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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신병주 교수의 신간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애청자였기에, 역사광 아버지와 함께 본방사수를 하고, 단행본까지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책도 무척 궁금했다. 솔직히 신병주라는 이름에 집중하느라, 이 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친절한 저자는 책의 서두의 이 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니! 제목에 책의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 아닌가!
남편과 나는 둘 다 역사와 책을 좋아했었기에 연애할 때 데이트 장소는 고궁 아니면 도서관이었다. 이런 부모에게서 태어난 큰 아이 역시 역사를 무척 좋아한다. 얼마 전, 추억의 장소(?) 인 경복궁을 다시 갔는데 마침 그 시간에 해설사가 계셨다. 1시간여를 설명을 들으며 경복궁을 돌다가 두 아이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플까 봐 30분여를 남기고 해설 팀에서 이탈을 했는데 큰 아이가 기분이 급 다운되었고 급기야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중해서 너무 재미있게 해설을 듣고 있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 아빠가 가자고 해서 너무 속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얘는 나보다 더 한 역사광이구나! 싶었다. 사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새로운 내용도 상당했다. 이 책 역시 그렇다. 특히 이 책은 직접 역사의 공간을 돌아볼 수 있도록 쓰였기에 실제 저자의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이 생겼다. 자주 갔던 서울의 고궁들뿐 아니라 이런 장소가 아직도 남아있구나! 하는 곳도 상당했다.
아무래도 조선의 수도가 서울이었기 때문에, 역사 유적의 상당수가 서울과 경기도에 많이 배치되어 있긴 하다. 그렇다고 유적지가 서울과 경기도에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들을 위해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와 제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곳곳의 유적들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함께 실제 가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교통편까지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기에 책으로 한 번, 눈으로 한번 두 번의 독서를 한다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한 공간 중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몇몇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사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더 눈이 가긴 했다. 삼전도의 굴욕으로 알려진 인조의 삼배구고두례와 당시 굴욕적인 강화협정 후 청나라의 강요에 의해 세운 비석 삼전도비가 실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것도 석촌호수 근처에 있다고 한다. 사실 이 비석은 굴욕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졌던 터라 없애려고 여러 노력을 했지만 이 또한 반성의 의미를 삼을 수 있기에 정부는 원래 위치 석촌동으로 비석을 옮겨두었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들러서 봐야겠다.
또 하나는 이름도 특이한 홍덕이 밭이다. 설마 홍덕이가 사람 이름일까? 했는데 역시나 사람 이름이었다. 효종 때 나인이었던 홍덕이 병자호란 떼 포로로 심양에 들어갔는데, 김치를 담가서 효종의 집에 드렸다고 한다. 훗날 효종이 왕이 된 후 홍덕 역시 돌아왔는데, 익숙한 김치 맛에 놀란 효종은 김치의 출처를 물었고 바로 심양에 있을 때 먹었던 김치를 담았던 사람이 홍덕이라는 사실을 알고 상을 주려 했지만 홍덕이 사양을 했다. 대신 효종은 낙산 아래 밭 일부를 홍덕에게 주었고, 바로 그 밭이 지금까지 낙산 공원 안에 남아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30년 전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한산도와 충무사, 강릉의 오죽헌, 얼마 전 정약용에 대한 작품을 읽으며 마주했던 형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 등 다양한 역사의 장소들을 책을 통해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