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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래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 - 나의 엉뚱 발랄 반려동물 키우기 대작전 ㅣ 자꾸 손이 가는 그림책 1
루카 토르톨리니 지음, 펠리시티 살라 그림, 박재연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마당 있는 집에 살았다. 덕분에 우리 집에는 늘 개가 있었다. 외갓집에서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올 때도 있었고, 아파트에서 사는 친척이 키우지 못해서 받기도 했다. 또 태어난 지 며칠 안되어서 감기에 걸린 강아지를 데리고 온 적도 있었다. 재건축을 하면서 집을 헐고 주택을 지으면서, 그때 키웠던 두 마리의 개(뽀삐와 다롱이)를 시골 친할아버지 댁에 보내게 되었는데 동생이랑 둘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한 번씩 예전의 사진을 보다 보면 뽀삐와 다롱이 그리고 레이디들(한동안 데리고 온 강아지들의 이름을 매번 레이디라고 지었다. 그림책의 영향이다.)까지 어린 시절 나와 동생의 사진에는 우리의 강아지들이 등장한 사진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파트에 살면서 반려견은 생각도 못 했다. 물론 양가의 극심한 반대도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도 벅찬 내가 또 다른 생명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아이들이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아이들과 이야기할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반전이 책의 시작이긴 하다.

공원에서 놀다가 겁먹은 강아지(?)를 만나게 된 주인공은 불쌍한 강아지를 엄마 몰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무리 동화와 그림책의 눈으로 보고 싶어도 아이가 데리고 온 강아지는 강아지로 보이지 않는다. 두발로 걷는 불곰이 무섭지 도 않을까? 아이를 제외한 다른 어떤 사람도 아이가 귀여워하는 강아지를 똑같은 눈으로 볼 수 없는걸 보면 말이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아이는 강아지를 키운다. 우선 배가 고플까 봐 집에 있는 음식을 다 찾아서 강아지에게 주기도 하고,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근데, 혹시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아이는 강아지 주인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기도 했지만, 강아지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강아지와 교감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에게는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아이를 괴롭히던 못된 언니들이 더 이상 아이 주변에 다가오지 않았고, 밤마다 무서운 꿈에 시달리던 아이의 밤은 평화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강아지가 사라진다. 그날부터 아이는 사라진 강아지를 찾아 나서는데...

아이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꿈 때문에 곰을 강아지로 착각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다 두려워하는 곰이 아이의 눈에는 귀여운 강아지로 보이니 말이다. 엉뚱한 아이지만, 곰을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아이는 곰을 좋아했고, 곰 역시도 아이를 좋아했다. 그런 곰이 사라졌을 때, 아이는 얼마나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까? 아이는 강아지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었고, 울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강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아이는 또 다른 동물을 키우게 되었다. 이 또한 반전이니 끝까지 읽어보면 좋겠다.
길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여러 번 읽어볼 수 있었고, 곰을 강아지라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에 킥킥대면서 "왜 얘는 곰을 보고 강아지라고 그래?"라고 묻는 둘째에게 왜 그럴까? 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었다. 물론 큰 아이는 이해 가지 않는 아이의 행동을 황당하게 바라보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