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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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이 소설의 시작

 

서두에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그 마을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몇 개의 건물 이외에는 어느 것 하나 볼 것 없는 마을이다.

그런 마을에 큰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저자는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소설을 시작한다.

 

그 건물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 하지만, 늦은 오후가 되면 가끔씩 손 하나가 천천히 덧문을 연다

그런 건물,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게 이 소설의 제목에 들어있는 슬픈 카페다.

아니 카페라는 이름 앞에 슬픈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한때는 이 마을에도 카페가 하나 있었다. 지금 판자로 막아놓은 이 건물은 그때만 해도 인근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카페였다. (11)

 

그랬던 카페에 얽힌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내용이다.

그 카페는 어떻게 생겼다가 왜 이런 모습으로 남아있게 되었는가?

그 카페의 사연을 알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을 알아야 한다.

 

등장인물

 

미스 어밀리어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 (16)

꼽추 라이먼 윌리스 (24) - 꼽추 라이먼

마빈 메이시 미스 어밀리어의 전 남편

 

이 세 사람의 관계가 참으로 기이하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 관계 또한 기이하다.

역자는 그런 인물들을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 기묘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 소개한다, 더 나아가 괴기스럽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147)

 

그런데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멀리 라이언 (28, 92,133)

방직공이다. 얼굴빛은 누렇고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은 없는 사람이며, 줏대없는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사람 이름이 라이언이라 꼽추 라이먼과 혼동될 수 있다.

 

 

어떤 마을이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정오쯤 되자 마을에는 지난밤 미스 어밀리어의 가게로 찾아온 꼽추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27)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28)

그 날 마을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는 참으로 잔혹하고도 듣기 민망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되풀이될 때마다 섬뜩한 사실들이 새롭게 보태졌다. (29)

 

그러니까 한적한 마을, 무슨 큰 일 하나 일어나지 않는 마을에 사람들은 설령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달려들어, 소문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소문들을 더 부풀리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그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남편 마빈 메이시와 헤어진 뒤 미스 어밀리어는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꼽추 라이먼이 그 마을에 들어온다.

본인 소개하기를 미스 어밀리어의 친척이라며 어밀리어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게 바로 이게 바로 그 카페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시작되었다. (43)

 

그 카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카페는 그렇게 간단하게 시작되었다. (43)

 

그뒤로부터 카페는 어밀리어와 꼽추 라이먼이 마치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지속된다.

그리고 어밀리어는 꼽추가 온 후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군다.

 

그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헌신적으로 그에게 봉사했고, 그래서 꼽추는 날이 갈수록 더 의기양양해졌다. (47)

 

그런 나날이 계속되었다. 어밀리어의 전 남편인 마빈 메이시가 다시 그 마을에 나타날 때까지.

 

마빈 메이시가 나타난 후, 갑자기 꼽추 라이먼의 시선은 그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어밀리어와 꼽추 라이먼, 그리고 마빈 메이시 간에 미묘한 삼각 관계가 이루어진다.

기괴한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카페를, 마을을 떠나버린다.

두 사람이라니, 누구와 누구?

 

남은 사람은 미스 어밀리어다,

 

미스 어밀리어가 치호의 목수 하나를 고용해서 집을 판자로 둘러쳐서 막게 한 것은 꼽추가 떠난지 4년째 되는 해였다. 그후로 그녀는 그렇게 완전히 폐쇄된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134)

 

그렇게 되어서, 그 카페는 문을 닫았는데, 그게 이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는 모습인 것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볼 수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다. 1991년 작품이다.

영화 제목은 이 책의 원제인 <슬픈 카페의 발라드>

 

그런데 이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장면이 특이하다.

이 책의 사실상 마지막 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영혼은 지루함으로 점점 부패해진다. 차라리 포크스폴스 도로로 내려가서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의 이야기나 듣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135)

 

그래서 처음과 마지막에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깐 사랑이란?

 

먼저는 미스 어밀리어에 대한 마빈 메이시의 사랑이다.

 

사랑이 마빈 메이시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57)


그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일까?

미스 어밀리어는 그의 사랑에 감격하여 결혼한 것일까?

그런데 그 결혼은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 사랑은 과연 어떤 사랑이었을까?

 

또 있다.

미스 어밀리어와 꼽추 라이먼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 사랑은?

그리고 꼽추 라이먼과 마빈 메이시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랑(?)?

 

그런 세 사람의 관계에 들어있는 사랑, 그 사랑에 대해 생각할 게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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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트 투어 - 프랑스부터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까지
박주영.김이재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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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트 투어

 

벨라스케스의 <세비야의 물장수>

 

세비야는 벨라스케스가 태어난 곳이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듣고 공부하는 중에 벨라스케스도 그곳 출신인 줄 알게 되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세비야의 물장수>가 이 책에 등장한다.

그 그림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데 벨라스케스의 고향이 아닌 영국에 있다. 영국의 앱슬리 하우스에 있다.

 

그 그림이 그곳에 가있게 된 데에는 슬픈 사연이 들어있다. (65)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기도 하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동생 조제프 나폴레옹을 스페인의 왕으로 보냈다.

그 후 1813년에 영국군은 스페인 북부의 비토리아 전장에서 스페인의 조제프 왕의 열차를 탈취했는데, 거기에는 200여점의 예술품이 들어있었다. 이것은 조제프 왕이 도망가기 직전에 스페인 왕실 콜렉션을 챙긴 것으로 액자없이 캔버스만 둘둘 말려있었다.

 

영국의 웰링턴은 그 그림들을 스페인에 돌려주려고 했으나, 스페인 황제 페르난도 7세는 사양하면서 스페인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공식적으로 선물을 했다. 그래서 200여점 중 하나인 <세비야의 물장수>가 현재 영국의 앱슬리 하우스에 있게된 것이다.

 

그러니 <세비야의 물장수>는 스페인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네델란드와 덴마크에 있는 미술관 (또는 박물관) 모두 25개의 미술관을 거치면서 그 안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더 자세하고 보고 싶은 작품들

 

벨라스케스가 있는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하면 무엇보다도 벨라스케스다.

특히 그의 작품 <시녀들>

<시녀들>이란 작품은 실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은 작품이지만, 이 책에는 그림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인 마르가리타 공주의 모습을 총정리 해놓았다.

타이틀조차 <벨라스케스가 남긴 마르가리타 테레사 초상화 총정리>이다.




 

이 책에 실린 공주의 초상화는 모두 6점이다.

저자는 6점의 초상화에 얽힌 사연을 말해주고 있는데.

마르가리타 공주는 어려서 이미 정략 결혼이 결정되었기에 남편이 될 왕(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드 1)에게 공주가 잘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때마다 공주의 초상을 그려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공주는 결혼해서 아이 넷을 낳았으나, 그중 세 명은 요절했고 공주 역시 2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 슬픈 사연이 있어서인지 공주의 초상화를 보니 그림조차도 슬퍼보인다.

 

마티스의 <음악><>은 어디에 있나?

 

화가들의 그림이 현재 어디에 있나, 하는 주제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세비야의 물장수>에서 본 바와 같이 그림들이 어떤 사연을 품고 엉뚱한 곳에 가있기 때문인데, 마티스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 그림들은 프랑스도 아니고 저자가 이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 편인 덴마크도 아닌,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다.

 

그 그림들이 거기에 가게 된 데는 러시아 혁명이란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마티스의 후원자였던 러시아의 세르게이 슈추킨은 마티스의 작품을 비롯한 258점을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망명하면서 고스란히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정부는 당연히 그 작품들을 압수해서 러시아 국가 소유로 삼았다. 그래서 마티스의 작품 <음악><>도 러시아에 있게 된 것이다.

 

뭉크와 죽음의 공포

 

뭉크는 <절규>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런 그에겐 항상 죽음과 연결되는 이미지가 있다.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누이를 병으로 잃으며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유달리 죽음이 많이 등장한다.

 

덴마크 국립 미술관에 있는 <죽음의 투쟁>도 역시 죽음을 다룬 그림이다,

임종을 둘러싼 가족들의 슬픔과 영혼의 안녕을 기도하는 성직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308)



 

흥미있는 사실은 뭉크의 그림 <죽음의 투쟁> 바로 옆에 또 죽음과 관련된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옌스 쇠네르고르의 <장례식>이다.

그 그림은 해가 지는 마을을 뒤로한 높은 언덕에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서 매장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309)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유럽 아트 투어>.

투어, 다닌다는 말이다. 유럽에 있는 예술품을 찾아서, 감상하면서 다닌다는 것.

그렇게 예술을 찾아 다니려면, 아무래도 어떤 작품이 어디에 있는가를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용도로 아주 제격이다.

물론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 책 속으로 들어가 저자의 해설을 따라서 작품을, 그리고 작품에 얽힌 역사와 사연을 새기며 듣다보면 어느새 그 작품들이 독자들의 예술적 감각을 깨워줄 것이다. 예술의 향기, 느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 아니 작품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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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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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이 책은 소설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 루르드의 성모 발현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프랑스 루르드의 성모 발현이란 이런 내용이다.

1858211일부터 프랑스 루르드에서 성모 마리아가 베르나데트 수비루(Marie Bernarde "Bernadette" Soubirous, 184417~ 1879416)이란 소녀에게 나타났다. 모두 18번 나타났는데 당시 14살의 가난한 소녀였던 그녀는 돌아가는 상황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곳에서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는 여인을 만났다.

 

이 책은 이 소녀를 비롯한 가정, 그리고 마을에 그 뒤로부터 일어난 일들을 차근차근 기록하고 있는데,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성모 발현 사건의 기록보다도 더 심층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물론 소설이니까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사건의 실체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문>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가내 대답은 이렇다.

이 책에 나오는 기념비적인 사건들은 모두 실제 일어난 일이다. (...........) 나의 서술은 이 진실성을 조금도 왜곡하지 않을 것이며, 시인으로서 창작의 자유를 다만 이 작품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설명이 지루하게 길어져 생기를 잃지 않도록 시간의 길이를 압축하는 데에만 사용할 것이다. (14)

 

이 책의 작가인 프란츠 베르델에 대해 잠깐 언급할 게 있다.

 

작가 프란츠 베르델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와 인연이 있다.

부인이 알마 말러인데 그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이다. 구스타프 말러가 1911년 심장병으로 타계하고 나중에 프란츠 베르델과 알마 말러는 부부가 되었고 그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 책은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 발표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들

 

이 책의 말미에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던 중에 말미에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책을 펼쳐들면서 일단 앞에서부터 읽어가기 때문에, 이것 놓칠 수가 있으니 독자들은 이 점 참조해서 먼저 뒤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책을 편집하면서 등장인물 소개를 앞부분에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많다. 인물들이 속한 기관들도 다양하다.

주인공인 베르나데트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그 지역의 인물들을 비롯해서 국가, 가톨릭 교회, 그리고 느베르 수녀원까지 프랑스 나라 전체가 총동원된 듯하다.


베르나데트는 이런 아이였다.

 

주인공 베르나데트는 어떤 사람이었나? 아니, 어떤 아이였나?

그것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이 있는 가난한 집 아이다. 이제 14살인데 학교에서 공부도 별로 하지 못하고, 똑똑한 축에도 들지 못하는 그런 아이다.

 

베르나데트는 이 순간까지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81)

 

그 고귀한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 그녀는 마치 사랑에 빠졌으나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연인처럼 고통받고 있다. (94)

 

베르나데트는 멍청해서 그런 이야기를 꾸며내지 못해.

분명히 배르나데트는 거짓말은 안해. (125)

 

지금 상반된 두 가지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이 여인에 대해 알고 독점하고 싶은 감정과 온 세상에 알리고 함께 여인을 보고, 기쁨을 나누고 싶은 감정이다. (127)

 

난 여인과 말할 때, 여기서 말하는데...

여기서라고 말할 때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기의 가슴을 가리킨다. (155)

 

뛰어난 인물 심리 묘사

 

그런 아이, 베르나데트가 어느날 신비체험을 했다는 사실이 서서히 마을에 퍼지고, 그게 일파만파 프랑스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그러자 소녀를 둘러싼 다양한 기관들이 등장하여, 논쟁의 소용돌이로 진입하게 된다.

시장, 경찰서장, 검사, 판사, 학교 교장, 가톨릭의 주교, 신부, 수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베르나데트의 체험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피력한다.

 

이때 저자가 각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그 사건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몇 번이고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소설의 묘사 또한 치열하다. 


그러한 장면을 읽어가면서, 어떤 한 사건에 대하여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이렇게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그러한 입장 또한 사건의 진척에 따라 변하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루르드의 성모 발현의 시간별 기록

 

이 소설은 루르드의 성모 발현 사건을 시간별로 추적하고 있다.

그래서 맨처음에는 주인공 베르나데트의 가족 이야기부터 다루고 있다. 어떤 가정인가, 그녀는 어떤 아이였는가, 그리고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또한 그후의 모든 과정, 그녀가 죽는 모습과 그 뒷이야기까지.

이 책을 통하여 어떤 다른 기록보다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기록된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소설이 나오는 데에는 저자의 인생 역정도 한몫을 한다. 저자는 나치를 피해 도주하던 중 프랑스의 루르드에 잠시 들르게 되었고, 거기에서 이 놀라운 사건의 실체를 접하게 된다.

 

그렇게 나치를 피해 다니던 중에 만난 이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모종의 맹세를 한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의 해안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제일 먼저 베르나데트의 노래를 쓰겠노라고. (14)

 

저자는 다행하게도 나치의 손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그는 그때의 맹세를 잊지 않고, 이 소설을 쓴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은 독자들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궁극적인 생명의 가치에 무관심하며 조롱하는 풍조에 염증을 느꼈다는 저자의 심정(15) 또한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 내용의 진실됨과 저자의 간절함을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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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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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카렐 차페크가 쓴 유쾌한 스페인 여행기,

이 책을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유쾌한 여행기라고 소개한 것은 이런 발언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도 후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도 우리는 날렵한 발굽으로 돌길을 재빠르게 걷는 당나귀를 피할 테고, 열린 안뜰과 마졸리카 계단을 볼 것이며, 무엇보다 현지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37)

 

또 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여행을 유쾌하게 다녔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대단히 유쾌한 사람들이다.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넓은 챙 모자를 쓴 청년, 만틸라를 두른 여성, 귀 뒤에 꽃다발을 꽂고 늘어진 눈꺼풀 아래로 까만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들이 비둘기처럼 뽐내며 얼마나 경쾌하고 민첩하게 처신하는지, 어떻게 서로에게 교태를 부리는지, 그리고 그들의 끊임없는 구애가 얼마나 열정과 품위로 가득 차 있는지 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111114)

 

여행하면서 그는 유쾌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유쾌한 사람들을 글로 옮기면서 즐거워했다, 정말 즐겁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 글을 읽는 내내 독자들도 분명 유쾌해 질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인용하면서 인용 페이지를 유의해 본다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고작 몇 줄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그 페이지가 무려 4쪽에 이른다는 것,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바로 그가 만틸라를 두른 여성이라는 말을 비롯해서 그 문장에 쓰인 내용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걸 그려내는 작가의 그림 솜씨가 글을 무척이나 유쾌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 그림들은 직접 확인하시라.

 

스페인의 세비야

 

세비야라는 도시를 알고 있다. 몇 편의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도시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카르멘>

 

그런데 이 책에서 세비야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히랄다의 빛나는 첨탑 (74, 87)

 

<카르멘>의 무대가 된 정부의 담배 공장 (79)

 

투우장 (120)

 

세르반테스에 관한 일화도 듣게 된다.

 

그가 술을 마시고 글을 썼던 다른 여관이 있다. 빚을 못 갚아 지내던 감옥도 있다.

그 때 감옥은 지금 여관이다.

포사다 데 라 상그레 피의 여관, 그리스드의 피를 상징하는 여관이다,

그는 세비야의 이 여관에서 살고, 마시고 빚을 지고, 소설 모범 소설을 섰다. (42)

 

작가라 그런지 역시 예술에 관한 조예가 깊다는 게 여실히 증명되는데

그가 세비야에 관련된 화가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리요. 스페인의 화가다, 그는 세비야 출신이란다.

 

무리요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스페인의 세비야로 가는 것이 좋다.

그의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세비야 특유의 열정적인 부드러움 때문이다.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 작품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빛속에 있는데 꼭 세비야의 풍만하고 먀력적인 여자들 같다. (65)

 

그리고 벨라스케스, 그 역시 세비야 출신이다.

벨라스케스에 대하여는 그저 <시녀들>이란 그림만 떠오르는데, 이 책으로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엘 그레코, 고야, 리베라, 수르바란 등 스페인의 화가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그리고 투우에 관한 다양한 용어들을 만난다.

 

투우하면 그저 빨간 보자기를 펄럭이면서 성난 소와 싸우는 투우사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투우장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역할 따라 다 제각기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마타도르, 에스파다 마지막에 소를 찔러죽이는 투우사 (121)

푼티예로 황소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투우사 (131)

반데리예로 장식이 달린 창인 반데리야로 소를 찌르는 투우사

파카도르 기마 투우사

추로 소를 성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레호네아도르 말을 타고 창으로 소에게 상처를 내는 투우사 (122)

 

다시, 이 책은?

 

카렐 차페크 하면 잘 모르는 작가지만,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희곡 R. U. R.을 쓴 작가라면 누군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유쾌한 여행기를 선사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가 그림도 그려가면서 글도 썼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도 아주 수준급이어서, 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런 그림 소개하련다.

 

침대차에서 침대 위 칸으로 어떻게 올라가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아래 칸에 이미 누군가 잠들어 있을 때에는 더욱 난감하다. (........) 올라가는 데는 여러 가지 지루한 방법이 있다. 여유 있게 점프하거나 점프하지 않고 위로 몸을 죽 뻗는 방법(........) (13)

 

이 부분을 그린 저자의 그림 솜씨를 한번 감상해보자. 어떤가? 그림이 있어 그의 글이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저자는 소설과 희곡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주었는데, 여행기에서는 독자들을 아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고 있다. 해서 유쾌함과 즐거움, 담뿍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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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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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1권에 이어 2권에 그 후속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1권 말미에 등장인물이 더해진다.

 

바로 움스크린에서 태어난 선우희, 홀랜프를 물리칠 수 있는 구세주 역할을 맡게 되는 인물이다.

그렇게 선우희가 태어나고 5, 그러니까 그들이 벙커에 들어간지 6년 째 되는 날, 주인공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온다.

그들이 그 안에 있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기간 동안에 홀랜프와의 두 번의 대전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 중 살아남은 사람들 중 일부는 홀랜프의 편에 선 존재가 되었는데, 그 명칭을 페카터모리라 한다.

 

페카터모리, 낯선 용어다.

그런데 그 용어는 낯설지라도 그 내용은 우리 역사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아마 저자는 그걸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른다. 6년이라는 기간과 그 기간 동안에 홀랜프의 강압, 회유에 넘어가 홀랜프의 편이 되어버린 사람들, 무언가 감이 오지 않는가?

 

강한 생물이 지배하는 것이 우주의 이치라고. 게다가 우리처럼 올바른 정신을 가진 생물체가 더 나은 세상으로 모두를 이끌어 나갈 테고. 인간은 굳이 홀랜프가 아니어도 망했을 종이야. 다행히 홀랜프의 축복이 내려 우리를 이렇게 새로운 진화체로 만들어준 게 아니겠나? (1, 332)

 

1권에서 인용한, 페카터모리 알파라는 인간이 내뱉은 자기 변호 중 한 구절이다,

그 안에 숨겨진 논리,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 않은가?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다.

 

그렇게 지상으로 다시 나온 주인공들과 지상에 남아 홀랜프에 대항하던 사람들과 합세하여

홀랜프를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시작한다.

 

저자는 그 과정을 아주 상세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그 과정을 굳이 여기에서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다. 소설에서 언제나 주인공은 어려움을 겪고 살아남는 법이니까.

 

그런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생각하고 기록한 저자의 노고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 또는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그런 투쟁 과정을 독자들로 하여금 경험하게 하고,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하나 말해두자면, 아마 수퍼맨 등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전투 장면이 떠오른다. 슈퍼맨 등 주인공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어빌리스의 소유자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자유자재로 몸을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타이틀이 예사롭지 않다.

 

2권에서는

프롤로그 :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

에필로그 :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

 

1권에서는?

1권을 꺼내 다시 찾아보니, 역시 같은 말이다.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

 

왜 저자는 그 말로 이 책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했을까?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엿보이는 구절이 많이 보인다.

 

인간의 궁극적이고 완전한 목표는 영원히 산다거나 부자가 된다거나 건강하다거나 하는 그런 육체의 것이 아니야. 인간의 삶은 결국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을 깨닫는 과정이거든. 태어날 때 육체의 완성을 거쳐 정신적인 발전을 이루다가 결국 더럽게 썩어지는 육체는 버리고 정신과 영혼만 가져가는 거지. 그러니 진정으로 인간이 갖고 싶은 것은 결국 더러움에서 분리된 상태, 코데시(Kodesh), 즉 거룩하기 위함이야.” (2, 9)

 

이 모든 일을 예상하고 대비한 최박사의 인간론이다. 이 말을 2권 초두에 심어놓은 저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코데시(Kodesh)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히브리어다.

히브리어로 잘라냄, 분리함, 더러움과 분리된 상태, 일반 세속적인 것이나 부정한 것으로부터의 탈퇴, 신성하고 성스럽고 순수한 것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소설은 그래서 그러한 거룩을 유지하고, 잃지 않기 위해 외계의 존재와 치열한 투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한 게 아닐까. 물론 외계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독자들 각자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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