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주는 역사 이야기
강혜영 지음 / 초록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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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사를 시대에 따라 옳은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윤희순 지사

몇 년 전 잠이 안 와서 켰던 티브이에서 짧은 다큐 식으로 나온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짧지만 내게는 무척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는 익숙한 이름이 아닌 인물들의 삶이 담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광복절 늦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던 게 그곳에서 소개해 줬던 인물들은 독립운동가였지만 무명처럼 낯설었던 이름들 때문이었다. 물론 그날 봤던 인물의 이름들은 다 떠오르지 않았다. 꽤 오래 잊힌 그 프로그램이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 준 책이 바로 이 책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주는 역사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도 위인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훌륭한 일을 했지만 잊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물론 책 안에는 이이나 정조, 신사임당처럼 익숙한 위인들도 있지만 윤희순, 정정화, 장계향처럼 이름조차 낯선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후세 다츠지나 호머 헐버트 처럼 외국인이지만 우리의 독립을 위해 힘을 더해준 인물들도 담겨있고, 역사서나 드라마를 통해 한두 번은 봄직한 귀화 외국인인 김충선, 박연 등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며 살았지만, 누군가는 제 것이 아님에도 마치 제 것인 양 빼앗기에 급급한 삶을 살기도 했다. 이 책을 읽던 중 한 연예인의 기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의 조상이 친일파로 상당한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땅을 가지고 자녀들끼리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였다. 참 씁쓸했다. 이 책에서 만난 정정화, 이승훈, 이회영 같은 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자녀들은 춥고 배고프고 배우지 못한 설움을 가지고 살았지만, 일제에 굴복하여 그들의 비율을 맞췄던 친일파들은 그때 쌓은 부로 여전히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책 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숙주나 한명회처럼 역사의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역사에 두각을 나타낸 각 시대의 왕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자면 독립운동가 정정화라는 인물이었다. 책은 그녀를 임시정부의 안주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자신이 가진 재산은 물론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년 동안 압록강을 6번이나 건너며 독립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대한 제국의 고위 관료였던 김가진의 며느리인 그녀는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 김의한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임시정부를 위해 가지고 간 돈을 모두 내놓고, 모자란 자금을 위해 다시 국내로 들어온다. 물론 그녀가 김가진의 며느리라는 사실이 발각되고 모진 고문을 받지만 끝까지 입을 다문다. 그녀는 임시정부를 꾸려가며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묵묵히 도왔다. 아쉽게도 그녀의 가족들은 현재 뿔뿔이 흩어져있다. 그녀는 대전 현충원에 있지만, 시아버지는 상하이 만국공묘에, 남편은 북한 땅에 묻혔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까? 이 책 안에 담긴 많은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의 상황과 환경이 달랐지만, 동일한 것은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책 안에서 느낀 뭉클한 여운이 마치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처럼 삶의 어둠을 밝혀주는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편한 길을 찾기 보다 내 삶의 순간순간 삶에게 묻고 스스로의 대답을 찾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내 삶의 길도 묵묵히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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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 1일 1상식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앤드류 지음 / 경향BP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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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지대넓얕이라는 제목의 책이 등장했을 때 나 역시 그 열풍에 동참했었다. 당시만 해도 인문학 열풍이 불기 전 상식에 대한 수요가 큰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대체 "상식"의 기준은 어디까지고, 그 범위는 또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했던 책이 바로 지대넓얕이었던 것 같다. 물론 막상 읽고 나니 생각 이상의 깊은 상식(제목과는 다르게)을 논하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기는 했다. 그렇게 지대넓얕 이후로 조금씩 인문학에 대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통은 매체에서 받았는데, 비슷한 줄임말(알쓸신잡, 알쓸범잡, 알쓸별잡)의 방송이 여러 시즌과 주제를 거치면서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상식에 목마르다는 생각을 가진 나와 같은 독자들을 겨냥한 또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문제는 1권이 아닌 2권이었다는 사실...!) 대놓고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 상식이란다. 사실 상식의 기준을 점점 넓히는 이유 중 상당수는 바로 "아는 척", "잘난 척"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나는 그렇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주제의 5분 컷(실제로는 2~3분 컷)으로 매일의 상식과 척의 지수를 채워갈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올 컬러다. 사진도, 그림도, 제목도 컬러다.

5분 대백과 사전이라는 부제처럼 각 내용이 길어야 3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글씨도 그리 작지 않고, 사진도 담겨있어서 실제로는 길어야 3분 컷이라 본다. 당연히 흥미로운 주제가 상당수 있다. 이 중 저자는 굳이 첫 페이지가 아닌 39페이지에 있는 11번의 내용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한다. 왜 인지는 직접 읽어보면서 알아보길 바란다.

주제는 미스터리부터 시작해서 세계의 사건들, 전쟁과 역사, 성과 연애, 술과 음식, 스포츠, 게임. 영화. 음악, 과학과 기술 등 총 10가지의 128개의 잡학 상식이 담겨있다. 제목부터 솔깃한 내용도 상당수다. 예를 들자면 타이태닉호 침몰 14년 전 해당 사건을 예언한 소설가 이야기, 갑옷을 입은 중세 기사들은 어떻게 똥을 쌌을까? 코카콜라로 할 수 있는 것과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었던 엄마의 6가지 잔소리, 티라노사우루스의 입에서 똥내가 났다? 등 다양한 주제 속에서 흥미를 돋우는 상식들이 등장한다. 슬쩍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냥 가십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엄연히 잡학 상식이다. 흥미에 한 스푼 상식을 얹었기에 읽고 나서 재미와 함께 나름의 상식의 영역이 넓어지기도 한다.

실제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도 있다. 가령 클래식 공연 갈 때 알아두면 좋은 꿀팁 6가지나 세계 각국의 응급 번호 같은 경우는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참고로 유럽 쪽의 응급 번호는 대부분 112이고, 아시아 쪽 응급 번호는 119가 많다. 해외여행에서 써먹을 수 있으면 진짜 좋은 상식이고, 뭐 나갈 일 없으면 그래도 잡학 상식이 되는 것이니 뭐 손해 볼 건 없다.

소설의 경우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잡학 상식도 역주행을 하게 될 줄이야...! 1권이 더 재미있는지 아님 2권이 업그레이드 버전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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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
임용한 지음, 손무 원작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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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가 하나가 되려면 집단이 목적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이밍 때문이다.

평소라면 엄두도 안 냈을 손자병법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다분히 이 책 전에 읽었던 만화로 보는 손자병법의 공이 90%다. 나머지 5%는 새해가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 5%는 하드커버라는 점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만화로 읽었기에 우선 흥미로웠고, 손자병법 하면 36계 줄행랑밖에 몰랐던 내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손자병법의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손자병법의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내용은 파악했으니, 조금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을 펼치고 당황했던 것은, 큰 제목 손자병법만 읽고 부제인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을 놓쳤다는 데 있다. 다행이라면, 그래서 얻은 게 또 많다는 점 때문에 후회는 안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손자병법은 기원전 6세기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에서 활약한 손무(손자)가 저술한 병법서다. 총 13편으로 구성된 이 책 안에는 1편 계부터 시작하여 13편 용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법이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기술된 병법서가 과연 현재도 통할까? 과거에 비해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일어난 현대에 말이다. 놀랍게도 통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통해왔고,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 안에 기록된 많은 예시들이 손자병법의 이론을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부제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책 안에는 전 세계에서 그동안의 역사 속에 이루어진 다양한 전쟁들이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뿐 아니라 펠로폰네소스 전쟁,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대왕, 십자군 전쟁과 상브르강 전투, 제1.2차 세계대전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계사 속에 크고 작은 전쟁이 가득 담겨있다. 이 전쟁들은 바로 손자병법의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예시로 사용되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저자의 방대한 지식이었다. 사실 저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작년에 저자가 쓴 임진왜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꽤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보다 더 구체적이고 냉철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돋보였다. 왜 그를 전쟁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방대한 분량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전쟁을 이끄는 리더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예민하고 꼼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90%의 운과 10%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90%에 집중하는 경향에 대해 손자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그 10%의 노력에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자신의 과거의 경험에 집중해서 꼼꼼하게 현재를 평가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진다.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와 다른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10%의 노력을 대충 한다면 당연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를 위해서 뒤에서 전쟁을 판단하고 챙기는 인물들(회사라면 경영지원과 같은 회계 파트, 인사 노무 파트라고 볼 수 있다.)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서 예를 든 인물은 삼국지의 제갈량이었다. 사실 그는 책사라고 하지만 병법에 능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전쟁에 관한 것들(식량, 무기 등의 관리와 같은)을 챙기는 인물이었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장군만 있어도 안되고, 용맹한 군사들만 있어서도 안된다. 전쟁을 준비하는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아우러져야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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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 건망증부터 데자뷔, 가위 눌림까지 뇌과학으로 벗겨 낸 일상의 미스터리
사울 마르티네스 오르타 지음, 강민지 옮김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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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뇌과학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생소했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매체 출현 및 저서들을 통해 과거에 비해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우리 몸에서 뇌가하는 일은 참 많다. 체중의 2~3% 밖에 차지하지 않음에도, 하루 섭취 칼로리에 20% 이상을 뇌가 소비한다고 한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기관이 살아있어도 뇌가 죽는 경우 의사들은 사망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그만큼 뇌는 우리 몸의 모든 영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생명과도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과거에 비해 좀 더 흥미롭고, 이해가 쉽게 뇌과학에 대해 설명한 책들을 시중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책 중에 한 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 고민과 걱정,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던 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제목만 읽어도 "맞아! 나 이런 적 있었어."라고 이야기할 만한 것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가득하다. 가령 무언가를 가지러 방에 들어왔는데, 뭘 가지러 왔는지 떠오르지 않았던 경험이나 뜻도 알고 얼핏 한 음절도 기억이 나는데 떠오르지 않는 단어,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인데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이 사람을 만난 기억이 흐릿한 경우 등처럼 말이다. 특히 나는 데자뷔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다. 분명히 내가 이 상황을 얼마 전에 마주했던 기억이 날 때가 종종 있었다. 진짜 소름 끼치도록 같은 장면을 경험한 것 같은 상황들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뇌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여러 가설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뇌의 여러 부위에 걸친 데이터 수천 개가 동시에 작동하는 결과인데 바로 그 연결고리 중 일부가 갑자기 해체(디커플링 현상) 되면 데자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 때문에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 중에는 우리의 뇌가 넘겨짚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장소나 얼굴을 보고 떠오른 친숙함이라는 속성 때문에 데자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책 안에는 그 밖에도 유체이탈, 가위눌림, 예지몽, 임사체험 등의 미스터리한 경험들에 관해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뇌와 관련이 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또한 MBTI에 첫 번째 등장하는 E와 I. 즉,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에 관한 이야기나 ADHD와 관련된 내용도 만나볼 수 있다.

대부분의 우리의 상황들은 병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간혹 같은 현상이 자주 반복되거나 여러 병증 때문에 그런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웬만한 상황에서는 마음을 놓아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의 뇌도 실수를 할 수 있고, 그 실수는 좀 더 생존에 유리하게 변화하며 과거의 생명과 직결된 행위에 대한 반사작용들이 뇌에 새겨져있기 때문이라고 하니 어느 면에서는 속이 좀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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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 키케로부터 노자까지, 25명의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삶, 나이 듦, 죽음에 관한 이야기
오가와 히토시 지음, 조윤주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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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이 듦이란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인생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과거 인생을 24시간에 비유한 책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책을 읽을 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20대는 해가 뜨기 시작한 6시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으니... 현재 내 나이는 점심시간을 막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책에서는 80세를 생애 주기로 해서 계산을 한 것인데, 요즘은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니, 과거에 비해 시간이 조금 일러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인생의 오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보자면, 점심시간부터 오후라고 볼 수 있긴 하지만, 책 속의 오후는 막 정오를 넘긴 시간보다는 늦은 오후 4시 이후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굳이 계산을 해보자면 100세를 기준으로 오후 4시는 60대 후반을, 80세를 기준으로는 50대 중반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오후의 시간을 맞이한 연령대 뿐 아니라, 오후를 준비하는 연령대 누구라도 함께 읽을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보는 이미지는 어떨까? 노인하면 요즘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노인들의 운전과 사고, 초고령 사회, 노인 빈곤 문제, 태극기 부대 등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노인은 뛰어난 지혜와 연륜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렇기에 문제가 있으면 마을의 노인을 찾아가 방법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많은 게 복잡하고 발전한 시대 속에서 노인들은 과거와는 다른 꼰대로 불리며 사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뒷방 늙은이의 신세가 되었다.

책 안에는 노인하면 자연스레 연결되는 나이 듦, 질병, 인간관계, 인생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5가지의 주된 주제를 가지고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필요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철학자들은 과연 노년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책 안에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나이 듦을 지혜와 경험이 성숙한 때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지혜와 경험을 젊은 시절부터 오랜 삶의 이야기가 쌓여서 이룩된 것이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통해 노인이 되는 삶을 살도록 권면(?) 하기도 한다. 또한 질병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니체는 질병의 좋은 점(?)을 이야기했는데, 질병을 통해 내 삶의 잘못된 습관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각 장의 철학자들의 이야기 안에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자의 말을 좀 더 쉽게 풀어내기에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나이 듦을 탓하지 말자. 병을 탓하지 말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노인도 사랑할 수 있고, 즐겁게 살 수 있다. 또한 노인이라고 위축되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긍정적인 생각이 때론 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마지막을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언젠가 나도 노인이 된다. 그러니 그 삶을 재단하고 부정하지 말자. 대신 내가 보기에 좋지 않아 보였던 행동이나 말이 있었다면 그를 거울삼아 나는 똑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도록 노력하자.

역시 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먼저 살았던 수많은 철학자들의 글을 통해 내 삶의 여정을 그려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괴로울 일도 가슴 뛸 일도 없이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우리의 평탄했던 인생은 갑자기 산길로 모습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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