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 이야기 -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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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참사로부터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바로 유류품을 모아둔 사진이었다.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지만, 밟히고 눌린 자국이 선명한 신발들과 핸드폰, 이어폰들... 주인을 잃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유류품을 며칠까지 어디에 모아두겠다는 기사였다. 소중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지녔던 그 물건들은 과연 주인을 찾아갔을까?

이 책의 저자는 30년 넘게 재난수습 전문가로 현재 재난수습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9.11테러, 아이티 대지진 등 세계적으로 참혹했던 자리에서 그는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책 속에는 그가 수습했던 수많은 안타까움과 아픔 그리고 슬픔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는 그 상황들을 지켜보며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는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담았다.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사망한 사람의 존엄을 챙기는 것인 동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라는 것 말이다. 그가 몸담았던 현장들의 경우 재난 수준으로 참혹했기에 수습을 할만한 장비나 장소가 협소했다. 특히 테러가 난 후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곳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가까운 장소이다. 시신의 상태 역시 입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 무너지고 깔린 더미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가족도 쉽지 않을 듯싶다. 온전하지 않은 유해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그는 참 무던히 애를 쓴다. 때론 현지 상황을 모르는 관계자들에 의해 막 다루어지거나, 빠른 일 처리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행하는 행동들을 마주할 때 그는 자신의 의견을 내뱉는다. 적어도 그렇게 스러져간 그 사람 역시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리고 그의 죽음을 마주할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덜 받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티 대지진 때의 이야기였다. 십수 년 전에 아이티를 방문해서 그때도 시신을 수습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35초라는 짧은 시간 동만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시신을 수습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다 무너져있었기 때문이다. 매장할 여유도, 시간도, 돈도 없었던 현지인들은 구덩이에 시신을 던져 넣는 걸로 장례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타 국적을 가진, 나라의 힘이 있었던, 자국민들의 희생을 살폈던 나라들은 그와 같은 재난 수습 전문가를 불러서 자국민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수습했던 5살의 코피제이드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같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수습을 하는 지는 확연히 달랐다. 죽음에도 등급이 있을까? 죽음에도 가치가 다른 것일까? 죽음조차 불평등 한 것일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안좋았다. 5살 아이는 소위 선진국 국민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큰 기계가 동원되고 시신을 끝까지 찾아냈지만, 대부분의 아이티 주민들은 구덩이에 한꺼번에 시신을 던져넣고 수습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아이티 뿐 아니라 남아시아 쓰나미 참사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다수의 죽음현장을 수습할 때면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 책의 제목인 유류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그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럴경우, 수습된 유류품이 죽음을 인정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이 지니고 있던 물건으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얻기도 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의 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죽음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죽음은 정해진 시간에 온다. 같은 전쟁과 참사의 현장에 있어도 죽음을 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죽음의 깊이와 불평등, 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아 주고 회복의 여정까지...그들은 세상을 떠났기에, 이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지만 남겨진 물건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남겨진 사람들은 다시금 회복을 이루어낼 수 있다. 묵직하고 어두운 이야기였지만, 저자의 손을 통해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를 다시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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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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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죽음이 있다. 그중 호상이라 부르는 죽음이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인의 죽음을 일컫는 말인데, 들을 때마다 고개가 갸웃거린다. 세상에 좋은 혹은 즐거운 죽음이 있을까? 아무리 나이 든 노인의 죽음이라도 죽음은 늘 아쉽고 슬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쇼어 햄 시뷰 코트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실버타운이 많다. 시뷰 코트 21호에 사는 90세의 노인 페기 스미스가 사망한다.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의 페기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노환에 의한 죽음이라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오직 한 사람! 그녀를 돌보았던 27세의 우크라이나 출신의 간병인 나탈카 콜리스니크만 그녀의 죽음을 의아했다. 수영을 즐기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 보다 계단을 사용하는 것을 즐겼던 활력 넘치는 90세 노인이 오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아무런 징조가 없었던 그녀가 저녁에 방문했을 때 의자에 누운 채로 숨져있었다. 물론 나탈카가 페기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페기의 책상에서 발견된 명함 때문이었다. M. 스미스라는 이름과 함께 살인 컨설턴트라 적혀 있는 명함. 그뿐이 아니다. 페기의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살인범죄 추리소설들에 상당수에는 페기에게 감사 인사 및 헌정의 문구들이 들어있었다. 나탈카는 경찰을 찾는다. 그녀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타살일 것 같은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빈더 카우어 경사는 그런 나탈카의 의심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망자의 나이가 너무 많았기에 그리 의미를 두지 않았다.

페기의 유일한 친구인 80살의 에드윈은 페기의 죽음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동성애자이자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했던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페기였기 때문이다. 수도사 출신의 시뷰 코트에서 오두막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베네딕트 콜 역시 그렇다. 나탈카로 부터 페기의 죽음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베네딕트와 에드윈. 에드윈은 페기의 집에서 가져온 덱스 챌로너의 책에서 이상한 글이 쓰여있는 엽서를 발견한다. 결국 그들은 아들 나이절 스미스가 페기의 유품을 다 처분하기 전에 페기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페기의 집에 들어가 책을 훑어보던 중, 권총을 든 괴한이 침입해 책 한 권을 가지고 사라진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하빈더는 그녀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눈치채고 수사를 진행한다. 페기의 친구였던 에드윈과 베네딕트, 나탈카도 역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페기의 죽음의 의문을 캐기 시작하던 중, 유명 작가이자 페기에게 헌정하는 글을 많이 남겼던 덱스 챌로너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페기의 친구들은 작가의 사망이 페기의 죽음과 관련되었음을 알고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수도사 출신 베네딕트와 동성애자인 에드윈과 인도 출신 부모님을 둔 이민 2세 하빈더. 우크라니아인 나탈카의 조합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전혀 섞일 수 없는 그들이 페기의 죽음으로 인해 한 팀이 된다. 넷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등장한다. 과연 페기는 정말 살인 컨설턴트였을까? 그녀의 죽음과 그 이후 그녀에게 헌사를 남긴 작가들의 죽음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추리소설이니 범인을 유추하고 찾아 나서는 것도 흥미로울 듯싶다. 물론 추리소설답게 반전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들의 여정에 같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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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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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문제에 관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전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차가해는 물론이고, 가해자의 잘못보다 피해자의 탓을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비단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대만 소설가의 책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속에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니 말이다.

변호사 판옌중은 얼마 전 고위 공직자인 친구 추전샹에게 부탁을 하나 받는다. 아들 추궈성의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추궈성은 청소년인 나나와 성관계를 맺었고, 그로 인해 나나의 엄마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거액의 합의금을 통해 일을 마무리했지만, 추궈성은 불만이 가득하다. 나나라는 아이를 통해 들은 바로는 나나의 엄마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추궈성의 이야기를 들은 판옌중은 철없는 친구 아들의 말에 혀를 내두른다. 그날, 아내 우신핑이 사라진다. 우신핑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사실 판옌중은 과거 재벌의 딸인 옌아이써와 결혼하여 딸 판쑹뤼를 낳았다. 하지만 그녀의 사치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진흙탕 싸움 끝에 그녀와 이혼을 한다. 판쑹뤼의 학원 선생인 우신핑과 사귀게 된 판옌중. 부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하나뿐인 오빠와는 연락을 하고 살지 않는 그녀는 결혼식을 원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아이를 낳지도 않겠다는 의중을 옌중에게 건넨다. 물론 옌중은 그녀의 반응이 반가웠다. 그렇게 두 번째 결혼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우신핑이 사라진 것이다. 우신핑이 다니는 학원에 간 판옌중은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그녀가 매달 병원 진료를 이유로 연차를 쓰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얼마 전 엄마가 찾아왔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그동안 그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 너무 다른 이야기에 옌중은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 시작한다. 전처와의 이혼 중 폭행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던 터라 경찰의 신고하는 것 조차 고민스러운 옌중. 신핑의 엄마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지만, 신핑에 대해 악의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신핑과 옌중의 결혼 사실조차 모르는 그녀는 오히려 돈을 요구하는데...

직업이 변호사인지라 옌중은 신핑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아간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면서 신핑을 둘러싼 각종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자신의 아들보다 꿀리는 며느리가 늘 탐탁지 않은 옌중의 엄마 리펑팅을 비롯하여 변호사 남편을 가진 신핑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신핑 부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며 그녀의 불행에 흥미를 느끼는 젠만팅을 포함하여 책 속에 어느 누구도 상처 입은 피해자를 향해 마음을 쓰지 않는다.

옌중이 발견한 신핑의 이야기 안에는 성폭행에 대한 과거가 담겨있다. 오드리, 즈싱과 신핑은 절친이었는데, 그들 사이에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신핑은 과거 친구인 쑹화이안의 오빠 쑹화이구로 부터 강간을 당했고,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만 오히려 모든 화살은 신핑을 향하게 된다. 신핑이 쑹화이구를 좋아했었고, 그녀의 몸가짐이 정숙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은 쑹화이구의 집안을 망쳤다는 이유로 신핑을 비난하고, 신핑은 누구에게도 위로는커녕 상처만 받는다. 친구인 오드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성폭행 한 코치가 지역 유지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꽃뱀과 성폭행범. 도대체 이 이중잣대 중 어느 것이 진실일까? 왜 사람들은 사건 그 자체의 진실이 아닌, 다양한 선입견과 관점, 자신의 생각들을 통해 진실을 가려버리는 것일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실을 가지고 상처 입은 피해자에게 이중 삼중의 가해를 하는 것일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피해자에게 마치 피해를 당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발언들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는 피해자고, 가해자는 가해자다. 가해자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 그 또한 범죄고, 가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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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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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다는 속담이 있다. 솔직함이 자신의 브랜드라고 늘 외치는 한 인플루언서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나 역시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서평을 위한 인스타여서 개인의 일상을 담기보다는, 지극히 서평만 올리고 있지만... 일상이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서평 몇 개만 읽어도 나란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될 듯싶다. 아무래도 책에 대한 감상을 쓰다 보면 내 경험이나 생각들이 자연스레 같이 섞이기 때문이다. 한두 다리만 건너도 요즘 개인 정보(가족관계나 연령대, 관심사 등)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쓴 글들 안에 그런 개인의 정보들이 노출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에미 잭슨과 댄 부부 역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자의든, 타이든 그녀를 찾아낼 수 있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내는 걸 보면 무서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만 팔로워를 가진 파워 블로거이자 인플루언서인 에미 잭슨은 육아 인플루언서다. 4살 된 딸 코코와 태어난 지 8주 된 아들 베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인 그녀. 원래 패션잡지 에디터였던 그녀는 임신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다. 아이를 낳은 후 그녀는 일상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한다. 멋있게 꾸민 완벽한 일상이 아닌, 다크서클 가득하고 어질러져 있는 집안과 울며 떼쓰는 아이들이 있는 평범한 일상을 말이다. 어느 순간 마마 베어라는 그녀의 닉네임은 브랜드가 된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그녀의 글에 달린 댓글과 DM에 열심히 답을 해주는 그녀. 하지만 그 모든 일상은 조작되고 꾸며진 일상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그녀의 남편이자 소설가인 남편 댄 뿐이다. 하지만 현재 삶을 이루어가는 모든 자금이 에미에게서 나오기에, 그 사실을 함구하고 있을 뿐이다. 하나 둘 일상을 공유하다 인플루언서가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녀는 인플루언서를 염두에 두고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팔로워가 백만 명인 그녀를 통한 광고효과 역시 어마어마하다. 가령 어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그녀는 밑밥을 깐다. 그 제품이 필요하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인스타에 노출시킨다. 갑자기 믹서기가 고장 났는데, 빌려주실 분 계시나요? 혹은 좋은 제품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리면 그날 오후에 다양한 종류의 믹서기가 집 앞에 도착하는 식이다.

그런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는 팔로워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씩 에미의 일상을 침투해간다. 에미가 사는 곳을 알아내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사진 유리창에 반사되어 찍힌 펍의 이름을 확인하면 되니 말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에미와 댄 그리고 범인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등장해서 더욱 몰입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가 주된 소재로 사용되어서 그런지, 더 실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인지라, 에미에게 환호하고 공감하는 엄마들의 사연과 왜 그들이 에미의 글에 집착과 좋아요를 함께 보내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찌 보면 에미와 에이전시는 그럼 엄마들의 마음과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상당히 큰돈을 벌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그렇게 많은 엄마들이 에미의 글과 사진에 공감과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일상 속에서 엄마들의 외로움과 힘든 일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거리들이 많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보이기 위한 멋진 사진에도 현혹될 수 있지만, 반대로 꾸미지 않은 듯 꾸민 가상의 현실이 더 현혹되기 싶겠다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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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3-01-13 0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개인정보 공개 안 하고 싶지만 정말 글을 쓰다보면 다 묻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서평보다는 그림을 올리는데 그림을 그리는
위치나 배경이나 아예 사진 정보에도 위치가 저장돼 올라가니깐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추출하는 프로그램을 쓴다면 얼마든지 위치 파악이 가능할 거 같단 생각도 한 적 있어요. 왜 스팸웹페이지 같은데에 보면 사진이 한번이라도 공개됐었으면 3분 사이에 비공개로 돌린 계정도 아이디 검색만으로도 현재 비공개 사진이 무섭도록 검색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이야기 정말 무서울 것 같네요. ㅠㅠ
 
지워진 우리들의 날
이호성 지음 / 모든스토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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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서글프고, 화가 났고, 답답했다.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은 책 속고우진 같은 인물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기득권이자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영표 같은 사람이 있다면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쓰디쓴 과거의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피눈물이 났다. 내 증조할아버지 역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신 독립유공자 시기 때문이다. 물론 그분을 본 기억은 없다. 내가 2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분노와 울분이 일어났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김원범 장군의 오른팔로 활약한 조부 문진섭장군의 손자인 문영표는 현재 보훈처 처장이자, 국민 공화당 비례대표 공천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있던 문영표는 보훈처 처장에 내정된 후, 독립유공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평가도 좋아졌다. 비례대표 공천 때문에 노심초사 중인 때에 메일이 한통 온다. 그 메일 덕분에 그의 공천심사는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다. 근데 메일을 보낸 사람이 궁금했다. 주소와 이름만 적혀있는 메일 덕분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찝찝함이 남았다. 서정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달동네에 기울어가는 집에 살고 있는 서정석은 폐지를 모아 파는 걸로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괜스레 엮이고 싶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영표를 찾아온다. 정석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독립유공자 조사를 해달라며 정보를 주고 간다. 서정석의 아버지인 서삼석은 금태도 출신이었다. 집안에서 금어가 된, 금태도. 조부 문진섭은 독립운동을 했지만, 증조부인 문성철은 친일파이자 금태도의 대지주였다. 소작농들에게 80%의 소작료를 받는 것에 섬 안에 큰 데모가 일어나고, 결국은 40% 선으로 낮추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던 것은 영표도 알고 있었고, 삼석의 아버지인 서태수가 그 일에 주동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표는 정석의 일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북부지검 부장검사인 고우진이 들이닥쳐 서정석 일에 손을 떼라는 압박을 넣는다. 하지만 영표는 보좌관인 최준태와 금태도로 향한다.

금태도 대지주인 문성철의 아들 진섭과 두 번째 대지주 박주만의 딸 차정은 혼약을 한 상태였다. 소작료 때문에 섬 안에 소작농들은 항의운동을 일으켰는데 이 일의 주동자는 금태도의 천재로 불린 고재준과 그의 동생인 고재덕, 삼석의 아버지인 서태수였다. 재준과 진섭은 지식인들로 그들은 모두가 차별 없이 사는 세상을 꿈꿨다. 들불처럼 일어난 소작농들의 항의에 목숨의 위협을 받던 주만과 차정은 삼석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차정은 삼석에 의해 벌써 두 번이나 목숨을 건졌다. 소작료를 내리고 난 후,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한 사람들을 처치하기 위해 주만은 깡패들을 통해 재덕을 살해한다. 하필 그 장면을 목격한 차정과 삼석. 풀려난 재준은 숨진 동생 재덕의 시신을 보게 되고, 아픈 어머니 또한 아사한 상황을 보고 절규하며 사라진다. 또한 사건의 입막음을 위해 차정과 진섭과 함께 삼석까지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진섭과 차정은 독립운동의 주동자가 되고, 그 일로 수감된다. 고문귀로 불리는 마쓰우라 히로 순사부장 앞에 서는 이들은 끔찍한 고문의 현장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떤다. 차정의 차례가 되었고, 삼석은 차정 대신 자신이 고문을 받겠다고 나선다. 화가가 꿈이었던 삼석은 그렇게 두 개의 손가락을 잃는다. 진섭의 차례가 된다. 두려움에 떨던 진섭은 고문관의 정체를 알고 경악하게 되는데...

과거의 이야기가 풀어지며 진실이 밝혀진다. 책의 내용은 과거 이정재와 전지현 주연의 영화 암살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썼던 인물들이, 권력과 돈, 생명의 위협으로 인해 동료들을 배신하고 오히려 이중 스파이이자 일제의 앞잡이로 변한다. 영화 암살도, 이 책도 소설이 아니다. 실제 일제 앞잡이이자 독립군을 잡아 고문한 그들이, 해방 이후 다시 정권을 잡으며 여전히 지배층으로 군림한다. 오히려 독립군이나 독립유공자의 자녀들은 부모의 부재에 교육은커녕 먹고 살 길조차 쉽지 않았고, 일부는 사회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내쳐지기도 한다. 고문귀 마쓰우라에 의해 혀가 뽑히는 고문을 당한 강성웅의 아들인 강진휘가 아사 직전의 상태로 발견된 상황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당시 반민특위로 고재준이나 문진섭 같은 친일파들이 처단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 계속 씁쓸함을 자아낸다. 물론 소설 속에는 현실과 다르게 조금이나마 해소되긴 했지만 말이다. 모르겠다. 여전히 우리의 과거는 청산되지 않고 있다. 누가 친일파였는지는 현재로는 알 수 없다. 왜 조상의 친일의 죄를 자신에게 묻냐는 고우진의 독백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의 치졸한 과거는 언제 청산될 수 있을까? 읽을수록 서글프고 씁쓸함이 가득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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