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 내 아이와 나를 지키는 인간관계 시크릿 노트
강빈맘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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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직장을 다닐 예정인지라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아이가 입학하고 한 달 정도 적응 기간을 가진 후에 취업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해서 지금도 어린이집 엄마들이랑 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은데, 입학을 하고 나면 다른 차원의 관계들 때문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타고난 성격이 두루 잘 지내면 몰라도,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편인데, 내 고민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엄마들 모임에 관한 책이지만, 인간관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받은 상처들을 돌아보고, 내 아이의 관계까지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마들 모임에서의 내 본모습 역시 인간관계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에 금방 수긍되었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들 모임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내 아이와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부터 직장 생활을 했던 나는 사실 큰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 조동 모임을 제외하고는 엄마들과 일면식이 없었다. 그나마 일찍 와서 늦게 가는 아이의 친구 엄마와 어린이집 앞에서 한두 번 인사를 했던 게 전부였다. 그러다 좀 더 큰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고, 둘째를 출산하고 휴직 중이었기에 내 고민은 실제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단지 안에 거주하지 않는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섞이기 쉽지 않았다. 당시 재원생 대부분이 5살 반으로 올라갔고,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 한 명만 새 친구였기에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친밀한 관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있었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다 보니 하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늘 시무룩하게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줘...라는 말을 매일같이 내뱉었다. 고민이 되었다. '내가 엄마들과 친해지면, 우리 아이도 힘들어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놀이터에서 여러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 갑작스러운 성격변화는 쉽지 않았다. 둘째 유모차를 세워두고 엄마들 무리에서 멀찌감히 서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한 엄마가 내게 다가와 줬고, 그렇게 엄마들과 종종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거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거나, 함께 키즈카페를 갈 기회가 생겼다. (물론 그전에 아이는 다행히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어렵지 않게 잘 지내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될 다수의 엄마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엄마들 모임은 필요할까?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가 없다면 그냥 무시해도 될까? 엄마들 모임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참 많다. 소위 끼리끼리 문화 때문이다. 자연히 누군가 도태되거나 은따를 당하기도 한다. 물론 작심하고 그런 경우도 있지만(이게 제일 큰 문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대놓고 벌이는 왕따를 제외하고, 우선 저자는 자신의 인간관계를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왜 엄마들 모임에 꼭 나가거나 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의 내 인간관계는 앞으로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성격이 예민하거나, 타인의 반응에 좌지우지되는 경우, 자존감이 낮은 경우 모임에서 특히 상처를 많이 받는다. 특히 미숙한 착함의 경우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데, 소외감을 줄이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그로 인해 관계 속에서 자신이 준 것 이상의 보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엄마들과의 관계 역시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니라, 양쪽 당사자 간의 균형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휘둘리기 보다, 적당히 내려놓고 거절할 줄 아는 자신만의 중심과 기준이 필요하다. 이는 엄마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상대와 내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좀 더 너그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얘기다.

엄마들과의 관계는 필요하다.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임 자체에 의의를 두고, 모임 속 관계에 목을 멜 필요는 없다. 적당한 선에서의 관계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지지도, 끌려다니지도 말자. 상대도 나도 동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이 건강하게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상대와 내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좀 더 너그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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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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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공자와 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교과서에서도 노자와 함께 노장사상, 무위자연 정도로 밖에는 장자를 다루지 않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지 않으면 장자의 사상에 따른 깊이를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초 장자를 읽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경험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EBS 철학 대기획으로 마련된 강신주의 장자 수업과 결을 같이한다. 방송과 함께 출간되었다. 철학자 강신주는 나에게도 익숙한 사람이다. 나는 그의 책 덕분에 철학의 첫 맛을 경험했고, 그 이후 어렵지만 철학 관련 책을 꾸준히 탐독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강신주는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랬다. 우선 그는 장자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전공인 장자를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1권에는 두 개의 큰 주제 속에 총 24편의 장자 속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대적으로 나는 1부가 좀 더 흥미롭게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장자는 공자와 맹자와는 결을 달리하는 철학의 소유자였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공자와 대척점을 가진 주장을 했다고 해야 할까? 가령 공자는 대인. 높은 자리에 올라 학문으로 백성을 이끄는 위정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비해, 장자의 철학 속 주인공은 소인이라 불리는 육체노동자들이다. 윤편이나 포정 같은, 대인들의 통치를 받는 그들은 삶을 통해 오히려 대인에게 충고와 깨달음을 준다. 장자는 이야기한다. 대인들이 소인들을 다스리고 통치한다고 하지만, 육체노동을 하는 소인들이 없다면 과연 대인들의 삶이 존재할까?라고 말이다.

또한 장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무위자연이다. 강요나 억압 없이 자연 그대로의 삶을 뜻하는 무위자연. 책 속에서 저자는 장자의 사상을 무용의 철학이라고 불렀다. 무용의 철학이 무엇일까? 그리고 이 무용의 철학은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사실 100%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쉽게 풀어내도 이 책은 철학을 논하는 책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같은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다시 풀어진다는 것이다. 무용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바닷새 이야기, 거목 이야기, 바람 이야기, 지리소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바닷새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도, 거목 이야기에서 다시 설명하고, 또 바람 이야기, 지리소 이야기 등을 통해 다시 설명되기에 맥락적 의미 정도만 알고 지나가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여기저기서 곁가지를 뻗어 연결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리소가 가진 긍정의 정신입니다.

또한 장자 수업을 통해 기억해야 할 부분은,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자는 사유재산을 가지고, 국가를 이룩한 사회를 바라보며 쓴소리를 뱉어낸다. 야생마를 가축화 한 것처럼, 인간들 역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다. 채찍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그 후에 당근을 제공하니 인간들은 본래 자신들이 누리던 자유를 잊고, 당근의 맛에 빠져 살게 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2,400년 전 장자가 말한 인간 가축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용은 처음에 우리를 절망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나아가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되니까요.

다시 무용으로 돌아가 보자. 쓸모없음으로 버려진 나무가 거목이 되었듯이, 혐오의 대상이었던 최악의 불구자라고 불렸던 지리소가 사회에 휘둘리지 않았듯이 어쩌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용의 철학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쓸모 있는 사유란 결국 국가나 자본 등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쌀이 나오고 밥이 나오는' 사유, 즉 쓸모 있는 사유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의 사유는, 국가나 자본을 위한 사유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 수행하는 사유여야만 합니다.

장자 하면 떠오르는 두 이야기 중 대붕 이야기는 만날 수 있었지만, 나비 이야기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2권에는 어떤 장자 수업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쓸모 있는 사유란 결국 국가나 자본 등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쌀이 나오고 밥이 나오는‘ 사유, 즉 쓸모 있는 사유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의 사유는, 국가나 자본을 위한 사유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 수행하는 사유여야만 합니다.


무용은 처음에 우리를 절망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나아가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되니까요.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리소가 가진 긍정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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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분파 위험물기능사 필기 - <특별부록: 최신경향 핵심120제>+최근CBT복원모의고사수록+핵심단기완성 2024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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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 기능사의 경우 위험물 안전 관리법 규정에 의해 위험물과 시설물을 점검하고, 일반 작업자의 지시 감독 및 재해 발생 시 응급조치와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과거에 비해 위험물의 종류가 많아지고, 관련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필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자격증 취득을 통해 이직이나 전직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위험물 기능사 자격증은 고무나 금속 제련은 물론이고 인쇄잉크 제조, 화장품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자격증이기에 취득해 놓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위험물 산업기사에 비해 시험 문항도 적고, 공부의 범위(기초화학 및 유무기 화합물 등)가 좁기에 산업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위험물 기능사 필기의 경우 총 2개의 과목(화재예방과 소화방법, 위험물의 화학적 성질 및 취급) 혼합으로 60문항을 1시간 동안 풀게 되는데, 100점 기준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현재는 CBT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지며, 계산이 필요한 문제의 경우 공학계산기가 오른쪽 하단에 있기에 따로 계산기를 지참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참고로 CTB 방식의 경우 답안을 제출하는 즉시 바로 합격 여부가 확인된다.

2024 기분파 위험물 기능사 필기 수험서의 경우 최근 개정 법령을 반영하였고, 기출문제를 통해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6장까지는 위험물 기능사의 각 내용이 이론으로 정리되어 있다. 설명과 내용을 숙지하면서 해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장의 정리가 끝나면 해당 내용에 대한 기출문제가 수록되어 있기에 해당 과목의 내용을 문제를 통해 빠르게 점검할 수 있다.

 

 

 

각 문제의 윗부분에는 해당 문제가 언제 출제되었는지 적혀 있기 때문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의 경우는 꼭 한 번 더 확인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각 챕터의 처음에는 출제 포인트가 서술되어 있다. 각 섹션에서 어떤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지,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공부하면 되는지, 특히 점수를 따야 할 부분은 어디인 지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꼭 읽어보도록 하자.

기분파 수험서의 최대 강점이라면,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등 다양한 문제를 실전처럼 많이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물 기능사의 경우는 각 장의 기출문제뿐 아니라 7장의 상시 복원 모의고사 4회와 3년간 공개 기출문제 총 10회분 그리고 최신 경향 핵심 120제까지 그동안 출제되었고, 출제될 경향이 높은 문제가 엄선되어 있기에 수험생이 실제 시험에 대비해서 문제를 풀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9장에 수록된 최신 경향 핵심 120제의 경우 시험 전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으니, 꼭 풀어보고 시험에 임하길 권장한다. 취업뿐 아니라 이직과 전직에도 꼭 필요한 자격증이니만큼, 수험생 여러분의 합격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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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마음, 떠나는 마음 - 불완전한 우리 삶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
티아 루 지음, 공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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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가? 나는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모험이나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없다.

책에는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카페를 열고 있는 댄과 보트를 몰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는 선장 아키. 댄은 한곳에 뿌리내린 커다란 오크나무 같은 사람으로, 아키는 갈매기처럼 날개를 펼친 채 날아다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렇기에 댄이 자주 하는 말은 "난 여기 있을 테니 언제나 들러."이고, 아키는 "있잖아, 내가 그리로 갈게!"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둘 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여긴다. 하지만 종종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다. 카페를 찾는 다양한 여행객들을 만나고 났을 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진다. 아키 역시 기관실 옆 그의 침실에 누워서 기계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면,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버릴 수 없다. 그리고 외로워진다.

아키도, 댄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열심히 살지만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궁금함과 동경이 있다. 댄은 늘 똑같이 카페로 출근해 청소를 하고, 문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아키는 새로운 곳으로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고 보면 댄의 삶도 머물기만 하는 삶은 아니다. '오늘은 어떤 손님들을 만날까? 그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매일 만나는 동네 사람들도 있지만, 새로운 여행자들이 카페를 찾아오면 댄 역시 그들의 이야기 속 여행지로 떠나게 되니 그렇게 보자면 매일 댄도 떠나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키는 어떨까? 아키는 새로운 곳으로 배를 몰고 가지만,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의 집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마치 머물러 있는 것처럼 포근함을 느낀다. 그렇게 보자면 매일 아키 역시 머무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키와 댄은 어떻게 될까?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짧은 글 밥과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는 참 깊다는 것을 느낀다. 어린이 동화라고 하지만, 오히려 어른에게 더 깊은 여운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키의 눈으로, 댄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마주하면, 내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머무는 삶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나니 같은 듯 다른 매일의 일상에 집중하면 내 삶이 마냥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물러 있지만 떠나는 삶, 떠나고 있지만, 머무는 삶. 우리 모두 그런 이중(?) 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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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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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은 꽤 많은 사람들의 로망일 것이다. 버킷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여럿 있다. 아직은 여러 가지 형편 상 장기간의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인지라, 이렇게나마 타인의 여행기를 통해 간접 여행을 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대학에 재학 중일 당시 봇물 터지듯 해외 배낭여행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배낭여행뿐 아니라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해외에서의 경험을 쌓는 경우도 상당했다. 물론 영어가 확 늘어서 오는 경우가 많진 않지만 적어도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온 친구들은 그만큼의 견문이 넓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실내건축학과에 재학 중이던 저자가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이 아닌 휴학을 선택하고 돈을 모아 200여 일간 세계여행을 한 여행기이다. 군대에서 책을 읽으며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저자. 그 궁금증을 누군가에게 전한다. 훗날 함께 여행을 하게 된 후임 K다. 그렇게 그의 계획은 하나 둘 준비된다. 그리고 K의 전역 일주일 후, 둘은 인천공항에 서있는다. 각자의 여자친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그렇게 둘의 여행은 시작된다. 우선 경비가 넉넉하지 않았기에, 무조건 싼!! 여행을 했던지라 럭셔리하거나, 편한 여행은 아니었다. 계획이 착착 세워졌던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좀 더 긴 시간을 지냈고, 여행을 하며 당일에 숙소를 찾고, 숙소 주변에서 제일 로컬처럼 보이는 저렴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인도의 타지마할, 이집트의 카이로, 그리고 볼리비아였다. 타지마할은 워낙 유명한 여행지였어서 많이 들어봤지만, 저자의 글을 보고 나도 꼭 한번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미마할이 죽은 황후를 그리며 지은 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19년간 함께 살았던 마할의 유언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뿐만 아니라 22년간 건축이 이루어졌고, 건축으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던 차에 아들에 의해 왕은 8년 동안 요새에 유폐되었단다. 사실 샤자한 황제는 타지마할 맞은편의 자신의 묘도 지으려고 했는데, 결국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는 순간 말을 잃게 만들만한 그 아름다움은 사진이나 그림이 아닌 본인의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자꾸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밖에도 이집트 카이로는 저자와 K가 고생을 했던 곳이었는데, 말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던 K 덕분에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사이로 앰뷸런스를 불렀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타 보지 못한 앰뷸런스를 이집트에 가서 타봤다니...! 그래도 K가 큰 부상 없이 여행을 이어갈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당연히 K와의 여행은 마지막까지 함께일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큰 트러블을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피곤함과 성격적 부딪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결국 둘은 베네치아에서 헤어지게 된다. 원래 계획은 혼자 여행이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조금은 흔들렸던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기억은, 그것도 타국에서의 삶은 스스로를 더 약하게 만드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근데, 그게 두렵다고 집에 갈 거야?' 물론 그럴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K가 예언이라도 받은 것처럼 같이 여행 가자고 말하기 전을 떠올려봐. 원래 이 여행은 혼자였어.

너는 여행을 왜 떠나고 싶었어?'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호기심. 그것은 유리알같이 단단한 호기심이었다.

'그럼, 여행을 하면서 너는 무엇을 하려고 했어?'

나는 세상을 내 발로 걷고, 내 눈으로 보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저자는 다시 혼자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또 예정에 없는 동아리 후배 Y가 그의 여정에 동행한다. 그러고 보면 저자는 참 잘 살았나 보다 싶었다. 타인과의 여행은 정말 쉽지 않다. 가족도, 베프도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여행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선뜻 (권유하지도 않았음에도) 여행을 함께 하겠다고 이야긴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텐데... 그런 면에서 저자는 성격이 좋았던 걸로!

볼리비아 대사관은 정말 좀 그랬다. 그놈의 비자 때문에 4일이나 묶여있어야 했다니, 하루하루 체류비용이 나가는 것인데 그런 탁상행정이 그곳에도 있다니 놀랍다. 아니 오히려 외국인에게는 이미지 관리상 더 친절하게 해주지 않나? 덕분에 볼리비아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까?(저자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또 그렇게 느끼겠지...)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말이 저자에게도 통용되었던 것 같다. 때론 이성적인 관심을 이어간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이기에, 그리고 젊었기에 그런 것일 테지만 말이다. 책의 시작과 끝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책의 말미에 그 내용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되는대로, 그럼에도 낭만적인 세계여행기에 저자가 직접 플러스펜으로 그린 그림이 더해져서 더 특별하고 신선했던 것 같다.


‘근데, 그게 두렵다고 집에 갈 거야?‘ 물론 그럴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K가 예언이라도 받은 것처럼 같이 여행 가자고 말하기 전을 떠올려봐. 원래 이 여행은 혼자였어.

너는 여행을 왜 떠나고 싶었어?‘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호기심. 그것은 유리알같이 단단한 호기심이었다.

‘그럼, 여행을 하면서 너는 무엇을 하려고 했어?‘

나는 세상을 내 발로 걷고, 내 눈으로 보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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