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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2
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문과생이다. 근데 갈수록 내가 문과가 맞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2 때까지 수포자가 아니었고, 물리를 제외한 다른 과학은 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물리학 중 양자역학에 관한 책은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5권 이상 읽었을 정도로(내 블로그에 과학이라는 별도의 탭이 생성되어 있다.) 노력을 했다는 사실! 그럼에도 양자역학은 왜 이리 이해가 어려운 것일까? 이 책을 고른 이유도 다분히! "강아지"라는 게 제목에 등장하기 때문이다.(강아지에게 양자역학을 가르칠 정도면 얼마나 쉽게 풀어썼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강아지 에미는 무척 똑똑하고, 사람보다 양자역학을 더 잘 이해할 정도로 편견이 없는 아이다. 그렇기에 주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 아닐까? 그것도 양자역학에 대해서 말이다.
솔직히 강아지에게 가르칠 정도로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 용어나 흐름을 안다면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입문자나 생초자가 읽기에는 난도가 좀 있다.(양자역학 책을 5권 이상 읽었음에도...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그나마 앞 부분에는 아는 이야기가 등장해서 조금 끄덕여지는 정도.) 에미 처럼 모든 편견을 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책 초반에는 양자를 이해하기 위해 시도해야 할 입자와 파동, 불확정성의 정리,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의 물리학 이론이 등장한다. 이걸 좀 더 이해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강아지 에미와의 상황을 예로 대입시켜 설명한다. 가령 공원을 산책하던 중 만난 다람쥐를 잡기 위해 뛰어가는 에미는 결국 나무 위로 올라가는 다람쥐를 놓치고 만다. 문제는, 에미가 나무에 부딪칠 것을 우려한 주인 물리학 교수(채드 오젤)이 에미의 목줄을 잡아당겼다는 데 있다. 이 일로 에미는 크게 화가 난다. 모든 물체의 입자는 파동성을 가지고 있어서 물체 주변으로 회절이 될 수 있듯이, 자신의 파동이 둘로 나누어 회절하게 되면 다람쥐를 잡을 수 있었는데 주인이 목줄을 잡아당겨서 놓치고 말았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하! 강아지가 파동과 입자를 이해하고, 그에 대해 물리학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이 개념에 앞에서 심도 깊이 나누는 이들의 대화에 차마 낄 수 없었다. 그저... 입자와 파동을 이해하기에 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물러서고 싶다. (어쩌면 내가 너무 커서 실제 이 사실을 목도할 수 없기에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에미의 뼈가 사라진 상황은 불확정성의 정리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고양이에 대한 내용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으로 이끌며 강아지(실제로는 우리를 위한 것이겠지만)와의 일상 대화 속에 물리학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리고 각 장의 이론은 또 다른 가지를 구성하며 다음 장의 이론들로 연결되어 간다. 별개로 읽어도 좋지만, 연결되는 내용을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상당수는 뒤에 장과 연결되며 그 흐름을 가지고 읽는 게 조금이라도 이해도가 높아진다.)
솔직히 어렵긴 했지만,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작은 물질의 움직임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그들의 연구가 참 놀라웠다. 또한 세상의 어떤 물체도 에너지가 0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 눈에 정지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어떤 물체도 0인 상태가 될 수 없다는 뜻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왜 중요한 지 솔직히 여전히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내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내 눈에는 멈춰있는 것 같이 보이는 물체도 운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보니 과학을 통해 철학의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할까?