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1 : 홀로서기 - 1일 10분, 술술 읽히는 이야기 교양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1
박선영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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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리즈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 내돈내산한 첫 번째 책은 한빛비즈에서 나온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다.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년부터 한 권씩 책장 파먹기를 하고 있다. 마치 강의처럼 일주일(월~금) 분량의 주제가 주어진다. 그리고 매주 하나의 주제가 마무리되고 나면, 또 다른 주제가 등장한다. 그렇게 몇 주를 마치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사실 하루에 읽을 분량이 길지는 않아서 정말 퇴근길에 십여 분만 투자하면 오늘의 내용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덕분에 전권을 소장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책이었다. 한빛비즈는 시리즈물이 여러 개 있는데(그중 하나는 앞에서 말한 퇴근길 시리즈고 다른 시리즈는 만화로 배우는 교양 튼 이 있다.) 그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나를 채우는 하루 지식 습관"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활자 중독 수준의 독자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어렵고, 내용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짧은 챕터(2장 분량)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흥미 있고, 다양한 주제를 마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하루 먹을 견과류나 비타민처럼 포장된(?) 오늘의 지식을 섭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퇴근길 인문학 시리즈는 전문분야의 내용들도 담겨있다 보니 조금 어렵거나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은 담고 있는 소챕터 주제 속에 담긴 내용이 무척 신선하다. 그 이유는 주제어 자체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가령 인간, 균형, 편향, 빛처럼 유추가 되는 주제가 아니다. 각 소챕터 안에 철학, 과학, 문화, 사회 등 다양한 주제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어제 읽은 내용과 오늘 읽은 내용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색다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여러 문장들이 눈에 띄었는데, 역시 내게 가장 핸디캡인 자존감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사실 이 문장 전에 있었던 내용 때문에 더 와닿았는데, 부모의 입장에서 내 낮은 자존감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괴롭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상당수 책에서 엄마의 자존감을 이야기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스트레스를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자존감 하나만 높이려고 하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고,

우선 더 넓은 의미에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자. 비교적 정확하게 현실 인식을 하자.

항상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또 자신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이 완벽해지는 것은 불가능해. 멋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너그러운 태도를 갖자.

늘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지금의 자기 모습을 감싸 안으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이것이 건강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p. 79~80

그 밖에도 강추하고 싶은 부분은 14장에 편향이었는데, 짧지만 임팩트 있는 내용이었다. 시작은 "코끼리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바로 "코끼리"를 떠올리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편향성에 대한 이야기가 첫 번째 주제로 등장한다. 두 번째 주제는 믿는 것만 보인다는 사실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일까? 과연 그럴까? 세 번째 주제는 칵테일파티 효과가 등장했는데(이번에 처음 들었다.), 여기서 또 자존감이 뿜뿜 되는 내용이 등장한다. 바로 전지전능한(?) 스마트폰과 인간 중 누가 승자일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요즘 시중에 참 많은데, 우리의 몸은 이미 이런 기능을 태어날 때부터 탑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가득 담겨 있으니 꼭 시간을 내서(하루 10분이라지만, 5분이면 충분하다!!) 오늘의 지식을 채워보자.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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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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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간실격. 몇 년 전에 인간실격을 읽었는데, 덕분에 그의 생애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은 다자이 오사무와 청춘이라는 단어의 공통점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 담겨있다. 참고로 인간실격은 빠졌다. 인간실격 외에는 만난 작품이 없던 터라,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과 청춘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어울릴 자기가 더 궁금했다.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의 주인공은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극복하고자, 때론 좌절하고 포기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각각의 주인공을 통해 펼쳐진다. 우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순수"였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틀에 박혀있거나 변화를 꾀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모습이 덜 보였던 것 같다. 자신의 것이 답인 양 답정너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갈대처럼 주위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생각 등을 마주했을 때 흔들리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아직은 자신만의 것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청춘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는 작품과 "우바스테"라는 작품이었다. 어린 나이에 소위 금수저로 부모로부터 받은 부동산 덕분에 별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고 살고 있는 나는 기노시타 세이센이라는 세입자를 들인다. 그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특이했다. 자유천재류 서예 교수라는 직업이 담긴 명함을 받은 나는 "천재"라는 단어에 설렘을 느낀다. 계약 당시 보증금 오십 엔을 먼저 언급하는 세이센은 이사오는 날 보증금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사를 오고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달랑 오 엔짜리 식당 상품권이 들어있었다. 이에 불쾌감을 느낀 나는 상품권을 돌려주러 세이센의 집으로 가지만 그와 아내는 집에 없었다.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던 나는 세이센과 몇 번 식사 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처음 받았던 명함에 자유천재류 서예 교수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그가 풍기는 뭔가 특별한 모습에 나는 세이센에게 관심을 가진다. 문제는, 그가 이사를 들어온 후 한 번도 월세를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참다 세이센을 찾아간 나는 갈 때마다 바뀌어 있는 아내들과 몸이 멀쩡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세이센에게 의아함을 느낀다. 소설을 쓰겠다고 하지만, 10페이지를 쓰고 접고 있는 모습이나 몸만 들어온다는 아내들이 빌려온 돈으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비싼 담배를 사서 피는 걸 보면서 나 같으면 당장 큰소리를 내거나 쫓아냈을 텐데, 이들 둘은 은근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꿋꿋하게 지낸다. 나 역시 일을 하는 처지가 아니기에, 세이센에게 직업을 구하라고 어깃장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기는 하기도 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기도 해서 뭔가 안타까웠다.

우바스테 역시 앞에서 소개한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시치와 가즈에는 결혼한 지 8년 된 부부로 이 둘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수중에 있는 돈과 가즈에가 겨우 융통한 돈을 합치니 30엔 정도 되었다. 이 돈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둘은 우선 자살에 쓰기 위해 약국을 돌며 수면제를 구입한다. 마지막이니 영화도 보고, 초밥도 먹은 둘은 과거 여행을 했던 곳으로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는다.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당신도 조금을 알잖아.

지푸라기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지.

약간의 무게에도 그 지푸라기가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필사적이었는데 말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p. 184

여관 주인 부부와 인사를 하고 하룻밤을 지낸 둘은 자살을 하기 위한 장소로 떠난다. 사실 기시치는 가즈에가 죽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혹시나 실패할 것을 대비해 기시치는 목에 줄까지 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둘은 잠에 빠진다. 과연 둘의 자살은 성공했을까?

젊은 나이에 애인과 동반자살을 택한 사실을 미리 알고 책을 읽어서일까? 책 속 여러 작품에서 자살에 대한 부분이 등장한다. 봄을 닮은 청춘들의 이야기지만, 푸릇푸릇하고 신선하기보다는 봄날 오후의 아지랑이나 점심 식사 후 노곤한 식곤증이 연상되는 청춘이라는 느낌이 든다. 왠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 청춘들은 우리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 힘겹고, 괴로움의 무거움이 중첩되어 젊음을 있는 그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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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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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아는 언니가 세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출산 관련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특이한 케이스라 서라기보다는, 이 책의 저자처럼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에 관한 기사였기 때문인데 지인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니 참 신기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서 퇴원을 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임신과 출산은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처럼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한 생명을 품고 뱃속에서 고생을 하며 키워서, 세상으로 내 보내는 일은 정말 많은 희생이 따른다. 내 주변에도 뱃속에서 아이가 사산되어서 수술한 친구도 있고, 너무 이른 조산으로 결국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돼서 별이 된 친구도 있다. 아이를 품고 낳는 일은 의학이 발전되어도 여전히 위험하고,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니 태어나서도 예상치 못한 많은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난임도 많고, 결혼 연령도 높아지면서 노산도 많다 보니 과거에 비해 일찍 세상으로 나오는 초미숙아의 이야기들도 많다 보니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아프고 안쓰럽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신생아 중환자실(그동안 많이 들었던 니큐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말하는 걸 이번에 알았다.)에 있는 아이들을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내"아이, "너의"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내가 낳은 내 아이처럼 보살핀다는 뜻인지라 읽는 내내 뭉클했다. 상태가 좋다가도 갑자기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위기를 잘 넘기고 졸업(퇴원이 아닌 졸업이라 칭하고 아이가 퇴원하는 날, 졸업식도 해준다고 한다. 얼마나 뜻깊은 날인가!)을 하게 되면 정말 행복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고마웠다.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담당하던 의료진들 역시 깊이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서로의 감정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혹시나 있었을지 모르는 실수들을 대비해서 더 정확하게 시스템을 갖추어 나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의료진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저자는 아이를 잃고 나면, 누구보다 자책이 심해진다고 한다. 책의 내용 중에는 30시간 가까이를 잠도 못 자고 아이 옆에 붙어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이게 진짜 전문가이자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특히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누구보다 부모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읽어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어느 누구도 고통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적용하고 치료한다는 사실이다. 말 못 하고 표현할 수 없는 아이이기에 더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에게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곳곳에 담겨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암으로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녀에게 의사라는 꿈을 꾸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을 또 겪고 싶지 않아 가족들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한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죽음 앞에서 매번 우는 의사, 하지만 그 죽음에 매몰되지 않고, 그 아픔을 성장으로 변화시키는 의사인 그녀의 모습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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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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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두 거장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실제로는 시대도, 나라도, 분야도 다르지만 두 거장의 작품은 어색하지 않다. 책 한쪽에는 윤동주의 시가, 다른 쪽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놓여있다. 마치 서로의 작품을 보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두 거장의 작품들은 서로를 닮아있다. 물론 출판사에서 읽고 읽으며 적절하게 배치를 했겠지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다시 살아나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우연이라기에는 신기할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삶에도 공통점이 꽤 있어 보인다. 둘 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동주는 20대, 고흐는 30대),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동주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둘 다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당대에는 알려지지 못했다.

우선 동주의 시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겨울에 대한 시가 많다는 것과, 학창 시절 배운 시들(저항시나 비판적 어조의 시)과 달리 유달리 주변인에 대한 시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동시 같은 느낌의 따뜻한 시들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가 많았다. 고흐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봐왔던 익숙한 작품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낯선 작품들도 많았다. 유난히 진하고 선명한 색상(노랑이나 초록, 파란색 같은)의 고흐 식의 그림들도 있지만 스케치 같은 느낌의 검은색만 돋보이는 그림도 꽤 여러 작품 보였다. 그중 시 몇 편과 그림이 와닿아서 옮겨본다.

조개껍질 - 바닷물 소리 듣고 싶어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어온 조개껍데기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p.64

앞에서 말했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 유독 와닿는 시는 조개껍데기라는 시였다. 조개껍데기를 보면서 언니를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짝을 그리워하는 시가 당시 일본에 있던 동주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옛 추억을 담긴 매개물로 등장한 것 같이 느껴졌다.

또 한 작품은 해바라기 얼굴이라는 시였는데, 이때도 직장인의 삶은 참 팍팍하고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해바라기 얼굴에 같이 담긴 고흐의 작품에도 키가 큰 해바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해바라기 한 편에 그림자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저녁 무렵같이 보여서 그런지 그림자 속 인물도, 해바라기도 축 늘어진 모습이다.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 집으로 온다.

p.194

개인적으로 의지를 담아야 읽게 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시와 그림이다. 내가 가장 기피하는 두 분야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끌렸던 것은 동주와 빈센트라는 이름이 주는 큰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서 소장하기에도,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빈센트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그림이 표지 가득 있어서 더욱 좋았다.

두 거장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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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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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

인생에서 마침표는 곤란해

느낌표나 물음표도 불편해

쉼표나 말줄임표 정도가 좋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마침표가

찍히는 게 인생이니까.

p.155

시를 무서워한다. 서술형으로 길게 늘어놓은 글은 이해가 빠른데, 시에는 짧디짧은 단어 사이사이에 왜 이리 많은 의미가 숨겨져있는지, 찾아내는 게 정말 고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매년 새해가 되면 시집 1권 이상 읽기, 미술책 1권 이상 읽기를 세운다. 6월 중순의 끝 무렵에서 드디어 올해의 목표를 이루었다. (이제 해방이다!! ㅎㅎㅎ) 부끄럽지만, 이 유명한 시인의 시집을 처음 읽었다. 기회는 참 많았는데, 시집이라는 데 방점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나태주 시인의 시를 처음 읽는 것은 아닌 게, 그 유명한 풀꽃을 읽었기 때문이다. 짧지만, 이 시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시라면... 내가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긴 했지만 안면을 트는 데 참 오래 걸렸다.

이 시집의 제목은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이다.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시는 찾기가 어렵지 않다. 바로 서시 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등장하기 때문이다. 풀꽃을 읊으면서도 참 따뜻하고 보드랍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안에 들어있는 시의 대부분이 따뜻하고 밝다. 왜 이리 공주에 대한 시가 많은가 싶었는데, 공주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시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나 교사 생활에 대한 시도 중간중간 있었는데, 알고 보니 43년간 교사로 근무하다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하셨다고 한다. 원래 직업 시인이 아니라, 선생님이셨다니...! 풀꽃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사연이 담긴 시였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보자면... 집이라는 곳이 주는 의미, 저자가 느끼는 집에 대한 이미지를 알 수 있었다. 떠나지만 다시 돌아갈 곳. 여기서 집은 고향과도 같은 의미, 돌아갈 목적지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그리워지고, 가고 싶고, 따뜻해지는 곳이 저자는 집이라 말한다. 물론 여기서의 집은 그저 건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리라. 집 안에서 서로 체온을 나누고 함께 추억을 공유할 가족이 있어야 비로소 따뜻하고 돌아가고 싶은 집이 완성될 테니 말이다.

참 여러 편이 가슴에 와닿았는데, 두 편만 소개해 본다. 한편은 시작에서 소개했으니, 남은 한 편을 소개해 본다.

여행

힘겨운 날들

잠시 버리고

떠날 수 있음에 감사

아름다웠던 날들

그 자리에 남기고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

그걸 알게 된

나 자신에게

더욱 감사.

p.138

한 직군에서 43년을 근무하고, 52번째 시집을 낸 80세의 노시인. 마지막 말에서 그 역시 2023년 번아웃을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극복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번아웃을 겪어내며 만들어진 시집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 감사할 줄 알기에,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또 한 권의 시집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올해의 목표를 이루어내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인의 시집을 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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