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읽고 울어 봤어?
송민화 지음 / 문이당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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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 친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동시 쓰기도 자주 하고, 나름 시 짓기도 즐겼던 거 같은데...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면서 시와 멀어진 것 같다.

시를 가슴이 아닌 머리로 배웠고, 성인이 된 후에도 시를 읽으면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시와 거리를 두고 살게 되었고, 올해 목표로 친하지 않은 시집을 1권 이상 읽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목표를 이루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는 쉽지 않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동"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 가족을 위한이라는 소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거창하지 않지만, 안에 숨겨진 의미를 다 파악하지 않아도 되는, 편하게 읽고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되기에 어른 시에 비해 부담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그림책(혹은 동화책)에서 어렵지 않게 교훈을 만날 수 있듯이, 동시도 그런 것 같다.

감춰두고 숨겨둔 감정이 아니라 드러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거창한 이름이 없어도, 쟁쟁한 사람들의 추천이 없어도 그저 독자의 마음에 편안하고 따듯하게 때론 눈물 나게 들어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왜 제목에 "울어봤어"라는 단어가 있을까 궁금했다.

아니, 그 제목 덕분에 절대 울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기도 하다.

하지만 첫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언제 들어도 따뜻하고 가슴 저미는 엄마의 이야기가 첫 번째 주제를 장식한 것은 제목 탓일까?

동시기에 내용이 길지 않다. 동시지만 어른들 마음에 더 박힐 것 같다.

적어도 내 기분에는 그랬다.

첫 주제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기에 뒤에 이어지는 내용들은 따뜻하기도 하고, 정답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엄마와 인생을 앞뒤에 배치한 이유는 저자만이 알겠지만 자꾸 제목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래간만에 부담 없이 시를 만날 수 있었다.

가족이 같이 읽어도 좋겠지만,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와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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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허수아비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2
베스 페리 지음, 테리 펜 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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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보면 더 좋을 그림책이다.

허수아비를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왜 허수아비는 혼자일까? 왜 허수아비는 다가가지도, 허수아비에게 다가오지도 않을까?

여기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가 있다.

논 위에 혼자 서 있기에,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서 있기에 어떤 동물도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무서워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허수아비 역시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아는 건지, 아니면 친구가 필요 없는 건지 아무런 반응 없이 혼자 서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런 허수아비 앞에 아기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누구에게도 아무 반응 없고, 차갑기만 한 허수아비인데 까마귀는 자신의 품 안에 넣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허리를 굽히기도 하고, 팔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게 허수아비는 까마귀의 어미 노릇을 하며 추운 겨울을 보낸다.

봄이 되자 아기 티를 벗은 까마귀가 떠났다.

허수아비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슬프기만 하다.

허수아비는 그동안 정을 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정을 준 대상이 떠났을 때 가슴 가득 남은 공허의 구멍을 메꾸는 것이 외로움보다 더 컸던 경험 덕분에 홀로 있는 것을 좋아했던 것을 아닐까?

 

물론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한 허수아비"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허수아비 나름의 희생이 필요했다.

행복이라는 경험이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겁나서 행동하지 않았다면 과연 허수아비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허수아비는 구멍 난 가슴을 가지고 살았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이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다.

스스로 느껴봐야 할 터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허수아비가 겪은 그런 아픔을 겪지 않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부모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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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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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막상 손에 잘 안 잡히는 책이 있다.

하나가 난중일기고, 또 다른 하나가 징비록이었다.

한참 드라마 붐이 일었을 때도 한번 읽어봐야지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고,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징비록을 다루었을 때도 관심이 생겼지만 고민만 했었다.

왠지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엄청 어렵고 이해 못 하는 이야기만 나열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 가장 크겠지만 이 또한 선입견일 것이다.

내가 만난 징비록은 사실 그런 내 걱정에 무색하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빠져드는 책이었다.

아마 저자 류성룡의 글 자체의 매력도 있겠지만 우리 말로 옮긴이의 공도 있을 것이다.

징비라는 제목부터 저자의 울분이 느껴진다.

체면을 상당히 중시하는 조선시대임에도 이런 글을 남긴 것은 그가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했고, 앞으로의 후손들은 똑같은 과오를 겪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좋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완성도 높은 책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사람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기본적 감정이나 상황은 세대가 흘러도 비슷할 것이다.

수천 년 전 기록에도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는 말이 남아있다고 하지 않는가?^^;;

저자는 그렇기에 좀 더 구체적이고, 반성적인 이야기를 명확하게 담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각 장이 길지 않아서 좋았다. 무한대로 이어지지 않고 적절하게 나누어져서 보기 편했다.

또한 각주가 있어서, 실제 내용이나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상당히 용이했고, "징비록 깊이 읽기"라는 글이 첨가되어 있어서 아리송한 부분들(진관제도, 제승방략 제도의 차이점처럼)에 대해 한결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혹시나 나처럼 징비록 같은 한번 읽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해본다. 아마 생각보다 수월하고 책에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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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이유 - 하나님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다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최요한 옮김 / 두란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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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거나 답답함에 울었던 경험이 꽤 많았다. 그 친구들은 늘 나에게 "하나님이 어디 있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라는 논리로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내가 읽고 들었던 것은 주일학교에서 배운 성경 말씀이 전부였고, 그 말씀은 대개 이야기 형식이었다.

(창세기나 4복음서 같은...)

물론 나이가 들고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나 역시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었고, 그 친구들 역시 그 사실을 깨달았기에 그런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커져갈수록 내 안에는 어린 시절보다 더 한 질문들이 생겨났다.

의심하지 않고 믿어야 한다는 걸 가슴으로는 알지만, 이성적으로 근거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혹은 주위에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렵다면, 믿음의 이유를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기독교는 배타적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마주치는 고통에 대해서는? 신앙생활의 지름길은 없는가? 하나님이 실제 하시는가? 같은 질문들에 고민을 해 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로부터 상당히 공격 아닌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은 정답지가 아니다. 또한 성경이 아니다. 하지만 성경을 근거로 이야기한다.

성경을 통해 우리의 실제적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답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part1이 타 종교(인) 혹은 삶에 관한 문제라면, part2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실제 신앙생활을 하면서 말씀과 부딪치며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기도라던가, 말씀묵상, 순종이나 거룩함, 믿음 등에 대한 조언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저자는 첫 번째 글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신앙인답게, 크리스천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이 말 앞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럽의 교회들이 박물관이나 유적지로 전락하고, 한국의 교회들은 타 종교인들로부터 개독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에서 심심찮게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고 나오는 사람들 중 크리스천인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우리의 삶에서 예수를 찾을 수 없는데, 입술로만 예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아직도 부족하고, 수시로 실수하는 우리지만 적어도 예수를 닮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천국은 가고 싶은데 좀 더 간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고, 세상의 것도 적당히 누리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에서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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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 이야기 길 따라 걷는 시간 여행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3
홍인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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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우리의 역사를 참 좋아했다. 아마도 역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쉬는 날이나 휴가가 되면 아버지는 동생과 나를 이끌고 우리나라 이곳저곳 유적지를 다녔다.

가장 멀리 갔던 것이 배를 타고 들어갔던 한산도였다.

아마 그래서인지, 연애할 때도 고궁 데이트를 즐겼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곳을 자주 다녔음에도, 역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유적지만 봤던 것 같다.

그와 얽힌 이야기라던가, 관련 인물의 삶이나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교훈 등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참 여러 가지였다.

나 또한 가본 적이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동안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할까?

단지 장소에 대한 개념을 넘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라고 할까?

유적지 혹은 어떤 도시를 가게 되면 그와 관련된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인물과 관련된 일화와 함께 비슷한 일화를 가진 다른 인물(국내외를 막론하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장소에 관한 또 다른 인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 드러난 이야기를 쓰다가 아닌 "채집하다"라는 단어로 말하고 있다.

아마 관련된 지역을 둘러보며 이곳저곳에 깃들어있고 얽혀있는 이야기를 잘 어울리게 엮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보다 재미있고, 상당히 교훈이 많다.

좁은 시야의 이야기가 아니라, 넓고 방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덕분에 저자가 이야기한 그 지역을 책을 들고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전 작은 강원도 이야기였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전 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20가지 내용 속에서 재미도 교훈도 생각해볼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우연히라고, 잘 엮었다고 하기엔 아귀가 잘 맞는 내용들도 상당하다.

정말 그런 뜻일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세대를 넘어서 세종대왕도 만나고 정약용도 만난다. 동시대가 아님에도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책을 통해 다 만날 수 있다.

당장 어느 곳으로의 여행이 힘든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적어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우리 산하의 모습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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