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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평점 :
피아노의 시간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다.
우선 피아노에 대한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부가 그것이다. < 피아노의 초기 역사 : 하프시코드에서 피아노까지>
더하여 피아노곡을 무려 100곡 수록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자세하여 거의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연주할 때 참고가 되기도 한다.
해서, 지금까지 읽었던 클래식 관련 책중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일단 수록하고 있는 곡의 수가 많다. 무려 100곡이나 되는데, 한 곡마다 설명하는 것이 만족할만하다. 하나 하나 곡의 흐름을 짚어가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독자에겐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예컨대 이런 부분 읽어보면,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 수 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The Goldberg Variations (Johann Sebastian Bach)
이 곡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져온다.
당시 드레스덴에 주재 러시아 대사인 카이제를링크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 불면증을 고칠 수 있는 곡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이 곡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요한 골드베르크는 당시 카이제를링크 백작을 모시던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는데, 백작이 잠 못 이룰 때마다 하프시코드를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백작은 바흐에게 골드베르크가 자신에게 연주해줄 평온한 곡을 새로 작곡해달라고 부탁해다. 바흐는 곡의 시작과 끝을 ‘아리아’로 열고 닫는 서른 개의 대규모 변주곡을 작곡했다.)
그래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작품 구조는 단순하다.
모든 변주가 선율이 아니라 아리아의 저음역에서 들리는 서른 두 마디의 단순한 화성 진행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31쪽 이하 참조)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M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무소륵스키의 상상적 터치 중 하나는 전시회에서 위풍당당하게 산책하는 자신을 표현한 부분이다. 작품의 시작이나 다른 곡들 사이에 등장하는 <프롬나드>에서는 한 그림에서 다음 그림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무소륵스키는 “내 모습은 간주곡에서 분명히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그는 약간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묘사한 듯 대여섯개의 4분음표로 이루어진 마디들을 무작위로 교차한다.
모소륵스키는 도입부 <프롬나드>의 주제에 ‘러시아 스타일로. 너무 경쾌하지 않게’라고 적었다.
주제는 러시아 민요 <태양에게 경배를>의 느슨한 변주로, 그가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대관식 장면에 사용했던 주제다. 흥미롭게도 베토벤은 같은 민요를 <현악 4중주 e단조>의 스케르초에서 사용했다. 빈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라주모프스키 백작이 베토벤에게 이 러시아 곡조를 사용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248쪽)
그리고 이어진 10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이를 종합해 기록해 본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한글로만 표제를 표기하고 있어, 영어도 보충해 보았다.
00:08 Promenade 프롬나드 1
01:57 1. Gnomus 난쟁이
04:14 Promenade 프롬나드 2
05:20 2. II vecchio castello 옛 성
10:20 Promenade 프롬나드 3
10:50 3. Tuileries 튈르리 궁전
11:53 4. Bydlo 비들로 (소달구지)
14:57 Promenade 프롬나드 4
15:46 5. Ballet des poussins dans leurs coques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
16:58 6. Samuel Goldenberg und Schmuyle
폴란드의 어느 부유한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
19:14 7. Limoges - Le Marche 리모주의 시장
20:26 8. Catacombe : Sepulcrum Romanum 카타콤
22:24 Cum mortise in lingua mortua 죽음의 말로 죽은 자와 대화
24:32 9. La Cabane sur des pates de poule 닭발 위의 오두막집
27:54 10. La grande porte de Kiev 키예프의 대문
(앞부분에 기록된 시간은 연주에서의 경과시간을 나타낸다.)
이렇게 기록하면서 각곡별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감상에 아주 좋다.
또한 이 책에는 QR 코드로 음원도 제공하고 있어, 음악을 들으면서 설명을 들으면 더욱 좋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는데, 라벨의 편곡으로 만들어진 관현악곡 버전이 더 유명하다. 먼저 관현악 버전으로 듣고 다음에 피아노 연주로 본래의 곡을 감상해 보는 방법으로 이 책을 활용했다,
모르는 곡이 많이 있어, 새로운 곡들을 많이 알게 되는 기쁨도 있다.
또한 지금껏 클래식을 감상하면서, 그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예컨대 프레데릭 쇼팽의 경우가 그렇다.
<전주곡 6번 b 단조>는 작은 종소리를 닮은 반복음을 사용한 여러 전주곡 중의 하나로, 이 곡에서는 오른손이 종소리 효과를 내고 왼손은 동경을 담아 노래하는 듯한 선율을 전개한다. (178쪽)
종소리와 관련된 다른 곡은 리스트의 <La Campanella> 가 있다. Little Bell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쇼팽의 전주곡과 리스트의 곡을 비교해가면서 들어보는 것도 좋았다. 종소리를 피아노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음악가에 대한 정리를 해볼 수 있었다.
예컨대 모차르트 같은 경우, 이정도면 모차르트에 대하여 개괄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인지 요구도가 낮은 감상자도 지루하게 만들지 않으며 인지요구도가 높은 청중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다. (75쪽)
사실 이 협주곡들은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훌륭하고 귀에 착 붙지만 흔해 빠지지는 않았어요. 좋은 귀를 가진 감상자라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악절도 있지만 일반 청중 또는 이유도 모른 채 충분히 즐길 수 있지요. (75쪽)
거기에 ‘나’가 등장한다. 바로 이런 사람 ‘일반 청중 또는 이유도 모른 채 충분히 즐길 수 있지요.’ 라고 말하는데 그중에 바로 ‘나’가 있다. 이유도 모른 채 즐긴다. 아, 이게 다르다. 충분히는 아니다. 그래서 그 ‘충분’에 다가가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사족이겠지만, 또 하나 이 책은 클래식의 전반적인 흐름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거시적 차원에서도 미시적 차원에서도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