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 꿈은 네 곁에 있어 - 오늘도 행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미키 마우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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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르는 만화들이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단잠을 깨웠던 디즈니 만화 시리즈의 주인공인 미키와 미니. 구피와 도널드 덕을 오랜만에 만났다. 몇 년 전, 곰돌이 푸가 등장한 에세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미키 마우스다.

책 안에는 그 시대의 만화의 한 장면과 만화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다정한 글들이 함께 등장한다. 만화를 보며 추억도 곱씹고, 글을 통해 심심한 위로도 받고... 일석이조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복고나 추억에 대한 것들이 인기를 끈다고 한다.(현재 광풍이 불고 있는 포켓몬스터 빵도 그 여파인 것 같다.) 아마도 당시로 돌아가 진한 추억을 맛볼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어린 시절 설레며 봤던 미키마우스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내게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총 3개의 주제가 책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 책은 베스트셀러였던 미움받을 용기의 아들러 심리학 내용이 상당수 담겨있다. 첫 번째 주제는 미움받을 용기가 주는 변화, 두 번째 주제는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 세 번째는 행복한 인생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속 이야기가 익숙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미움받을 용기를 1.2 전부 읽어서일까?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길어도 2페이지를 채 넘기지 않는다. 만화와 같이 짧은 글이 담겨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감정이나 관계에 대한 글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고 하고 있는데, 한 번씩 곱씹어 보면 좋겠다. 특정한 상황을 위한(사춘기나 결혼 관계 등) 글도 있어서 그런지 현 상황에 처했다면 더 가슴에 깊이 박힐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이타심은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해요"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열정적이지만 이기적인 태도는

타인과의 관계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내게는 은근 열정을 가장한 이기적인 모습이 많았던 것 같다. 대의를 위해,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서 그런지, 이 글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희생에는 나 역시 담겨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하는 사람은 이기적이게 느껴졌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한 줄의 문장이 한 권의 책보다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매일을 버티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면, 오랜만에 미키마우스와 친구들을 통해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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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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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일반 백성 누구든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정보가 독점되지 않는다.'

'또한 어디든 책을 파는 서점이 있어

누구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띠지의 한 줄만 봐도 흥미가 마구 생긴다. 16세기 조선과 21세기 베스트셀러라...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책의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책 속 주인공 선우와 저자가 겹쳐진다. 아마 자신을 모티프로 해서 소설을 쓴 게 아닐까 싶다. 현직 서점 점장이자, 여러 서점의 점장으로 지내온 그라 서점에 생리에 대해 잘 알기에 현재의 책방을 조선시대로 가지고 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서울 종로의 대형서점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선우는 강원도 춘천의 강원 문고 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강원도에 있는 부대들에 책을 납품하기 위해 김연희 대리와 함께 길을 가던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한 둘. 눈을 떠보니 뭔가 이상하다.

한편, 대사간 어득강은 중종에게 사직을 청하고 고향 진주로 낙향을 결심한다. 그에게는 기선과 기남 두 아들이 있는데, 기선은 장원급제해 정 6품 수찬으로 근무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났던 형을 보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기남. 낙향 전 아버지는 기남을 불러 큰 벼슬에 생각이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계속 공부를 해서 조만간 있을 과거시험에 응시해 보기를 조언한다. 아버지의 말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 기남은 외할머니 댁인 춘천으로 가서 공부를 하기로 한다. 용화사에 예불을 드리러 간 외할머니 홍 씨가 다쳤다는 소식에 급하게 길을 나선 기남은 대신 용화사에 들르는데, 선종 스님이 이상한 이야기를 전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도와주라는 말을 듣고 내려오는 중 괴상한 차림새에 두 남녀를 발견한다. 그 둘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는 기남. 그렇게 그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형인 기선이 자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기선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듣게 된 기남은 마음이 어지럽기만 하다. 선우가 건넨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기남은 과거시험으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되자 마키아벨리의 의견을 적어 차석으로 과거에 합격하게 된다. 미래에서 온 연희. 선우와 이야기를 나누다 아버지 역시 서사(서점) 설치에 생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는 기남은 현재 책이 권력자들 손에만 있는 사실에 반감을 느낀다. 본격적인 서사의 설치를 위해 중종에게 의견을 제시하지만, 훈구파 홍성주와 심준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지만 기치로 결국 서사 설치를 하게 된다. 벗인 거상 김태성의 아들 재민, 한성부 판윤 이만희의 아들 유신. 형 기선의 정인이었던 심준의 딸 민주. 그리고 강원 서점의 박선우 점장과 김연희 대리. 그들은 힘을 모아 21세기에서 가지고 온 책을 16세기 조선의 말로 바꾸어 필사하며 조선 책방을 열 준비를 하는데...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던 우리나라가 유독 책에 대해서는 지배층이 독점을 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백성을 위해 한글까지 창제한 세종의 생각과 자신만이 권력을 독점하려는 이기적인 정치꾼들의 현실이 결국 미래의 발전을 막은 것만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상상 속이지만 현대의 서적이 당시 필요한 인물들(우울증을 아는 지아, 삶에 대해 번민을 가진 대장금 등)에게 전해졌을 때 그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장면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흥미롭고 참신했다. 물론 현실은 다르지만...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물론 마음껏 책을 접할 수 있음에도 책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경우도 꽤 되지만 말이다.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만, 역사 그대로 나오지 않은 것은 소설이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기남의 아버지로 등장한 어득강이라는 인물이 서사 설치 상소를 올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 실제 역사와 상상이 적절히 섞여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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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공식 - 상위 1% 억만장자들이 부를 얻는 방법
윌리엄 그린 지음, 방영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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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작은 종잇조각을 사서 부자가 되어야

삶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 실패한 삶이다.

인생이란 약삭빠르게 부를 축적하는 일만으로는 충분히 채울 수 없다."

매년 워런 버핏과의 식사에 대한 경매가 기사화된다. 투자의 귀재라고 할 수 있는 그와의 식사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 걸린다. 길지 않은 시간인데 말이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 큰 금액을 걸고 워런 버핏과 식사 자리를 만들고 싶은 것일까?

돈이 삶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부의 축적은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집을 사는 건 꿈조차 꿀 수 없을 정도의 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돈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지만,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은 건 사실이다. 신분제도가 철폐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분은 과히 돈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과연 돈을 끌어모으는 인물들은 어떤 능력을 가진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소위 상위 1%의 부를 가진 투자의 대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부를 쌓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저자가 만난 인물들은 투자가들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용어들이 상당히 등장한다. 그렇다고 미리 걱정은 금물이다. 생각보다 그들과의 대화는 유쾌했고, 흥미로웠고, 재미있기도 했다. 이론만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자신의 경험담을 펼쳐놓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을 벤치마킹해 투자자로 성과를 거둔 모니시 파브라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책 안에는 8장에 거쳐 8 명의 인터뷰와 그들의 투자 원칙이 담겨있다.

각 장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성실하고 꾸준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뛰어난 정보력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첫 장과 끝장에 등장하는 모니시 파브라이와 찰스 멍거의 이야기였다. 워런 버핏의 투자 성과에 큰 충격을 받은 파브라이는 워런 버핏의 투자를 복제하고자 한다. 그 투자의 원칙 중 하나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투자자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원칙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사람이 가진 욕심 때문이다. 그들은 투자의 원칙을 삶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는 이미 우리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도 있다. 물론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에는 실제적인 이야기가 담긴 것 외에도 투자를 마치 확률 게임처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라면 알아야 할 투자의 지식(복리처럼) 뿐 아니라 투자를 위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나, 지켜야 할 원칙 등을 통해 투자의 법칙들을 만날 수 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는 않다. 그들에게 돈은 성과를 내는 도구이자, 삶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도구이기도 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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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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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부터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그날의 분위기부터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다 보니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을 통해 처음 만난 기억술사라는 직업이 신선하고 색다르다. 손을 얹으면 타인의 머릿속 기억을 볼 수 있다. 선오는 기억술사다. 우연히 알게 된 그의 재능은 결국 그를 므네모스 기억 치료소로 인도한다. 선오를 통해 본 우리의 기억은 커다란 도서관과 같다. 매일매일 기억이 한 권의 책으로 빼곡히 꽂혀있다. 그날의 이야기가 많다면 두꺼운 책으로, 기억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면 동화책처럼 얇은 책으로 만들어진다. 흥미롭고 즐거웠던 기억은 표지도 다채롭지만, 평범하고 흥미 없는 기억은 무채색 표지를 가진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의뢰인 희주. 언제부턴가 희주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어린 시절 쓴 일기를 읽다 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희주. 분명 며칠 전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던 기억인데, 얼마 후 일기장을 읽어보니 너무 낯선 기억이 되어버린다. 병원과 치료소의 도움을 받았지만 점점 기억이 잊힐 뿐 딱히 해결책은 없던 와중에 선오의 므네모스 기억치료소를 알게 된 희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선오를 찾는다. 희주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선오는 엄청나게 큰 도서관 속에 얇디 얇은 무채색 책들이 가득한 희주의 기억 속에서 희주의 기억책을 먹는 이상한 존재를 만나게 된다. 무엇이 먹는 책을 찢어낸 선오는 그 기억 속에 등장한 희주의 친구 은아. 태준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들과 희주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과 연관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은아와 태준을 찾아나서는데...

과연 기억이란 무엇인가? 옛 기억은 현재와 미래에 꼭 필요한 걸까? 책의 주인공인 희주 역시 그에 답을 찾지 못하고 고민한다. 현재의 기억은 또렷하니 그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도 사는 데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희주처럼 기억이 사라지지만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은아의 모습은 어떤가?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면 삶이 과연 행복할까? 때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 조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치 추억이나 경험으로 잘 포장되어(나름의 왜곡을 거쳐) 남아있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기억에 대한 책이었지만, 이상하게 유독 마음이 가는 문장이 있었다. 선오가 은아에게 해주는 이야기였는데...

"억지로 기운 내려고 할 필요도 없고, 자책하지 말란 말도 아니에요.

기운이 없을 땐 푹 쉬는 거고, 자책 도 뭐, 내가 하기 싫다고 안 하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너무 그런 기분 속에 갇혀 지내지 말고 그다음은 '뭘 해볼까'를 생각해 보는 거예요.

...

그냥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그 속에서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어떤 '의미'를 찾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기억이 사라지는데 힘들어하는 은아와 희주에게 들려주는 선오의 이야기는 책의 내용만큼이나 내게 울림이 되었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찾는 것보다 꾸준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결국 내가 갈 길을 만들어 준다는 것. 하루하루 겨우 살아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인지라, 내게 또 다른 용기가 되는 문장이었다.

책 속에서는 선오가 기억을 정리해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머릿속 책들을 잘 정리하고 나면 머리가 한결 맑아진단다. 가끔씩 머리를 씻어내고 싶을 정도로 뒤죽박죽일 때, 내게도 선오와 므네모스 기억 치료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 맑아진 머리가 필요할 때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억지로 기운 내려고 할 필요도 없고, 자책하지 말란 말도 아니에요.

기운이 없을 땐 푹 쉬는 거고, 자책 도 뭐, 내가 하기 싫다고 안 하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너무 그런 기분 속에 갇혀 지내지 말고 그다음은 ‘뭘 해볼까‘를 생각해 보는 거예요.

...

그냥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그 속에서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어떤 ‘의미‘를 찾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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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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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역사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태종도 그중 한 명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태종에 대한 이미지가 딱히 좋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철의 군주의 이미지가 강한 탓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 역시 태종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곡해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태종은 시대를 아우르는 유능한 리더였다.

태종 하면 문 보다는 무에 능한 인물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태종은 고려 말 문과에 급제하고 정 3품 제학에 임명될 정도로 문과 무를 겸비한 인재였다. 그런 태종에게는 5번의 위기가 있었다. 훌륭한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고 했듯이 태종 역시 5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는 소위 빅데이터라고 하는 발 빠른 정보력과 함께 정확한 판단력이 있었기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 그의 판단력은 첫 번째 위기인 위화도회군에서부터 이성계의 낙마로 인한 중상, 이방석이 세자로 책봉되었을 때, 1.2차 왕자의 난 등을 거치며 빛을 발한다.

내게 태종의 이미지의 찬물을 끼얹은 일화 중 하나는 왕비인 원경왕후 민씨의 형제들을 제거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원경왕후는 태종이 왕이 되는데 상당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민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태종의 위기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왕이 된 후 태종은 민씨의 형제 4명을 모두 죽였는데, 마치 토사구팽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태종실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속을 보자니 어느 면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의 저자 역시 왕비 민씨의 형제들의 이야기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개인과 국가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태종은 애써 강조한다. 가족 간의 불목은 이해가 되지만, 불충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어찌 보면 지금의 정치인들 또한 태종과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자연스레 친인척 비리가 달라붙게 마련이니 태종처럼 관계의 선을 잘 그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5장에 등장하는 외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태종은 이미 왕자 시절에 명나라에 사신(볼모 아닌 볼모)으로 갔던 적이 있다. 당시 우리와 명의 관계가 쉽지 않았고, 명에서 왕자를 볼모로 요구했다. 상당한 업적을 세웠지만 세자로 책봉되지 못한 이방원에게 태조 이성계의 부탁은 사실 면목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방원은 아버지의 말을 따라 명 태조 주원장을 만나고,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얻게 된다. 후에 태종은 3대 황제 영락제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물론 사대교린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태종은 악화일로의 관계를 편안하고 우호적인 관계로 만드는 데 상당한 외교력을 발휘했다.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태종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다. 태종이 있었기에 세종이 훌륭한 군주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만약 태종이 아니었다면 조선의 기틀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었을까? 우리는 늘 뛰어난 지도자에 목말라한다. 책 떼지의 말처럼 "뛰어난 지도자가 나오면 온 나라가 복받는다."라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뛰어난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라서 태종의 리더십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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