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랜드 - 5억 5,000만 년 전 지구에서 온 편지
토머스 할리데이 지음, 김보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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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영원한 것이란 없으며, 플라이스토세 최대 생물군계도 진흙 속에 가라앉았다.

특정 시공간을 채우고 있는 종들의 군집을 보면 안정 상태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안정이란 그것이 만들어진 환경이 유지되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5억 5,000만 년 전이라는 숫자가 감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과거에 비해 수명이 길어졌다고 이야기하는 인간의 나이는 이 숫자에 비하면 점의 점도 되지 않는 먼지 같은 존재이다. 45억 년 전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생명체는 약 40억 년 전부터 생겨난 걸로 연구되고 있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 중 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과연 언제일까? 상상도 하지 못할 오랜 옛날이라 일컫는 공룡의 시대조차 24시간으로 따졌을 때, 24시간에서 21초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마지막 1/2,000초에서야 시작되었단다. 그리고 거기서 또 반을 나눈 1/1,000초가 시작될 무렵에서야 이집트문명이 등장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는 정말 티끌 같은 시간을 차지한 존재일 수밖에 없겠다.

낯선 이름들이 자꾸 등장한다. 다행이라면, 첫 장에 지질연대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신생대, 중생대, 고생대, 신원생대라는 이름 중 그나마 공룡에 관심이 있었기에 중생대의 시기들(백악기, 쥐라기, 트라이아스기)는 낯이 조금은 있는데, 오히려 신생대의 플라이스토세, 플라이오세, 올리고세, 팔레오세 등의 시대는 초면같이 느껴진다.

이 책은 그나마 현재에 가까운 시기인 신생대의 플라이스토세 부터 시작하여 가장 먼 원생누대의 에디아카라기까지의 지구의 역사가 담겨있다. 다행이라면, 지구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시대의 이야기인지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들이 각 장에 등장한다.(미국, 중국, 키르시스스탄 등) 그리고 당시 그 지역에서 벌어진 지구의 이야기와 생물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우연한 상황이 삶과 죽음으로 반영된다. 물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어떤 생물을 살아남아 큰 무리를 이루고, 어떤 생물은 도태된다. 물론 살아남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환경이 바뀌면 또 멸종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사라진 것일까? 멸종은 완벽한 사라짐일까? 글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아주 먼 곳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기도 하니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장대한 지구의 역사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문제로 지구는 고통을 받고 있다. 점점 기온이 오른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근데, 과연 지구 온난화는 처음 등장한 사실이었을까? 놀랍게도 에오세 시기에 전례 없는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되었고 결국 그 일을 통해 전 세계 생태계가 반응하며 환경이 변화되었다. 화산 폭발과 홍수, 온난화와 빙하기 등 지구의 역사 속에는 다이내믹한 변화들이 일어났고, 번성하던 동물들은 하루아침에 멸종되기도, 겨우 살아남기도 한다.

생태계라는 복잡한 게임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다른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연결은 먹이 그물망뿐만 아니라 경쟁 그물망도 형성한다.

양지와 음지에서 벌이는 서식지 다툼에서부터 종들은 온갖 분쟁들을 일으킨다.

멸종이라는 사건은 그물망을 뚫고 들어와 연결을 끊어놓고 생태계의 온전성을 위협한다.

인류가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고 하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듯이 지구에서 살아갔던 많은 종들 역시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책을 읽을수록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감과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들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자연에 영원한 것이란 없으며, 플라이스토세 최대 생물군계도 진흙 속에 가라앉았다.

특정 시공간을 채우고 있는 종들의 군집을 보면 안정 상태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안정이란 그것이 만들어진 환경이 유지되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생태계라는 복잡한 게임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다른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연결은 먹이 그물망뿐만 아니라 경쟁 그물망도 형성한다.

양지와 음지에서 벌이는 서식지 다툼에서부터 종들은 온갖 분쟁들을 일으킨다.

멸종이라는 사건은 그물망을 뚫고 들어와 연결을 끊어놓고 생태계의 온전성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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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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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단 본 건 잘 잊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본 것보다 약한 걸 보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감각이 움직이는 법은 거의 없다.

일부 유튜버는 그래서 공중파 뉴스에서 본 것보다 더 자극적인, 더욱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인간은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 의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학문이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AI와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이룬 현재에도, 아니 미래에도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이 사라지거나,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제목은 참 아프고 슬프다. 그 뜻이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이태원 할로윈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내년이면 10년이 되고, 궁평 2지하차도 사건이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각종 재해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끔찍한 재해의 소식 앞에서 가슴을 졸이고, 안타까워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와 고통이 퇴색되기도 한다. 물론 사고와 관련성이 적은 타인의 입장에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기자다. 그래서인지 각종 사고가 펼쳐질 때마다 상황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의 민망함과 고민의 시선도 마주할 수 있다. 단독 특종을 놓치는 것과, 가족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민을 한다. 신입 기자 시절에는, 차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들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서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주저하다 낙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알 권리는 어디까지 일까? 이런 이런 위험과 어려움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행위가 먼저일까? 아님 취재를 포기하고 당장 앞에 놓인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일까? 좀 더 자극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책 속에는 비단 큰 사고뿐 아니라 SPC 끼임 사고처럼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한파와 폭설, 폭염 등의 재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의 뉴스 속에는 쪽방촌에서 여름 나기, 빙판길 사고, 반지하 방 폭우 등 늘 반복되는 고통의 소식들 앞에서 과연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자신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지만 한편으로는 구경을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그 입장이 되지 않았기에 큰 재난과 고통과 불행의 뉴스를 계속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과연 그 안에는 안타까움만 담겨있을까? 책을 읽으며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나 역시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한 유명 연예인의 마약수사 관련 뉴스와 메달리스트였던 한 선수의 사생활에 관한 뉴스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먼저 본 뉴스보다 더 속 사정이 담긴 뉴스를 또 찾고 찾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통을 구경하는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뉴스를 막아야 할까?

상실의 과정에서 인간은 기억을 재료로 애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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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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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의 경우 조업을 하기 전에 꼭 일기예보를 확인한다고 한다. 우리도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특히 소풍 같은)는 전날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시대 예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일기예보만큼 시대를 잘 살필 필요에서 저자는 이 제목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대 예보 옆에 핵개인의 시대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핵가족을 넘어 이제는 핵개인이다. 부부와 자녀로만 이루어진 핵가족도 이제는 마주하는 게 쉽지 않다. 이제는 1인 가구의 비중도 많이 늘었다. 시장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시작에서 윤여정 배우를 언급한다. 지금은 세계시장에 K 팝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문화를 마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1990년대 교포 출신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문화는 개편되었다. 물론 그들의 모습이 한국 문화 저변으로 깊숙이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제는 미국보다 뉴요커가 더 상위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러라는 말 역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삶의 단위가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재편되고 있다. 한편, 우리가 쓰는 용어들도 바뀌고 있다. 성차별적 용어들은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차별을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며 자신의 위치를 높이고자 혈안이 된 모습과 대비되는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AI가 등장함에 따라 더 이상 많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된다. 사람보다 기계가 더 월등히 빠른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됨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를 분장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중간관리급 직원들의 일이 사라지고, 그들의 자리가 위태롭게 되었다. AI의 등장은 편리함과 신속함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과연 그게 모두에게 좋을 일일까? 당장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게 바로 내가 될 수 있는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들 사이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의학이 발달됨에 따라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젊은 층이 줄어간다. 과거 형제가 많고, 수명이 짧을 때는 20년을 부양 받은 자녀 세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자녀 한 명이 두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부모의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노인을 의미하는 나이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나이'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는 늙었기 때문에 무언가 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시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누구도 부양의 도구로 태어나지 않았다. 책무에 갇혀 자신의 삶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은 끊어내야 한다.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어서 자신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갚아주지 않으려면, 자신의 대에서 그 끈을 끊어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부양은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이지, 나의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저자는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 임을 깨달아야 하는 시대가 바로 핵개인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우리의 핵개인 시대는 과거와 같은 무한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충성심을 배우고, 그에 따라 삶을 희생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시대에 충성심을 대체할 만한 것은 자부심이다. 스스로의 프라이드를 지키고, 타인의 프라이드를 지켜주는 시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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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파친코 1 - 개정판 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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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가 출연해서 더욱 유명해진 웹드라마 파친코. 평소 TV와 같은 매체를 자주 접하지 않기에 웹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입소문으로 워낙 유명한 소설이었기에 궁금했다. 보통 제목이나 표지 등은 작품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1권을 말미까지 파친코에 대한 내용은 1도 안 나온다. 도대체 왜 제목이 파친코인 걸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선자다. 노년의 선자를 윤여정 배우가 연기했다고 한다.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웹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에서 하숙을 하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훈. 그는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고,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자상한 훈이와 부모는 장애 때문에 결혼을 꿈꾸지도 못한다. 워낙 생활이 어렵던 터라, 입 하나 덜고자 하는 마음으로 양진의 아버지는 훈이에게 딸을 시집보낸다. 장애가 있을 뿐, 훈이는 양진을 참 많이 아꼈다. 둘 사이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이 선자다. 훈은 선자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그러던 훈이 폐결핵으로 앓다 세상을 떠난다. 시부모를 여의고, 남편과 아이들 마저 앞세운 선자는 물려받은 하숙을 하며 딸 선자를 키운다. 그나마 텃밭에 키운 채소와 하숙하는 남자들이 주는 생선으로 겨우겨우 살림을 꾸려나가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온다. 과거 하숙집에 머물렀던 백요셉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젊은 목사 백이삭. 형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물기로 했지만, 그는 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을 결핵으로 잃었던 터라, 양진은 이삭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한편, 장에 갔다가 일본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되는 선자를 돕는 고한수. 그는 제주 태생으로 일본 오사카와 영도를 오가며 중개인을 하는 사람이었다. 한수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선자. 한수는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늘 선자에게 좋은 선물을 해준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시계까지도... 그렇게 선자는 한수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수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다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몸을 허락한다. 하지만, 한수는 일본에 세 딸과 아내가 있는 몸이었다. 충격을 받은 선자. 이미 뱃속에는 아이가 생긴 상태다. 결국 한수의 첩이 되기를 포기하고, 한수를 떠나는 선자. 미혼모의 삶은 지금도 쉽지 않은데, 1930년 대는 더 할 것이다. 선자와 양진의 도움으로 목숨을 살린 이삭은 그런 선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기로 한다. 둘은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게 된다. 요셉과 아내 경희가 살고 있는 곳에 머물며 선자는 아들 노아를 낳는다. 하지만 요셉이 버는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은 힘에 부치다. 완고하고 가부장적인 남자인 요셉은 아내가 바깥일을 하는 것에 크게 반대한다. 하지만 노아를 공부시키기 위한 핑계로 둘은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어서 판다. 어느 날, 선자에게 김치 전부를 납품할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되는데...

1910년대부터 1962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1권에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와 함께 패망한 일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으로 건너가 사는 한인들의 팍팍한 삶이 녹아있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모세의 일본 이름)를 키우는 선자. 그런 선자 주변을 배회하는 한수. 신사참배에 대한 거부로 옥에 갇혀 목숨을 잃게 되는 유목사와 죽기 직전에 집으로 돌아온 이삭. 한수의 부하이자 요셉의 아내인 경희를 짝사랑하는 조선 청년 김창호. 원자폭탄 폭격으로 큰 화상을 입고 돌아온 요셉과 어느덧 성장한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공부도 잘하고, 모든 것에 월등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노아와 그런 형을 보며 불량학생(?)의 길을 걷는 모자수 형제의 대비가 또 다른 아픔을 상기시킨다.

태어났을 때부터 늘 그렇게 꾸준히 살아왔던 양진과 선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조선이든, 일본이든, 영도건, 오사카 건 간에 말이다. 아직 파친코라는 제목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1권. 2권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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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교육 연구회 엮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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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슬픔에 너 자신을 넘겨주지 말고 일부러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마음의 기쁨은 곧 사람의 생명이며 즐거움은 곧 인간의 장수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라. 그리고 근심을 네게서 멀리 던져 버려라.

어린 시절부터 종종 마주했던 탈무드. 이솝우화 같기도 한 이야기책 느낌이에다, 그동안 만난 탈무드의 경우 대략 2~300페이지 분량의 한 권으로 되어 있어서 단행본 1권 정도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탈무드를 접하게 되었는데, 탈무드가 1권이 아니라 63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으로 사본 무게만 약 75kg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탈무드는 단순한 우화집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율법서이자 법전 판례집으로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탈무드는 유대인의 율법과 법전 부분을 빼고, 실제 우리 생활에 적용 가능한 지혜의 말이나 예시가 담겨있는 형태로 제작되어서 소개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인간의 도리, 삶의 지혜, 결혼과 가정생활, 교육과 도덕, 돈과 사회정의로 나누어 탈무드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책이기에, 책 속에는 성경의 내용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랍비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랍비의 이름들도 있는데 읽다 보면 익숙해질 정도다. 물론 현재까지 적용되는 내용을 위주로 책을 구성했겠지만, 더러 우리 정서와 다르거나 두 개의 의견을 다 옳다 여겨지는 듯한 글도 있어서 좀 헷갈리기도 하다. 바로 이런 면(모범 정답이 없는, 혹은 정답이 하나가 아닌) 때문에 탈무드를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보았다.

탈무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물론 실제 탈무드에 대해 알고 보니 편저자의 능력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화와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에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탈무드는 계속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부부간의 관계나 고부간의 관계 등의 문제들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이 가난한 것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것(그래서 유대인은 부자가 많은 것일까?)과 부모보다 스승에 대한 대우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신기했다. 오랜 삶의 연륜이 주는 지혜뿐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 가능한 내용들도 더러 있었다. 걔 중에는 어떤 면에서 보기에는 기회주의자 같은 생각이 드는 면모도 있긴 했는데 그는 해석하기 나름일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는 탈무드 속 명언이 각 주제별로 담겨있었다. 역시 명언들이라서 그런지 하나같이 와닿고 또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남을 헐뜯는 것은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슬픔에 너 자신을 넘겨주지 말고 일부러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마음의 기쁨은 곧 사람의 생명이며 즐거움은 곧 인간의 장수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라. 그리고 근심을 네게서 멀리 던져 버려라.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남을 헐뜯는 것은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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