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히스토리 - 제국의 신화와 현실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홍우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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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히스토리

 

이 책 러시아 히스토리제국의 신화와 현실은 러시아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 이해하게 해주는 역사서다.

저자는 소련이 붕괴되던 시점에 영국의 대사로 모스크바에서 주재하면서 현장을 목도한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인데키에프 루시 시대로부터 현재 푸틴이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러시아 역사를 잘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의 특색은 저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러시아를 관통하는 문화 예술에도 골고루 미치고 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7229762

 

이제 역사 부분을 살펴보자.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4장과 5장이다.

 

4장에서는 변방의 나라에서 유럽 정치의 결정권자로 성장하는 러시아를 다룬다.

표트르 대제의 활약을 볼 수 있다.

 

5장에서는 제국으로 성장하는 러시아와 4명의 여제들의 통치기간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표트르 대제가 어떻게 해서 변방의 국가로부터 유럽의 중심 국가로 만들었는지그 과정에 관심이 갔고,

5장에서는 표트르 대제의 뒤를 이은 4명의 여제들은 또 어떻게 나라를 만들어갔는지특히 왕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예카테리나가 제위에 오른 과정과 그녀의 치세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저자는 단순하게 역사의 기술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통치자마다 평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저자 스스로 평을 남겨 놓기 때문에독자들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러시아 통치자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예를 들어보자.

예카테리나 2세에 대한 평이다이런 평을 먼저 전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예카테리나 2세가 러시아를 개혁하려던 계획은 언제나 피상적이었고예카테리나의 지적 열망은 자기 과시적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다른 평론가들의 평을 전하면서저자의 의견을 이렇게 덧붙인다.

예카테리나의 눈부신 업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평가하는 데 이런 항목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154)

 

그럼 저자의 예카테리나에 대한 평은 어땠을까?

 

예카테리나 2세는 아마도 러시아의 통치자 중 가장 의지가 굳건했던 것은 물론이고 가장 생각이 깊고많은 책을 읽은 통치자였을 것이다.

러시아를 수술대 위에 올리려는 어떤 개혁가도 예카테리나가 한 것만큼 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155)

 

그레이트 게임 :

 

19세기 유라시아 대륙을 놓고 벌인 영국과 러시아 사이의 패권 경쟁을 말한다.

아프카니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다해서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경로로 굉장히 높은 지정학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영국도 러시아도 이곳을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세력은 이곳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다가듀랜드 라인 조약을 맺어 완충지로 삼았다.

 

이에 대하여는 이 책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영국은 러시아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아프카니스탄을 두 차례나 침략했다아프카니스탄은 공식적으로 전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기록되었지만 영국은 아프카니스탄을 설득해 러시아와 거리를 두도록 했다소설가들과 영화 제작자들은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이름 붙은 이 때의 역사를 영웅이 등장하는 낭만적 이야기로 윤색해 돈을 벌었다. (177)

 

그레이트 게임은 1895년 러시아와 영국이 아프카니스탄의 국경을 두고 합의에 이르며 막을 내렸다. (180)

 

영화 제작자들이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이름 붙은 이 때의 역사를 영웅이 등장하는 낭만적 이야기로 윤색해 돈을 벌었다는 영화의 하나가 바로 <12 솔져스>이다.

 

다시이 책은?

 

러시아를 우선은 러시아 땅에서 활동한 문학가들의 이름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이 책으로 그들의 배경이 된 러시아의 역사를 조금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특히나 요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 배경이 궁금했었는데두 나라간의 관계가 하루이틀에 걸친 것이 아니라러시아라는 나라가 생기기도 전부터 관계가 있었다는 것그래서 그 두 나라간의 관계가 간단하게 정리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나라의 역사를그것도 그 이웃 나라와 관련지어서 이해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인데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으로 정리를 해주어서러시아 역사를 조금은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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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신화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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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신화는 읽으면 읽을수록 맛있는 국물이 우러난다.

 

단 누가 그 국물을 우러내는가가 문제이긴 한데저자는 그런 국물 우려낼 줄 안다.

 

첫째나이가 웬만큼 들어야 신화 이야기가 이해가 된다.

 

어린아이들이야 그저 이야기가 재미있어 읽는다지만나이가 좀 들면 단순히 이야기 재미만 가지고서는 읽지 않는 법이다. 그게 인생 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때읽기가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타겟을 마흔에 읽는이라고 잡은 게 신의 한수다.

인생 살아본 사람들은 저자가 신화를 어떻게 읽고거기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지를 금방 알아채리는 것이다.

 

둘째저자가 신화를 읽고 거기에 덧붙이는 철학의 소재는 니체에게서 빌려온다그것 또한 의미가 있다.

 

니체가 누구인가반란의 철학자 아닌가고분고분한 이야기를 하는 철학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뼈를 때리는 말들이다한마디로 새겨들을 게 많다는 말이다그러니 농익은 신화 풀이에다 더하여 니체로 마무리를 하니더더욱 글이 좋은 것이다.

 

셋째저자가 인용하는 신화의 대부분은 그 출처를 밝히고 있다.

그리스 신화 하면 그 출전이 여러 갈래인데그래서 어떤 책들은 근본을 모르는알 수 없는 그리스 신화가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례도 있어안타까웠다,

그런데 저자는 인용하는 신화에 일일이 그 출처를 밝혀 놓아나중에라도 찾아볼 수 있으니 믿음직하다.

 

예컨대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헤시오도스일과 날, 45, 46,

오비디우스변신 이야기, 55, 65, 66, 67, 82, 98, 107, 115,125,152,185,188,203, 212,227,267,

플루타르코스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34,

이디스 해밀턴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246,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257, 262,

 

그럼 이 책에 등장하는 신영웅들은 누가 있으며그들은 우리에게 인생의 어떤 의미를 알려주려는 것일까저자가 파악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1장 마흔무엇으로 방황을 멈출 것인가 신화라는 해독제

01 무의식 속 욕망을 보라 비너스의 탄생

02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책임져라 _시시포스와 자유

03 절망 끝에서 시작하라 _판도라의 희망

04 진정 가치 있는 것으로 영혼을 춤추게 하라 _미다스와 마음의 눈

05 죽음을 생각하라 _아도니스의 죽음과 삶

06 앞에서 기회가 올 때 단번에 움켜쥐어라 _카이로스와 시간

 

2장 어떻게 인생을 바라볼 것인가 양면의 신화

01 고독의 뒤안길을 걸어 보라 _메두사의 고독

02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_벨레로폰의 굴곡

03 행복은 잠깐 들르는 손님이다 _파에톤과 행복

04 감사의 부메랑을 던져라 _케팔로스와 감사

05 조급하게 서두르지 마라 _오르페우스의 동반자

06 남을 사랑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사랑하라 _나르키소스의 자기애

 

3장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관계의 신화

01 모든 가치 평가에서 벗어나라 _프로크루스테스의 고정 관념

02 나를 비우고 상대에게 스며들어라 _헤르메스의 화술

03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하다 _프로메테우스의 소신

04 고독이 고른 인연에 속지 마라 _페넬로페의 안목

05 다시 사랑을 선언하라 _파리스의 사랑-

06 그저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_프시케의 순정

07 결점까지 끌어안아라 _에코의 포용

 

4장 나를 어디로 이끌어야 하는가 성장의 신화

01 진정 원하는 것을 좇아라 _테세우스의 사명

02 바라는 마음으로 나아가라 _피그말리온의 갈망

03 맺고 싶은 인생의 열매를 찾아라 _아폴론의 자부심

04 달란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_헤파이스토스의 자질

05 꿈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_이카로스의 이상

06 정해진 조건에 굴복하지 마라 _오이디푸스의 대항

 

5장 어떻게 이 삶을 모험할 것인가 용기의 신화

01 내면의 빛을 마주하라 _제우스의 열정

02 도전하는 삶을 살아라 _오디세우스의 담대함

03 고통의 의미를 깨달아라 _세이렌과 역경

04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_페르세우스의 도전

05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라 _이아손의 모험

 

다시이 책은?

 

그리스 신화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스토리로 소비하고 만다그게 대부분 그리스 신화를 읽어내는 방법이다그런 아쉬움이 있는 그리스 신화인데 저자는 그런 아쉬움을 아는 듯그런 독법에서 벗어나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읽어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다시 그리스 신화를 읽어가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그리스 신화가 보일 것이다. 신화를 제대로 읽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제대로 된 신화 독법을 위한 아주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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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 우리의 자화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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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제목이 말하는 반지성주의는 아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나는 이 제목을 듣고 저자가 어느 철학자의 담론에서 가져온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말은 2022년 5월 10일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나온 것이다.

 

2022년 5월 10대통령 취임사에서 등장한다.

국가간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

 

이때부터 반지성주의 공방이 여야에서 벌어졌다.

저자는 여러 가지 논의를 소개한 다음에 다음과 같이 개념 정리를 한다.

 

반지성주의를 이성적합리적 소통을 수용하지 않는 정신 상태나 태도로 정의하면서,

그 대 요소로 신앙적 확신성찰 불능적대적 표현을 제시한다. (33)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앙적 확신은 이미 어떤 사안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정답을 갖고 있는 상태

성찰 불능은 그로 인해 성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소통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상태,

적대적 표현은 자신의 정답을 실천하기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하면서 욕설과 인신공격도 불사하는 공격적 태도를 말한다. (33-34)

 

이어서 저자는 그러한 반지성주의를 유발하는 사회적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한 거시적 환경을 분석하고 난 다음에 저자는 이런 말로 소통을 말한다.

 

반지성주의를 유발하는 거시적 환경은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주제이겠지만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그런 환경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소통의 문제다. (39)

 

이와 관련하여 저자가 덧붙인 개념 요소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반지성주의는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지성의 유무나 정도에 관련된 개념이 아니라 지성의 작동 방식을 가리킨다. (48) 

어떤 사람이 어떤 사안에 대하여 신앙적 확신을 갖고 있고 성찰 불능 상태에 빠져있다 해도 그걸 가리켜 곧장 반지성주의라고 볼 수는 없다적대적 표현등과 같은 부정적 형식으로 표출될 때에 비로소 반지성주의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56)

 

이를 풀어야 할 방편으로 다음 몇 가지 검토를 한다.

 

반지성주의는 인간 세계에 갈등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것이기에제거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다.

 

지성과 감성의 관계 (40)

행동 편향이 지배하는 사회 (43)

가용성 편향의 문제 (47)

확증 편향주의의 문제 (52)

부정적 편향의 문제 (55)

이야기 편향의 문제 (58)

 

전문가들의 문제 하나

 

확증 편향과 관련하여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확증 편향은 결국 '매몰 비용 효과'로 인하여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는 전문가들이 확증 편향의 포로가 되기 쉽다. (53)

 

결이 다른 말이긴 하지만저자가 이미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를 말하면서 전문가의 저주에 대하 언급한 바가 있다.

지식의 저주는 어떤 일이나 주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아예 모르거나 적게 알고 있는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는 데에 무능하기 때문에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전문가들이 그러기 때문에 전문가의 저주라고도 한다. (글쓰기가 뭐라고강준만, 42)

 

반지성주의에 대한 저자의 경고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소통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반지성주의를 살피고 있다.

결국 반지성주의는 편 가르기의 한 방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글 읽어보자최고의 지성인이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저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얼마나 자조 섞인 발언인지?

 

생각해보라자신을 지지해주는 패거리 없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긴 어려운 법이다아니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고 반드시 어느 편에건 속해야만 한다그리고 내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미쳐 돌아가야만 한다그러면서 동시에 반지성주의를 비난해야 한다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묻지 마라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다. (69)

 

저 발언 속에 들어있는 체념그리고 한탄그리고 그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 절절히 읽히지 않는가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고사회이다이런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어쩔!”

 

다시이 책은?

 

거울을 보면 나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 거울이 필요한 것이다내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저자가 이 책의 부제를 <우리의 자화상>이라 붙인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거울 하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하고 반지성주의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음 이어지는 글들을 살펴보자.

 

1장 왜 대중은 반지성주의에 매료되는가?

2장 탁현민이 연출한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

3장 민형배의 위장 탈당은 순교자 정치인가?

4장 왜 윤석열과 김건희는 자주 상식을 초월하는가?

제대로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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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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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줄리엣 희곡집 에세이

 

그동안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가문은 대체 왜 싸우는 것일까?

셰익스피어는 그것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저 두 가문에 속한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단지 로미오와 줄리엣만 만나서 딴 짓을 했지다들 싸운다.

 

그런데 그 후 셰익스피어를 연구한다는 사람들학자들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하는데드디어 한국의 한 작가에 의해 그 내용이 밝혀졌다.

 

그 사연이 바로 이 책 줄리엣과 줄리엣 희곡집 에세이에 나온다,

아주 명백한 일로 판단이 될 정도로극은 살아있고 전후 좌후가 딱 맞아 떨어지는 아주 멋진 추론을 보여주었다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줄리엣과 줄리엣의 9장 어느 무도회 장면에서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 들어보자.

 

아니근데 그 집안 사람들은 왜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래?

예전에 두 집안의 자식들이 서로 사랑을 했대요.

근데 집안 사람들이 반대를 해서둘이 죽었대요.

아이구저런

멀쩡한 젊은 남녀가 사랑을 하겠다는데 왜 반대를 했지?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자식을 죽이고 싶었겠어?

내가 듣기론 그 집안의 두 딸이 사랑을 했대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세상천지에 그런 일이 다 있어?

정말이에요두 집안의 아가씨가 서로 사랑했다니까.

말도 안 돼여자 둘이서사랑을?

(..........)

그 몬태규 집안에 로미오라는 청년이 있지 않았나?

들어본 적 있어.

그럼 그 로미오라는 친구랑 줄리엣이란 처자가 둘이 사랑을 한 거로구만?

그 편이 말이 되지? (138-140)

 

이거다셰익스피어가 미처 이것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를 떠올려보라여성 둘이 사랑을 한다는 게게다가 결혼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만약 한다면 셰익스피어는 목을 걸어야 했을 것이다.

 

지금도 뭐 모르는 학자들이 셰익스피어를 반여성주의자제국주의자반유대주의자라고 욕하고 다니질 않는가그런데 그 때 줄리엣과 줄리엣이 어쩌고 했다면?

 

끔찍한 일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저자 한송희에게 분명 셰익스피어가 현몽했음이 분명하다.

'이제 때가 되었으니 로미오 대신 줄리엣을 올려다오' 라는 현몽.

 

그러고 보니 이런 비슷한 일을 한 작가가 있긴 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쓴 스콧 피츠제랄드다.

 

그는 단편 치프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에서 루크레티아의 능욕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셰익스피어로 추정되는 인물의 자전적 고백이라는 식으로 글을 썼는데그건 잘 못 된 것이다루크레티아의 능욕은 엄연히 역사적인 사실이고그로 인해 고대 로마의 정체(政體)가 바뀌었으니스콧 피츠제랄드는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그 반면에 이 작품은 누가 시비를 걸 여지가 전혀 안 보인다.

로미오가 실제 인물인지 아닌지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고 있는 이 마당에 설령 로미오 대신에 줄리엣을 거기에 넣는다 해도하등 문제가 없다게다가 요즘 퀴어 문화도 한 몫 거들 것이니까.

 

그래서 읽는 내내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오래된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랄까두 집안의 싸움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명쾌하게 밝힌 프리퀄로 말이다그 다음 작품에는 당연히 줄리엣 몬테규의 동생인 로미오 몬테규가 나설 차례가 되겠다줄리엣은당연히 줄리엣 캐플렛의 동생이 있다는 설정이지 뭐.

 

그렇게 해서 로미오와 줄리엣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전후가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캐플렛이 어머니인 것은 어떻게 풀어갈까걱정마시라 당시 이탈리아는 한 개의 나라가 아니라여러 개의 도시국가로 나뉘어서 서로 싸움질을 하고 있던 시대였으니아버지 캐플렛은 나폴리로 원정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정리 끝이다.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도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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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영화 속 지리 인문학 여행 - 영화 속 생생한 장면으로 살펴보는 지리와 세상, 삶의 이야기 십 대를 위한 인문학
성정원 외 지음 / 팜파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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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영화 속 지리 인문학 여행

 

이 책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지리적 배경이 되는 그 장소를 소재로 하여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영화는 다음의 14편이다,

 

모가디슈그린 북,토끼 울타리

인 더 하이츠칠드런 오브 맨염력

라라랜드(LA LA LAND)덩케르크,

12 솔져스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백두산딥워터 호라이즌투모로우

 

거기엔 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다.

 

<모가디슈>


아프리카 나라들은 왜 그리 내전이 많을까?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하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선 때문이다.

유럽 열강들이 만든 국가의 경계 안에 같이 살고 있기는 하지만이들은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부족이었다그래서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이것이 현재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내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15 - 17)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 민족을 강제로 줄을 그어 나눠놓았으니,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고 있는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고통이 그저 남의 일이 아닌 이유이다. 

 

소말리아 해적은 왜 생겼을까?

 

소말리아 정부가 1991년 쿠데타로 인해 국방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소말리아 해안에 불법 어선들이 나타났다처음에는 이들 불법 어선들을 퇴치하는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가 점차 세력이 커지면서 해적이 된 것이다. (21)

 

<그린 북>

 

흑인들을 실어 나를 때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흑인들을 아메리카로 수송할 때배에 실어 보냈는데그 허용 면적이 어느 정도였냐면?

남자는 182cm × 42.6cm 여자는 155cm × 42.6 cm 였다.

요즘 기성복 사이즈 어깨 넓이가 45cm 인 것을 감안하면 흑인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31)

 

소울 푸드 (36)

 

요즘은 소울 푸드의 의미가 넓어져서 고향의 음식영혼의 음식을 부르는 말로 쓰이지만원래는 미국 남부 지방에서 흑인들이 즐겨 먹던 향토 음식을 말한다. (36)

 

왜 프라이드치킨이 흑인의 소울 푸드일까?

 

여기에도 흑인들의 비참한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먹지 않는 닭의 날개와 목을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날개와 목에 있는 뼈까지 쉽게 먹기 위해 이것들을 기름에 바싹 튀겨 먹었으며기름에 튀긴 고열량의 음식은 그들이 노동하는 에너지 원이 되어 주었다. (36)

 

<토끼 울타리>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얼마나 죽었나?

1788년 1월 26영국인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들어오기 전에 약 75만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그런데 영국인들이 가지고 온 전염병과 그들이 행한 학살로 무려 90%의 원주민이 죽음을 당했다. (47)

 

<라라 랜드>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말로 둥지 내몰림이라 한다. (65)

원래의 거주민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현상을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백두산>

 

백두산이 폭발하면 서울은?

 

<백두산영화에서는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니 서울이 쑥대밭이 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전문가에 의하면 그럴 갸능성은 없다고 한다.

지진은 큰 힘을 받은 지층이 끊어지면서 땅이 흔들리는 현상인데그 영향이 미치는 반경은 100km를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160)

 

의미 있는 장면이 있다,

 

<덩케르크>

 

제 2차 세계 대전 초반 프랑스의 덩케르크에 고립되어 있던 영국군의 귀환을 다룬 영화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장면을 고르라면?

 

무사 탈출한 영국 군인중 한 명이 배의 선실에 머물다가 갑판으로 올라간다.

그러자 선원이 위험하니 다시 들어가라 한다.

그때 그 군인은 이렇게 답한다.

절벽이 보고 싶어.”

선원은 군인의 말에 공감하면서 갑판에 올라오는 것을 허락한다.

곧이어 나타나는 게 하얀 절벽도버 해협의 백악 절벽이다.

 

이 장면은 영국군의 귀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데그것은 도버 해협의 백악 절벽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 도버 해협의 하얀 절벽은 높이가 110m에 달하는데이 거대한 하얀색 절벽은 영국에 첫발을 내딛는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영국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다. (122)

 

이 도버 해협의 백악 절벽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도 등장하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12 솔져스>

 

그레이트 게임 :

19세기 유라시아 대륙을 놓고 벌인 영국과 러시아 사이의 패권 경쟁을 말한다. (130)

아프카니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다해서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경로로 굉장히 높은 지정학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영국도 러시아도 이곳을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세력은 이곳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다가듀랜드 라인 조약을 맺어 완충지로 삼았다.

 

이곳에 대하여는 소련의 붕괴될 시점에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를 지냈던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가 쓴 러시아 히스토리에 다음과 같이 언급되고 있다.

 

영국은 러시아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아프카니스탄을 두 차례나 침략했다아프카니스탄은 공식적으로 전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기록되었지만 영국은 아프카니스탄을 설득해 러시아와 거리를 두도록 했다소설가들과 영화 제작자들은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이름 붙은 이 때의 역사를 영웅이 등장하는 낭만적 이야기로 윤색해 돈을 벌었다. (177)

그레이트 게임은 1895년 러시아와 영국이 아프카니스탄의 국경을 두고 합의에 이르며 막을 내렸다. (180)

 

영화 제작자들이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이름 붙은 이 때의 역사를 영웅이 등장하는 낭만적 이야기로 윤색해 돈을 벌었다는 영화의 하나가 바로 <12 솔져스>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VS. <아버지의 깃발>

 

이 두 편의 영화는 같은 배경을 두고 제작된 영화인데, <아버지의 깃발>도 겸하여 보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149)

 

다시이 책은?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영화에 등장하는 지리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소는 다 나름 이유가 있다장소가 달라지면 당연히 스토리가 달라진다.

그러니 영화를 볼 때에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장소그 장소를 잘 알고 봐야 하는데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장소가 등장하는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아니 보고 나서도 그 장소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바로 영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해준다는 데 가치가 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그리고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과 보고 나서도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것.

 

그 차이를 알아야 하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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