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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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생신 즈음인 설날이 되면 아버지의 7남매들은 매년 돌아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할아버지의 생신 상을 차렸다. 그중 서울에 살고 있는 큰아버지와 우리 집에서 생신 상을 차리게 되면, 내 또래의 친척들은 신이 나했던 기억이 있다. 소풍 때면 단골로 갔던 롯데월드와 서울에 살았지만 자주 가지 못했던 63빌딩, 청와대 등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곳들을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책을 읽으며 서울의 옛 모습을 접하며 정말 몰랐던 사실을 많이 깨닫게 된다. 덕분에 지금과 달랐던, 또 지금과 많이 닮았던 서울의 과거를 재조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울의 인구 과밀화와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각 부처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상황은 현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서울은 갑자기 늘어난 인구로 인해 집이 부족하고, 급기야 집값이 2개 이상 치솟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은 17세기 후반 전란 후 전염병과 대기근을 겪을 때부터라고 한다. 배를 곪고 사는 백성들은 구휼미라도 받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몰려들었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도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른다. 자연히 인구가 급증한 서울은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고, 특히 종로구 일대는 집값이 1년 안에 2배 이상 오르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부동산 폭등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당연히 서울은 산업화의 붐이 일어나면서부터 인구가 모이기 시작했다는 내 착각은 이 책을 통해 깨진다.


 또 흥미로운 내용 중에 하나는 명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얼마 전까지 회사가 명동에 있었던 터라, 매일매일 마주했던 풍경을 조선시대의 눈으로 보게 되니 흥미로웠다. 당시 명동성당의 첨탑이 높아서 첨탑에서 궁 안의 궁녀들의 모습이 보여서 발을 치기도 했다고 하니, 현재의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그 당시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식사 후 주변을 돌다 기억의 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이 과거 통감관저로 사용되었고 이후 위안부 기억의 터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통해 명동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밖에도 이태원이나 미아리, 동교동, 금호동 등이 서울의 공식 공동묘지였는데, 이태원과 한남동 주변이 택지가 되면서 무연고 묘를 망우리 묘지로 옮기고 그 지역을 주택가로 바꿨다는 이야기,  청계천이 쓰레기와 우물 등 때문에 하수구로 사용되었다는 점, 세종 때 좌의정 벼슬을 받았던 허조는 척추장애인, 선조 때 이조판서를 지냈던 심희수도 하반신 장애인이었다. 지금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데,  차별이 심했을 것 같은 조선시대에 불편한 몸을 가졌어도 능력에 따라 고위 관직에 올랐다는 사실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마주한 조선의 모습은 참 새로웠고, 그동안 나 역시 현재라는 틀 안에서 서울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미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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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부야 노부히로 지음, 양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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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교양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오고 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성경이다. 성경을 인문교양 시리즈로 마주하니 낯설었다. 그동안 만났던 내용들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한 세계의 신화에 관련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성경을 실제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성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스토리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약 27권 신약 39권 총 66권의 성경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스토리(구약은 창세기를, 신약은 예수와 관련된 부분을 다루고 있다.)를 중심으로 다루기에 읽기에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각 장과 연결되는 명화(실제 명화보다는 저자가 그림을 보고 일러스트 한)가 등장하는데, 이 전의 시리즈에서도 그림이나 도표 등을 많이 활용해서 한결 간편하게 정리해 주었기에 이런 점은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작품이기에 성경 전체를 다 만나볼 수는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인문 교양 시리즈로 만나는 만큼 어렵지 않게 성경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이 책은 개신교보다는 가톨릭이 보는 성경을 중심으로 두고 구성하였다. 그렇기에 책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령 개신교에서는 사사기라고 부르는 책을 가톨릭에서는 판관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선지자 에스겔을 에제키엘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꽤 낯설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은 같겠지만 말이다. 


 기독교인임에도 쉽지 않은 구약의 레위기~신명기나 예언서들, 신약의 바울서신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을 좀 쉽게 풀어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긴 했다. 다행히 구약의 경우는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에제키엘)을 각 장으로 다루고 있었고 방대한 성경의 내용을 두 페이지 분량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성경 속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특히 서양의 문화와 문학 등에 성경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마주하고 보니 서양 사회와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명화에 대한 설명들이 별도의 말풍선 등으로 되어 있어서 실제 명화를 찾아보면서 이해도가 높아졌고, 그와 함께 곁들여진 도표나 사진들 덕분에 상식 또한 늘어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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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필사 에디션 (노출 제본)
김지훤 지음, 하꼬방 그림 / 길벗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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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부터 힐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현실에 반대되는 책들이나 단어가 뜬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말대로라면 힐링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서재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자존감"이다. 낮은 자존감은 나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피부로 접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와 짜증으로 때론 불평으로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그 상처 주는 말이 나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상처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들의 자존감까지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왜 나는 나 자신을 오롯이 사랑해 주지 못하는 것일까?의 고민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이 책은 성인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궁금했다. 내가 나라서 정말 좋다는 말이 정말 실존하는 말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 장을 넘기고 보니, 제목만큼이나 뭉클한 한 줄이 나온다. 


**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들이 너를 꼭 안아 줄 거야


 이 두 줄이 낯간지러웠지만, 한편으로 내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리고 내가 담은 따뜻한 말을 내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져서, 저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첫 장부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예쁘다, 자랑스럽다, 소중하다고 이야기해 주는 한 줄 한 줄이 따뜻한 포옹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빛나는 팔레트 같은 삶에 각자의 색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글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도, 살아있는 오늘이 참 소중하다는 말도 가슴에 와서 박힌다. 


 오늘도 나는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남들보다 편하기 위해 참 많은 화를 삭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코앞에서 지하철 두 대를 놓치고 10분을 기다렸던 것도,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나보다 늦게 와서 내 앞을 새치기해서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앉는 사람도, 내 앞의 사람이 일어나서 드디어 앉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자리를 옮겨서 내 자리를 빼앗은 사람도, 옆에 넓은 자리 두고 내 쪽으로 자리를 좁혀서 서있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도, 나를 치고 지나가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던 사람도 너무 미워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들고 있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도 올라왔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대신 소심한 복수로 큰소리로 기침을 한번 했다. 일부러 그 사람 들으라고 말이다. 


 근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 피곤한 일상의 반복이 내 마음의 조금의 여유도 없이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이 책을 마주했으면 조금은 마음이 몽글몽글 해져서 조금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했던 사람에게 무한 짜증을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반성문이 되긴 했지만, 책 안에 담긴 글은 참 쉬웠다. 초등학생을 위해 만든 필사 에디션이기에 그렇겠지만, 그래서 성인이 읽어도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꾸미려고도, 어려운 단어들을 쓰며 잘난 척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그리고 함께 있는 지훤쌤의 조회시간과 그에 대한 짧은 질문들도,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흐린 음영으로 된 부분도 참 좋았다. 아이를 위해 필사 부분은 남겨두고, 나는 따로 필사를 했다. 그리고 가슴에도 몇 개 남겨두었다. 아프고 힘들 때 꺼내보면 좋겠다.


 필사 책이다 보니 책을 펴기 좋게 누드 제본 형태라서 편하다. 책등이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난 형태라서 전에 몇 번 접한 적이 있긴 하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마 아이들은 더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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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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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연은 조합들의 변화무쌍한 놀이입니다.

우리의 뇌는 이 무수한 조합 속에서 구조와 패턴을 찾으며 살아갑니다.

생명체는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혼란스러운 사건들 속에서 패턴을 찾고, 

이를 이용해 방향을 잡고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갑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비슷한 시기의 두 명의 물리학자의 책을 읽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은 지극히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양자역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었고, 또 한 권의 책은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이 없었으면 인문학자나 사회과학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질문하는 책이었다. 물론 두 번째 책이 바로 이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다. 표지에서 물리학자라는 사실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도, 당황했던 것이 시작부터 동양철학을 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서양의 물리학자가 말이다. 


 과학과 문학의 공존에 대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과학자 입장과 문학가 입장이 다르다. 과학자는 극도로 이성적인 판단만을(감정이 결여된) 할 것 같고, 문학가는 감성적인 판단만을(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최재천 교수처럼 과학자지만 과학이 아닌 책들을 쓰는 저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으며 좀 놀라웠고, 한편으로 신선했다. 이렇게 깊이 있는 (과학적이지 않은) 사색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생겼다. 책 표지에 설명된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표현이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자신의 주 과목인 물리학과 양자역학 등의 이야기를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인슈타인이나 가우스,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의 내용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막 하고 온 터라(동시에 읽긴 했다.) 얽힘이라는 제목에 등장한 양자역학 이야기가 무척 반갑기도 했다. 근데, 앞의 책과 달리 이 책은 양자 역학 안에 철학을 듬뿍 담아내서 그런지 또 다른 느낌이 가득했다. 특히 양자 역학 안에 담긴 불확실성의 개념을 색다르게 표현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이 불확실성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확실성과 

같은 종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가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생태계와 기후변화의 문제, 부익부 빈익빈의 차별 문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전반적인 문제뿐 아니라 음악이나 철학, 전쟁과 종교 그리고 과학의 다른 분야(생물학, 지구과학 등)까지 섭렵하는 그의 총체적인 깊이의 바탕에 물리학이 함께 있다는 사실. 물론 물리학자이기 전에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나 또한 그의 글을 읽으며 좀 더 깊이 있는 사색과 질문의 답을 찾으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자연은 조합들의 변화무쌍한 놀이입니다.

우리의 뇌는 이 무수한 조합 속에서 구조와 패턴을 찾으며 살아갑니다.

생명체는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혼란스러운 사건들 속에서 패턴을 찾고,

이를 이용해 방향을 잡고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이 불확실성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확실성과

같은 종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가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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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 프린키피아 2
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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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좋아하는 문과생이다. 근데 갈수록 내가 문과가 맞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2 때까지 수포자가 아니었고, 물리를 제외한 다른 과학은 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물리학 중 양자역학에 관한 책은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5권 이상 읽었을 정도로(내 블로그에 과학이라는 별도의 탭이 생성되어 있다.) 노력을 했다는 사실! 그럼에도 양자역학은 왜 이리 이해가 어려운 것일까? 이 책을 고른 이유도 다분히! "강아지"라는 게 제목에 등장하기 때문이다.(강아지에게 양자역학을 가르칠 정도면 얼마나 쉽게 풀어썼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강아지 에미는 무척 똑똑하고, 사람보다 양자역학을 더 잘 이해할 정도로 편견이 없는 아이다. 그렇기에 주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 아닐까? 그것도 양자역학에 대해서 말이다.


  솔직히 강아지에게 가르칠 정도로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 용어나 흐름을 안다면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입문자나 생초자가 읽기에는 난도가 좀 있다.(양자역학 책을 5권 이상 읽었음에도...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그나마 앞 부분에는 아는 이야기가 등장해서 조금 끄덕여지는 정도.) 에미 처럼 모든 편견을 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책 초반에는 양자를 이해하기 위해 시도해야 할 입자와 파동, 불확정성의 정리,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의 물리학 이론이 등장한다. 이걸 좀 더 이해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강아지 에미와의 상황을 예로 대입시켜 설명한다. 가령 공원을 산책하던 중 만난 다람쥐를 잡기 위해 뛰어가는 에미는 결국 나무 위로 올라가는 다람쥐를 놓치고 만다. 문제는, 에미가 나무에 부딪칠 것을 우려한 주인 물리학 교수(채드 오젤)이 에미의 목줄을 잡아당겼다는 데 있다. 이 일로 에미는 크게 화가 난다. 모든 물체의 입자는 파동성을 가지고 있어서 물체 주변으로 회절이 될 수 있듯이, 자신의 파동이 둘로 나누어 회절하게 되면 다람쥐를 잡을 수 있었는데 주인이 목줄을 잡아당겨서 놓치고 말았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하! 강아지가 파동과 입자를 이해하고, 그에 대해 물리학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이 개념에 앞에서  심도 깊이 나누는 이들의 대화에 차마 낄 수 없었다. 그저... 입자와 파동을 이해하기에 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물러서고 싶다. (어쩌면 내가 너무 커서 실제 이 사실을 목도할 수 없기에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에미의 뼈가 사라진 상황은 불확정성의 정리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에 대한 내용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으로 이끌며 강아지(실제로는 우리를 위한 것이겠지만)와의 일상 대화 속에 물리학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리고 각 장의 이론은 또 다른 가지를 구성하며 다음 장의 이론들로 연결되어 간다. 별개로 읽어도 좋지만, 연결되는 내용을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상당수는 뒤에 장과 연결되며 그 흐름을 가지고 읽는 게 조금이라도 이해도가 높아진다.) 


  솔직히 어렵긴 했지만,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작은 물질의 움직임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그들의 연구가 참 놀라웠다. 또한 세상의 어떤 물체도 에너지가 0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 눈에 정지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어떤 물체도 0인 상태가 될 수 없다는 뜻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왜 중요한 지 솔직히 여전히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내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내 눈에는 멈춰있는 것 같이 보이는 물체도 운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보니 과학을 통해 철학의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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