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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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고양이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6권에 걸친 바스테트와의 이별이다. 물론 나만 서운할 듯하다. 바스테트는 워낙 도도한 암고양이니 말이다. 쥐들에 의해 어려움을 겪던 와중, 제3의 눈을 장착한 폴이 어렵게 연락을 취해온다. 과연 폴을 믿을 수 있는 것일까? 폴은 양쪽에서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었다. 103인의 부족장들 역시 폴을 믿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토론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바스테트는 폴을 믿기로 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바스테트는 프랑스 쥐 왕 티무르와 미국 쥐 왕 알 카포네 사이의 이간질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물론 폴의 처분을 놓고 이미 둘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말이다. 폴 뿐 아니라 바스테트의 처분을 놓고도 둘은 달랐다. 결국 티무르는 알 카포네를 살해하고 모든 쥐의 황제로 등극한다. 폴에 의해 전해진 소식에는 티무르가 뉴욕 프리덤 타워 지하에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연구 중이며, 박쥐의 배설물에서 얻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티무르 역시 머리에 USB 단자가 달려있으니 말이다.) 결국 바스테트와 티무르는 협상대로 나서게 된다. 다행히 티무르는 바스테트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바스테트는 현재 프리덤 타워에 있는 인간, 고양이, 개의 이주권을 요구한다. 하지만 티무르는 고양이와 개는 살려둘 수 있지만, 인간은 살려둘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에 의해 그동안 자연과 생물이 수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이다. 자신 역시 실험실에서 인간에 의해 큰 고통을 당했기에 인간은 지구 전체를 위해서도 박멸해야 할 존재라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한다. 집사들을 구하려는 바스테트의 설득에 티무르는 20분 동안 바스테트가 물속에서 견디면(과거 인간들이 쥐 티무르에게 했던 실험 내용이다.) 프리덤 타워의 입주민 모두를 이주시키겠다고 이야기한다. 평소 물에 들어가는 것을 끔찍이 싫었던 바스테트지만, 결국 인간 집사들을 살리기 위해 물에 들어간다.

티무르의 요구사항은 바스테트가 목에 걸고 있는 ESRAE를 티무르에게 넘기는 것, 바스테트가 타고 온 드론을 넘기는 것이었고 바스테트는 티무르의 요구대로 행동한다.(물론 ESRAE에는 로망 박사에 의해 30일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서버가 다 죽는다는 큰 그림이 담겨있었다.) 결국 프리덤 타워에 머물던 무리는 오르세 대학교가 있는 보스턴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로봇 고양이로 요새를 세우고 있는 그곳에서는 자급자족의 어려움이 없었다. 티무르의 말대로 인간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그곳에서만 살 수 있게 한다는 계획과 배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핵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강경파 그랜트 장군과 요새 속에서 나가지 말고 살자는 마크 레이버트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인간들에 의해 벌어진 지구상의 이야기는 씁쓸했다. 특히 쥐인 티무르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함께 담겨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담긴 이야기를 보니 당장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졌을 때,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만 긴 시기를 두고 보자면 인간이 사라지는 게 생태계에 이익이 된다는 내용을 읽으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그 와중에 인간이 남긴 플라스틱이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걸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인간이다. 인간이 벌인 일들로 인해 겪게 되는 자업자득인 것이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통찰력과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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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봄 :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원주희 지음 / 마카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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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일까? 예의를 중시하고, 남녀 간의 거리 두기가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조선시대. 물론 이 책은 실제 역사가 아닌 작가에 의해 창작된 역사긴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 장면부터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라는 말 그대로 남편을 살해하는 보명공주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가 남편을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 속에는 심심찮게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현대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잔혹하기 그지없다. 그 안에 시대상이 녹아있다.

왕의 여동생이자 남편을 먼저 보낸 과부인 보명은 화양궁을 짓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공주는 중전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왕의 여동생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그녀의 아방궁인 화양궁에서는 희락회라는 이름으로 폐쇄적인 연회가 벌어진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보명에 의해 초대된 일부 사람들만 벌이는 연회 안에는 시대와 달리 자유연애와 향락이 서슴없이 벌어진다.

왕의 배다른 동생인 수안군 자윤은 어린 시절부터 보명과 가깝게 지낸다. 사실 후궁의 아들인 수안군과 왕비의 딸인 보명은 아버지는 같지만, 일명 레벨이 다르다. 보명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는 철저히 냉정한 사람이 된다. 그런 자윤의 다른 별명은 바로 절륜미남. 엄청난 미남에다 풀기 힘든 미제 사건을 셜록 홈스처럼 해결한다. 물론 모든 사건을 다 맡지는 않는다. 구미에 당기는 사건. 그중에서도 살인사건을 본인이 선택해서 맞는다. 사건에 쓰인 흉기는 사건을 해결한 다음에 수집하는데, 이로 인해 별 괴의한 소문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가까이하지 않는 세 가지가 있는데, 권력과 돈 그리고 여자다.

조선의 거부의 딸이자 박물전 단미의 주인인 장소봉. 뛰어난 감각으로 현재 조선 최고의 박물전을 운영하고 있다. 꽃분과 연재와 동업을 하고 있는데, 소봉 역시 과부다. 결혼하는 날, 낙마사고로 신랑이 사망한다. 생과부 신세인 소봉은 춘화와 추리, 연애소설 마니아다. 자신의 신세가 답답해서, 연애를 하고 싶지만 그놈의 과부 신세가 발목을 잡는다. 그런 소봉이 자신의 vip 고객인 보명의 명에 화양궁에 다니러 갔다가 보명의 이복 오빠인 전륜미남사건해결기의 주인공 자윤을 만나게 된다. 보명은 소봉에게 넌지시 자윤을 꼬셔서 연애를 해보라고 바람을 넣는데...

중전의 오빠인 직제학 송준길이 처참히 살해된다. 궁으로 날아든 투서에는 보명을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다. 왕은 사건을 자윤에게 맡긴다. 자윤 역시 보명이 연관된 사건이지만, 보명이 던진 미끼인 정화록을 보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사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만만치 않은 사건임에도, 특유의 촉과 감으로 사건을 훑어보기 시작하는 자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왜 범인은 송준길을 살해한 것일까? 보명을 범인으로 한 투서는 누가 보낸 것일까?

조선시대임에도 현재보다 더 절절한 연애 이야기도, 잔혹한 살인의 냄새도 남겨있다. 아니, 그럴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시대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더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당찬 소봉과 츤데레 냄새를 풍기는 천재 탐정 자윤. 그리고 베일에 싸인 보명. 이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드라마로 제작돼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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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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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별세하신 이어령 교수의 한국인 이야기의 마지막 시리즈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다. 역시 이번에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이어령 교수의 한국인 이야기를 다 읽었는데, 이번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왠지 연관이 없는 듯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한국인과 AI는 다른 시리즈만큼이나 연결되었다.

사실 현직에서 은퇴를 하자마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세돌 바둑 기사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를 한 상황에서 이 교수의 논평을 싣고자 하는 기자의 전화였다. 팔순의 노 학자에게 왜 기자는 전화를 했을까? 이미 이 교수가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알파고와 스마트폰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AI 이야기의 시작이 바둑대결이었기에 책 속에는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에 대한 이야기들도 한 주제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 만났던 디지로그로 이 책의 문을 닫는다.

전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고개고개 이어진다. 꼬부랑 고개는 한국인 이야기 도입부터 만날 수 있었기에, 세 번째 만나는 이야기는 이제는 친숙하다. 끊어질 것 같지만 끊어지지 않는 고개처럼 책 속에 담긴 이야기도 그렇게 서술된다. 어느 하나 생떼를 부리거나, 억지로 이은 느낌이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마치 옛이야기를 만나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가령 알파고에서 코끼리로 이어지는 내용은 이렇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보기 전에 우리에게 알파고는 아주 낯선 이름이었다. 그와의 대결로 모두가 아는 이름이 되어 버린 알파고. 마치 태어나서 처음 코끼리를 본 조선시대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조선 세종 때 우리나라에 소개된 코끼리와의 일과는 그런 식으로 등장한다. 책 속의 주제들 역시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다.

한국인 이어령은 우리 문화에 대한 마음이 깊다. 책의 고개마다 그런 분위기가 가득하다. 아마 그랬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7장부터는 AI 하면 떠오르는 구글, 인터페이스 등의 좀 더 AI가 가미된 과학적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다. 아니 젊은이들도 힘든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그리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혀를 내 둘렀다. 역시 시대의 지성, 대 학자는 아무나 될 수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옛 기억을 찾는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로그. 내가 이어령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것도 교과서에 실렸던 디지로그를 통해서였다. 당시는 왜 이리 어렵고 따분한지... 물론 성인이 되고 읽어보니 또 다른 맛이었다.(당시는 지극히 시험을 위한 교과서여서 그랬나 보다.) 디지로그는 또 "엇비슷"과 "되다"라는 말과 연결이 된다. 되다는 단군 신화와 연결되어 다시 한국인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사람다워지는 것의 의미를 소통과 사랑이라고 본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살아가는 것. 공생으로 연결시킨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는 AI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단지 기계로 치부하고, 인간과 단절시켜 생각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한국인과 AI.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AI 시대를 통찰하는 눈과 지식을 겸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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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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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라... 책을 읽는 내내 내 옛 모습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으로 보낸 기간이 있었다. 원래 방콕을 좋아하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자신감이 없었고 굳이 약속 없이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를 못 찾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낯설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다 보니 편하기는 했지만, 집 밖이 두렵기도 했다. 그랬기에 책 속에 등장하는 유미와 주원의 이야기가 와닿았던 것 같다.

주원은 베프라고 할 수 있는 친구 재성을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뉴스 속에 등장한 친구의 사진을 보는 순간 재성의 삶이 사라지듯, 주원의 삶도 은둔의 삶으로 빠져들었다. 학교 어디에도 주원은 마음을 붙일 수 없었다. 그렇게 주원은 자퇴를 하고, 누나 부부를 설득해 얻은 방 안으로 스스로를 가둔다.

유미는 원래 부모님과 한 섬에 살았다. 약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섬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외지인이었지만, 부모님 덕분에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었다.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서 부모님을 조른 날이었다. 혼자 울 장소가 필요했던 유미는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근데 유미가 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된다. 마법처럼 운동장이 놀이공원으로 바뀐 것이다. 하루에 한 번. 유미는 원하는 장소를 떠올리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공간을 바꾸는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미의 능력은 곧 친구들을 넘어 어른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유미를 찾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난다. 언제부턴가 유미는 마법을 자신이 아닌, 타인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미 역시 행복해진다. 하지만, 그날. 그 사고로 유미의 삶은 바뀌었다. 교통사고로 유미만 산 것이다. 유미가 마법을 써서 부모님이 죽었다는 소문은 처음에는 뜬 소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진실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마을을 떠나며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주원과 유미는 은둔형 외톨이들의 모임에서 만났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유들을 가지고 있었다. 용기를 내 모임에 참여하게 된 주원과 유미. 주원은 재성의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유미는 할머니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고, 그들이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도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그들의 용기는 또 다른 시작이 되는데...

익숙한 무언가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론 엄청난 노력과 결심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익숙하게 해 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 일 수 있다.

주원과 유미 두 동갑내기의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용기에 대해서, 나와 다르다고 쉽게 색안경을 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마법 이야기가 담겨있음에도 강렬하기 보다 은은한 향이 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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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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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끄럽기에 제목에 이렇게 강조가 되어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는 제목이다. 열면 오르골 소리가 나면서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예쁜 보석함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물론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르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다. 두 아이 모두 오르골 모빌을 달아줬던지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몇 달 동안 오르골 자장가를 들었다. 동생에게 선물 받은 초점책도 오르골 음악이었고...

개인적으로 오르골로 연주된 음악이 좋다는 생각보다는 거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 같은 음악만 계속 들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오르골 가게라면 오르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충분히 만족스럽겠다는 생각 또한 해봤다.

책 속에는 총 7편의 오르골 가게와 얽힌 사연이 들어있다. 우연히 보게 되고 들어가게 된 그곳에서 그들은 참 따스한 경험들을 한다. 아마 대부분의 이야기가 가족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북쪽 마을 골목 안에 있는 오르골 가게는 보기에는 그리 다르지 않지만, 보통의 가게와 다른 점이 있다. 손님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서 자신만의 오르골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마음속의 음악을 듣고 곡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문 제작이지만, 기성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7편의 사연 중 가장 마음에 들어온 이야기는 첫 번째 등장한 돌아가는 길이라는 작품과 고향이라는 작품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유토와 엄마 미사키의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쳐도 엄마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자책의 수위는 높아질 것 같다. 나 역시 유토처럼 귀가 안 들리는 조카가 있다. 수술을 통해 인공와우를 달았고, 재활을 거치면서 조금씩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유토 역시 난청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제 3살인 유토는 1년 전 선천성 난청 진단을 받았고, 4살이 되기 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빗살 부품이 움직이는 것으로 음이 보인다는 말에 미사키는 유토에게 오르골을 만들어 주기로 한다. 문제는, 유토가 음악을 고를 수 없다는 데 있다. 유토를 대신해 음악을 고르려는 미사키에게 점원은 유토의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를 듣고 결정하겠다는 말을 한다. 유토와 잠깐 시간을 보내는 점원. 갑자기 노트에 악보를 적기 시작한다. 일주일 후, 미사키는 전화로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가게를 지나치려고 하는데 유토는 그런 미사키를 가게로 이끈다. 그리고 완성된 오르골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 순간, 미사키는 놀라고 마는데...

늘 아픈 손가락인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엄마는 아이가 늘 안타깝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소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면 하는 마음은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연들은 아픈 상처이기도 하고,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고, 때론 굳이 곱씹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간의 마법 때문일까, 아니면 음악이 주는 치유 때문일까? 신비한 마법을 맛본 것처럼 그들의 마음은 가게를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사뭇 다르다.

때론 한마디 말보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진심을 담은 노래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 또한 같은 것 아닐까? 오늘은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음악들이 담긴 오르골 가게를 방문해 보자!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소중한 추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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