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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는 다시 오는가? - 인류 5천 년, 세계 패권의 역사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5월
평점 :
아시아가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는 다시 오는가
이 책 제목에서 몇 가지 짚고 가야할 게 있다.
『아시아가 다시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는 다시 오는가』
그런 제목은 벌써 몇 가지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 아시아가 예전에 세계를 제패했다.
둘째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
셋째 아시아가 다시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런 전제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 책은 그 전제 3가지를 살펴보는 내용이 담겨있다.
첫째, 아시아가 예전에 세계를 제패했었다.
아시아의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이 부분을 part 1, ‘4장 중국의 융성’이라는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의 일이다.
시황제의 정책으로 상업 활동에 뒤따르는 여러 비용이 큰 폭으로 절감되었다.
서기전 221년,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기 전 중국에서는 갖가지 화폐가 통용되고 있었다. 시황제는 다양한 화폐를 반량전으로 통일해 넓은 지역에서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영토가 단일 화폐로 통일된 것은 말하자면 오늘날 유럽 연합(EU)에서 사용하는 유로를 고대 중국이 훨씬 이전에 만들어 단일 통화권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춘추전국 시대에 이미 시작된 경제 성장이 화폐 통일로 가속화한 것이다. (66~68쪽)
그 결과 중국 상품은 단일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하였고, 그 시장은 국가 권력으로 만들어졌다, 국가가 시장애 개입해 상품의 흐름 즉 물류을 촉진했다. 이 정도의 대규모 경제 정책은 당시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69쪽)
그런 사정은 물론 어느 정도의 부침은 있었지만 그 후로도 이어진다.
한나라 무제를 비롯하여, 수나라 당나라를 거치고 송나라, 그 뒤의 원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원나라의 경우, 두 가지 기록해둔다.
원나라에서 시행한 역참제는 20세기에 시베리아 철도가 개통될 때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가장 빠르게 오가는 정보 전달 통로 역할을 한다. (88쪽)
또한 안전문제가 있는데, 이는 아라비아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자신의 여행기에서 ‘중국의 외국 여행자를 위한 치안 상태는 세계 여러 지역 중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평하고 있다. (89쪽)
이런 기세는 명나라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명나라 시절에 문제가 발생한다.
유통망의 경우 - 중국의 정책 변화
15세기 초, 명나라의 영락제가 통치하던 때 환관이자 이슬람교도이던 정화는 보선(寶船)을 타고 아라비아 반도까지 원정을 가는 등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1424년 영락제가 세상을 뜨자 중국은 적극적 대외 진출을 중단했다. 급기야 1436년에는 대양 항해용 선박 건조를 중지할 정도로 대외 진출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182쪽)
이에는 중국의 대외무역 정책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조공 무역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중국 주변의 종속국들이 예물을 종주국인 중국에 헌상하고 그 보답으로 중국이 하사품을 종속국에게 건네는 무역 형태로 중국 왕조가 주변의 이민족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이념에서 비롯된 국가 관계를 의미한다.
조공 무역은 중국이 이웃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력을 자랑해야만 성립하는 제도였다. 즉 조공품보다 중국이 하사하는 물품의 가격이 훨씬 비싸야 성립하는 시스템이다. 중국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라면 주변 국가가 자국 선박으로 조공을 실어오기를 기다리기만 해도 충분했으며 물류 체계가 다소 부실해도 딱히 문제될 것이 없었다. (187쪽)
그후 그런 무역 형태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이 필요하던 은 수송을 에스파니아에 맡겼는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물류 시스템을 경시한 처사였다. 결국 이러한 것이 중국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런 결과 아시아의 바다는 유럽의 배가 아시아의 배를 대신하게 된다. 물류 측면에서 보면 아시아인의 바다가 아니라, 유럽인의 바다로 바뀐 것이다.
유럽인은 우선 유통망을 확보하고 차츰 유럽산 상품을 아시아로 운송했다. 유통망 확보는 결국 유럽의 승리로 이어진다. (189쪽)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예를 들어 면직물의 경우는 인도를 들 수 있다.
인도 면직물은 수작업으로 생산하는데 유럽에서는 기계로 생산을 한다. 따라서 생산량에 있어 저절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생산비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18세기 말 방적기의 도입으로 유럽 여성 한 명이 인도 여성 300명이 짜낸 것과 같은 양의 면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인도, 중국, 오스만 제국은 면직물 생산자에서 유럽 면직물 소비자로 변하게 된다. (193쪽)
그래서 둘째,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후로 유럽은 무섭게 산업발전이 시작되고, 지리상의 발견을 통해 전세계를 손안에 넣게 된다.
지리상의 발견에 이어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 유럽 각국은 뱃길을 통해 전 세계에 진출하며 부를 축적하게 되었는데, 중국은?
중국을 비못한 아시아는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아시아가 다시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을 살펴보자.
이 부분에 대하여는, <part 3 아시아, 오랜 잠에서 깨어나다>에서 다루고 있다.
1차,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영향력은 축소되어 가는데 그 틈을 미국이 파고 들어,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잠자던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뛰어오른다.
경제, 정치, 군사를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이제는 미국과 그 힘을 겨루고 있다.
그래서 부르길, G2 라고 한다.
그 과정을 저자는 중국의 일대 일로(一帶一路)로 설명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지도를 통해 일대일로의 루트를 살펴보자.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s/e/seyoh/IMG_china_one_1.jpg)
이것을 저자의 설명중 한 문장으로 뽑아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중국 정부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물류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285쪽)
저자의 결론은?
그러므로 일대일로 정책으로는 중국이 전 세계 주도권을 거머쥐지 못하리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271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part 1과 part 2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세계사 차원에서 패권의 흐름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고찰은 세계사를 다른 시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물류의 흐름을 쫓아가면서 세계사의 헤게모니를 쥔 세력이 바뀌었다는 것은 기억할 만한 통찰이라 하겠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 part 3에서 내린 결론은 너무 성급하다 싶다.
아시아에도 많은 국가만 있는데, 그 중의 하나 중국만 예를 들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만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결론을 내린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생각이다.
해서 이 책은 아시아가 다시 세계를 재패하는 시대가 다시 오겠는가, 하는 질문에 예스냐, 노냐의 대답을 읽어낼 것이 아니라, 그런 대답을 내리기 위하여 검토해야 할 여러 가지 요건들을 저자가 제시하고 살펴보는 그 과정에 큰 의미를 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