁터를 직접 누빈 외할아버지는 전쟁이 얼마나 비정하고 부조리한 살육인지 깨달았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외할아버지가 딸에게 독일어를 공부시키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상대 나라의 언어를 완벽하게 익혀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32)

 

우리가 타락하는 것은 욕망이 너무 커서야. 우리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무엇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집중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해. (151)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연민 없이 차가운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세상에서, 에밀은 살아갈 이유가 사랑에 있다고 생각했다. (238)


다시, 이 책은? - 작가가 짚어내고 있는 것들

 

어쩌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작가의 취재력에 먼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더하여 생각할 점 몇 가지 적어둔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

그런 덕목은 또 언제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전쟁에서는 그런 덕목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사치에 해당하는 것일까?

 

저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주인공 에밀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부모의 모습에서 그런 것을 지니고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보여준다.

 

그 사회의 지도자급 지위에 맞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일을 할 것.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일이 나중에 어떻게 평가받는가 하는 점도 꼭 살펴야 한다.

그런 점을 저자는 주인공의 가냘픈 인생 위에 얹어 놓았다.

아버지는 의사로서 승승장구하지만 아우슈비츠에서의 그의 행적은 아들인 에밀에게 커다란 올무로 남게 된다. 그게 결국 이 책의 제목이 된다.

 

또한 한국전쟁을 취재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통해서 또한 인간이 그런 덕목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사족 - 소설 속 울려나오는 음악들

 

볼프강의 어머니는 피아니스트다. 해서 음악이 이 소설에서 흘러나온다.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 읽어가면서, 이야기에 따라 등장하는 음악들이 마치 BGM처럼 들리는 듯하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런 점도 이 책의 매력이 될 듯하다.

참고가 되리라 생각하여 색인을 만들어 보았다.

 

에메랑스 폰 슈페너 : 볼프강의 어머니다. 피아니스트

에메랑스 드 그라브 (결혼 전 이름)

 

엘리제를 위하여 (32)

슈베르트 가곡 (34)

멘델스존의 이중창 OP.63

<내 사랑을 한 마디에 실어> (37)

멘델스존, 슈베르트, 바그너, 구스타브 홀스트 (38)

<초심자들을 위한 작은 피아노 소나타> (41)

Mozart Piano Sonata 16C장조 K.545 중에서 1악장. Allegro(초보자를 위한 소나타)

 

쇼팽 피아노 소나타 (51)

모차르트 레퀴엠 (54)

바흐 칸타타 (63)

프랑스 가수 샤를 트로네 (67)

<당신의 말을 잊어요>, <기쁨이 없어요>, <>, <노래하는 광인> (67)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04, 143)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스와 나지코 (124)

바이올린 스트라다바리우스 125

지휘 한스 크나퍼츠부슈 (125) - 실존인물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콘체르토 (180)

연주자 게르하르트 타슈너 (180)

지휘자 로베르트 헤거 (181)

바그너 <신들의 황혼> (181)

쇼팽의 <녹턴> (190)

바흐 <아리오소> (190, 258, 394)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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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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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점점 짙어진다.

소설에서 풍겨나는 향이 읽어갈수록 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 이거 2권으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몰입이 된다. 물론 이야기의 배경에 은은히 풍겨오던 향이 점점 짙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주인공인 다린, 귤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만다린.

엄마가 임신했을 때 귤을 하도 많이 찾아서 아빠가 다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단다. (94)

다린이의 엄마, 아빠.

그리고 다린이와 함께 센트 아일랜드 인턴 시험에 응시하는 꿈의 소년, 소녀들.

김로라, 유지나, 천일랑.

 

그렇게 모인 소년 소녀들이 센트 아일랜드라는 회사의 인턴 시험에 응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하여, 그들의 꿈이 어떻게 영글어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좋다.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말로는, 주인공 다린에게 꿈을 주입했다는데, 그게 통했다.

주인공 다린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도, 소설속에서 잘 그려지고 있다.

 

밑줄 긋고 새겨볼 글들 특히 향에 대하여

 

공간을 디렉팅하는 게 향 연구의 정점이 아닐까. (43)

 

차갑게 얼어붙은 흙 내음이 흘러나왔다. 눈 내리는 겨울 숲의 냄새였다. (109)

 

모든 공간에는 향이 있고,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통해 그 향은 더욱 풍부해진다. (130)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냄새, 뜨끈하게 달궈진 솥 밥의 향이었다. (184)

 

신기하게도 위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마치 그 향이 책 속에서 우러나와 후각에 감지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만큼 몰입이 되었다는 것이리라.

 

이 소설에 들어있는 비밀 하나.

 

그렇게 무난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소년 소녀들의 꿈이야기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소설, 뜻밖의 비밀이 숨어있다. 실상 이건 스포일러에 해당하지만, 이 소설의 후속편을 기대하는 나의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걸 밝힐 수밖에 없다는 것, 양해해주시라.

 

다린의 엄마 한주혜가 뜻밖에도 센트 아일랜드와 관련이 있다.

엄마는 센트 아일랜드에서 중책을 맡았었는데.. 그만 사고로 인해 부득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

그런데 그 사고의 배후에 센트 아일랜드의 창업주 김회장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마지막 장에 밝혀진다. 그리고 이제 3개월 후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다린이 인턴으로 센트 아일랜드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다면,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당연히 기대한다.

다린이 센트 아일랜드에 들어가 갖은 역경을 무릅쓰고 김회장의 비밀과 엄마의 억울한 사고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고, 엄마가 다시 그곳에서 일하는 ...

 

엄마의 경우, 이런 복선을 저자는 깔아놓았다.

사고가 났지만 그래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일하려고 했으면 할 수 있었을 거야. 볼 수 없어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를 지시하고, 결재하는 것은 가능’(321) 했다는 것을 굳이 밝혀놓는 저자의 마음, 독자는 응원한다.

 

그러니 이제 후속편을 써서, 다린의 꿈을 더욱 더 풍성하게 열매 맺게 해주시라.

그럴 때 지금도 풍겨오는 향, 툴레향은 더욱 더 짙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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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 역대 황제 평전 - 유목 민족이 이룩한 세계 최강 제국 100년도 못 버티고 사라지다 역대 황제 평전 시리즈
강정만 지음 / 주류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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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 역대 황제 평전

 

몽골은 현재 중국 북쪽에 있는 나라다.

그 몽골이 과거에는 세계를 주름잡았던 나라였다는 것, 신기하기만 하다.

원나라, 몽고, 몽골.

그런 나라인 몽골, 그 전신인 원나라에 대하여 그간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째, 이 책은 원나라 역대 황제의 평전이다.

원나라 황제 12명에 대한 평전이 들어있다.

초대 황제 칭기즈 칸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황제인 혜종까지 12명이다.

 

12명의 황제에 대한 기록을 읽으면서 먼저 내가 알고 있던 황제가 누구였던가를 살펴보니, 세상에 12명중 겨우 2명에 불과했다.

초대 황제 칭기즈 칸과 5대의 원 세조 쿠빌라이 정도였다.

해서 이 책으로 원나라에도 그 둘 말고 다른 황제도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다.

 

둘째. 원나라가 칭기즈 칸이 세운 줄 알았다.

원나라 황제라야 겨우 그 둘밖에 알지 못했기에 원나라는 당연히 칭키즈 칸이 세운 줄 알았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라, 원나라는 세조 쿠빌라이가 세운 나라다. 쿠빌라이 대에 가서야 비로소 중국의 나라, 원나라가 된 것이다.

 

셋째. 중국에 들어섰던 여러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게 되었다.

몽고가 원나라가 되는 과정에 중국에는 여러 나라가 들어서고 있었다.

 

금나라, 송나라, 물론 이때는 송나라가 남송이었다. 그만큼 송나라의 세력이 약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쿠빌라이 대에 남송을 멸망시키고 드디어 원나라가 될 수 있었다.

 

칭기즈 칸 때의 일이다.

금나라는 남송 뿐만 아니라 몽골과 타타르도 속국으로 다스렸다. (38)

특히 몽골인에 대해서는 그들의 호전성을 두려워하여 3년마다 정기적으로 군대를 몽골로 보내 장정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기까지 했다.

그런 금나라를 복속시키고 남송까지 멸망시킨 나라가 바로 원나라다.

 

넷째, 황제들의 행적에서 참으로 배울 게 많다.

 

일례로 칭기즈 칸의 후계자 결정 과정 같은 것은 특기할만하다.

칭기즈 칸에게는 아들이 8명 있었는데 그 주에서 후계자가 된 것은 셋째인 우구데이였다.

그가 바로 2대 황제 태종 우구데이다.


칭기즈 칸이 아들 가운데 제왕의 자질을 타고난 우두데이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그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저자는 평하고 있다. (99)

 

칭기즈 칸이 우구데이를 후계자로 정하는 데에는 그가 보여준 성과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

그러나 칭기즈 칸의 사후, 그가 지명한 우구데이가 대칸으로 등극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아들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들어 알고 있던 인물 야율초재가 막후에서 일을 진행시켜 결국 우구데이가 대칸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101)

 

이때 용어가 바뀐다.

우구데이를 원태종이라 부르는데, 우구데이 시대부터 카안이라는 극존칭이 사용된다.

카안은 여러 명의 칸들을 거느린 지상에서 유일무이한 최고의 황제라는 뜻이다. (101)

 

다섯째, 기황후와 관련된 기록도 새롭게 알게 된다.

고려 시대 기씨 일족, 기철 등이 고려를 쥐고 흔든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누이인 기황후의 뒷배를 믿고 권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결국은 공민왕의 철퇴를 맞긴했지만, 그런 사건의 뒷배경이 되었던 기황후, 그녀는 고려인으로서 원나라의 황후가 된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그녀가 원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간접적으로 원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다.

물론 중국 역사에는 나라를 망하게 만든 여자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원나라도 결국 그렇게 망했구나, 하는 역사 공부를 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황제 평전이지만 황제를 도와 나라를 잘 다스리게 만든 현인들의 행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들로부터도 배울 게 많다.

예를 들면 칭기즈 칸을 도와 나라의 기틀을 만들게 한 야율초재 같은 인물이다.

 

우리에게 몽고는 현재의 몽고라는 나라로만 알려진 나라가 아니다.

과거, 고려 시대에 고려를 침략하여 속국으로 삼고 많은 고통을 안겨준 나라가 바로 몽골의 전신인 원나라다.

중세에 들어서 칭기즈 칸이 몽골 제국을 건국했으며, 그 후 국호가 원으로 바뀌었고 결국은 명나라의 공격을 받고 몽골 지역으로 이동하여 중국에서는 없어진 나라였다.

그런 나라인 원나라, 그런 원나라에 대하여 자세하게 살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으로 드디어 원나라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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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 김옥균을 깨우치고 대원군에 맞선 사내
김상규 지음 / 목선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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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외국물을 먹어본 사람에게 조선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답답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청나라에 다니면서 매번 느꼈을 선각자 오경석, 그는 과연 그런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하려고 했을까?

 

그런 질문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오경석,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는 역관이다.

역관이기에 자연스럽게 외국, 당시 청나라를 많이 드나들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는 청나라를 무려 14차례나 다녀왔다.)

 

그래서 조선이란 나라에서 청나라로 가면 신기한 문물들이 많이 보였을 것이고, 또한 만나게 되는 청나라 사람들의 깨인 생각들과도 접촉을 했다.

그렇다면 청나라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보게되는 조선의 모습과 조선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느꼈을까?

 

여기 그런 답답함을 잘 그려놓은 게 바로 이 책이다.

 

먼저 주인공 오경석이 청나라에 드나들면서, 그의 인식의 변화가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생각하게 되고, 의심하게 되고, 각성하게 되고, 이상과 신념을 갖게 되는 순간, 중인은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던 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35)

 

인력거의 위대함은 그 기술에 있지 않다고 역매는 말했다. 그것은 양반이나 상놈이나 심지어 기생도 돈만 주면 탈 수 있으며, 그 값도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었다. 개화는 서양의 교묘한 물건을 들여오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 서양과 통교하느냐의 싸움도 아니었다. 개화는 스스로의 손으로 봉건과 구제를 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였다. (412)

 

역매는 오경석의 호다. 경석을 어떤 것 하나를 보더라도 그냥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 물건의 용도부터 그 물건이 쓰이게 되는 상황까지 살피면서, 그것이 가져다줄 영향까지 생각한다. 우리가 그의 태도로부터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글, 새겨둘 필요 있다.

 

서화나 시를 대할 때는 뭇사람들의 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느낌과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보는 것도 그렇고 세상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90)

 

이런 기록들 의미있다.

 

조부가 본 산천과 사물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는 곽산에서 조부가 당시 마두 馬頭로 고용했던 장복이란 사람의 손자를 찾아냈고, 그 역시 자신의 마두로서 연행에 합류하게 되는 기막힌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85)

연암의 손자 박규수의 사연이다.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마두 장복, 그의 손자를 연암의 손자가 만났다니! 이 일화가 사실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경석은 아들을 낳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세창, 그분이다.

오경석은 아들에게 새로운 세상에서 뜻을 꽃피우라는 뜻에서 세창 世昌이라고 지어주었다. (227)

 

조선시대에 천하(天下)’, ‘세계(世界)’ 라는 말은 어떻게 쓰였을까?

 

경석은 천하라는 말을 쓰지 않고 세계라는 말을 썼다. 당시만 해도 세계는 불교 어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경석은 점점 천하보다는 세계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천하는 답답했다. (232)

 

우리나라 역사에서 천하세계’, 그 두 개념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말도 경석은 했는데, 혹시 그게 경석의 세계관과 관련이 있을까?

경석과 일본의 모리야마(외무대승) 간의 대화 내용이다.

 

- 전신은?

- 전신은 기차보다 1년 앞서 나가사키와 상하이 구간의 해저 전신선이 개통되었소. 지금은 전국에 종횡으로 깔려있소.

이때 경석이 씁쓸한 얼굴로 뜻밖의 말을 했다.

- 그 정도는 돼야 인간이 살만한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이오. (25)

 

다시. 이 책은? - 경석과 대치와의 만남, 그리고 박규수.

 

역매, 대치 그리고 박규수,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물론 대원군 이하응도 주요 인물이지만. 이들만은 못하다.


독자들은 조선시대 말기, 서양과 일본의 줄기찬 침략 야욕에 맞서, 조선을 새롭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런 인물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헤쳐 나갔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삶과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세를 비교하면서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궁궐 깊숙한 어디선가 조선을 이끈다는 사람들이 모여 기로의 순간에도 고리타분한 말들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저들은 오백년 동안 조선을 멈춰 서게 한 자들과 그들의 후손이었다. (15)

 

오경석이 사역원에서 거리를 굽어보면서 궁궐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마음, 옮겨본 것인데. 당시 오경석이 느꼈던 그 안타까움을 다시 우리가 느껴서는 안 될 것이 아닌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는가그런 오경석의 염원이 허사로 돌아가면 안되는데하는 안타까움으로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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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한 유인원 - 인류는 어떻게 문화적 동물이 되었을까
스티브 스튜어트 윌리엄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데이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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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한 유인원

 

서문과 본문은 필자가 다르다.

 

그러니 서문의 내용이 본문과 결이 다른 것을 먼저 알고 읽어야 한다.

서문은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가 썼다.

 

마이클 셔머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아 궁금했는데 저자가 쓴 <감사의 말>에 보니, ‘챕터 또는 전체 원고의 초안을 읽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면서 여러 이름을 거론했는데 그중 한 명이 마이클 셔머다.

 

마이클 셔머가 한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문: 인지적 창조설 그리고 인간 본성의 현실적 비전>

 

토마스 소웰 관점의 충돌

: 제약점 관점 (보수주의)과 무제약적 관점(자유주의)으로 구분한다.

 

스티븐 핑거는 빈 서판에서 위의 두 관점을 다음과 같이 새롭게 명명하고 그 의미도 살짝 바꾼다.

: 비극적 관점과 유토피아적 관점

 

거기에 더하여 서문 필자는 인간 본성을 보는 관점을 위에 거론된 관점을 제쳐두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 바로 현실적 관점이다. (13)

 

그런 논의 후에 서문 필자는 이 책에 대하여 이런 평가를 내린다.

 

외계 행성에서 온 인류학자의 렌즈를 통해 인간성을 바라본다는 관점바꾸기 사고실험은 독자에게 우리의 정신과 문화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깊은 혜안을 제공한다, (15)

 

책 전체가 과학적 추론의 결정체라 할 정도로 강력한 논증을 보여주면서도 품격있게 쓰여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한 성실한 독자라면 모든 형태의 창조론을 배격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현실적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15)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사고실험

 

시작부터 우리의 생각을 유도한다.

 

1장에서는 <외계인의 도전>이란 타이틀 하에, 우리 인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실험의 방법으로 외계에서 온 인류학자의 눈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그 외계인의 눈에 우리 인류는 어떻게 보일까?

 

그런 관점을 가지고 인간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바로 그 이상한 점들이 우리 인간을 정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SeXX/XY의 동물

4. 데이트하고 짝짓기하고 아기를 만드는 동물

5. 이타적 동물

6. 문화적 동물

 

이 부분에서 우리 인간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논의의 시작을 바로 인간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동물의 경우부터 살펴본다.

예컨대 공작은 왜 수컷이 화려한 꼬리를 가지게 되었을까? 동물의 많은 경우 왜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클까? 그리고 새끼는 어떻게 기르는가? 등등

 

그렇게 논의를 진행한 다음에 인간을 바라본다.

인간은? 이런 기록도 흥미롭다.

 

남자 단독이 아닌 양성 모두가 이차 성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자 단독이 아니라 양성 모두가 배우자 선택에 까다롭도록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137)

 

이 책의 요지는?

 

이 책의 요지는 다름 아닌 책날개에 들어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책 본문을 읽기 전에, 책날개에 쓰여진 이 책의 요지를 천천히 정독하기 바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서문과 본문을 이어서 읽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이 책의 전체 아웃라인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읽으면, 훨씬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해 본다면,

인간에 대한 여러 관점이 있다. 그런 관점들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서로 모순되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해하기 복잡한 인간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한 설명을 하고자 수많은 학자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뿐 아니라 문화를 남기는 존재다.

 

이 책의 결론은 이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진화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닌, 유전자와 밈이 혼재된 문화적 동물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다시, 이 책은? - 인간만 이타적 동물이 아니다.

 

이타적 행동, 그런 자기 희생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발견된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상 행동(擬傷行動), 말이 어렵지만 다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동이다.

broken leg display,

포식자가 달려들면 자기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어미새는 일부러 날개를 다친 척하면서 날아오른다. 그 포식자는 잡기 쉬운 줄 알고 어미에게 달려들고, 그 결과 새끼는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여기 흥미진진한 논의가 진행이 된다.

그렇게 이타성을 논리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어디 그부분뿐인가. 이 책의 모든 부분에서 내가 속해있는 종인 인간의 모습을, 그 인간의 문화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데, 그 방법이 모두 논리적이라는 것, 그게 책을 읽어 깨닫는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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