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의 진실 -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대한 과학적 강해
류상태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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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의 진실

 

예전 같으면 사제만 읽고사제의 해석을 그대로 따라 순종해야만 하던 신성한 책이 성경(성서)이다물론 지금도 신성한 책인 것은 그대로지만그 성경에 대한 해석만큼은 자유롭게 풀어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오게 된다또한 이런 책은 필요하기도 하다모세오경의 진실

 

모세오경그게 어디 어떤 책인가?

한때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져일점일획도 잘 못 해석하면 불경죄에 이단으로 몰려 쫓겨나기까지 했던 책이 바로 성경이요특히 모세오경이었다.

 

모세오경(Mose 五經)이란 이런 것이다.

 

성경은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신봉하는 책으로 신약과 구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성경은 구약 39신약 27권 그래서 합해서 모두 66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라고 해서 요즘 우리가 읽는 책한 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책 속의 책그러니 요즘 책으로 생각하자면 챕터 정도가 될 것이다.)

 

모세오경은 그런 성경 중 구약의 맨 앞에 있는 5개의 책을 말한다.

모세오경은 모세가 썼다고 여겨지는 책이 5권이어서, ‘모세와 그리고 오경(五經)’을 합해 모세오경이라 부른다모세오경에 해당하는 책은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이렇게 5개의 책을 말한다.

 

이제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모세오경의 진실을 살펴보자.

 

먼저 모세오경은 과연 모세가 썼을까?

 

옛날에는 모세오경을 모두 모세가 썼다고 생각했지만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신학자는 별로 없다모세오경은 최소한 네 명또는 다섯 명 이상, ,또는 다섯 개 집단 이상의 사람들이 기록했을 것이다. (29)

 

그도 그럴 것이 모세가 기록했다면이치에 맞지 않는 구절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구절이 모세의 죽음에 관한 기록이다.

 

모세라는 인물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는데어찌 모세가 그런 기록을 남겼다고 하겠는가?

이는 유머에 가끔 나오는 난중일기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발언이 들어있지 않는 이치와 같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말이 난중일기에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모세 자신의 죽음을 자기가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모세오경이라는 말은 그 전제부터 틀린 것이다.

 

그럼 오세오경에 대한 사실은?

 

입으로 전해오던 설화를 서기전 10세기 경부터 기록하기 시작해서 서기 전 5세기 경 또는 그 이후에 하나로 모았다는 것이다. (29)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저자는 차근차근 성서의 진실에 대하여지금까지 전해져 오던 통념에 대하여 그것이 과연 상식에 부합한 것인지부터 살펴보기 시작한다.

 

현대 신학자들 일부 주장에 의하면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는 역사가 아니라 신화라고 한다. (20)

 

<창세기>는 성경에서 가장 앞부분에 나오는 책(앞의 에 대한 설명 참고하시라인데하나님이란 존재가 이 세상을 창조했으며 (그래서 창세기 創世記이다사람 또한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기록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대 신학자들 많은 사람은 그런 기록이 역사적인 게 아니라신화라고 해석한다저자 또한 그런 해석을 따르고 있다.

 

그러면 신화는 역사와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화를 대할 때는 사실이 아니라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신화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의미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해석 기조는 문자주의가 아니다성경에 쓰인 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해서 저자는 성경의 여러 곳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의문 중 몇 개만 여기 적어둔다.

 

여자는 남자의 배필로남자를 돕기 위해 창조했는가?

남자인 아담을 먼저 창조하고 나중에 그가 외로운 것을 알게 된 하나님이 나중에 아담을 위하여 여자를 창조하셨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말씀을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저는 신학자들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본문의 이 서술은 남녀평등 사상에 눈을 뜨기 전고대인들의 한계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성서의 메시지를 정직하게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성서의 이런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성서에 담긴 진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2)

 

그다음 이런 의문도 제기한다.

 

출애굽을 할 때정말로 60만명이 넘는 장정을 그 당시 이스라엘이 보유했는가 하는 점이다. (300) 

60만명이란 숫자는 장정만 센 것인데그렇다면 딸린 식구들까지 포함하면 거의 200만명이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그 시대에 200만명이라는 큰 종족이 40년에 걸쳐 시나이 반도를 통과해서 가나안까지 갔다면 반드시 고고학적인 흔적이 남아야 한다하지만 지금까지 고고학자들이 시나이 전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런 대규모의 종족 이동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142, 301)

 

그러므로 그런 숫자는 사실의 언어가 아니라의미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 (143)

 

이런 의문은 계속 이어진다그런 의문을 제대로 받아들여성경의 말씀을 제대로 해석할 때에 모세오경의 진실은 물론, ‘성경의 진실’ 또한 풀릴 것이 분명하다.

 

이런 글마음에 새겨두어야

 

신학자들 대부분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뿐만 아니라 창세기 전체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영향을 받아서 기록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기독교인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랄 필요가 없다오히려 종교와 신화가 이처럼 지구 마을의 문화를 서로 연결해준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50)

 

단군신화를 생명처럼 받들고 이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는데기독교의 창조신화나 탄생 설화를 문자 그대로 진리라고 생명처럼 붙들고 사는 한국인은 너무 많다. (64)

 

다시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3)

 

제 강의를 듣는 분들이 배타 교리 기독교를 떠나 합리적인 기독교 신앙을 되찾도록 돕는데 있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저자가 강조하고 강조하는 바는 이것이다,

 

성서는 과학책이나 역사책이 아니라 종교 경전이라는 것그래서 기본적으로 성서의 언어는 객관적 사실의 언어가 아니라 주관적 진실의 언어이며고백의 언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422)

 

이 책성경에 대한 근본주의적 자세를 취하고성경을 문자주의로 받아들여 해석하고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래서 성경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입장을 바꿔 읽어보는 것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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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우주 라이프 - 우주비행사에게 물어보는
세르게이 랴잔스키 지음, 알렉세이 옙투셴코 그림, 박재우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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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에게 물어보는 시시콜콜 우주 라이프

 

우주비행내 생전에 가능할까?

아마도 그건 어려울 것이다여러 면에서 생각해 보니그것 참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차례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못갈 것 같아서 그런지는 몰라도궁금한 건 있다무척 많이 있다.

우주비행에 관한 것은 궁금하다무척그래서 이것 저것 우주관련 책을 읽는다.

그저 하늘이우주가 궁금해서다.

 

그런데 요즘 우주가 예전의 우주가 아니다말 그대로 우리 우주가 달라졌어요.

 

지난번에 읽었던 책 패권의 미래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주 공간은 육공에 이어 제 4의 전장으로 이해되고 있으며사이버 공간의 전쟁과 더불어 다영역 작전이 수행되는 복합공간으로서 그 위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패권의 미래, 118)

 

해서이제 우주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는 그냥 소 닭보듯이 스쳐지나가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궁금해하고 알아보고살펴보아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 궁금한 항목이 이 책에 무려 222가지(22가 아니라 2백 2십 2)나 실려있다.

그 항목들을 6개 chapter 로 구분할 수 있는데각각의 타이틀은 다음과 같다.

 

Chapter 1 혼자만이 아닌 우주에서

Chapter 2 어떻게 해야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을까요?

Chapter 3 우주정거장으로의 비행 준비

Chapter 4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

Chapter 5 지구로의 귀환

Chapter 6 비행 후 생활

 

그러니, 이 책은 우주 자체에 관한 궁금증과 직접 우주선을 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그리고 직접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서 생활하는 것과 돌아온 후의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망라해 놓고 있다.

 

먼저이 책을 쓴 저자는 우주비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저자는 러시아 생의학문제연구소(IMBP)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3년 연구 및 시험 우주비행사로 선정되었다.

2009년에는 화성 탐사를 위한 시뮬레이션 실험인 Mars-500 미션에 참여했다.

2014년 소유즈 TMA-10M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왔고,

2017년 소유즈 MS-05의 사령관이 되어 두 번의 우주비행을 지휘했다.

 

그런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이런 책을 쓸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저자의 경력중궁금한 항목에 들어있는 내용이 있다.

 

비행 사령관이 두 번의 우주 비행을 지휘했다는 말.

마침 그런 궁금증도 이 책 질문 항목에 들어있으니 살펴보자.

36번이다. <승무원의 사령관은 어떻게 정해집니까?>에 잘 나와 있다.

 

지금은 러시아의 발사체 소유즈만이 우주 비행에 사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러시아인이 승무원과 배의 사령관으로 임명된다.

 

여기서 러시아인인 저자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은 그 조건에 부합된다.

 

그런데 발사체 소유즈와 우주 정거장의 경우는 다른데그것도 알아두자.

 

우주정거장 사령관은 차례대로 결정된다전문성과 건강 수준에 관계없이 이번에 러시아의 차례이면 다음 원정대에는 미국의 차례이다그러니 주로 우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임명되는 소유즈 우주선 사령관과는 달리우주정거장 사령관은 순전히 공식적인 자리다. (89)

 

그러니 이렇게 정리해보면 될 것이다.

소유즈 발사체의 사령관은 실력으로우주 정거장의 사령관은 순서대로.

 

이 책에 있는 그런 질문 중 재미있는 질문 몇 개 살펴보자.

 

무중력 상태에서 화장실은 어떻게 사용하나요?

 

지구처럼 화장실에 가야 한다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다우주화장실은 우주정거장 주변에 오물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공청소기의 원리로 작동한다고형 폐기물은 관을 타고 특수 탱크로 보내진 다음 밀봉되고 화물선을 통해서 대기에서 함께 연소된다. (185)

 

엘리베이터로 우주에 갈 수 없나요?

 

이론적으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실제로 돈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거대하고 비싼 구조의 엘리베이터 없이 로켓만으로도 우주비행이 가능하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283)

 

이에 대하여는 실제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방법이 연구되기도 했지만, 비용상의 문제 때문에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주에서 코가 가려울 때에는?

 

우주복에 들어가자마자 비열한 법칙에 따르면 코가 즉시 가려워지기 때문에 코를 만져줄 필요가 있다이런 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비열한 법칙이란 머피의 법칙의 러시아 버전이다.)

 

우주복에는 발살바라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두 개의 마디가 있는 작은 패드로눌리면 코를 꼬집는다주위 압력이 낮아지면 몸속의 압력을 귀를 통해 분출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니설령 우주여행을 갔을 때, ‘코가 간지러우면 어떡하지그때마다 우주복을 벗을 수도 없고’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질문도 들어있다.

 

우주와 대기의 경계는 어디일까?

 

오늘날 우주 공간의 조건부 경계는 고도 100km 까지 확장된다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깔끔하게 떨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날개를 가진 비행기가 비행을 하는데 필요한 공기의 양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비행기는 거기에 올라갈 수 없으므로 이 시점부터 우주비행 영역이 시작된다. (18)

 

그걸 카르만 라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대기의 경계를 넘어선 고도를 넘어 비행을 했을 때에만 우주비행을 했다고 한다는 것이다.

국제 협약에 따르면 이곳은 우주비행사들이 여행할 것으로 여겨지는 우주의 시작점으로 지정되었다. (19하단 설명)

 

다시이 책은?

 

서두에 내가 우주비행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말을 했는데그것에 대한 질문도 있다.

 

우주여행이 대중화 될 수 있을까요? (34)

 

우리의 일생동안 우주관광이 활성화되지는 않겠지만 많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첫째점점 더 많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에 진출하고 있다.

둘째부유한 사람들 중에는 궤도로 또는 적어도 우주 고도로 날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밖에도 신기술이 우주여행자들의 삶을 어떻게든 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까지 말하고 있다.

 

해서우주 여행은 가능하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가능성은 분명 커갈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 읽고 부지런히 우주와 친해 놓으면, 언젠가는 나에게 차례가 올지도그러니 더 열심히 우주와 친해지기 위하여 노력하고 애쓸 것!

이 책을 읽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아 참이런 것도 기억해두자.

 

우주 여행을 하기 위해선 운동을 부지런히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운동이 습관이 되어서 우주여행을 하면서도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176쪽에 있는 이런 질문에 근거를 둔 제언이다.

 

항상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근육 운동도 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곧 근육들은 위축되기 시작할 것이다무중력 상태에서는 다리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그러므로 자세를 만들어주는 등 근육이 필요하지 않다. (중략일반적으로 우주에 오랫동안 머무르면 위축된 다리와 유연한 팔을 가진 길고 가는 창백한 벌레로 변할 것이다.(176)

 

미리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두어야우주여행을 하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이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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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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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이웃 도시인 시가 여성 친화적 도시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라디오 방송에서 그 도시가 홍보차 방송을 한 적이 있어서, ‘여성 친화적 도시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 ‘여성 친화적 도시라니어떻게 해야 여성 친화적이지?

그런 의문이 이제야 이 책으로 풀린다.

 

저자의 주장은 여성 친화적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결론적으로 여성 친화적 도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들어가며  남자들의 도시

1장  엄마들의 도시

_도시는 어떻게 엄마들을 외면했는가

2장  친구들의 도시

_여자들의 우정이 도시를 구하리라

3장  혼자만의 도시

_도시는 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

4장  시위의 도시

_때로는 그냥 거리에 나가야 한다

5장  공포의 도시

_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하며 현명한 여자들

나가며  가능성의 도시

_여성 친화적 도시는 여기에 있었다.

 

그러니 이런 순서로 진행이 된다.

 

남자들의 도시엄마들의 도시친구들의 도시혼자만의 도시시위의 도시공포의 도시그리고 여성 친화적 도시.

 

남자들의 도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인 나로서 미안해지는 마음 금할 길 없다.

밤길을 걸으며 어떤 두려움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는데여자들은 다르다는 것.

그걸 이 책에서 새겨본다.

 

여자들의 도시 경험은 여전히 물리적사회적경제적상징적 장벽에 가로막힌다.

그 장벽은 편향된 방식으로 여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남자들은 이런 장벽을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장벽들을 보지 못한다.

(.......)

그 말은대부분 남자로 이루어진 도시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경제 정책에서부터 주택 설계에까지학교 부지 선정에서부터 버스 좌석에까지치안 활동에서부터 눈 치우기에까지 이르는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그 결정이 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심은커녕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음으로써여자들이 도시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고 어떤 일상 경험을 하는지를 거의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남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뒷받침하고 돕게끔 설계되어 왔다이것이 내가 말한 '남자들의 도시'의 의미다. (17)

 

엄마들의 도시

 

엄마들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엄마를 위한 도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 항목은 도시는 어떻게 엄마들을 외면했는가를 천착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경험을 통해 도시가 엄마들에게 얼마나 힘든 곳인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임신한 몸을 통해서 느낀 도시그리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출근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여기 다 들어있다.

여자들의 출퇴근 과정을 기록한 부분(61)에 이르러서는 그런 힘듦에 한 몫을 했을 남자로서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친구들의 도시

 

혼자만의 도시

도시는 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는 말은 여자를 도와준다는 차원에서그래서 여자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도시의 시스템이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도시에 나선다도시의 길거리에 나선다여자가 공공장소에 나선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제재가 가해졌었다.(161)

 

길거리에 나선 여성은 매춘부로 인식되었던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대는 달라졌지만지금도 여성이 홀로 있으면?

저자는 말하기를남자들의 괴롭힘과 원치 않는 관심을 피하기 위해 내 옷과 자세와 표정들을 스스로 검열한다고 한다. (174)

 

이런 소리가 곧 들려올 것 같다. 
여자가 옷차림이 저래서 어디 쓰겠어저러니 (.............) 해도 싸지!”

 

(.....) 에 들어갈 말이 저절로 떠오르지 않는가?

 

남의 시선에서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니, ‘도시는 여자를 홀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위의 도시

 

공포의 도시

 

그렇게 도시는 여자에게 공포의 도시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하며 현명한 여자들>은 그러한 도시에서도 살아간다.

 

이런 시도는 어떤가위험 지도를 그리는 것. 

범죄 공포 조사에서 여자들에게 누가 두렵냐고 물으면 대답은 항상 남자다그러나 모든 남자를 피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그래서 남자에 대한 여자의 공포는 지리적 논리를 따른다우리는 누구를 피할지가 아니라 어떤 장소를 피해야 할지를 알아낸다. (226 

우리는 공포의 일부를 도시 거리골목길지하철 플랫폼어두운 인도 같은 공간에 옮겨 놓는다이 공간들은 안전과 공포를 주제로 한우리의 마음속 지도를 구성한다. (227)

 

그리고 여성 친화적 도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선언적인 것 말고실질적인 한 걸음이 더 소중하다.

 

저자는 이런 것제시한다. 

새 초등학교는 어디에 지을 것인가?

버스 정류장 사이의 간격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

집이 아닌 곳에서도 작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가 등의 결정을 내릴 때

교차적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60)

 

교차적 분석이란?

저자가 예로 들은 것은 이런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듣는 게 아니라원주민의 관심사도빈민과 유색인의 의견도그렇게 여러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두 다 들어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남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여자들과 더불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여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운 게남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깨달을 수도 없는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책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으니이 책 남자들이 꼭 읽어볼 일이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개인이 도시에서 갖는 익명성이나 비가시성을 온전히 누려본 적이 없다.” (45)

 

이 말이 갖는 무게여성이 아닌 남자들은 과연 이 말이 지닌 의미와 그 무게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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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속 세계사 - 129통의 매혹적인 편지로 엿보는 역사의 이면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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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속 세계사

 

최근 읽은 책이 있느냐?

 

마리 앙투아네트프랑스의 왕비다.

나중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단두대에서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는 비운의 왕비.

 

그녀의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사는 1775년 7월 30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282)

편지의 내용은 주로 그녀를 꾸짖는 것이다.

 

그 말투라니그 경솔함이라니앙투아네트 공주의 선하고 관대한 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게냐이제는 오직 조롱과 박해에 대한 호기심과 천박한 악의기쁨만 보이는구나.”

 

그런 내용이 죽 이어지다가이런 말도 한다.

 

최근 읽은 책이 있느냐?”

 

물론 그건 실제로 읽은 책 이름을 묻는 게 아니다책을 읽음으로 얻어지는 결과를 말하기 위해 묻는 것이다해서 이런 발언이 이어진다.

가장 중대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장관들의 결정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밝혔느냐?”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요즘 누가 '무슨 책을 읽느냐'고 꾸짖는 가운데에서도 그런 질문을 할까?

 

이런 편지를 무려 25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것편지의 매력이요문자의 개가다그런 말이 문자로 편지에 남아 우리가 당시 상황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편지를 모아 놓았다.

멀리는 무려 기원전 1370카다슈만엔릴이 아멘호테프 3세에게 보낸 편지가 있는가 하면

최근의 것으로는 2018년 5월 24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누구 누구의 편지일까?

 

몇 년전 프랑스에서 이웃 마을에 사는 앙드레씨와 지드씨가 서로 나눈 편지라면 하나도 안 궁금할 것이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보낸 편지라면설령 그게 날씨 정도 묻는 문안 인사라 할지라도 궁금해서 읽어볼 것이다이런 사람들 편지가 독자들의 책상에 도착한 것이다.

 

어디 아는 사람 이름이 눈에 뜨이는지 살펴볼 일이다.

<사랑>편만 훑어보자.

 

헨리 8가 앤 불린에게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 리베라에게,

토머스 제퍼슨이 마리아 코스웨이에게,

예카테리나 대제가 포툠킨 왕자에게,

제임스 1가 버킹엄 공작에게,

비타 색빌웨스트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술레이만 대제와 휘렘 술탄이 주고받은 편지,

아나이스 닌이 헨리 밀러에게,

알렉산드라 황후가 라스푸틴에게,

허레이쇼 넬슨이 에마 해밀턴에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조제핀에게,

알렉산드르 2가 카탸 돌고루코바에게,

이오시프 스탈린이 펠라게야 아누프리예바에게,

 

아는 사람이 많이 보일수록이 책의 가치는 커질 것이다.

 

기원전 1370년대에는 점토판에 편지를 썼다네

 

그런데 이런 편지는 설령 수신자와 발신자를 모른다해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기원전 1370년 카다슈만엔릴이 아멘호테프 3세에게.

기원전 1243년 람세스 2세가 히타이트 왕 하투실리에게.

기원전 1190년 암무라피가 알라시야 왕에게.

 

기원전 1370물론 종이에 씌여진 편지는 아니다점토판에 새겨진 편지를 1887년에 발견한 것이다카다슈만엔릴은 바빌로니아 왕이고아멘호테프 3세는 이집트의 왕이다.

그러니 다른 나라의 왕끼리 서신교환이 이루어진 것이다무슨 내용이었을까?

외교적인 문제를 협의하는 내용일까읽어보자.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내가 그대의 딸에게 청혼하는 편지를 썼는데형제여그대는 어떻게 그런 말투로자고로 이집트 왕의 딸은 절대 결혼 상대로 주어지는 법이 없으니 나에게 딸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편지를 쓸 수 있단 말인가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가그대는 왕이다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다내게 그대의 딸을 결혼 상대로 주고 싶었다면 누가 그대에게 그러지 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93)

 

금방이라도 달려가 얼굴 붉히며 고함을 지를 분위기다.

그 다음 말은 어떤 것일까자기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분노하는 바빌로니아 왕의 이어지는 발언은 무엇일까? ( 93-94쪽을 참고하시라.)

 

역사의 이면을 보여주는 편지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왕위에 오르기 전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당시 헨리 8세와 캐서린 사이에 태어난 메리 1세가 통치하던 시절엘리자베스는 공주 신분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길어서 생략하고엘리자베스 공주는 체포되었다런던탑으로 막 이송되려 할 때 공주는 이 편지를 쓴다.

 

이 편지는 조수의 편지(Tide Letter)’로도 알려졌는데공주가 일부러 아주 느리게 쓰는 바람에 조수가 바뀌었고그래서 런던탑으로 가는 일정이 하루 미루어진 것이다. (86)

 

그 편지역사의 뒷면을 잘 보여준다영국사영국 역사를 다룬 역사책에서 메리와 엘리자베스 간에 생사를 둘러싼 치열한 권력 다툼이 있었고결국 엘리자베스는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있는데그 뒷면을 이 편지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지금 제가 유죄로 확정된 듯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과 그에 따른 증거없이는 단죄하지 않겠다던 폐하의 마지막 약속과 제 마지막 요청을 기억해달라고 폐하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 애원합니다.

(중략)

반역자 와이엇에 대해서라면혹시 그가 제게 편지를 썼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맹세코 그에게 단 한 장의 편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중략)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폐하의 가장 충실한 신하일

                                                      엘리자베스.

단 한 단어의 답신이라도 겸허히 기다리겠습니다.

 

이렇게 끝을 맺는 편지결국 이 편지가 주효했던지공주는 런던탑으로 이송된 후 방면되었고메리가 죽은 다음에 엘리자베스는 왕위에 올라영국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가 되었다.

 

여기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한다.

 

편지 속에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언급이 된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옥타비아누스에게 기원전 33년경 보낸 편지에서다.

 

그 대목 읽어보자.

  대체 무엇에 씌인 건가내가 클레오파트라와 자는 게 불만인가하지만 우린 결혼했네심지어 새롭게 벌어진 일도 아니지 않나우리 관계는 9년 전에 시작됐네그러는 자네는 어떤가? (243)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통치자의 모든 행동은 설령 그것이 개인적인 일이라도 모두 공적인 일이 된다는 것(19)이다해서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지만그건 이미 정치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또한 영국의 헨리 8세가 장차 그의 왕비가 되었다가 나중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앤 볼린에게 보낸 편지도 연애편지이지만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다. (32)

 

내게는 이미 그대의 부재가 너무나 권태롭게 느껴진다오.” (33)

 

왕의 권태그건 충분하게 정치적인 것이다그 권태가 영국이란 나라에 수많은 일을 벌어지게 했으니 말이다.

 

다시이 책은?

 

여기 <작별편을 훑어보자누가 누구에게 보낸 편지들이 있는지?

 

레너드 코언이 메리앤 일렌에게,

앙리에트가 자코모 카사노바에게,

윈스턴 처칠이 아내 클레먼타인에게,

니콜라이 부하린이 스탈린에게,

프란츠 카프카가 막스 브로트에게,

월터 롤리가 아내 베스에게,

앨런 튜링이 노먼 루틀리지에게,

체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에게,

로버트 로스가 모어 에이디에게,

루크레치아 보르자가 레오 10에게,

하드리아누스가 안토니누스 피우스그리고 그의 영혼에게,

 

그중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막스 브로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마지막 부탁이네내가 남기고 가는 모든 것 - 노트에 쓴 것이든원고로 남은 것이든편지로 쓴 것이든내 것이든 다른 이의 것이든초안이든 누구도 읽지 못하게 남김없이 불태워주게다른 사람이나 자네가 가지고 있는 내 모든 글 또는 메모도 마찬가지일세. (하략) (419)

 

그러니 카프카는 친구인 막스에게 유언을 남기기를자신의 모든 원고글을 불태워주기를 부탁하는 것이다그럼 그 유언은 그대로 집행되었을까?

 

물론 집행되지 않았다.

그 과정을 밀란 쿤데라가 쓴 배신당한 유언들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그렇게 오고 간 편지들이 역사를 만들어갔기에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우편함 속 세계사>라 한 것이다.

역사의 이면에 분명 편지가 자리잡고 있다그런 편지를 읽으면 역사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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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쌓이는 지식 탐사기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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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이 책에 실린 글들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아슬아슬하다는 그 말은 내가 말한 게 아니다저자의 말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이야기에 중독되었다이야기를 만들고이야기로 세상을 해석하며이야기로 삶을 살아낸다인간은 이야기 없이 살 수 없다이 책은 갭투자고흐영조우주배경복사 등 무관한 단어들을 아슬하게 연결해서 만든 한 편의 이야기다.”(5)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문장에서 특별히 무관한 단어들을 아슬하게 연결해서에 밑줄을 긋는다.

 

저자는 <갭투자의 진실이>란 항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갭투자요즘 신문 지상을 오르내리는 단어다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야기 할 시간 없으니바로 넘어가자.

프랑스에는 비아(Viager)라는 계약 시스템이 있다예를 들어 설명하자.

그 사례를 듣는 동안 비아제라는 계약이 어떤 형태인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1965년 프랑스의 남부 도시 아를시내 중심가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팔렸는데매매계약서가 희한하다. (이게 비아제 계약이다.)

 

  • 매도인 : 잘 칼망 (, 90)
  • 매수인 : 앙드레 라프레 (, 49)
  • 매매 대금 : 0 .

 

이런 글로 시작한 이 책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저자 말대로 때로는 아슬아슬하게때로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듯 글들이 이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위의 계약서에 매도인으로 등장한 프랑스의 아를 출신 잔 칼망이다그는 122세까지 살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300)

 

그녀가 왜 이 책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바로 고흐 때문이다. 그녀가 122세까지 사는 동안고흐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유명해진 것이고그녀가 122세까지 살아 기록을 세운 것은 그 다음 순위다.

 

칼망과 고흐의 만남그 전말은 이렇다.

 

칼망은 평생 아를에 살았고고흐가 아를에 거주할 땐 10대 소녀였다그렇다면 칼망은 고흐와 길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을까? (192)‘

 

이런 저자의 의문은 바로 자답(自答)으로 이어진다.

 

만났다. 1888년 어느 날고흐는 캔버스를 사러 아를 시내 화방에 갔다그곳에 열세 살 소녀 칼망이 있었다칼망은 당시의 고흐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독하게 못 생겼다.”

만남 이후 100년쯤 지나 BBC 방송과 한 인터뷰라 칼망의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 있지만 아를 이전에도 고흐에 대한 평가는 누더기 차림의 부랑자였다고흐는 술보다는 독에 가까운 압센트 중독자였다. (193-194)

 

당시 칼망이 있었던 화방은 칼망의 친척이 운영하는 화방이라고 하고, <뉴욕타임즈>는 아버지의 소유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 :

 

아를에서 고흐는 그림을 전혀 팔지 못했다교양있고 부유한데다 화방까지 운영했던 칼망 가문이었지만 고흐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몇 점아니 한 점만 사두었더라면 칼망은 노후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았을텐데횡재를 놓친 아쉬움이 고흐에 대한 박한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195)

 

참고로몇 자 덧붙인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역사 저널 <그날>에서 정약용을 다룬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임 모 변호사가 고흐와 잔 칼망을 언급했는데그 내용이 요즘 말하는 팩트 체크에 해당한다는 점여기 덧붙인다.

 

비아제 계약의 전말은?

 

이제 맨처음 인용한 계약의 전말을 살펴보자.

 

당시 칼망은 90소유하고 있던 아파트 한 채가 전재산이었다.

그나마 살고 있는 집이니돈 나올 데는 없고 세금과 건물 유지비는 갈수록 부담이 되었다.

그때 그런 형편을 알고 있던 앙드레 라프레가 솔깃한 제안을 해 온다.

 

아파트를 자기에게 팔되명의를 넘기고 아파트에 죽을 때까지 살아도 된다거기에 매매대금을 일시불이 아니라 마치 연금처럼 한 달에 얼마씩을 준다죽을 때까지.

 

그런 계약이 이루어지고그뒤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계약 당사자가 죽었다죽긴 했는데칼망이 죽은 게 아니라 앙드레 라프레가 먼저 죽었다당시 그는 77칼망은 120세였다.

 

그런데 계약서에 이런 조항도 있었다.

이 계약은 매도인이 죽어야만 종결된다. 매수인이 죽으면그의 자녀가 그 의무를 부담한다.

 

그래서 그 계약에 따라서 그의 후손들이 매달 얼마씩을 칼망에게 지급해야만 했다.

후손들이 그걸 거부하면매매계약을 무효가 되고칼망은 그동안 받았던 돈은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칼망은 죽을 때까지 그 집에서 살면서앙드레 라프레와 그의 후손이 지불하는 생활비를 받으면서 살았다는 이야기.

 

다시이 책은?

 

이 책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 말이 딱 맞는다시작점에서 그 다음 글이 어디로 갈지대체 짐작할 수 없다.

예고편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그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그 어떤 단서도 보이지 않는다그저 툭 하고 던져 놓은 글이다.

 

그런데 조금더 더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의 글에 길들여져서이게 뇌를 자극하는 방법이구나 싶어진다,

 

이런 문구가 표지에 있는데이제야 그 의미가 잡힌다.

 

갭투자에서 고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흥미로운 지식들로

당신의 뇌를 자극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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