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사냥
황인규 지음 / 인디페이퍼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사냥
책 내용은 책사냥꾼의 이야기다. 그걸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책사냥꾼이라 함은 르네상스 시대에 고대 문헌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이 소설의 형식은 액자소설로,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본론인데, 피렌체의 서기장(총리)을 지낸 포조 브라치올라니가 책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조가 중세수도원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하고 그것을 몰래 반출해 온다는 줄거리인에데, <신본주의 시대에 인본주의의 경전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13쪽)
이 작품에서 사실과 허구인 것을 골라내며 읽고 싶었다.
일단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인물을 추려보았다.
요하네스 23세의 파멸,
후스와 히에로니무스의 화형
1378년 이후의 교회 대분열에 종지부를 찍고, 위클리프를 이단으로 몰고 종교개혁가 후스를 화형에 처하여 이단 문제를 해결한 데 의의가 있었다. 또 후스를 돕기 위해 공의회에 온 프라하의 제롬 역시 화형에 처했다. 교황에 대한 공의회의 우월성이 인정되었지만 그 배후에 세속 제후의 힘이 있었으므로 결국 교황권을 약화시키게 되었다.
히에로니무스가 두 명이다.
한 명은 불가타 성경을 번역한 히에로니무스, 역시 영어로는 제롬이라 불린다.
이 제롬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그림에도 등장한다.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른 제롬으로, 프라하의 제롬이다.
여기 묘사된 대로 후스를 도우러 공의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결국 화형에 처해진다.
새로운 교황이 세워진 것.
로마 출신 오도 콜론나가 마르티우스 5세로 새로운 교황이 되었다. (230쪽)
포조 브라치올리니는 실제 인물인데, 이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그의 모험담은 허구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혀놓고 있다.
스티븐 그린블렛의 『1414년, 근대의 탄생』에서 포조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책에서는 포조가 풀다 수도원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했기에, 그러한 추측에 기대어 소설을 썼다.(261쪽)
포조는 나중에 피렌체의 총리(서기장)가 된다.
브루니의 행적을 뒤따른 인물인데,
브루니의 『피렌체 시민사』의 보론을 가필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기록을 통해 15세기 당시의 사회상을 포착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를 남긴 인물 정도로 알려져 있다. (27쪽)
그가 개발한 글씨체, 로만체 (27쪽)
이 책에 거론되는 피렌체의 총리(서기장)는 다음과 같다.
클루치오 살루타티
레오나르도 브루니
카를로 마르수피니
그는 임종 직전까지 『일리아스』를 라틴어로 번역하고 있었다. (233쪽)
페트라르카 (37쪽 외)
인문주의는 신의 질서 속에서 인간을 새롭게 발견한다. (25쪽)
단테의 『신곡』이 피렌체 속어로 쓰여있다. (30쪽)
르네상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근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 사유체계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내 의식의 근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261쪽)
라우텐티누스 발렌시스 (238쪽)
포조는 중세의 모호하고 초월적인 언어 사용을 비판한 인문주의자 라우렌티우스 발렌시스를 에피쿠로스주의자고 매도하는 등 가차없는 비방과 교묘한 술책으로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제게해 나갔다. (27쪽)
라우텐티누스 발렌시스는 콘스탄티누스 기증장이 조작된 문서라고 주장했다.
증서에 기록된 라틴어는 조리가 없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황제의 교서가 이렇게 쓰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238쪽)
이에 대한 포조의 견해는, 물론 소설에 나오는 것이지만,
문헌학적으로나 어원적으로 볼 때 발렌시스의 견해에 동조한다.
기증장은 후대 야만인들이 로마를 침탈해 제국이 무너지고 난 이후에 작성된 것이 아닐까. 쑥대밭이 된 로마를 재건하기 위해 뭔가가 필요한 입장에서 교황청이 작성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발렌시스도 주장했듯이 공화정 시대의 라틴어가 아니라 라틴 세계가 제각각의 공국으로 분열된 시대의 표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명사에서 엄격하게 남성, 여성, 중성을 고집했던 고대 라틴어가 기증장에는 두서없이 표현돼 있다. 이민족의 언어가 침투해서 그런 것이다, (239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책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 책을 소개받는 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스티븐 그린블랫 『1417년, 근대의 탄생』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포조가 1717년 겨울에 어느 수도원에서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의 필사본은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였다. 이 책은 우리가 쾌락을 찬양한 방탕한 철학자로만 알고 있는 에피쿠로스의 제자인 루크레티우스가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상을 시의 형식으로 표현한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에피쿠로스의 사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꽤 다르다.
이 책은 많은 이야기, 흥미로운 사건들, 그리고 귀한 자료들이 담겨 있는, 그야말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히나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당시 시작된 인문주의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