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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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이 소설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진성 (속명은 강수남)과 순녀 (법명은 청화), 그리고 그 가운데 은선 스님이 있다.

 

진성은 초월적인 이상 세계를 좇는 반면 청화는 파계하고 세속을 떠돈다.

그러면 그 둘중 누가 더 진여를 찾아가는 사람이었던가?

 

그 답은 진성이 은성 스님의 다비식 앞에서 하는 이런 물음 속에 들어있다.

 

스님은 어찌하여 저의 만행을 우습게 여기시고, 순녀의 미망을 그렇게 값지게 받아들이셨습니까? (418)

 

진성은 깨닫는다. 참된 수도의 모습이 성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 은선 스님은 그 두 명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물론 독자들에게 참된 수행이 무엇인지, 부처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줄거리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또 줄거리를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니, 몇 가지만 적어두고 싶다.

 

이 소설은 그 두 명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문장이 무척 빠르다.

어떤 때는 서너 페이지에 몇 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몇 명의 인생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 읽을 적에 앞뒤를 잘 살펴가며 읽어야 한다.

 

그날 밤 할머니는 주지에게 아들의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혀 달라고 말했다. 평생 동안 아주 중노릇을 하게 해달라고 청했다.(196)

 

순녀 할머니가 순녀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다. 그 앞뒤로 순녀의 가족사가 숨가쁘게 진술되고 있다.

 

그런 사건의 빠른 흐름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 마음의 변화.

 

그 역시 빠르게 변한다. 대체 어느 게 속마음이고 어떤 게 현실로 움직여지는 마음인지. 역시 정신을 잘 챙겨가며 읽어야 한다.

그러니 줄거리를 쫓아가는 식으로 아 책을 읽을 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심리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꾸중을 들은 이튿날부터 순녀는 혀를 물고 공부했다.

순녀는 책 속에 검은 활자들 위에서 자꾸만 먹물들인 옷에 바랑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스님의 모습을 만나곤 했다. 머리 박박 깎은 그 스님은 비탈진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고. (생략) (99)

 

새벽녘에 일어나 큰고모한테로 가버려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 버리고 큰고모처럼 머리를 깎고 중노릇을 하며 살아가자.

무슨 소린가. 현종 선생의 고향으로 쫓아가야 한다. 그의 텅 빈 구덩이를 채워 주어야 한다. 그가 그의 고향으로 가 있지 않으면, 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뒤져서 그의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129)

 

그런데 그 두 주인공들의 인생 행로가 그리 썩 좋지 않다. 왜 그리 풍파가 많은지, 불교에서는 본래 인생을 고해에 비교하긴 하지만, 그래도 읽기가 힘들다. 그러니 독자들도 두 주인공처럼, 두 주인공의 행적을 쫓아가면서 수행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여기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미리 나타난다.

 

순녀가 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국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이름은 현종, 외자다.

방학 때 우연이 만난 두 사람, 여행을 같이 하게 되는데, 현종 선생의 경우. 가슴에 품고 있는 아픔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광주가 페스트 창궐하는 오랑 시처럼 되어 있었을 그 때..... 총구를 피해서 골목길로 골목길로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지. 무서웠어.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지. 살고 싶었어. 그런데 집으로 들어오니,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어. 나를 마중 나간 모양이다, 하고 대문간을 나가서, 우리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어귀, 거기서 한길까지 더듬어 보았지. 하수구 속에 누군가가 머리를 처넣고 있어서, 달려가 일으키고 보니 그 사람이야. 임신 팔개월째였는데.......(118)

 

이 대목을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프롤로그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참고로, 이 소설의 작가 한승원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아버지다. 

 

다시, 이 책은?

 

제목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무슨 뜻일까?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가자’,

고해 건너 저 진여의 언덕으로 가자는 뜻이다. (425)

 

그래서 이 책에는 주인공들이 모두다 용맹정진하여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또한 그 방법 어느 게 옳은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다.

 

진성과 순녀, 그 둘은 모두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진선은 여전히 법명인 진성으로, 순녀는 법명 대신 속명인 순녀로 이 소설을 살아나간다.

 

독자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게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니까.

순간 순간 용맹정진하며, 때로는 만행하며 또 때로는 미망속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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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고전 수업 - 1등 스타강사가 직접 고른 동양고전 필독서 50 최고의 안목 시리즈 2
데라시 다카노리 지음, 오정화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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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고전 수업

 

동양고전을 읽는다.

모두 50권이다.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물음을 하면서 그간 여러 책을 읽어오긴 했는데, 그저 두서없이 읽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동양고전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물론, 50권의 동양 고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이 책을 읽고나면 풍성한 고전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첫째, 책 소개를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그림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과 저자에 관한 소개, 그리고 오른편 윗편에는 책의 분량과 난이도를 표시하고 있다.

 



소개하는 산해경은 분량은 한 권의 절반 이하, 난이도는 다소 어렵다는 표시다,

 

둘째, 동양고전 전체에서 각 권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예컨대근사록』은 주자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근사록』은  북송도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중 621개를 채록해서 만든 책이다.



 

그림에서 북송 도학의 인물 네 명, 주장이정을 열거해 놓았는데, 그 이름은 주돈이, 장재, 정이, 정호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상을 체계화한 것이 주자학이다.

근사록은 주희와 그의 친구 여조겸이 저장이정의 작품 가운데에서 621개의 글을 뽑아 편찬한 책이다.

 

셋째, 동양고전 50권에서 관련있는 책들간의 관계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여씨춘추회남자와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국어좌전?

 

다음 그림을 보면, 그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동양고전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다.

 

동양고전하면 흔히 공자, 맹자를 비롯하여 사서삼경과 그 비슷한 책으로 한정하기 쉬우나, 이 책에서는 그 범위를 넓혀 독자들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여기 수록된 책들을 보면,

전등신화(剪燈新話), 요재지이(聊齋志異), 당음비사(棠陰比事)등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있는가 하면, 광인일기(狂人日記)같은 작품도 들어있어, 동양고전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역자는 이 책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일단, 한 번 읽으면 뿌듯하다. 두 번 읽으면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세 번 읽으면 필히 깨닫게 될 것이다. (7)

 

역자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동양고전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니 뿌듯하고, 다시 읽으니 숨어있던 문장들이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간 제각기 따로 놀던, 다시 말하면 동양고전이라는 타이틀 하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머리 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이다. 해서 동양고전의 세계를 즐겁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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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말
야마구치 미치코 지음, 송수진 옮김 / 인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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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말

 

이 책은 피카소의 말을 정리한 것이다.

피카소의 말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새겨보고 있다.

 

STYLE 양식: 중요한 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충동이다.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CREATION 창작: 창조하라, 쉬지 말고 계속하라.

LOVE 사랑: 나 같은 남자를 떠날 수 있는 여자는 없다.

FRIENDSHIP 우정: 샤넬은 유럽에서 가장 센스 있는 여자다.

FIGHT 투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한다.

 

각 장마다 관련된 피카소의 말을 중심으로 하여 저자의 생각을 덧붙여 놓았다,

왼쪽에는 피카소의 발언, 오른쪽에는 저자의 덧붙임이다.

 

해서 장마다 페이지마다, 새겨두고 싶은 피카소의 말이 가득하다.

 

<CHAPTER CREATION 창작: 창조하라, 쉬지 말고 계속하라.>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충격을 줘야 한다.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요동치게 해야 한다." (70)

 

이 말은 또 그가 한 이런 말과 연관이 된다.

 

피카소는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자극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41)


피카소는 천재라 불렸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매일 매일 영감이 솟구칠 리는 없다 스스로 마찰을 일으켰고, 마찰에 따라 생긴 열을 통해 창의력을 불태운 것이다.

 

인생의 추함을 폭로하는 소설이 있다. 에밀 졸라나 발자크 같은 작가의 사실주의 소설이 대표적인 예다.

문학은 추함의 미를 인정하는데 왜 회화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걸까? (88)

 

이렇게 피카소의 발언을 연결시켜보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가 이해가 된다.

그가 그림을 대하는 시각은 다른 화가들과 다른 것이다.

그래서 피카소를 화가중의 화가로 칭하는가 보다.

 

피카소와 음악가 스트라빈스키

 

피카소는 음악을 즐겨 듣지 않았다한다. 그의 주위 사람들도 피카소는 음악을 틀면 언짢아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향 스페인에서 <플라멩코>와 무대 일을 할 때 친분을 쌓은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발레곡 <페트루시카>는 예외였다, 이 두 곡은 종종 휘파람을 불며 흥얼거리기도 했다.피카소 사전에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을 듣는 일은 없었다. (43)

 

그래서 이런 말을 한다.

 

그림, 특히 추상화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비유하곤 한다.

칭찬할 때는 음악 같다고 한다.

모든 게 음악이 되어버린다. 난센스다.

그래서 내가 음악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42)

 

사족, 위의 발언 중 <풀라멩코>는 잘 모르겠다.

피카소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검색을 해보니, <플라멩코>는 보이지 않고 <풀치넬라> (1920)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스트라빈스키는 그 유명한 <봄의 제전>을 작곡한 이후 신고전주의 작품을 작곡하는데 이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 바로 페르골레지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발레 <풀치넬라>이다.

 

<풀치넬라>에서 무대장치와 의상을 담당했던 피카소 (..... 생략)

 

피카소와 여인들, 뮤즈들

<CHAPTER LOVE 사랑: 나 같은 남자를 떠날 수 있는 여자는 없다.>에서는

피카소와 그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그는 91세를 살면서 수많은 여인들을 만났는데, 이 장에서는 피카소와 여인들과의 관계에서 피카소가 했던 말들을 새겨보고 있다.

 

그의 작품의 원천이 어디 있었는가를 알려주는 발언들이 많다.

 

나는 연애 감정에 이끌려 그림을 그린다. (98)

사랑은 언어가 아니다. 행동으로 표현된다. (104)

 

<CHAPTER FRIENDSHIP 우정: 샤넬은 유럽에서 가장 센스 있는 여자다.>

 

거트루드 스타인과는 어떤 사이였을까? (153)

피카소는 그녀를 유일한 여자 친구라 했다. 연애대상이 아닌 것이다,

 

피카소는 거트루드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전혀 닮지 않았다고 혹평을 받았다.

그런 혹평에 대하여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그녀가 그림을 닮아갈 것이다.

 

<CHAPTER FIGHT 투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한다.>

 

<게르니카>에 얽힌 사연 (195)

 

독일군이 피카소의 아틀리에를 찾아와 조사하던 중,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당신입니까?

아뇨, 당신들입니다.

 

<게르니카>는 독일군이 게르니카를 무차별 폭격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카소의 답변은 통렬한 야유며 진실이었다.

 

다시, 이 책은?

 

피카소의 발언은 단지 그가 그의 삶 또는 작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한강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말에 눈길이 머문다.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림 그리듯이 하라. 온전히 집중해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비난받는 게 두려워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사람은 최악이다. 용기를 갖고 주제에 몰두하면 비로소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어지고, 마침내 그것이 무언가를 가져다 준다. (32)

 

이 글을 읽고 요즘 장안의 화제인 한강의 작품이 떠올랐다.

한강의 글이 바로 이것이다. 한강의 문장을 읽다보면, 바로 그림이 떠오른다.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듯, 문장이 그림으로 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한강의 글, 한편으로는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난받지 않는가?

그런 비난 받는 게 두려워 한강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강의 글은 한 가지 주제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 우리가 놓쳤던, 그래서 보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정말 피카소는 무언가 아는 사람이다.

그런 앎을 이 책에서 배운다. 그의 작품도 남아 영감을 주지만, 그의 말 또한 남아 우리로 하여금 눈을 뜨게 한다. 인간을, 세상을, 그리고 예술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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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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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

 

실제 학창 시절에야 역사책이 한 두권은 있었다.

교과서와 그리고 교과서를 보충할 수 있는 참고서, 이런 식으로 역사는 늘 곁에 있었다.

물론 그것이 수험용이었으니 그 기능은 다르겠지만, 하여튼 역사는 가깝게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학창 시절이 지나고 난 후 역사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마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우리와 연결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간접적인 역사 기술 말고, 역사에 대한 목마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학창 시절에 갖고 있던 역사책을 다시 보면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역사는 항상 현재 시점에서 다시 쓰여지는 것이기에 새로운 역사 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인데,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대한제국은 어떤 나라인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잠시 망설여질 것이다.

대한제국이라......

그러나 이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대한제국은 조선 말기 제 26대 고종 34년인 18971012일부터 1910829일까지 존속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의 시작을 알리는 근대 국가로 출발한 대한제국은 그 국호에서 이미 자주성과 독립성을 한층 강하게 천명하였다. (18)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배우면서, 가끔씩은 헷갈리던 역사의 대목을 이 책에서는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대한제국을 그렇게만 짧게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8쪽에 이어서 계속해서 대한제국의 의미 및 현재에 이르는 의의까지 서술하고 있음은 물론 본문에 들어서면 251쪽에서부터 274쪽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설명이 뒤따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우리 역사에서 왕조별로 확실하게 그 과정의 역사를 간단하면서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점인데. 특히 대한제국을 조선과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 역사는 이렇게 구분이 된다.

 

고조선 | 삼국 | 통일신라 | 고려 | 조선 | 대한제국 | 일제 강점기 | 대한민국 탄생

 

조선에서 일제 강점기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으로, 일제 강점기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역사적 사실도 의미가 있어보인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3.1 독립운동 직후에 만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정한 것이다. (356)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56쪽)

 

중국 상하이에서 소집된 임시 의정원에서 신석우가 먼저 대한을 제시하였다.

그러자 여운형이 대한은 조선왕조 말기에 잠깐 쓰다 망한 이름이니 부활할 필요가 없다, 며 반대하였다. 이에 신석우가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며 대한제국의 제국을 공화국을 뜻하는 민국으로 바꾸어 대한민국을 국호로 제시하였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우리나라 국호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또다른 특징은 각 시대를 잘 요약해 놓았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사 부분이 그렇다.

 

마지막 장인 <역대정부>를 살펴보자.

1 공화국에서 문재인정부까지 다루고 있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이 부분은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각 정부에 대한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로 또한 학자마다 서있는 지평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통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 지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보통의 독자로서는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사 부분이 반가운 것이다.

 

<역대 정부> (365쪽에서 380쪽까지)

 

1 공화국 : 이승만 정부

2 공화국 : 장면 내각 정부

3 공화국 : 5.16 군사 정부

4 공화국 : 박정희 유신 정부

최규하 정부 : 신군부 과도 정부

5 공화국 : 전두환 정부

6 공화국 (1) : 노태우 정부

 (2) : 김영삼 문민정부

 (3) : 김대중 국민의 정부

 (4) : 노무현 참여 정부

 (5) : 이명박 정부

 (6) : 박근혜 정부

 (7) : 문재인 정부

 

그렇게 구분하여, 각 정부에 관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더 필요한 시기인 현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가늠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새롭게 쓰여진 역사책, 거기에 설명도 자세하지만 무엇보다도 조금은 간단한... , 이런 모순을 어찌 충족할 수 있을까?

그런 책이 있을까? 찾아보면 있다. 해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새롭다, 간단하다. 그러면서도 상세하다.

우리가 옆에 두고, 우리 역사를 알고 싶을 때 펼쳐 참고해볼 수 있는 그런 교과서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쓸모 있는 한국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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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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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나무를 훔친 남자>를 비롯해 모두 8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다.

 

<나무를 훔친 남자>

<알리바바 제과점>

<우리 시대의 아트>

<롤라>

<박수 치는 남자>

<수조 속에 든 여자>

<진실의 끄트머리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

<인류의 업적>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니까, 순서에 관계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집에서 의미있는 순으로 고르라면, 제목에 남자’, ‘여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들이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의미가 있지만, 이 세 편은 특히 그렇다.

 

<나무를 훔친 남자>, <박수 치는 남자>, <수조 속에 든 여자>

 

<나무를 훔친 남자>,

 

회사에 몇 그루 쯤은 항상 있는 나무,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니 그런 나무에 누가 신경을 쓰던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 의문에 저자는 이 소설로 답을 해주고 있다.

나무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회사에서 그런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결국은 그 나무들을 자기 집으로 옮겨간 남자의 이야기.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나무를 훔친 사람이다.


거봐 가짜잖아

정말 모르고 그랬을까요?

모를 리 있어? 딱 봐도 가짜인데.

미친 놈이네. (33)

 

<박수 치는 남자>

 

시도때도 없이 박수를 치는 남자, 이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없다.

그런데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소설을 끌어나간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슬플 때도 박수를 쳤다.

한 마디로 그것은 병이었다. 왜 미처 몰랐을까. 그녀는 어이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잘 살아. (151)


그런 박수, 이렇게 쓰이기도 한다. 

 

박수 치는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러한 생활에 만족했다.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진즉에 환승 통로를 떠나버렸을 것이다. (166)

 

남자가 박수를 쳤을 때 그는 슬픈 기쁨을 느꼈다. 그 소리는 자신의 연주가 아니라 끈질긴 삶의 선율에 보내는 박수처럼 느껴졌다. (167)

 

<수조 속에 든 여자>

 

이 소설집에서 이 작품이 단연 백미. 압권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박수 치게 만드는 소설, 꼭 읽어보기를. 박수 치는 독자가 되기를 .....

 

그녀는 수조에 갇힌 게 아니었다. 제 발로 들어간 것이다. 그녀의 들뜬 표정이 말해주었다. (173)‘’

 

좋아 들어갈게

사흘 째 되던 날 그가 말했다.

오늘 밤 자정에 여기로 와. (178)

 

거길 밟고 올라가면 돼

수조가 약간 흔들렸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그가 냅킨처럼 허리를 접었다.

나머지 다리도 안으로 집어넣었다. (179)

 

그 순간 이 소설의 제목은 바뀐다. <수조 속의 여자>에서 <수조 속의 남자>.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해서 남자와 여자 이야기인 것이다.


어떤 남자, 여자인가?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다 어딘가 이상하고 괴짜 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은 소설 속에서만 주인공일까?

 

실제 현실에서는?

여기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도 주인공이다.

너나 나나, 저 사람이나 이 사람이나 모두다 어딘가 하나쯤은 모자라고, 비어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그런 우리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수조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대화다.

 

사람은 어디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얼 보느냐가 중요해. 이 유리 좀 봐,

나는 세상에, 너는 수조에 있지. 중요한 건 우라 두 사람은 서로를 본다는 거야. (184)

 

다시. 이 책은?

 

우리는 이 책을 읽는다. 책 속에서 이상한, 괴짜 같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는다.

그런데 잠깐, 관점을 바꿔본다면?

 

나는 세상에, 너는 수조에 있지. 중요한 건 우라 두 사람은 서로를 본다는 거야.”


나는 책 밖에, 너는 책 속에 있지. 중요한 건 책 속에 있는 사람이나 책 밖에 있는 사람이나 두 사람은 서로를 본다는 거야.”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본다, 나를 보았다.

수조 안의 남자가 바로 우리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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