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 데카르트 역에서 들뢰즈 역까지
황진규 지음 / 달의뒤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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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출퇴근길 시리즈가 유행했었다.

특히 철학서 관련 책이 출퇴근과 연결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을 내서 책을 본다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이 생각보다 꽤 들지만 막상 뭔가를 하기 애매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 역시 워킹맘의 입장인지라,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마음 놓고 책을 볼 짬이 안 나는 편이다.

그래서 출퇴근 버스 안 혹은 지하철 안에서 책을 자주 보는 편인데, 잠깐이지만 유용한 시간인 것 같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규칙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기에 말이다.(단, 자리만 잘 확보된다면... ㅋ)

인문학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철학의 경우 다수의 서적을 접했지만, 상식 이상으로 발을 넓히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낯선 외국 이름도 한몫을 할 테고 그들의 이론을 좀 더 쉽게 정리한 책을 접한다 해도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짧은 시간에 좀 더 현실적이고 쉽게 철학자 20인을 만나볼 수 있다.

하루 당 8~10페이지 가량이면 되기에 정말 10분이면 충분하다.

4주에 걸쳐 5일간(월~금) 10분 투자로 20명의 철학자를 만날 수 있다니, 꽤 매력적이다.

매주 지나갈수록 과거~현대의 철학자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도 작가 나름의 생각인 듯하다.

물론 완전 고대 철학자들은 현대 철학자들을 위해 배제된 듯하다.(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참신했던 것 같다.

철학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의 철학자부터 만나다 보면, 늘 중반부에서 지쳐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렇다 보니 현대 철학자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덕분에 내게는 새로운 철학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물론 각 주의 철학자들 사이에도 나름의 연결고리가 있다.

예를 들자면, 첫 주의 5명의 철학자들은 이성과 감성 그리고 신에 대한 고리를 가지고 있다.(읽으면서 느낀 내 생각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또한 철학자가 주장한 용어에 대한 설명 자체가 좀 더 우리에게 쉽게 와닿는 단어로 바뀌어서 설명되어서 좋았다.

철학자의 이론에서 파생해 다른 질문으로 나아가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구조도 눈에 확 들어온다.

 

익숙한 지하철 노선도에 조금은 덜 익숙한 철학자의 이름이 등장하니,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마 이 또한 저자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게 아닐까?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을 함께 두면 좀 덜 부담스럽게 된다는... ㅋ)

하루 10분 투자로, 20명을 만날 수 있는 좀 더 현대적이고, 실제적이고, 참신하고,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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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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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제목만 읽고 미국이라 유럽 같은 서양권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 모디 그리고 모나의 이름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묘했다.

하나 둘 등장할 때 마다...리웨이칭, 란관웨이, 저우잉웨이, 톈무펀...대만 작가의 소설이었다.

덕분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원래 예상외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으니 말이다.

모디와 모나는 쌍둥이 자매다. 하지만 모습과는 달리 성격이나 행동이 무척 다르다.

모디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데 비해, 모나는 활달하고 적극적이다.

정. 재계 유력인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뤼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모디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다.

그러던 중 지웨이칭이라는 남학생이 모디의 짝이 되게 되고, 그의 냉소적이고 위협적인 행동들에 모디는 상처를 받게 된다. 결국 모나의 제안으로 둘은 학교를 바꿔서 가게 된다.

모디와 다른 모나의 행동에 지웨이칭은 의아하지만 쌍둥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는 둘 앞에서 의심하지 않는다.

어느 날 수영을 못하는 모나가 물에 빠지게 되고, 둘 사이에 있었던 뜻밖의 진실이 수면 위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쌍둥이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친한 친구 중에 쌍둥이가 있었는데(닮긴 했지만, 구별이 될 정도였음.),

이 소설 속 모디와 모나처럼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모디와 모나를 닮았다고 할까...?(물론 동생이 모디처럼 모나보다 조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성적이지는 않았다.)

동갑인 친구 같은 느낌과 쌍둥이만 공유하는 무엇(하나가 아프면 하나가 따라 아픈다든가 하는...)이 내 눈에는 신기했기에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쌍둥이를 낳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 또한 했었으니 말이다.

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 우리(쌍둥이 이야기니까)만 눈에 띄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을 읽어보니 처음에 못 느꼈던 느낌이 제목에 가득했다. 아마 책을 다 읽은 다음에야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모든 내용을 함축시켜 놓았다고 할까...?

책을 읽는 내내 참 재미있었다. 모디와 모나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기에 모디가 모르는 모나, 모나가 모르는 모디를 독자는 알 수 있다는 점도 나름 매력 있었다.

이 책에는 여러 번의 반전이 숨겨져있다.

물론 출생의 비밀(?) 같은 것도 있고, 그보다 더 헉 한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추리소설이 아니지만 추리소설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성장소설 같은 느낌도 든다.

물론 로맨스도 숨겨져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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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2 - 적이 없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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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중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백두산, 연변 그리고 광개토태왕 비와 장수왕릉을 봤다.

당시 역사 공부를 하고 있었던 참인지라, 실제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보는 것이 상당히 벅찼다.

하지만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철저하게 자기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현장이기도 한 그곳에서 답답함 또한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역사인 고구려 그리고 발해 등의 영토뿐 아니라 역사까지 빼앗길 수 있을 거란 사실이 안타까웠다.

아마 우리나라 역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내는 작가 김진명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장편소설 고구려와 살수를 집필한 것이리라.

소설 살수는 살수대첩의 명장이자 천년영웅이었던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화 한 것이다.

물론 실존 인물인 을지문덕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혀 탄생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을 다루었으나, 그 안에 담긴 것이 실제 역사와는 완전히 같지는 않다.)

살수의 첫 장면부터 양광(후의 수나라 양제)의 미치광이 행동이 드러난다. (북조의 황제를 처참히 살해하는 장면. 물론 아버지에 의해 사랑하는 여인 령을 빼앗기고,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죽였기에 그로 인한 분노가 가득 드러난 것.)

왜 첫 장면부터 양광이 나타났을까? 바로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반대편의 인물이 바로 양광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양광과 을지문덕은 살수대첩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 만남을 통해 양광의 사이코적 기질과 함께 말갈족이지만 고구려 편에서 싸운 말갈 족장 아야진과의 일화가 나타난다.

 

살수를 통해 만난 문덕은 생각이 깊은 인물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법이 없다.

주된 이야기는 문덕과 양광의 이야기지만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또한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또한 명장이자 덕장으로, 주위의 군사들을 다독이고 따뜻한 인간적 조언을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살수를 읽으며 조선의 또 다른 명장이었던 이순신 장군이 겹쳐져 보였던 것은 단지 기분 탓이었을까?

소수의 군대로 30만의 수나라 군사를 몰살시켰던 그의 기지와 능력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에 읽는 내내 짜릿한 몰입감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리더의 자질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고구려의 을지문덕에 비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철저히 당하기만 한 양제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어쩌면 수나라의 멸망은 이미 처음부터 예견된 것은 아니었을까?

살수 라는 소설을 통해 을지문덕을 만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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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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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이라는 말은 보통 전자기기에 쓰는 단어다.

언제부터인가 충전이라는 단어가 사람에게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물질만능주의... 머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책의 제목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아마도 충전이라는 말이 쉼이나 휴식, 휴가 등의 대체어로 사용되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다.

기기들은 일정 시간이 되면 완충이 되는데, 우리도 일정 시간 지나면 완충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충전이라는 단어는 힘들 때, 아플 때, 외로울 때, 어려울 때 등 내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부쩍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저자는 충전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아닐까?

이 책에는 18개의 상황과 그때 위로가 된(혹은 충전이 된) 그림 18점이 등장한다.

저자의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지만, 공감이 되는 글들이 있었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 한 주제들이 감정(힘들다, 우울하다, 괴롭다, 행복하다 등)보다는 상황(휴식이 절실한 날, 분리되지 못한 자아,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날 등)에 관련된 이야기와 그림이 소개되기에 보통의 명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기에, 그림을 보는 눈이나 그림에서 받는 위로가 더 있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겠지만 독자의 입장에 따라서, 풀어 적은 주제나 그림에 따라서 공감은 각양각색 일 듯싶다.

개인적으로 2번 인정 투쟁에서 실패했을 때 만난 그림과 10번 휴식이 절실할 때 만난 그림이라는 장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엄마이자 워킹맘인지라, 특히 더 복직(혹은 이직)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지 말아라!"라는 말이었다. 아마 어른이 되고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아서 또 다른 어른의 기쁨을 누렸긴 하지만 말이다.

그 시절 내 눈에는 어른들의 이야기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일방적인 그들의 모습에 상처도 많이 받고 말이다.

저자 역시 어른들의 그 일방적인 결정이 또 다른 어른으로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아이에게 또 다른 일방적인 행동일 수 있다는 것에 결국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고 만다.

나 역시 어른이 되어서 어릴 적 모습과 감정, 생각을 잊었던 것일까?

나 또한 내 아이에게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모습을 책을 통해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직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이 크지 않다. (올해 목표가 그림과 친해지기, 그림 관련 책 1독 하기였다.)

여전히 저자의 책 속 그림과 글의 내용이 완전히 매치되고, 공감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 이상의 그림에서 나도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에 좋았다.

그리고 나 또한 내 마음이 충전되고 공감되는 그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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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하루 한마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무노 다케지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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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라는 나이가 주는 묵직함이 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대단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 나이까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은 별개로, 보통의 사람이라면 접근이 쉽지 않은 99세라는 나이를 살면서 겪었던 저자의 삶에 대한 궁금함이 들었다.

요즘 워낙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긴 하지만, 그럼에도 경험이 주는 지혜가 있지 않은가?

고전이 현대에도 읽히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저자가 99세를 앞두고 매일 하루 하나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글이 짧기도, 길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교훈들이 눈에 띄는 게 상당했다.

또한 계절별로 4개의 큰 주제 안에서(계절을 학기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또한 참신하다^^), 3개월씩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중간중간 사진이나 서체 등을 통해 그날의 이야기와 통하는 내용들이 들어있어서 주위 환기에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저자의 아들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아무래도 99세라는 나이가 뭔가를 쉽게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에 책의 마지막 부분에 짧게 나와있지만, 짧은 글 안에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개인적으로 참 많은 글이 있었지만, 매일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그 안에 교훈이 담겨있는 것은 더 쉽지 않은데 저자의 글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생각해볼 만한(내 입장에서) 내용들이 상당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학교로 표현한 글이 참 기억에 오래 남았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득 담겨있다고 해야 할까? 나이가 들면 자신이 가진 생활습관에 얽매여 변화를 피하게 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그런 면에서 늘 청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뭔가를 시도하고, 성실하게 해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배움의 자세로 평생을 살았다니 놀라울 뿐이다.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한 주제를 차지하고 있어서 좀 놀라웠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더 가까워지기에 그런지, 앞에 글보다 좀 더 무겁고 자신의 경험이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더 강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어떤 것보다 실제적이라고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물론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2016년 별세하였다.), 그의 글이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서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기도 하다.

길지 않은 글이기에, 하루에 한마디로 표현한 그의 글을 매일 한편씩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또한 반론을 하는 것도 어쩌면 독자의 몫이기에 말이다.

아직 그 나이에 반도 안 되는 나이를 살아온 나는 내 나이에 몇 배가 되는 그 나이를 살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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