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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인간이 되다
‘인간이 된다’는 것, 여기서 인간이라 함은 문명 속의 인간을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이 문명 속에서 다른 동물들과 달리 그 모습을 어떻게 갖춰가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의 행태와 그 행태가 어떻게 역사를 진행, 퇴보시켰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하여
최재천 교수는 <추천의 말>에서 이 책을 이렇게 읽기를 권하고 있다.
머리말과 제 1장을 읽은 다음 7-9장을 먼저 읽고, 그 다음 2-6장,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 순서로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이런 순서가 된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대로 목차를 새로 구성해 본다.
머리말
1장 _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7장 _ 코딩 오류
8장 _ 인지 편향
2장 _ 가족
3장 _ 감염병
4장 _ 유행병
5장 _ 인구
6장 _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끝맺는 말
그렇게 읽으면 <인간이 된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코딩 오류>에서 저자가 살펴보고 있는 항목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생물학에서는 유전 부호에 일어난 돌연변이 하나가 단백질의 구성 요소 중 하나를 변화시켜 단백질의 기능을 감소시키거나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296쪽)
그 사례로 저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일어난 돌연변이를 언급한다. (297-312쪽)
그 논의의 결론은, 100년후 러시아에 라스푸틴 사건이 일어나는데, 저자는 만약에 100년전에 빅토리아 여왕에게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었더라면, 러시아의 라스푸틴도 없었을 것이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자녀를 9명 두었고,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고 손주도 40명이었다. 그런데 여왕은 유럽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왕족간 근친 결혼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 조지 5세가 되는 손자는 유럽의 모든 왕가와 혈연관계로 연결되었다. 즉 빅토리아 여왕의 유전자가 유럽의 모든 왕가로 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빅토리아 여왕 후손의 유전자에 돌연변이 때문에 혈우병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결과 위에 말한 것처럼 러시아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 의미있다.
<8장 _ 인지 편향>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아메리카에 도착했음에도 그곳이 인도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콜럼버스의 이런 행태를 확증편향이란 개념을 사용해서 분석한다. (347-349쪽)
그 밖에도 많은 인지 편향을 거론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앵커링 효과 (351쪽)
후광 효과 (351쪽)
편향 맹점 (352쪽)
지식의 저주 (357쪽)
손실회피 편향 (375쪽)
그렇게 7장과 8장, 9장을 읽고 다시 앞으로 와, 2-6장,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을 읽어본다.
2장, 가족에서 이런 사건(?)이 등장한다.
가족의 혈통을 지키기 위한 문제적 행동이 낳은 사건이다.
왕가들의 결혼 형태, 특히 합스부르크 왕가의 불행 (99-107쪽)
다른 왕조와의 결혼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막대한 정치권력의 분산을 막고 제국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하여 합스부르크 가문은 가까운 친척끼리 결혼을 반복했는데, 특히 왕의 계통에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러한 혈족간 결혼은 정치권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근친 결혼은 가족 내에 결함 유전자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카를로스 2세가 죽고나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 유럽 대륙 전체를 집어삼켰다.
결국 근친결혼의 폐해는 한 왕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유럽으로 확대된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류의 역사
인류의 역사는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펼쳐졌다. (385쪽)
우리 인간이 가진 결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문명의 향방을 가른 감염병과 유행병,
전쟁을 일으킨 ‘물질 중독’,
범선 시대에 해상 패권을 결정한 유전자 돌연변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인지 편향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러한 결함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의 기능은?
상호이타성, 우정, 가족 제도,
두발 보행이 가져다 준 진보 :
인간의 지능이 발전되었다. 두개골 용적이 증가한 사실에서 그걸 알 수 있다.
그런 결과 인간이 되어가는데, 그 모습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다음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펼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의 무력한 노예가 아니다. 인류가 이룬 기술 진보는 우리가 자신의 자연적 능력을 높이고 증대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많은 생물학적 약점을 보완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펼친 노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385쪽)
다시. 이 책은?
현재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참으로 수많은 역경을 거쳐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 역경을 거쳐 다다른 현재의 모습은?
일단 긍정적인 모습이 보인다. <끝맺는 말>에서 찾아낸 모습들이다.
인간은 서로 유익한 행동과 관행을 배우고 그것을 개인 간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한다. 문화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인류가 많은 제약을 극복하게 해준 아주 강력한 힘이다. (386쪽)
우리는 문화적 환경에 생물학적으로 더 잘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문명이 탄생한 이래 문화적 변화의 속도는 크게 가속돼왔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수준높은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 모든 혁신을 통해 우리는 자연적 능력을 증대시키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저자는 <끝맺음말>의 뒷부분을 부정적인 현상을 다시 강조하고, 또한 우려 섞인 전망으로 채워놓고 있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 다시 인지 편향을 거론하고 있다. 인지 편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 편향은 우리의 생물학과 우리가 진화해온 과거의 많은 측면과 함께 인류의 역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 미래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394쪽)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쳐놓은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