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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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할러 코벤의 장편소설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제목이 무척 강렬하다. 무슨 뜻일까? 누구의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제목을 발견하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한 줄이 책을 끝까지 잡게 만드는 힘이 있을 줄이야... 역시 강렬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많이 좋아했던 데이비드 벡과 엘리자베스 파커. 12살에 처음으로 샤르메인호수에서 엘리자베스와 첫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25살이 된 그들은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매년 키스 기념일마다 호수가 나무에 한 줄씩 자국을 낸다. 13번째 자국이 나던 날. 벡은 엘리자베스를 잃는다. 그날도 같이 그들은 호수에 갔다. 인적이 드물고 어둡기만 한 호수. 키스를 나눈 그들은 달빛에 의지하여 같이 수영을 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비명을 들은 벡은 호숫가를 향해 있는 힘껏 수영을 한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둔기에 맞아 그대로 호수로 추락한다.

8년이 지났다. 벡은 빈민가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된다. 여전히 그리운 아내. 그러던 중 그에게 한 통의 메일이 온다. 그 메일은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E.P+ D.B///////////////////// 라는 제목의 이 메일에는 키스타임에 열어볼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6시 15분 첫 키스를 나눴던 그 시간. 영상이 보이고 한 여성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녀다. 아내인 엘리자베스다. 8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그녀의 얼굴은 그만큼의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미안해"라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8년 전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버지이자 형사였던 호이트 파커가 신원을 확인했다. 그녀의 볼에 남긴 K자는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 연쇄살인범 엘로이 켈러턴(킬로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그렇게 그녀는 살해된 걸로 사건은 종결된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두 구의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같이 발견된 야구방망이에서 B형 남자의 혈흔이 검출된다. 다시 사건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당시 사건의 담당자였던 로웰 보안관이 찾아온다. 그리고 FBI. 이 사건의 용의자는 킬로이가 아니라 남편인 벡이라고 추정하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여러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로 달려든다. 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시점에서 엘리자베스로 보이는 여성의 동영상이 담긴 메일이 벡에게 도착한 것일까? 그녀는 정말 살해된 것이 아닐까? 벡은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자기 발로 물에서 나와서 신고를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했던 엘리자베스의 온몸 곳곳에 든 멍 사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버지의 자동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추리소설들을 읽게 될 때마다 종종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밝혀지면서 진짜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실체는 단순하지가 않다. 추악하고, 악랄하고, 비도덕적이다. 가진 자의 횡포이고,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들의 탐욕이 담겨있다. 당하는 사람은 늘 약자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도 그리 다르지 않다.

단,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풀지 말자. 반전의 반전 또 반전을 거듭할 테니 말이다. 또 하나의 팁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도 말자.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사건을 풀어내는 열쇠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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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해류 -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최재천 감수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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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땅거북을 절멸시키더니 이번에는 야생화한 염소까지 박멸한다.

우리 인간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책의 표지를 봤을 때, 고민이 좀 되었다. 진화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는 탓이다. 더불어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도... 책 가득 진화론이 옳다! 옳을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표지를 넘기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항해도가 등장한다.(반 접혀있으니 잘 봐야 한다.) 찰스 다윈이 탔던 비글호의 항로와 책의 저자인 신이치가 탄 마벨호의 항로가 다른 색으로 담겨있다. 최대한 다윈의 경로를 좇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물론 다윈이 다녀갔던 모든 섬을 다녀온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참고로 갈라파고스 제도는 책에 등장한 이사벨라 섬을 비롯한 총 19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으며 에콰도르령이다.)

이 책은 생물학자의 저서가 맞지만, 지극히 딱딱하고 학문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여행 에세이 아니 기행문에 가깝다고 할까? 우선 들어가는 말(서문)만 책의 1/4이다. (저자가 상당히 수다스러운가?!) 처음 보는 저자임에도, 마치 옆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적 느낌! 음성인식이 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왜 하필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어린 시절부터의 로망이자 꿈이었다는 이야기가 서문 가득 펼쳐져 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단어는 피시스(physis)다. 그리스어로 본래의 자연을 뜻하는 이 단어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도 속속 등장한다. (예를 들면 화장실과 배변 같은 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갈라파고스제도를 가게 된 계기와 그 일을 이루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서문 가득 담겨있다. 찰스 다윈과 그와 함께한(사실은 그가 곁다리로 낀 거지만) 비글호 이야기도 상당수 담겨있다. 원래 여왕의 군함인 비글호는 군사 주둔지를 물색하기 위해 출발한 배였다. 선장과 안면이 있었던 젊은 학자인 다윈은 우연히 여정에 합류하게 되었다. 당시 다윈은 진화론의 1도 머릿속에 없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종을 보고 놀라게 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너무 다른 생물종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남기지 못했던 것이 그의 가장 큰 한이라 할 수 있다. 다윈은 훗날 다시 갈라파고스 제도로 조사를 떠나게 된다. 장황한 이야기 후에 궁금한 게 있다. 현재는 코로나 상황이라는 것이다. 뱃길이건, 하늘길이건 다 막혀있는 상황인데 저자는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간발의 차로 저자는 2020년 3월 아직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기 전에 갈라파고스 제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조금만 늦어졌어도, 입도 자체가 불가했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3 가량의 이야기를 지나야 드디어 섬에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장 오래된 화산섬인(일명 노인섬) 플로레아나섬을 시작으로 이사벨라 섬, 산티아고 섬이 등장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그중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정말 수명만큼이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사람과 오래 같이 지내지 않아서 그런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만난 동물들 중 상당수는 사람을 피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사자의 경우 장난을 거는 듯한 행동(오리발 물어뜯기 등)을 하거나 저자 가까이까지 왔다가 날렵하게 수영해 가기도 하고, 사람이 있건 말건 갈라파고스 땅거북 역시 먹이를 찾아 어슬렁 어슬렁 느리게 기어 온다.(제 갈 길 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그렇다. 사람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땅거북들은 이렇게 쉽게 인간의 먹이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장기간 항해를 하는 뱃사람들에게 땅거북은 귀중한 단백질원이었다.

건조함을 잘 견디고 기아에도 강한 땅거북들은 배의 갑판 혹은 선창에 던져두면

물이나 먹이를 주지 않아도 1년 가까이 산다.

필요할 때 죽여서 등딱지를 벗겨내면 신선한 고기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알맞은 식량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만족을 모른다. 식량이 필요하니 살기 위해 땅거북을 사냥할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한 생물이 절멸할 정도로 욕심을 부리는 데 있다. 당장 오늘 필요한 만큼이 아닌 잡을 수 있는 데까지 무분별하게 잡는다. 결국 땅거북은 절멸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개체 수를 보호하고, 인공부화 및 여러 가지 노력 끝에 겨우 소수를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자연의 어느 것 하나도 소지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 벌금뿐 아니라 구속이 되기도 한다. 다시 한번 인간의 욕심과 무지를 느끼게 되었다.

다양한 생명들의 보고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시작과 다른 묵직함이 책을 읽는 내내 들어온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이었지만, 쓸쓸함이 더 큰 이유는 인간의 관여가 생물을 어떤 지경에 이르게 되는 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저 인간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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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햄릿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영열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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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한 권인 햄릿. 이름은 익숙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물론 한번 시도를 해본 적은 있다.(길쭉한 민** 버전으로) 한 장 넘기고, 희곡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몇 장 넘기고 덮어버렸다. 희곡식의 대사가 눈에 안 들어오기도 했지만, 도대체 말투나 내용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로 희곡으로 된 책에는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지레 겁먹는다고 해야 할까?

사실 이 책 역시 희곡식으로 되어있다. 햄릿은 방법이 없는 걸까? 무조건 희곡으로 밖에는?ㅠ 사실 제목 위로 "읽기 쉽게 풀어쓴"이라는 부제가 있었기 때문에 도전한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희곡으로 구성된 첫 장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읽기 쉽게 풀어쓴"이라는 단어를 믿어보기로 했다.

 

 

 

첫 장에는 등장인물의 이름과 관계가 도표 형식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을 정리해 주는 책을 선호한다. 특히 외국 저서의 경우 읽다 보면 이름이 헷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도표로 돌아와 이름을 확인하면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 5막으로 구성된 햄릿의 주된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햄릿이다. 그는 덴마크 왕자인데, 선대 왕이었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삼촌인 클로디어스가 왕이 된다. 문제는, 그가 햄릿의 어머니이자 형수인 거트루드를 왕비로 맞이했다는 데 있다. 왕의 근위대들 사이에서는 요즘 괴소문이 돌고 있는데, 밤마다 유령이 나온다는 것이다. 근데, 그 유령이 햄릿의 아버지인 선대 왕을 닮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친구인 호리이쇼는 근위대들과 유령의 정체를 목격한 후, 햄릿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다. 늦은 밤까지 기다렸다가 유령을 마주한 햄릿은, 선왕의 유령으로부터 자신이 동생인 클로디어스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날 이후 햄릿은 유령이 전한 이야기가 사실인 지 알아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햄릿은 오필리아라는 여인을 사랑한다. 그녀는 왕의 책사이자 신하인 플로니어스의 딸이다. 그녀에게 편지를 건네는 햄릿. 선왕의 독살 사실에 마음이 어려운 햄릿의 모습을 보고 플로니어스는 자신의 딸에 대한 상사병을 앓는 거라 착각을 하게 되고 햄릿의 마음을 떠보고자 클로디어스왕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여 자리를 마련한다.

한편, 햄릿은 선왕의 독살이 사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악단을 찾아 실제와 비슷한 이야기를 올리기로 결심하고, 악극을 공연한다. 자신이 벌인 일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극을 본 클로디어스는 급하게 자리를 뜨게 된다. 햄릿은 유령의 말이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고, 왕을 죽이려다 오해로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플로니어스를 살해하게 되는데...

참 많은 출판사와 번역본의 햄릿이 있는데, 이 책의 특별한 점을 꼽자면 시카고 플랜 시리즈라는 이름에 있다.

 

 

여기에 좋은 글귀를 넣어주세요
페이지 : 시카고 플랜이란?

이름 없는 사립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을 명문 학교의 반열에 오르게 한 ‘시카고 플랜(Chicago Plan)’.

1929년 시카고 대학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호킨스?(Robert Maynard Hutchins)가 추진한 ‘시카고 플랜’은 그가 잘 알고 있던 ‘존 스튜어트 밀’식의 독서법을 따른 것으로 ‘철학 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 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책 표지 중

 

 

 

 

 

전에 봤던 책이 어마어마한 주석을 자랑했던 데 비해, 이 책에는 주석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물론 주석이나 해제 등의 글이 없기에 꼼꼼하게 배경지식이나 그 밖에 자료들을 알기 원하는 독자에게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을 지도 모르겠지만, 햄릿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방해 없이(?) 책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마음에 꼭 드는 번역본이 될 듯싶다. 물론 고어체나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최대한 배제되어 있기에 이해의 폭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을 번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술술 읽히는 책을 만드는 것이었단다. 그런 면에서 옮긴이의 의도가 십분 발휘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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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어른들을 위한 화학 이야기 - 엄마 과학자 윤정인의 생활 밀착 화학 탐구서
윤정인 지음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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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졌다. 아이를 낳고 샴푸나 폼클렌징 등의 세정제에 유해 성분이 들어있다는 기사에 한동안 패닉 상태가 된 적이 있다. 서둘러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 뒷면에 깨알같이 적혀있는 성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안심을 하기도 했고, 양가의 제품들을 다 조사해서 쓰지 말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생활이 편리해지면 질수록 우리 주변에 왜 이리 유해한 성분들이 많은 건지... 또 그 성분들은 하나같이 헷갈리고 복잡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구별이 쉽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엄마이자 화학자인 저자의 책은 말 그대로 생활밀착형 도서다. 한번 즈음 고민하고,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어찌 이렇게 조목조목 적혀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큰 아이에 비해 기초체온이 높은 둘째 때문에 몇 통씩 상비하고 있는 해열제에 대한 이야기나 불소 성분이 있는 치약 때문에 고민이었던 때가 얼마 전 인지라 책 속 이야기들이 참 찰떡이었다.

특히 슬라임 관련 이야기는 정말 궁금했었는데,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고 할까? 뒤늦게 슬라임 맛을 알아서 슬라임 노래를 불렀던 큰 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한참 슬라임이 유행이었을 때 슬라임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슬라임을 사러 갔던 마트의 진열대에는 슬라임이 싹 빠져있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유해 성분 때문에 갖다 놓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물풀과 렌즈 세정액, 용기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DIY 제품을 만들도록 재료를 갖다 놓은 것이다. 결국 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정말 많은 종류의 슬라임 만드는 법이 있었다. 몇 개의 자료를 본 후에 슬라임을 만들어줬다. 물론 기본 재료만 넣다 보니 한번 가지고 놀고 나면 상태가 안 좋아져서 버려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만들어 쓰는 제품은 과연 유해성이 없을까? 저자는 글쎄...라고 이야기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들의 경우 석 분량을 지키기도 하고, 특히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는 KC 마크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렁설렁 대충 만드는 DIY 제품 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슬라임을 만드는 데 제일 문제가 되는 성분은 붕사다. 이에 대한 대체재로 렌즈 세정액과 베이킹소다가 있는데, 이 둘 모두 염기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약한 아이 피부에 닿으면 좋지 않다. 그렇기에 DIY로 만들 때도 염기성 재료가 필요할 때는 장갑을 끼고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기왕이면 아이랑 가지고 노는 시간을 정하고 오래 보관하지 않는 방법을 쓰라고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방부제나 계면활성제, 손소독제와 구리 필름, 코팅 프라이팬 등 정말 궁금하고 실제적인 이야기가 가득하기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낀 점은 무분별한 카더라에 현혹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뉴스의 내용을 검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저자와 같은 전문가들의 책이 반가운 이유도 그런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에 밀착되는 책들이 자주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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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공간의 힘
이민 지음 / 라온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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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온몸으로 겪은 경험이 일정 '치'를 이루면 그것은 지식이 되고,

유사한 상황을 만났을 때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간이나 건축 쪽에는 관심이 1도 없었다. 우연히 읽게 된 모 교수의 책을 통해 공간과 건축의 의미 덕분에 나와는 동떨어진 것 같았던 분야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 후로 한 번씩 찾아보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공간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다. 교육자임에도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늘 고민을 하는 그녀는 책을 통해 공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누누이 이야기한다. 부모에게 좋은 공간, 부모가 좋아하는 공간이 아닌 아이가 느끼고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코로나라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견학은 미래로 미뤄두고 있었다. 혹시나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는데, 저자의 책을 읽으며 당장 이번 주말에라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가 느끼는 공간과 아이가 느끼는 공간은 다르다. 관심사나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할지는 해당 장소와 공간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는 미술 관련 만화를 참 좋아해서 그런지, 미술관에 여러 번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얼마 전에는, 친구로부터 들은 곤충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주말마다 노래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집에서 몇 달간 자연과 곤충에 대한 주제로 계속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스스로 이야기하는 곳도 있지만, 부모가 그런 곳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그에 선행해 관련 장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부모가 관련 장소와 공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새로운 시야로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연의 공간을 많이 활용하도록 권유한다. 그에 대한 예로 세계의 글로벌 기업 메타(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와 아마존 등의 사옥에 대한 이야기한다. 층고가 높고, 사방이 뚫려있고, 자연 친화적일수록 사람은 상상력이 커진다고 한다. 한참 상상력이 자라는 아이들이기에 갇힌 공간보다는 사방이 뚫려있고, 오감을 통해 느끼고 볼 수 있는 곳으로의 여행 역시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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