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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필사 에디션 (노출 제본)
김지훤 지음, 하꼬방 그림 / 길벗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부터 힐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현실에 반대되는 책들이나 단어가 뜬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말대로라면 힐링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서재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자존감"이다. 낮은 자존감은 나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피부로 접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와 짜증으로 때론 불평으로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그 상처 주는 말이 나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상처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들의 자존감까지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왜 나는 나 자신을 오롯이 사랑해 주지 못하는 것일까?의 고민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이 책은 성인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
궁금했다. 내가 나라서 정말 좋다는 말이 정말 실존하는 말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 장을 넘기고 보니, 제목만큼이나 뭉클한 한 줄이 나온다.
**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들이 너를 꼭 안아 줄 거야
이 두 줄이 낯간지러웠지만, 한편으로 내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리고 내가 담은 따뜻한 말을 내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져서, 저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첫 장부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예쁘다, 자랑스럽다, 소중하다고 이야기해 주는 한 줄 한 줄이 따뜻한 포옹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빛나는 팔레트 같은 삶에 각자의 색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글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도, 살아있는 오늘이 참 소중하다는 말도 가슴에 와서 박힌다.
오늘도 나는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남들보다 편하기 위해 참 많은 화를 삭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코앞에서 지하철 두 대를 놓치고 10분을 기다렸던 것도,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나보다 늦게 와서 내 앞을 새치기해서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앉는 사람도, 내 앞의 사람이 일어나서 드디어 앉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자리를 옮겨서 내 자리를 빼앗은 사람도, 옆에 넓은 자리 두고 내 쪽으로 자리를 좁혀서 서있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도, 나를 치고 지나가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던 사람도 너무 미워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들고 있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도 올라왔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대신 소심한 복수로 큰소리로 기침을 한번 했다. 일부러 그 사람 들으라고 말이다.
근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 피곤한 일상의 반복이 내 마음의 조금의 여유도 없이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이 책을 마주했으면 조금은 마음이 몽글몽글 해져서 조금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했던 사람에게 무한 짜증을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반성문이 되긴 했지만, 책 안에 담긴 글은 참 쉬웠다. 초등학생을 위해 만든 필사 에디션이기에 그렇겠지만, 그래서 성인이 읽어도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꾸미려고도, 어려운 단어들을 쓰며 잘난 척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그리고 함께 있는 지훤쌤의 조회시간과 그에 대한 짧은 질문들도,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흐린 음영으로 된 부분도 참 좋았다. 아이를 위해 필사 부분은 남겨두고, 나는 따로 필사를 했다. 그리고 가슴에도 몇 개 남겨두었다. 아프고 힘들 때 꺼내보면 좋겠다.
필사 책이다 보니 책을 펴기 좋게 누드 제본 형태라서 편하다. 책등이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난 형태라서 전에 몇 번 접한 적이 있긴 하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마 아이들은 더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