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 -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일본 소도시 30
칸코쿠마 지음 / 책밥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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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를 좋아해서일까? 그렇게 투철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일본 여행을 할 기회가 여러 번 있긴 했지만, 애써 일본으로의 여행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일본을 갈 일이 생겼다. 작년 초 칠순을 맞이한 아버지가 가족여행을 이야기하셨다. 솔직히 다른 나라를 가고 싶었지만, 일본을 무척 좋아하는 동생 내외가 강하게 일본으로의 여행을 주장했다. 제부가 본인이 여행 계획을 다 세우겠다고 했고, 우리가 가진 자금과 아직은 어린아이들 그리고 9명의 대가족 여행지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게 가깝지만 (내 마음은 먼) 일본으로의 여행을 가게 되었다. 꽉 채운 3박 4일. 오사카와 교토로의 여행이었다. 비행기와 숙소, 여행지까지 제부가 정말 다 계획을 했다. 물론 계획의 대부분이 본인의 3살배기 딸 위주였어서 우린 거의 매끼를 우동위주로 먹었던 것 같다. (아니 일본에 우동만 파냐고?!!!!)

1년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오히려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까지 더 첨가된 일본 여행을 떠올리면서 나는 이 책 『동화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 』을 읽고 있다. 여행에서 경험하지 못한 동화 같은 일본을 마주하고 싶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루 가득 10시간가량의 강행군 투어보다는 책 한 권을 통해 일본 곳곳을 간접적이지만 마주하다 보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정말 제대로 된 일본을 맛볼 수 있을 같기도 했다.

참 웃긴 게, 여행을 다녀왔다고 또 내가 갔다 온 곳이 눈에 들어온다. 큰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 다니기 바빴던 나라공원의 사슴들을 보면서 평생 볼 사슴을 다 봤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먹을 걸 달라고 엉덩이를 머리로 쿵쿵 받는 사슴들이 책을 보면서 또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책 안에 담긴 곳들은 한곳을 제외하고는 다 낯선 곳이었다. 일본의 문화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신사들과 성, 그 지역의 소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먹거리들, 다양한 공원과 박물관들도 책 안에서 다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저자가 직접 선별한 장소들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어서 혹시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소와 맵코드, 운영시간과 전화번호, 홈페이지, 입장료와 같은 정보와 함께 가까운 역과 도보로 이동했을 때 얼마나 걸리는지까지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동안 읽었던 일본 소설들 덕분에, 처음 보는 일본의 소도시들임에도 낯익은 이름들이 꽤 많아서 괜히 뿌듯하다. 특히 얼마 전 봤던 영화 날씨의 아이가 떠올랐던 스와시의 타테이시 공원(근데 책을 읽고 보니 스와시는 너의 이름은의 장소였다고 한다.)은 정말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하늘과 그 배경을 직접 눈에 담으면 색다른 맛이 있을 것 같아서다.

여행하면 늘 큰 도시의 랜드마크만 떠올리는데, 이 책은 소도시의 힐링할 수 있는 곳곳의 이야기가 세심히 담겨있어서 책을 읽는 것만 해도 여행의 꿈을 부풀게 만든다. 혹시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참고하면 좋겠다. 오히려 책에 소개된 곳들을 여행하면서 인생 여행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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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파괴자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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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달 전 한 영상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해당 화면에는 6살 난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근데 그 영상을 중지한 전문가는 엄마를 향해 지금 아이를 향해 심한 가스라이팅을 하고 계신 걸 아냐는 말을 했다. 이건 엄연히 아동학대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놀랐던 이유는, 그 모습이 내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말투와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늘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피해자라는 걸 인지하게 된 것은 해당 사건들이 마무리된 이후였다. 십수 년 동안 한 회사를 다녔다. 결혼 전부터 다녔던 회사였고, 결혼 후 임신과 출산 그리고 복직의 단계를 거쳤다. 진통을 하면서 회사 대표의 전화를 받았고, 조리원에 들어가서도 조리원에 있는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출근했던 날도 있었다. 물론 그 기간은 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는 그때마다 고마움을 표시하기는커녕 다시는 결혼 안한 여직원은 뽑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내가 급하게 복직을 앞두고 있을 즈음, 대표는 나랑 같이 일하는 직원이 내 복직 때문에 무척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를 본사가 아닌 지점으로 발령을 내겠다고 했다. 당시 지점이 본점보다 집에서 가까웠기에 나는 그 상황을 수궁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애 엄마를 어느 회사에서 쓰겠냐, 우리 회사나 되니 니 사정을 봐주는 것이라는 등의 말과 회사가 어렵다는 말로 내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까지 내려갔다. 14년을 다닌 회사였다.


 10년 넘게 장기근속하던 직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고, 그 틈에 나 역시 사표를 내고 나왔다. 대표는 여러 가지 회유 작전을 폈지만, 나보다 먼저 나갔던 사람들의 조언(?) 덕분에 사표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다른 회사에 입사를 했다. 새로 들어간 곳의 대표와 직원들을 내 능력을 인정해 주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픈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오히려 걱정해 주면서 연차나 재택근무를 하라고 먼저 배려해 주었다. 그리고 이직을 하고 나서야 나는 능력이 없는 것도, 애 엄마라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닌,  내가 아주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책 안에는 4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친밀한 사람들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애인이나 남편, 친구, 어머니, 회사 상사로부터 크다. 사실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스라이터들이 문제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가스라이티들은 지극히 피해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가스라이티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가스라이팅을 외부에서 보면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가혹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관계는 항상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당신이 옳다는 주장을 그만두거나 상대방이 옳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가스라이팅을 끝내는 것이다.

 가스라이티들이 생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자존감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그런 상황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 결정권을 가스라이터들에게 넘기는 가스라이티가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도 가스라이팅을 부추긴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엄마의 경우 6살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여러 가지 협박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스라이팅을 했다. 한글을 못쓰면 바보가 되고,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으며, 인생을 망치게 된다는 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아이로 하여금 그 상황에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책 안에는 실제 사례를 통해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1,2, 3 단계로 가스라이팅을 이야기하는데 한 단계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3단계에 이르게 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스라이터의 말에 완전히 귀속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책 안에는 가스라이팅을 구별하는 방법도 나온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가스라이티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가스라이터와의 관계가 끊어질까 봐다. 그래서 알면서도 끌려다니는 경우도 벌어진다. 하지만 단호하게 현 상황을 인지하고 이야기했을 때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 만약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관계로부터 멀어질 필요가 있다. 나처럼 직장을 나오거나, 지인과의 거리를 두는 경우가 그 예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에 대해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고, 나 역시 가스라이터이자 가스라이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스스로 가스라이팅으로 벗어나기 위한 인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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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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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생신 즈음인 설날이 되면 아버지의 7남매들은 매년 돌아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할아버지의 생신 상을 차렸다. 그중 서울에 살고 있는 큰아버지와 우리 집에서 생신 상을 차리게 되면, 내 또래의 친척들은 신이 나했던 기억이 있다. 소풍 때면 단골로 갔던 롯데월드와 서울에 살았지만 자주 가지 못했던 63빌딩, 청와대 등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곳들을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책을 읽으며 서울의 옛 모습을 접하며 정말 몰랐던 사실을 많이 깨닫게 된다. 덕분에 지금과 달랐던, 또 지금과 많이 닮았던 서울의 과거를 재조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울의 인구 과밀화와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각 부처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상황은 현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서울은 갑자기 늘어난 인구로 인해 집이 부족하고, 급기야 집값이 2개 이상 치솟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은 17세기 후반 전란 후 전염병과 대기근을 겪을 때부터라고 한다. 배를 곪고 사는 백성들은 구휼미라도 받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몰려들었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도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른다. 자연히 인구가 급증한 서울은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고, 특히 종로구 일대는 집값이 1년 안에 2배 이상 오르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부동산 폭등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당연히 서울은 산업화의 붐이 일어나면서부터 인구가 모이기 시작했다는 내 착각은 이 책을 통해 깨진다.


 또 흥미로운 내용 중에 하나는 명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얼마 전까지 회사가 명동에 있었던 터라, 매일매일 마주했던 풍경을 조선시대의 눈으로 보게 되니 흥미로웠다. 당시 명동성당의 첨탑이 높아서 첨탑에서 궁 안의 궁녀들의 모습이 보여서 발을 치기도 했다고 하니, 현재의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그 당시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식사 후 주변을 돌다 기억의 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이 과거 통감관저로 사용되었고 이후 위안부 기억의 터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통해 명동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밖에도 이태원이나 미아리, 동교동, 금호동 등이 서울의 공식 공동묘지였는데, 이태원과 한남동 주변이 택지가 되면서 무연고 묘를 망우리 묘지로 옮기고 그 지역을 주택가로 바꿨다는 이야기,  청계천이 쓰레기와 우물 등 때문에 하수구로 사용되었다는 점, 세종 때 좌의정 벼슬을 받았던 허조는 척추장애인, 선조 때 이조판서를 지냈던 심희수도 하반신 장애인이었다. 지금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데,  차별이 심했을 것 같은 조선시대에 불편한 몸을 가졌어도 능력에 따라 고위 관직에 올랐다는 사실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마주한 조선의 모습은 참 새로웠고, 그동안 나 역시 현재라는 틀 안에서 서울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미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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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부야 노부히로 지음, 양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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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교양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오고 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성경이다. 성경을 인문교양 시리즈로 마주하니 낯설었다. 그동안 만났던 내용들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한 세계의 신화에 관련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성경을 실제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성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스토리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약 27권 신약 39권 총 66권의 성경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스토리(구약은 창세기를, 신약은 예수와 관련된 부분을 다루고 있다.)를 중심으로 다루기에 읽기에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각 장과 연결되는 명화(실제 명화보다는 저자가 그림을 보고 일러스트 한)가 등장하는데, 이 전의 시리즈에서도 그림이나 도표 등을 많이 활용해서 한결 간편하게 정리해 주었기에 이런 점은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작품이기에 성경 전체를 다 만나볼 수는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인문 교양 시리즈로 만나는 만큼 어렵지 않게 성경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이 책은 개신교보다는 가톨릭이 보는 성경을 중심으로 두고 구성하였다. 그렇기에 책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령 개신교에서는 사사기라고 부르는 책을 가톨릭에서는 판관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선지자 에스겔을 에제키엘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꽤 낯설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은 같겠지만 말이다. 


 기독교인임에도 쉽지 않은 구약의 레위기~신명기나 예언서들, 신약의 바울서신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을 좀 쉽게 풀어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긴 했다. 다행히 구약의 경우는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에제키엘)을 각 장으로 다루고 있었고 방대한 성경의 내용을 두 페이지 분량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성경 속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특히 서양의 문화와 문학 등에 성경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마주하고 보니 서양 사회와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명화에 대한 설명들이 별도의 말풍선 등으로 되어 있어서 실제 명화를 찾아보면서 이해도가 높아졌고, 그와 함께 곁들여진 도표나 사진들 덕분에 상식 또한 늘어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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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필사 에디션 (노출 제본)
김지훤 지음, 하꼬방 그림 / 길벗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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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부터 힐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현실에 반대되는 책들이나 단어가 뜬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말대로라면 힐링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서재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자존감"이다. 낮은 자존감은 나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피부로 접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와 짜증으로 때론 불평으로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그 상처 주는 말이 나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상처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들의 자존감까지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왜 나는 나 자신을 오롯이 사랑해 주지 못하는 것일까?의 고민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이 책은 성인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궁금했다. 내가 나라서 정말 좋다는 말이 정말 실존하는 말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 장을 넘기고 보니, 제목만큼이나 뭉클한 한 줄이 나온다. 


**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들이 너를 꼭 안아 줄 거야


 이 두 줄이 낯간지러웠지만, 한편으로 내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리고 내가 담은 따뜻한 말을 내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져서, 저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첫 장부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예쁘다, 자랑스럽다, 소중하다고 이야기해 주는 한 줄 한 줄이 따뜻한 포옹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빛나는 팔레트 같은 삶에 각자의 색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글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도, 살아있는 오늘이 참 소중하다는 말도 가슴에 와서 박힌다. 


 오늘도 나는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남들보다 편하기 위해 참 많은 화를 삭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코앞에서 지하철 두 대를 놓치고 10분을 기다렸던 것도,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나보다 늦게 와서 내 앞을 새치기해서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앉는 사람도, 내 앞의 사람이 일어나서 드디어 앉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자리를 옮겨서 내 자리를 빼앗은 사람도, 옆에 넓은 자리 두고 내 쪽으로 자리를 좁혀서 서있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도, 나를 치고 지나가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던 사람도 너무 미워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들고 있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도 올라왔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대신 소심한 복수로 큰소리로 기침을 한번 했다. 일부러 그 사람 들으라고 말이다. 


 근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 피곤한 일상의 반복이 내 마음의 조금의 여유도 없이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이 책을 마주했으면 조금은 마음이 몽글몽글 해져서 조금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했던 사람에게 무한 짜증을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반성문이 되긴 했지만, 책 안에 담긴 글은 참 쉬웠다. 초등학생을 위해 만든 필사 에디션이기에 그렇겠지만, 그래서 성인이 읽어도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꾸미려고도, 어려운 단어들을 쓰며 잘난 척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그리고 함께 있는 지훤쌤의 조회시간과 그에 대한 짧은 질문들도,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흐린 음영으로 된 부분도 참 좋았다. 아이를 위해 필사 부분은 남겨두고, 나는 따로 필사를 했다. 그리고 가슴에도 몇 개 남겨두었다. 아프고 힘들 때 꺼내보면 좋겠다.


 필사 책이다 보니 책을 펴기 좋게 누드 제본 형태라서 편하다. 책등이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난 형태라서 전에 몇 번 접한 적이 있긴 하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마 아이들은 더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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