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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평점 :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살아있다고 한다면, 만나고 싶은 인물들이다.
모두 39명, 음악과 미술계에서 시대의 획을 그은 인물들을 이 책에 모아놓았다.
저자는 그들을 한꺼번에 모아 놓은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클래식, 미술과 친구가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5쪽)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그들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갈 수 있었다.
일단 이 책은 그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평범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보도록 하고, 저자는 그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각도로 본다는 말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영국 BBC의 대표 드라마인 <닥터 후> 시즌 5에 ‘빈센트 반 고흐’ 편이 있다.
(찾아보니, 시즌 5의 에피소드 10)
여기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는데, 거기에서 고흐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나중 그 미술관의 도슨트는 이런 말을 한다.
“고흐는 찢어질듯한 고통을 예술적으로, 아주 아름답게 승화했습니다. 자신의 걱정과 고통을 즐거움과 환희로, 거대한 우리의 세상으로 표현한 건 고흐 이전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은 나오지 못할 겁니다.” (151쪽)
저자의 안내를 따라 직접 <닥터 후> 시즌 5의 ‘빈센트 반 고흐’ 편을 보았다. 도슨트의 말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고흐를 보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흘렸겠지만.
클로드 모네와 <히트 메이커스>
<히트 메이커스>의 저자 데릭 톰슨은 이들의 뒤에 있었던 구스타브 카유보트라는 인물에 주목합니다. (83쪽)
모네를 거론하면서 <히트 메이커스>가 등장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만큼 저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39명 인물들을 조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물마다 기대가 되는 것이다. 이번 인물에는 또 어떤 신기한 것들이 등장해서 그를 다시 보게 할까, 하는 기대.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 이런 데에서 알 수 있다.
클로드 모네
모네는 오랜 세월 빛을 바라보며 작업을 한 탓에, 시력이 나빠져 결국 백내장 수술까지 받았다. (81쪽)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헨델은 1751년 앞이 보이지 않는 실명 상태에 이르렀지만 작품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다. (91쪽)
루트비히 판 베토벤
베토벤은 아예 청각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지휘까지는 하지 못하고, 지휘자 옆에 앉아 악보를 보면서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137쪽)
베토벤은 음악을 제외한 교육은 받지 못했기에, 글쓰기와 계산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진다.(138쪽)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시 지식인들의 기본 소양이었던 라틴어를 읽는데 서툴렀고, 나눗셈도 잘 하지 못했다. (171쪽)
이에 대한 실제 사례가 등장한다.
『모나리자는 왜 루브르에 있는가』, (50쪽)
라틴어에 서툴렀던 다빈치는 라틴어로 된 계약서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
그래서 주문받은 그림을 주문자의 의도대로 그리지 않아, 나중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그림이 <암굴의 성모>이다.
이제 더 깊숙하게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파블로 피카소
“나는 결코 어린아이처럼 데생하지 않았다. 이미 12살 때 라파엘로만큼 그림을 그렸다.”
실력은 유년 시절 이미 어른 예술가들을 뛰어넘었지만, 그는 평생 어린아이의 시선을 간직하려 노력했다. 어린아이는 모든 사물과 현상에 호기심을 갖고 있으며, 그 본질에 직관적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 방법을 잊고 자꾸만 복잡한 셈법을 하게 되는데, 피카소는 이를 극도로 경계했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다만 문제는 그들이 성장하면서도 여전히 예술가로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48쪽)
빈센트 반 고흐: “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가 고흐를 이렇게 평했다.
피사로는 고흐를 처음 보고 이렇게 예언했다.
“이 남자는 미치거나 시대를 앞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가 두 가지 모두를 할 줄은 미처 몰랐다.” (145쪽)
고흐의 생애,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던가?
그를 이해한 사람은 아마 그의 동생 테오뿐이었을 것이다.
기록을 보면 그의 아버지도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적이 있었고, 그도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적이 있으니, 피사로의 말, 맞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건 고갱이 그린 작품의 제목이다.
그래서 그림이자 철학이기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선, 그림 보는 방향을 달리 해야 한다.
왼쪽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오른쪽엔 작은 아이가 누워있고, 중간에는 젊은 사람이 과일을 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장 왼쪽엔 죽음을 두려워하는 듯 두 손으로 귀를 막은 백발의 노인이 있다.
이들이 있는 곳은 원시적인 느낌이 가득한 야생의 광원, 그 위로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128쪽)
그래서 그 그림은 철학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 보았다.
http://blog.yes24.com/document/16188193
다시, 이 책은?
저자가 제공하는 색다른 정보가,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단지 그림이나 음악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물들의 모습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으므로, 그들이 단지 화폭이나 오선지에 갇혀 있는 박제된 모습이 아니라, 이 시대로 다시 돌아와 살아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저자가 말한 바, 클래식, 미술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