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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평점 :
에피쿠로스 쾌락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말부터 해야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역자 박문재가 쓴 <해제>를 먼저 읽어볼 것!
<해제>는 뒤편 169쪽에 있으니, 일단 이 책을 펴면 앞에서부터 읽을 게 아니라 꼭 <해제>부터 읽어볼 것을 권한다.
해제를 읽지 않고 처음부터 읽는 바람에, 이 책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에는 8개의 글이 들어있는데, 그래서 이 8개의 글이 모두다 에피쿠로스의 저작인 줄 알았는데, 맨 처음 글이 <에피쿠로스의 생애>이어서 당황했다.
아니 에피쿠로스가 자기의 생애에 대해 썼다는 말인가?
그래서 다시 앞으로 와서 <일러두기>에 보니 그 글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글이다.
그렇게 다시 앞으로 왔다가 본문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해서 모든 본문을 마치고 그제서야 역자의 <해제>를 읽게 되었는데, 헤매던 것에 대한 답이 거기에 다 있지 않은가. 그러니 다시 말한다. 이 책을 읽으려면 뒷부분에 있는 <해제>부터 읽기를!
이 책, 에피쿠로스에 관련된 글과 에피쿠로스의 글들이 모두 8편 실려 있는데, 먼저 그 글들을 쓴 이를 살펴보자.
01. 에피쿠로스의 생애 -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02.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 - 에피쿠로스
03.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 - 에피쿠로스
04. 현자론 -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05.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서신 - 에피쿠로스
06. 주요 가르침들 - 에피쿠로스
07. 에피쿠로스 어록
08. 에피쿠로스 저작들의 단편
에피쿠로스가 쓴 글은 다음 4편인데, 이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저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제 10편에 수록되어 있다. (‘일러두기’에서)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 - 에피쿠로스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 -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서신 - 에피쿠로스
주요 가르침들 -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의 생애
그는 기원전 341년 초에 태어나 기원전 270년에 죽었다, 72세였다. (25, 190쪽)
그는 12살에 철학을 시작해, 32살 때 자신의 학교를 세우고 수장이 되었다. (25쪽)
그런데 <해제>에는 ‘그는 14세 때 철학을 접했다고 되어 있다. (190쪽)
그가 철학을 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에피쿠로스는 문법학교 교사들이 헤시오도스의 글에 나오는 카오스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해서 철학에 입문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13쪽)
에피쿠로스는 그의 사상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에피쿠로스의 생애>를 쓴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이렇게 단언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를 이렇게 비난한 자들은 미친 자들이다. (20쪽)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을 배려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것에서 에피쿠로스는 누구보다 뛰어났다는 것을 증언해줄 사람이 차고 넘치고,
그의 조국은 그의 동상을 세워 그를 기렸다.
친구들은 모든 도시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의 제자들은 모두 황홀할 정도로 매혹적인 그의 교리를 끝까지 고수했다. (20쪽)
그는 책을 많이 썼는데, 그가 쓴 책들은 두루마리로 300개 이상이었다,
그의 책들에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 것이 하나도 없으며, 에피쿠로스 자신이 한 말만 들어있다. (32쪽)
에피쿠로스의 쾌락론을 정리해보자.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유일한 목적은 ‘쾌락’이라고 천명하고, 모든 고통과 괴로움의 부재를 최대치의 쾌락으로 보았으므로, 자연학이든 윤리학이든 모든 것은 이 쾌락에 이바지할 때만 ‘선’이 되고, 이 쾌락에 해로우면 ‘악’이 된다. 그는 최고의 쾌락 상태인 아타락시아를 누리는 데는 현세의 삶만으로 충분하므로 내세나 영생을 바랄 필요가 없고, 실제로 인간 영혼과 육체는 모두 물질적인 것이므로 결국은 해체되어 죽음을 맞이하고, 내세나 영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육체적인 쾌락은 고통의 부재이고, 이것은 마음의 평정 상태이자 최고의 쾌락인 아타락시아를 위한 것이다. (194쪽)
다시 말하자면, 그의 쾌락은 보통 말하는 ‘쾌락’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에피쿠로스의 주요한 개념인 쾌락과 고통,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은 느낌이 쾌락과 고통, 이렇게 두 가지라고 한다.
느낌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서 생기는데.
본성에 고유한 것은 쾌락을 낳고, 본성에 이질적인 것은 고통을 낳는다.
쾌락과 고통에 근거해 선택과 회피가 결정된다. (39쪽)
에피쿠로스의 편지글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규범론, 자연학, 윤리학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35쪽)
규범론은 에피쿠로스 철학 체계 전반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의 저작 『규범론』에 담겨있다.
자연학은 자연에 관한 모든 탐구를 다루는 것으로 『자연학』 37 권에 담겨있고, 서신들에 요약된 형태로 담겨있다.
윤리학은 선택과 회피를 다루는 것으로 『인생론』과 『목적론』이라는 책들과 여러 서신에 담겨있다.
위에 기록한 책들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다음 서신들에서 각각 해당 사항을 찾아볼 수 있다.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 - 자연학에 관하여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 - 천체 현상에 관하여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서신 - 인간의 삶에 관하여
이제 그의 생각 중 몇 가지 기록해 둔다.
우주는 물체와 허공이다. 물체들이 존재함은 감각 자체에 의해 어디서든 증명되고, 추론을 통해 불확실한 것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감각에 근거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우리가 허공, 공간, 감각으로 부르는,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물들이 있을 공간도 없고, 우리에게 사물들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움직일 공간도 없을 것이다. (46쪽)
이에 대한 역자의 설명은 이렇다,
물체는 원자들과 원자들의 합성물이고
허공은 비어있는 공간이다, ‘공간’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비어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케노스’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46쪽)
에피쿠로스에게 죽음이란?
에피쿠로스는 죽음에 대해 길게 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역자는 이런 설명을 붙이고 있다.
에피쿠로스가 ‘죽음’에 대하여 이렇게 길게 말하는 이유는 죽음이 인간이 느끼는 모든 두려움 중에서도 가장 큰 두려움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 밖의 다른 많은 악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109쪽)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해져라. 모든 좋고 나쁨은 감각에 있는데, 죽음은 감각의 박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바른 지식은 우리 삶에 무한한 시간을 더해주는 방식이 아닌, 불멸에 대한 갈망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삶의 필멸성조차 즐길 수 있게 한다. (109쪽)
죽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음을 철저하게 아는 사람에게는 사는 것과 관련해서도 두려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에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 아니라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정작 죽음이 닥쳐왔을 때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데도, 그런 죽음을 예상하고서 헛되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든 재앙 중에서 가장 두렵고 떨리는 재앙이지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특히 다음 말은 많이 들어왔던 말인데, 드디어 그 출처를 찾았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죽음은 우리에게 오지 않고, 죽음이 우리에게 왔을 때는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09쪽)
다시, 이 책은
그간 에피쿠로스의 쾌락론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가 말하는 쾌락은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그의 쾌락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지 궁금했었다.
이 책으로 그런 오해, 궁금증이 다 풀렸다.
그의 말들은 아포리즘 형태로 많이 떠돌아다니는데, 이 책으로 그런 말들의 출처를 알게 되고 그 말들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에피쿠로스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에피쿠로스의 ‘쾌락’을 논하는 글들이 많은데, 이제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