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잠든 계절
진설라 지음 / 델피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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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부터 20년간 겪어온 가정폭력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민혜선은 우연히 섬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들어간 처마 아래에서 그와의 갑작스러운 키스. 그와의 입맞춤에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다. 정신이 돌아온 혜선은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년 전이었다. 혜선이 다니던 독서실 책상에 올려져 있던 잘 정리된 노트. 노트 끝에 그려진 졸라맨의 만화. 첫눈 내리던 날 둘은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혜선이 공부하던 독서실에 화재가 난다. 그리고 남편이 그를 구했단다. K.D.H. 혜선을 구해준 그 남자의 이름은 고두홍. 노트의 이니셜과 일치했다. 생일선물로 혜선과의 관계를 요구한 그의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혜선은 임신을 하고, 대학도 마치지 못한 채 그렇게 급하게 식을 올린다. 결혼을 하자마자 그는 정체를 드러낸다. 혜선은 죽지 않을 정도로 맞고 산다. 그렇게 아이도 잃는다. 그뿐만 아니라 혜선이 아끼는 반려견, 옆집 여자가 여행 가며 맡긴 고양이까지 무참하게 죽인다. 물론 밖에서는 사람 좋은 척 연기를 하는 그는 사이코패스다. 가족에게 알리는 순간,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두홍의 협박에 혜선은 20년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아왔다. 몸 만큼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로 말이다.

혜선은 세 자매 중 둘째다. 쌍둥이 언니 혜신, 여동생 혜진이 있다. 혜신은 20년 전 살해당했다. 목에 가위가 꽂힌 채 살해된 언니의 죽음은 가족들에게는 큰 상처였고,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날 이후 아빠는 술을 마시다 결국 세상을 뜬다.

키스남을 다시 만난 건 혜선이 맹장수술로 병원에 실려갔을 때였다. 그 남자는 그 병원의 간담췌외과 과장이었다. 잘생기고 매너 좋은 그를 다시 만나자 혜선은 마음이 설레는 한편, 남편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그 남자 김도훈은 혜선을 향해 저돌적으로 다가온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혜선이지만, 사이코패스 남편에게 당할까 걱정이다.

사실 도훈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에델바이스 향과 1010이라는 숫자가 전부다. 혜선에게 끌렸던 것도 혜선에게서 나는 그 향 때문이었다. 하나 둘 밝혀지는 과거 속에서 여러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혜선이 그리워하는 언니 혜신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두홍이 집착하는 서재 방의 비밀과 도훈과 혜선의 과거까지... 엮이고 엮이는 미로 속에서 과연 혜선은 탈출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불안했다. 특히 혜선과 도훈이 함께 있을 때마다 숨죽이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두홍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두려웠다. 다행이라면 두홍으로 부터 혜선과 자신을 지킬만한 힘을 도훈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홍이 갑작스러운 퇴장도 못내 의심스러웠다. 과연 두홍을 혜선에게서 떼어낸 천사는 누구였을까?

엄마는 항상 배부르게 우릴 사랑했고,

엄마를 향한 내 사랑은 지독히도 가난했다.

단전을 찌르는 뼈아픈 그 사실을 늘 한발 뒤늦게 깨닫는 내가

가슴 아리도록 부끄러웠다.

"정말 미안해..."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하나를 지키기 위해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한 사람의 지독한 욕심이 또 다른 욕심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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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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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소설집이다. 총 8편의 단편이 담겨있는데, 표지에서 보듯이 SF적 소설이 아닌 SF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이 키워드가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SF 소설은 어떨까? 내심 궁금했는데, 기존에 접했던 SF 소설과는 차별되는 그녀만의 색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보통의 단편집의 경우 수록되어 있는 한 작품의 제목이 전체의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안녕의 의식 역시 책 속에 담겨있는 한 편의 제목이다. 얼마 전 묵직한 이별을 경험한 터라, 첫 번째 작품을 접하며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요 근래 읽은 책들이 죽음이나 가족의 이별과 관련된 책들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진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 첫 번째 등장한 엄마의 법률이라는 작품이었다. 엄마의 법률은 작품 속에서 시행되는 마더 법을 풀어쓴 것 같다. 후타바는 엄마 사키코, 아빠 다사카 겐이치, 오빠인 가케루, 언니 가즈미와 함께 사는 5가족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가정은 입양가정이다.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겐이치와 사키고 부부는 3명의 아이를 입양한다. 그렇게 가족이 된 5사람.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 엄마 사키코가 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문제는 입양가정에 적용되는 마더 법에 의해 한쪽 부모가 사망한 한 부모 가정이 되면, 미성년자인 자녀는 다시 정부가 맡아서 관리하는 그랜드 홈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17살인 가즈미와 16살인 후타바는 이해할 수 없다. 본인들이 원하는데, 법률에 정해졌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마더 법 안에서는 입양되기 전 기억을 삭제하는 침전 치료를 한다. 또한 친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거나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친권을 박탈하고 분리시킨다. 물론 아이를 학대한 것에 대해 죄를 묻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갱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이다. 대신 학대 사실의 발각되면 부모는 직업을 잃는다. (책 속에는 학대 부모 대부분이 무직이라고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전문직인 사람은 학대 자체를 안 한다는 것일까? 이 또한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마더 법의 시행 이후 친족 살해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품어질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즈미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후타바는 자신의 친엄마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이 모든 것 또한 불법이기에, 격렬하게 화를 내는 후타바는 그녀의 엄마가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패닉에 빠지는데...

또 기억에 남는 한 작품을 꼽자면 책 표지에 등장한 한 줄 때문에 궁금했던 작품인데, 대략적인 이야기는 자판기 음료를 마시고 30년 후의 나를 만나게 된 이야기다. 45세의 미혼인 나는 폭우에 부모님이 사셨던 집을 살피러 지하철을 타고 본가에 간다. 그리고 집 앞 계단에 앉아있는 교복 입은 여학생을 목도한다. 요즘도 교복을 입나? 싶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30년 전 나였다. 그녀 역시 놀란다. 내 모습이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5살의 나는 45세까지 미혼에다, 얼굴에는 기미가 잔뜩 있는 내 모습에 적잖이 실망한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자판기를 찾아 나선다. 과거의 나가 미래의 나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을 무엇이었을까? 그녀와 나는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현재와 다른 모습의 소설 속 세상은 부단히 발전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마치 모든 게 완벽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중요한 무언가는 빠져있는 것 같다. 왠지 소설 속 멋진 신세계가 다른 버전과 상황으로 벌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번 즈음 상상했던 상황일 수 있지만, 모두를 획일화의 상황 속에 집어넣고 같은 방식으로 처리(?)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긴 하지만, 시행착오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닐까?

미야베 미유키의 색상을 입은 SF 소설이라 그런지 또 다른 느낌의 SF 작품들을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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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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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뼈저리게 와닿았던 이유는 며칠 전 큰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건강이 안 좋으시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가까이 지냈던 터라 소식을 전해 듣고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 빈소에 도착해서도, 고인에 큰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상주인 사촌들 그리고 큰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차례차례 어른들을 뵈었다. 결혼하고 오랜만에 내려가는지라, 어색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장례 일정은 차분히 진행되었다. 마지막 날, 관 앞에서 서서야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이제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은 모두가 같았던 것 같다.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사촌들을 비롯하여, 가족들은 화장장의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공원묘지의 큰아버지를 모시고, 차례차례 흙을 채웠다. 이제 정말 이별이라는 생각에 누구 하나 쉽게 발을 옮길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의례들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동물들도 서로의 감정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마주하며 신기하기도 했고 기쁨과 슬픔, 반가움 등의 감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리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만난 코끼리, 침팬지, 홍학, 기린 등은 자신들만의 의례 방식이 있었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특유의 소리와 신체를 마찰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서로를 깨무는 것처럼 행동하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한다. 흡사 싸우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인사법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 전, 동물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통해 코끼리는 가모장 사회로 가장 우두머리는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 속의 상황들이나 모습들이 이해가 빨랐다. 코끼리의 인사 의례만큼이나 신기했던 것이 장례의식이었는데 인간의 취토처럼 코끼리도 사체 위로 흙을 뿌리는 장면이 있었다. 코끼리는 아프면 물 근처로 간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물을 마시러 왔다가 사체를 마주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가까운 가족의 경우 돌아가며 사체를 지키기도 하고, 밤마다 사체 주변에 머무는 등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회적 동물은 소리를 내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다.

동물들은 인간처럼 말을 통해 의사사 통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내는 다양한 소리의 높낮이나 크기, 생김새 등을 통해 그들의 현 상태를 비롯하여 소리와 모습을 통해 다른 동물을 자극하기도 한다. 인간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동물들 역시 그에 못지않게 소리를 구별해 내며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의 언어 습득만큼이나 다양한 소리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 또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싶기도 했다.

애도 의례뿐 아니라 구애 의례 등의 경우, 천적들에게 노출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죽은 동물 옆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있거나, 이성의 눈에 띄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다. 왜일까? 그에 대한 이유는 책을 통해 만나보자.

책을 읽으며 의사소통과 언어 사용,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들은 인간의 전유물이었다는 착각이 보기 좋게 깨졌다. 동물 역시 위협에 처했을 때 서로를 돕는 소리로 서로를 지키고,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 서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행동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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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2023-02-20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읽은 바버라 J.킹의 책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서해문집; 2022) 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상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
 
심연
앨마 카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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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척의 배만큼이나 기묘하고 가슴 아픈 인연이 책 속에 녹아있다. 사실 호화롭지만 비극적인 타이태닉호의 이야기는 영화를 비롯한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타이태닉호의 자매선이었던 브리태닉호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궁금해서 브리태닉호를 검색해 보니, 타이태닉호 만큼이나 비극적인 상황에 처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타이태닉호의 침몰 후 승객이 다수 사망한 이유가 구명정이 적었다는 것 때문이었기에, 브리태닉호에는 많은 구명정이 실렸고 배 구조도 바꾼다. 그랬기에 폭파사고에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이 두 척의 배에 얽힌 사연은 무엇일까?

1912년 타이태닉호에 승무원으로 탑승했었던 애니 헤블리. 1등석 손님들을 돕는 승무원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관할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남자 마크 플레처와 그의 딸인 온딘을 객실로 안내한다. 출생 5개월 정도 밖에 안된 아기 온딘과 함께 잘생긴 그의 외모에 애니는 설렘을 느끼지만, 마크에게 곧 아내인 캐롤라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까이하지 않기로 결심을 하지만, 마음만큼 그와의 관계의 담을 쌓는 게 쉽지 않다. 한편 1등석 손님들 안에는 교령회라는 이름의 산 사람들이 죽은 이의 혼령과 교류를 시도하는 모임이 열린다. 이 모임의 이야기는 결국 배 안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4년의 시간이 흘러 애니 헤블리는 친구 바이올릿 제솝의 권유로 브리태닉 호의 간호사로 승선하게 된다. 브리태닉호는 1차 대전에 병원선으로 개조되어 군인들을 치료하고 육지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간호사의 경험은 없지만, 타이태닉호의 승무원으로 탔던 경험이 있고 워낙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애니가 타이태닉호의 생존자라는 사실을 포함해) 그녀는 브리태닉호의 승선을 허락받게 된다. 브리태닉호의 탑승 후, 처음 만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애니. 다리를 절단한 그 남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그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여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쉬지도 못한 끔찍한 사고를 마주하게 된 애니. 그녀는 이 배에서 4년 만에 마크를 마주하게 되지만, 그는 애니를 피하는데, 마크와의 만남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데...

참고로 저자는 실제로 타이태닉호와 브리태닉호의 둘 다 승선했던 생존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애니 헤블리는 가상의 인물이고, 친구로 등장하는 바이얼릿 제솝이 실존 인물이다. 두 배의 실제 이야기에 세이렌과 같은 신화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기묘한 고딕 유령 이야기가 완성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의 추악한 실체와 함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또 다른 깊이의 심연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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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교하려고 교회를 개척했다 - 코로나 시대에 써내려간 사도행전 29장
유동효 지음 / 좋은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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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not do anything!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대면 예배의 금지였다. 정부 방침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매주 드리는 예배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한편, 비대면 예배가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출석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드리는 예배가 편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대면 예배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참석이 귀찮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실 일반인들도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창업을 미루는 형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소위 자살행위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교회 개척 6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진다. 3개월 후 척수암 및 폐암 4기 진단을 받기도 한다. 그 와중에 아프리카에 두 곳의 교회 개척을 비롯하여 우물 건설, 집을 지어주는 일에 이르기까지 중대형 교회도 쉽지 않은 사역을 한다. 이 모든 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루어진 일이다.

사실 나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을 하나님이 어떻게 해결하고 펼쳐가시는지 너무 놀라울 뿐이다.

불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17세의 전도를 받고 수양회 때 목사 서원을 한다.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교대에 진학해서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사실 교사로 살았다면 남들보다 10년 일찍 승진의 기회 등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에는 목사로 서원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결국 그는 명퇴를 하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의 마음에는 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선교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 저자는 가는 선교사가 아닌 보내는 선교사의 일을 감당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선교자금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중형 이상의 교회들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선교자금을 줄인다고 한다. 이제 막 개척하여 아내와 둘이 예배드리는 형편에서 아프리카의 교회를 짓는다는 목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환상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받은 감동을 설교시간에 선포한다.

신기한 것은, 저자가 입술로 선포하고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자 조금씩 헌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타교회 성도가 마음의 부담감으로 헌금을 보내기도 하고, 기도 중에 하나님이 마음을 주셔서 헌금을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특히 타 교회에서 권사 안수를 받게 된 한 집사님은 기도 중에 하나님이 부담감을 주셔서 500만 원을 헌금했다. 하지만 계속 부담감이 남아있어 결국 1,000만 원을 보태 1,500만 원을 헌금한다. 인간의 마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 와중에 저자는 암이 여기저기 전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행이라면 전이가 심한 와중에도 통증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과연 저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보통의 시나리오라면 막 개척한 목사가 중병에 걸리게 되면 교회를 접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당연히 선교자금을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저자의 간증과 고백을 읽으며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을 펼쳐가시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다. 인간은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준비해놓고, 저자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바로바로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큰 계획과 뜻에 감탄 말고는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시지 않으면

내 힘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자랑할 것도 부족할 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이러한 원리를 잊어버린다.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거나, 일이 잘 풀려나가거나,

사회적인 인기와 지위를 얻거나,

교회가 대형교회로 성장하면 자칫 자신이 잘해서 성공한 줄 안다.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스스로 높아진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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